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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064화 (1,064/1,497)

〈 1064화 〉 1064. 신의 아틀란티스

다른 도전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에 앉았다.

도전자들은 모두 남자였는데 그 시선은 리 메이에게 향해 있었다.

나는 그들을 이해한다. 이곳의 유일한 여자는 리 메이였고, 심지어 예쁘기까지 했다. 리 메이 정도의 외모를 가진 미녀는 흔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출이 많지.’

몸에 착 달라붙는 분홍색 치파오라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풍만한 가슴을 잘 보면 삐죽 솟은 부분이 보인다. 노브라가 틀림없었다. 허리와 큰 엉덩이 라인과 새하얀 허벅지. 남자의 음심을 자극하는 음란한 복장이었다.

‘따먹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여기 있는 남자 대부분은 실제로 기회가 된다면 리 메이를 덮칠 것이 확실하다.

‘이런 곳을 이용하는 놈들이니 강간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겠지.’

그 사실을 리 메이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런 차림으로 당당하게 일을 하고 있다.

‘실력에 자신 있거나, 보디가드가 숨어 있거나. 그게 아니면 다른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겠지.’

나는 멍하니 리 메이를 바라봤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여자였다. 하지만 몸매가 너무 꼴려서 경계심이 옅어진다.

‘보지를 한 번 확인해봐야겠는데….’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섹시한 리 메이를 지켜보고 있자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특수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앞으로 6시간 동안 생물의 숲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생물의 숲에서 생명 포인트를 얻으십시오.」

「수집한 생명 포인트에 따라 보상이 정해집니다.」

“자, 도전 시간이에요. 모두 이쪽으로 오세요.”

리 메이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도전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도전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리 메이에게 다가갔다. 도전자들 간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우리는 리 메이가 가리키는 나무 문 앞에 섰다.

“이 문 너머가 생명의 숲이에요. 생물의 숲에서 생명 포인트를 얻는 방법은 간단해요. 생물을 죽이면 그에 맞는 생명 포인트를 얻을 수 있어요. 아, 식물의 경우 좀 특수해요. 특별한 식물만이 생명 포인트를 주죠. 숲에 불을 지른다고 해서 대량의 생명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 알아두세요.”

“생물에 인간도 포함되나?”

도전자 중 한 명이 물었다. 직후, 도전자들은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실시간으로 씹창나고 있었다.

“생물이란 생명을 가진 것을 말하죠.”

인간을 죽여도 생명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다른 규칙은 없나?”

“6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생물의 숲을 나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여러분이 죽으면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게 실험소 소유가 돼요. 여러분은 공짜로 도전하는 거니 불만은 없으시겠죠? 어차피 여러분은 6시간만 버티면 보상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도전자들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곳에 아무것도 모르고 찾아온 자는 없었다. 모두 일확천금을 노리고 이곳에 찾아왔다.

“자, 도전자 여러분. 들어가세요! 응원할게요!”

리 메이의 분홍색 입술이 반월을 그린다. 조소가 섞여 있는 미소인데도 미인이라 그런지 불쾌해지지 않는다.

도전자들은 나무 문을 열고 생물의 숲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한 도전자가 리 메이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리 메이는 가볍게 뒤로 움직여 그 손을 피했다.

“펠로트 씨. 갑자기 무슨 짓인가요?”

“너무 비싸게 굴지 말라고. 어차피 다른 남자들이 몇 번이나 주무른 젖탱이잖아. 한 번 정도 만지게 해줘.”

“제가 이런 복장을 하고 있으니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전 창녀가 아니에요. 몸을 막 굴리지도 않아요. 이래 보여도 처녀라고요.”

“…오. 그렇게 말해도 믿을 수 없겠는데? 직접 확인해봐야겠어.”

남자가 리 메이에게 다가간다. 리 메이는 뒤로 더 물러났다. 그 사이에 리 메이의 부하들이 나타나 남자를 막아섰다. 남자는 혀를 찼다.

“나중에. 갔다 와서 다시 보자고. 기대해. 내가 여자의 기쁨이 뭔지 알려 줄 테니.”

“소름끼치네요. 그리고 동시에 감탄스러워요. 펠로트 씨는 흑주맹이 두렵지 않으신가요? 전 말단에 가깝지만, 흑주맹의 간부라고요?”

“크크. 흑주맹도 눈이 있다면 나 같은 인재를 놓치지 않겠지.”

“아, 과연. 흑주맹 지망생이었나요. 열심히 하세요. 흑주맹에 들어오면 잔뜩 괴롭혀 드릴게요.”

“그것도 재밌겠는데.”

펠로트가 씨익 웃는다. 그는 숲으로 들어가기 전에 등에 매달아두었던 창을 손에 쥐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생물의 숲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알림창을 보자마자 화련비도를 소환해 펠로트의 등을 찔렀다.

“커억! 네, 네놈…!”

펠로트가 창을 뒤로 휘둘렀다. 나는 왼손으로 창대를 잡고, 뇌전을 일으켰다. 화련비도의 칼날에서 붉은 번개가 번쩍인다. 감전당한 펠로트가 바닥에 쓰러졌다.

“끄아아아악…! 대, 대체 왜?! 그놈이 보낸 거냐…?!”

“그놈이 누군데. 네가 죽는 이유는 하나야. 짜증 나서.”

푹, 푹푹푹.

배때기를 몇 번 더 찔러준 뒤 머리를 발로 찼다. 놈의 머리가 나무에 부딪혀 박살 났다.

「100 생명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알림창이 떴다.

AP를 얻었다는 알림창이 아니었다. 이 공간에선 추방자들을 죽여도 AP를 얻을 수 없는 모양이다.

“이 미친놈이!!”

“주위를 둘러싸!!”

도전자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나를 포위했다. 그들의 무기가 나를 겨눈다.

나는 천천히 그들을 둘러봤다. 하나 같이 긴장한 얼굴로 날 보고 있다.

“갑자기 뭐야. 나랑 한 판 하자고?”

“먼저 시작한 건 너다! 왜 그를 죽였지?”

“짜증 나서 죽였어. 너희한테는 별 감정 없는데… 갑자기 짜증 나려고 하네?”

파지직.

뇌전이 일어난다. 여기서 놈들을 전부 죽이고 생명 포인트를 얻는 것도 나쁘지 않다. 놈들이 전부 덤비면 좀 빡세긴 하겠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저, 여러분.”

뒤에서 리 메이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열린 문 너머로 리 메이가 곤란하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어떻게 하셔도 상관없긴 한데…. 제가 봤을 땐 여러분들이 서로 싸워봤자 크게 얻는 건 없을 거예요. 인간은 100포인트밖에 안 되거든요. 조언을 드리자면 여러분끼리 힘을 합치는 편이 더 도움이 될 거예요.”

나는 칼을 내렸다. 어깨에 힘을 빼고 싸울 의사가 없음을 내보였다. 몇몇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면에 있는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놈은 위험하다. 짜증 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인 놈이다. 여기서 처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이 위험해진다.”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고 그러슈. 짜증이 나면 사람 한 명 정도는 죽일 수 있지 않나. 댁은 그런 적 없수?”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무기를 거두며 말했다.

“…아까 그 실력을 보지 못했나? 이놈은 우리 중에서 가장 강하다.”

“그러니까 관두는 거지. 난 굳이 싸워서 피 흘릴 생각 없거든. 정 저놈을 죽이고 싶으면 댁이 먼저 달려들던가.”

“…….”

“흐흐. 댁도 죽기 싫잖아? 어디서 우리를 선동해서 꼼수를 부리려고 해. 우린 댁의 동료도 부하도 아니야. 솔직히 뒈진 새끼는 나도 좀 짜증 나기도 했고 말이야.”

나를 포위했던 남자들이 하나둘 무기를 내리기 시작했다. 내 정면에 있는 남자도 분위기를 파악하고선 검을 내렸다.

“알겠다. 이 일은 여기서 끝내지.”

[가속을 사용합니다. 10분 동안 유지됩니다. 남은 스택: 4]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3]

푸욱.

검을 내린 놈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었다.

“뭘 멋대로 끝내고 지랄이야. 날 죽이려 해놓고 아, 그렇군요. 하고 넘어갈 줄 알았나?”

“이 자식이…!”

놈이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두르려고 한다. 허나 느리다.

‘뇌전!’

붉은 뇌전이 놈의 몸을 흐르며 감전시켰다. 놈은 즉사했다.

「100 생명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나는 다른 놈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워, 워. 진정하라고. 네가 기분 나쁜 건 알겠어. 우리가 사과할게. 우린 네게 유감스러운 감정은 없어. 네 돌발 행동에 놀란 것뿐이야. 그리고 방금 뒈진 놈이 급발진했지. 이대로 끝내자고, 형씨.”

“닥치고 내 포인트나 되거라, 좆밥들아.”

“이런 씨발! 튀어!”

놈들은 일제히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애초에 오늘 처음 만난 인연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을 위해 싸우거나, 희생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 것이다. 나는 도망치는 놈들을 따라가 칼을 휘두르고, 벼락을 떨어뜨렸다.

찰나까지 전부 썼지만, 4명 정도 놓쳤다. 내가 강하긴 해도 몸은 하나에 불과했다.

「100 생명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1,000 생명 포인트를 모았습니다. 능력치 중 하나가 1 상승합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겨우 사람 10명 죽이고 능력치가 하나 상승했다.

압도적인 가성비에 감탄했다.

‘다음 보상은 3,000 포인트지. 그때도 능력치를 주려나?’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보상은 랜덤이었다. 능력치가 올라가는 게 가장 좋고, 포션같은 소모품을 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아주 낮은 확률로 높은 등급의 장비 혹은 스킬을 준다.

나는 문 쪽을 쳐다봤다.

아직 이곳으로 나오지 않은 도전자들이 있었다.

“너희는 안 나오냐?”

나오자마자 죽인다. 100포인트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남은 도전자는 5명이니 500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난 도전을 포기한다. 생각해보니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오늘 컨디션이 별로네요. 리 메이 씨. 저 포기할게요.”

“날이 오늘만 있는 건 아니니까.”

“미친 새끼. 괴물한테 걸려서 뒤져라.”

날 욕한 놈을 빤히 쳐다봤다.

“히익! 죄송합니다! 실언이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놀란 놈은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사과하고 도망쳤다.

“어머. 이런 일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리 메이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오랜만이라고요?”

“네. 몇 번 이런 적이 있었죠. 대부분 도전자끼리 싸우다가 끝나버렸지만요.”

“…리 메이 씨는 생물의 숲에 도전하시지 않는 겁니까?”

“전 도전자가 아니라 관리자니까요. 62번 씨. 응원할게요. 62번 씨라면 생물의 숲에서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문이 닫히기 전에 칼을 던졌다. 리 메이가 아니라 근처에 있는 도전자를 노린 것이다. 허나 칼은 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바닥에 떨어졌다.

“말했잖아요. 6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숲에서 못 나가요.”

“그렇군요.”

“이, 이 미친 새끼야! 날 죽이려고 했어! 망할!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목표였던 도전자가 꽥꽥 소리 질렀다. 얼굴은 기억 해뒀다. 하지만 나중에 찾아가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귀찮았다.

나무 문이 닫혔다. 리 메이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면서 몸을 돌렸다. 바닥에 떨어진 화련비도는 역소환한 뒤에 다시 내 손에 소환했다.

피투성이의 장소를 벗어나려는데 기척이 내 쪽으로 다가온다. 인간의 기척이 아니다.

그것은 부실해 보이는 녹색 식물 하체와 까마귀의 머리와 상체를 가진 괴물이었다. 날개를 퍼덕였지만, 하늘을 날진 못했다. 대신 날개에 가시가 돋쳐 삐죽삐죽했다.

만뢰(卍雷).

스킬을 사용한다. 허공에 만(卍)자 모양의 뇌전 5개가 나타나 몬스터의 주위를 감쌌다.

키이이이잉.

만뢰가 서로 공명하더니 폭발을 일으켰다. 번쩍. 번개가 사방으로 터진다. 그 중심에 있는 까마귀 괴물은 당연히 살아남지 못했다.

「200 생명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인간보다 2배나 많은 생명 포인트를 줬다. 그렇다고 저 괴물이 아까 상대한 남자들보다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 숲은 개인적인 강함이 아닌 종류에 따라 포인트가 매겨진다. 인간이란 종족 자체가 100 생명 포인트일 뿐이다.

‘굳이 인간을 찾아 죽일 필요는 없는 이유지.’

리 메이는 도전자들끼리 협력을 강조했지만, 이 공간에는 파티 플레이 개념이 없다. 괴물을 죽인 자만이 포인트를 얻는 구조다. 막타를 잘 쳐야 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방해된다.

나는 다른 곳으로 가려다 멈칫했다. 이쪽으로 오는 괴물의 기척이 또 느껴졌다.

‘피 냄새를 맡고 온 건가? 여기가 꿀 자리였군.’

화련비도를 손에 쥐고 전투를 준비했다.

목표는 최소 5만 생명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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