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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065화 (1,065/1,497)

〈 1065화 〉 1065. 신의 아틀란티스

「15,000 생명 포인트를 모았습니다.」

피투성이 장소에 1시간 동안 자리한 결과 15,000 생명 포인트를 모을 수 있었다. 인간의 피 냄새를 맡고 몰려온 괴물들이 제법 많았다.

「달성 보상으로 3만 AP를 획득합니다.」

‘3만 AP면 나쁘지 않은 보상이지.’

능력치가 오르지 않은 건 아쉬우나 3만 AP로 할 수 있는 건 많다.

‘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가? 피 냄새에 이끌려오는 괴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군.’

근처에 있던 놈들은 전부 와서 죽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곳의 메리트는 더 이상 없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남쪽으로 움직였다. 큰 이유는 없다. 직감대로 움직였다.

‘난 행운 능력치가 높으니 알아서 잘 풀리겠지.’

여긴 설정집에만 대충 있던 정보라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허나 어떤 괴물이 튀어나와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지금의 나는 강하다.

물소리가 들렸다. 걸음걸이의 속도를 높였다.

넓고 푸른 호수가 있었다. 평범한 호수는 아니었다. 호수 곳곳에 야자나무가 삐죽 솟아 있었으니까.

‘야자수랑 호수…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광경이군.’

나는 칼을 들었다.

이곳에서 나오는 괴물에게는 하나의 특징이 있다. 모두 두 가지 이상의 종류가 섞인 합성 괴물이라는 것이다. 동물과 동물. 식물과 식물. 혹은 동물과 식물이 합성된 괴물들. 저 호수의 야자수도 어떠한 괴물일지도 모른다.

‘확인해보는 방법은 간단하지.’

확인해보면 된다. 어떤 생물이든 쉽게 죽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칼에 푸른 검기를 담아 멀리 떨어진 야자수를 향해 휘둘렀다. 검기가 날아가 야자수와 부딪혔다. 야자수가 크게 휘청인다. 표면에 흠집이 생겼다.

‘검기로 고작 흠집인가.’

역시 평범한 야자수가 아니었다.

야자수가 내 쪽으로 다가온다. 잔잔하던 호수에 파문이 거세게 일어난다. 갑자기 공격받아 화가 난 모양이다.

야자수 아래쪽에 있는 것은 거대한 파란색 가재였다. 나랑 비교해서 약 1.5배 정도 더 큰 가재는 나를 향해 후다닥 뛰어오며 집게를 휘두른다.

단순한 공격이다. 피하기 어렵지 않다. 뒤로 물러서며 칼을 휘둘렀다.

까앙!

검기를 씌운 화련비도가 튕겨 나갔다. 놈의 몸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가 났을 뿐이다. 놀라울 정도로 단단한 외피다.

콰르르릉.

벼락을 떨어뜨렸다. 정면으로 벼락을 맞은 야자수 가재가 잠시 멈칫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2초 정도다. 그 이후로 더 화가 난 듯 나를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벼락은 야자수 일부를 그을리는 게 전부였다.

‘아스트라페.’

파지지지지직.

화련비도의 칼날에 붉은 뇌전이 모여들어 덧씌워졌다. 오직 뇌전으로만 이루어진 칼날이 살벌하게 빛난다.

‘이 세계에선 스킬을 사용하면 덩달아 위력도 올라가지.’

까놓고 말해 보정이라는 거다.

나는 가재의 위로 뛰어 올라갔다. 가재의 신체 구조상 등위로 집게가 닿지 않는다. 가재는 몸을 흔들며 나를 떨쳐내려고 애썼다. 나는 능숙하게 균형을 잡으며 가재의 등에 칼을 찔러 넣었다.

쉽지는 않았으나 칼날은 결국 가재의 외피를 뚫고 몸속으로 들어갔다. 붉은 번개가 가재의 몸속을 질주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재의 몸이 축 늘어지고, 고소한 냄새가 솔솔 피어났다.

「700 생명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700 생명 포인트!

지금껏 내가 상대했던 그 어떤 괴물들보다 많은 생명 포인트를 줬다.

나는 호수를 한차례 둘러보고 미소 지었다. 눈에 보이는 야자수만 해도 15개. 여기서 1만 포인트는 가볍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가 노다지였군. 크크.’

•••

나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괴물이 보이는 족족 죽여댔다. 꽤 성가신 놈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내 높은 능력치 앞에 무릎 꿇고 죽어 나갔다.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상태창을 천마로 바꿔 상대했다.

숲속을 걸어가던 나는 다리를 멈추고 나무 아래를 노려봤다. 보라색 버섯이 있었다. 곤충의 다리가 달린 버섯이었다. 검지로 독버섯 벌레를 가리켰다. 푸른 뇌전 줄기 하나가 독버섯 벌레를 향해 쏘아졌다.

「50 생명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37,000 생명 포인트를 모았습니다.」

「최상급 회복 포션을 획득합니다.」

“꽝이군.”

회복 포션을 보자마자 얼굴을 절레절레 저었다. 비싼 물건이긴 한데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포션은 그 자리에서 바로 삼켰다.

최상급 정도 되면 생명력뿐만이 아니라 체력과 마나까지 회복시켜주기 때문이다.

‘완전 회복은 비장의 수단. 최대한 아껴두는 편이 좋겠지.’

4시간이 지난 지금 내가 모은 건 37,000 생명 포인트. 목표는 5만 포인트에 남은 시간은 2시간.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군.’

독버섯 벌레처럼 자잘한 놈들이 아닌 큰놈을 노려야 한다. 그래야 생명 포인트가 잘 모인다.

어느 정도 숲길을 걸었을까.

돌연 썩은 내가 났다. 시체가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냄새에 눈살을 찌푸린다.

나는 일단 냄새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이곳에 있는 괴물들은 죄다 특이하다. 어쩌면 부패한 냄새를 흘리는 괴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부패한 냄새는 괴물이 흘리는 냄새였다.

‘누더기잖아.’

누더기 좀비.

여러 구의 시체를 끌어모아 합쳐 놓은 좀비다. 좀비 중에서도 유독 상대하기 빡센 놈이다. 무엇보다 바리에이션도 많은 놈이다. 갑자기 폭발하거나, 독가스를 내뿜거나.

‘이놈은 엄청 크군.’

내가 만나본 누더기 좀비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꼽힐 정도로 컸다. 높이만 10M에 달할 정도다. 거기에 누더기 좀비의 경우 보통 인간의 시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놈은 달랐다. 온갖 동물과 식물들이 모여 하나의 군체를 이루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어서 얼핏 보면 시체 더미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어.’

나는 누더기 좀비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다. 저걸 쓰러뜨릴 수 있는가, 없는가.

‘칼질 몇 번 해서는 쓰러뜨리긴 힘들겠지. 화력이 필요하군.’

어지간한 화력으로는 안 된다.

‘…잠깐. 여긴 생물의 숲인데? 언데드가 있는 게 맞나?’

설정집을 되새긴다.

제 4,344 구역, 누더기 실험소

이름만 들으면 누더기 좀비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착각할 수 있다.

허나 이 누더기 실험소의 진짜는 시체끼리 꿰매 놓는 게 아니라 생물과 생물을 합성하는 것이다. 이상한 생물이 탄생하고, 때때로 이상한 생물은 희귀한 물질을 만들어낸다. 누더기 실험소는 그 희귀한 물질을 판매한다. 동시에 사냥꾼과 약초꾼으로부터 동물과 식물을 매입한다.

그리고 도전자는 합성 생물의 강함을 실험하기 위한 설정이다.

‘이곳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위신(僞神)은 누더기 왕. 진명은 키메라지. 키메라는 생물이고 언데드를 혐오한다.’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누더기 좀비는 언데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일 수도 있었다.

‘생물이면 내 번개가 통하지 않나?’

여차하면 도망치면 된다.

만일의 사태까지 생각한 나는 누더기를 향해 벼락을 떨어뜨렸다.

콰르르르릉! 쾅쾅!

하나의 벼락이 아니었다. 벼락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벼락을 맞은 누더기가 움찔움찔거린다. 나는 혀를 찼다. 벼락을 15번이나 연속으로 떨어뜨렸는데도 효과는 별로 없었다. 놈의 몸이 불타지도 않는다.

“그워어어어…!”

누더기의 가슴팍에서 사람의 얼굴이 툭 튀어나와 괴상한 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놈의 얼굴 피부에는 촉수 같은 것들이 붉은 피와 함께 뚫고 나왔다. 촉수 끝에는 눈알이 달려 있었다. 10개가 넘는 촉수가 나를 주시한다.

혐오감을 유발하는 광경이었다. 치솟는 구역질을 참으며 놈의 정체를 유추했다.

‘저 촉수 모양…. 꼭 연가시처럼 생겼군.’

누더기의 몸이 꿈틀꿈틀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누더기는 숙주에 불과하다. 진짜는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기생충이다. 기생충도 생물이니 이 숲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누더기 골렘이 움직인다. 10M가 넘는 그 거대한 몸이 움직이자 땅이 울렸다.

‘기생충은 뭐와 합성된 거지?’

날벌레였다. 촉수처럼 생긴 기생충의 등에는 모기의 날개가 붙어 있었다.

눈알 달린 기생충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잘 보면 기생충의 몸에 날카로운 가시 같은 이빨이 돋아나 있었다.

‘상태창 변경.’

「상태창을 변경합니다.」

천마의 상태창으로 바꾼다. 몸에 힘이 넘친다. 신체 능력만 따지면 역시 천마 상태 일때가 낫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흑염마룡(黑炎魔龍).

내 손에 나타난 검은 불꽃을 누더기를 향해 던졌다. 검은 불꽃이 누더기의 피부에 달라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워어어어어어어어!”

“끼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이이익!”

누더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비명을 내질렀다. 기생충은 아니다. 저 누더기 몸 안에 다른 생물이 들어 있는 것이다.

누더기의 몸에서 벌레들이 쏟아져 나온다. 못해도 1만 마리는 넘을 것이다. 벌레들의 목적지는 나였다. 나는 온몸에 검은 불꽃을 둘렀다. 검은 불꽃이 뜨겁긴 해도 견딜 만했다.

‘젠장. 벌레를 죽여도 포인트를 안 주잖아.’

속으로 혀를 차면서 누더기를 호수 쪽으로 유도했다. 시간이 없다. 검은 불꽃은 유지하는데 마나가 너무 많이 소모된다.

‘호수다!’

호수의 수면 위를 내달렸다. 누더기는 겁도 없이 내 뒤를 쫓았다. 누더기의 몸이 호수의 중심으로 갈수록 누더기의 몸이 호수 아래로 가라앉는다.

검은 불꽃은 물에 닿아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호수 일부가 부글부글 끓었다. 검은 불꽃이 사라진 건 누더기가 완전히 물에 잠겼을 때였다.

수면 아래를 본 나는 입을 벌렸다.

개구리의 다리를 가진 물고기들이 누더기와 벌레들을 뜯어 먹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17,487 생명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54,487 생명 포인트를 모았습니다.」

드디어 목표했던 5만 포인트를 넘겼다. 누더기는 그 혐오적인 모습만큼이나 많은 포인트를 줬다.

보상 3개가 연달아 나타났다.

「근력이 1 상승합니다.」

「4만 AP를 획득합니다.」

「전투 회복(A) 스킬을 획득합니다.」

「전투 회복.

전투 도중에 생명력, 체력, 마나를 조금씩 회복한다.

종류: 스킬

랭크: A」

50,000 생명 포인트를 달성하며 얻은 스킬이었다. 내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이걸 얻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다.

‘전투 회복. 말 그대로 전투 중에 회복력을 올려주지. 다행히 목적했던 대로 천마 상태창에 스킬을 얻었어.’

전투 유지력이 상승한다.

A랭크면 지친 상태에서도 30분 이상은 전투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목적은 이뤘는데 시간은 1시간 정도 더 남았군. 더 사냥할까? 55,000 포인트를 달성하면 추가로 보상을 줄 것 같은데.’

검기를 날려 호수 속의 물고기를 죽여버렸다.

「1 생명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100마리를 잡아도 겨우 100 포인트밖에 얻지 못한다.

‘효율이 최악이군. 이러면 숲속에 있는 다른 몬스터를 찾아 죽이는 게 낫지.’

호수 밖으로 나갔다. 숲을 걸어 몬스터를 찾아 헤매는데 뜻밖의 시체를 발견했다. 내게서 도망쳤던 4명의 도전자 중 1명의 시체였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썰려 죽어 있었다.

‘검에 당한 것 같은데?’

시체는 물어뜯긴 흔적 없이 깨끗했다. 이곳에 있는 괴물들은 먹기 위해 서로 죽인다. 생물을 죽이고 그 시체를 멀쩡히 내버려 두는 건 말이 안 된다.

‘자기들 끼리 싸운 모양이군.’

시체를 지나치다가 인기척을 느꼈다. 나는 커다란 나무 아래를 노려봤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짙은 그림자 속에 누군가가 있었다.

“나와. 거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화련비도를 들고 살기를 흘렸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나는 놀라서 입을 벌렸다.

“기감이 좋으시네요.”

긴 분홍색 머리카락에 분홍색 치파오를 입은 미녀, 리 메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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