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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060화 (1,060/1,497)

〈 1060화 〉 1060. 신위

신전에 들어갈 때 교주가 바로 알아차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거리가 있었다.

‘회귀 전에 그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교주가 직접 마중 나왔지.’

강지우가 미리 연락해서가 아니라 신전의 출입을 교주가 감지한 것일지도 모른다. 들킨다면 바로 뒤돌아서 도망칠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도망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루시터를 이용해 모습을 감추고 문을 열고 신전의 공간에 들어갔는데 그 누구도 내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교주도 나오지 않았고, 문을 지키는 병사도 없었다.

‘너무 쉽잖아. 함정인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회귀 전에는 제법 삼엄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회귀 전과 다른 점은…. 그렇군. 지금 전 세계에 있는 광원교 지부가 공격받고 있으니까. 본교인 신전 쪽도 정신없는 거야.’

나는 신전에 들어가지 않고 그 주위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신전을 몰래 훔쳐봤다. 신도들이 뛰어다닌다. 매우 바빠 보였다.

귀에 마나를 집중시켜 청각을 키웠다. 신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교주님!! 교주님은 어디에 계시나?!”

“교주님은 현재 영국 지부로 향하셨습니다!”

“영국? 지금 급한 건 미국이다! 미국 쪽의 제물이 묶여버렸다! 네 번째 인도자가 배교자들에게 살해당하셨다! 교주님의 힘이 필요하다! 교주님은 언제 돌아오시지?!”

“못해도 3시간은 걸릴 겁니다. 그런데 배교자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말이 된다. 광신님의 힘에서 벗어난 놈들이 속출하고 있다!”

“여러분! 인도 지부가 위험합니다! 도와주십시오!”

“미국이 더 급해!”

“교주님은 영국으로 가셨습니다! 교주님은 지금 신전에 없으시단 말입니다! 좀 알아서 하십시오!”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원이!”

“빌어먹을. 신위 의식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여러분 여기 계셨군요! 중국 지부에 협회와 공안이 들이닥쳤습니다! 필사적으로 농성하고는 있으나 곧 한계에….”

“지원할 여력이 없습니다. 알아서 하십시오.”

“버릴 건 버려야죠. 지금은 미국 지부에 집중할 때입니다.”

“아니, 지금 중국을 무시합니까? 중국의 인구수가 얼마인지 아시잖습니까. 게다가 다른 국가보다 더 활동하기 편합니다! 교주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교주님과 대화해야겠습니다!”

“교주님은 영국으로 가셨습니다. 제발 부탁이니 닥쳐주십시오!”

“광신이시여…!”

신도들의 대화를 엿들은 나는 씨익 웃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겠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금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전 세계에 지부를 설립한 건 제물을 납치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란 거지.’

중요한 건 지금 교주는 신전에 없다.

‘교주만 아니라면 다른 위험한 놈은 없지. 아, 있긴 있군. 제물 관리자. 근데 그 괴물 거미 놈은 제물 관리에만 신경 쓰고 있는 느낌이니 직접 건들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을 거야.’

나는 은밀하게 움직여 신전에 폭탄을 설치했다. 그 후에는 신전 밖의 숲 속으로 들어갔다.

•••

며칠 동안 숲 속에 숨어서 신전의 동향을 지켜봤다. 교주가 돌아오자 혼란스러웠던 신전은 안정되었다. 이후 교주는 신전 안에 틀어박혔다. 전 세계에 있는 광원교의 지부는 모두 정리된 모양이다.

6월 13일 일요일.

홋카이도 침식 던전에 이중 던전이 나타날 시간이 되었다.

기이이잉. 기이잉.

공간이 비틀리는 소리가 났다.

‘게이트 출연의 징조인가.’

나는 게이트가 나타나는 장소를 쳐다봤다. 공간이 뒤틀리고 있었다. 장소는 회귀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게이트가 열리면 한하린이 들어올 것이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일루시터를 사용해 몸을 투명하게 만들며 기척을 최대한 없앴다.

“…….”

신도들과 함께 교주가 나타났다. 교주는 일그러지는 공간을 지켜봤다.

“또 문이 열리는구나. 이 또한 광신님의 뜻이니…. 문의 위치는 일본의 홋카이도다. 신도들을 시켜 홋카이도에 대한 정보를 2시간 내로 가져오거라.”

“…저. 교주님. 2시간은 너무 촉박합니다. 현재 일본 지부는 궤멸한 상태인지라… 자세히 알아보려면 하루의 시간은 필요합니다.”

“문은 3시간 뒤에 열릴 것이다.”

“…….”

“쯧. 내가 직접 움직여야겠군.”

교주와 신도들이 떠났다.

그리고 2시간 뒤에 제물 관리자가 나타났다. 3개의 여자 얼굴, 등에 주렁주렁 달린 유방 6개. 회귀 전에 본 거미 괴물이었다.

제물 관리자는 일그러진 공간 앞에 꼼짝하지 않고 서서는 가만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등에 달린 유방에서 투명한 액체가 흐른다. 마취제다.

‘내 생각대로 제물 관리자를 움직였군. 저 마취제를 맡으면 들어오자마자 바로 잠들어 버리겠지.’

키이이이이잉.

공간이 찢어지더니 게이트가 열렸다.

제물 관리자는 게이트를 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2시간이 추가로 지난 뒤, 일렁이는 게이트를 통해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월 길드의 공략대다.

“허억! 처음 보는 몬스터다!”

“바로 전투 준비!”

“흐윽…. 갑자기 몸이….”

털썩털썩털썩.

게이트에서 나오는 순서대로 마취되어 바닥에 쓰러진다.

한하린은 거의 마지막쯤에 나타났다. 그녀는 다른 이들과 달리 바로 뻗지 않았다. 내가 알려준 대로 마취제에 대한 대비를 한 것이다.

‘중력 조작 능력으로 몸 주위에 배리어를 친 건가. 마취제가 몸에 닿지 않는 거지.’

가만히 있던 제물 관리자가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하린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나도 움직였다. 거미 괴물은 한하린 혼자서 상대하기엔 힘든 상대니까.

콰앙!

보이지 않는 중력에 얻어맞은 거미 괴물이 튕겨 나간다. 의외로 한하린이 선전했다. 거미 괴물이 몇 번 바닥을 구르다 몸을 일으킨다.

파지직.

내 몸 주위에 전류가 튀었다.

‘섬뢰. 가속. 찰나.’

섬뢰의 부작용으로 다리가 삐걱거렸다. 허나 겨우 이 정도로 멈출 수는 없었다. 거미 괴물의 등을 접한 나는 있는 힘을 다해 화련비도를 휘둘러 거미 괴물의 머리를 베어냈다.

다소 허무한 거미 괴물의 최후였다. 거미 괴물의 몸까지 갈라 확인사살을 끝마쳤다. 거미 괴물의 몸에는 마석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린아! 괜찮아?!”

거미 괴물의 시체를 뒤로하고 한하린에게 달려갔다.

한하린은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멀쩡하니 호들갑 떨지 마. 생각했던 것보다 별거 아니었어.”

“그야 마취제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 그렇지. 몰랐다면 그대로 당했을 거야.”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 거야?”

“도망가서 숨자. 하루의 시간이 필요해.”

한하린이 땅바닥에 널브러진 헌터들을 바라봤다.

“……이 사람들을 내버려 두고? 성유진, 썩어 있는 건 수월 길드의 간부들이야. 이 사람들과는 관련 없어.”

“그건 나도 알지만, 그들 모두를 챙길 시간은 없어. 그리고 광원교가 이들을 바로 제물로 쓰는 것도 아니야. 이미 준비된 제물이 많고 모종의 준비도 필요한 모양이니까.”

솔직히 나로서는 이들이 제물로 죽든 말든 관심 없었다. 내게 중요한 건 한하린이니까.

“…….”

한하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물로 죽어가는 자들이 있다는 걸 떠올리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동정심 때문에 계획을 엎을 수는 없다. 광원교는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꼭 내일까지 숨어 있어야 해?”

“확실히 하려면 그래야 해.”

한하린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숲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게이트를 지켜봤다.

몇 시간 뒤에 교주와 신도들이 나타났다. 제물 관리자가 나타나지 않으니 확인하러 온 것이다. 그들은 거미 괴물의 시체를 보고 경악하더니 곧 아주 조심스럽게 거미 괴물의 사체를 수습했다. 신도들이 기절한 공략대원들을 데리고 신전으로 향했다. 일부 신도들이 무기를 들고 게이트 앞에 진을 쳤다.

나는 굳은 얼굴의 한하린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한하린은 끌려간 공략대원들이 걱정되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녀가 내 옆에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하린아. 피곤하지? 저쪽으로 가자. 괜찮은 곳을 알아뒀어. 거기라면 편하게 쉬어도 될 거야.”

“알았어.”

숲의 구석진 곳에 준비해 둔 텐트가 있었다.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가 좁다. 둘이 들어왔는데 공간이 가득 찼다. 어쩔 수 없었다. 텐트가 너무 크면 적들에게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나는 텐트 바닥에 미리 깔아둔 매트 위로 몸을 던졌다. 푹신한 감촉에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린다.

내 옆에 앉은 한하린은 텐트 밖을 바라봤다. 나와는 달리 쉽게 긴장을 풀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팔로 감싸고 그녀를 내 품에 안았다. 내게 안겨 눕게 된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그녀의 따뜻한 숨결도 목덜미에 느껴진다.

“…….”

“…….”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잠깐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를 끌어안은 손에 약간 더 힘을 줬다. 한하린의 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축 늘어졌다. 이제야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입술이 맞닿았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혀가 섞인다. 한하린이 길쭉한 양팔로 내 머리를 감쌌고, 내 손은 그녀의 허리에서 가슴 쪽으로 향했다.

여기서 한하린이 내 손을 거부할 거라 생각했다. 의외로 고지식한 그녀는 지금 상황에서 몸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예상은 빗나갔다. 그녀는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하아, 하아….”

흥분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알몸이 된 우리는 서로의 몸을 쓰다듬고 부딪쳤다. 다소 거친 애무였다. 한하린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보지로 내 자지를 비볐고, 나는 양손으로 그녀의 커다란 젖가슴을 주물렀다. 손바닥을 찌르는 젖꼭지가 단단하다.

“이제 됐잖아. 넣어줘.”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했다. 한하린은 손을 움직여 내 자지를 잡고 자신의 보지에 귀두를 조준했다.

“왜 안 움직여? 또 그걸 원하는 거야?”

한하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내 아래에 깔려 불만스럽게 찡그리는 얼굴이 귀엽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게 느껴졌다.

“하린아.”

“…왜?”

“날 사랑해?”

“…….”

한하린이 얼굴을 붉혔다. 눈동자가 흔들린다. 노골적인 질문에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섹스에 흥분하면 온갖 추잡한 말을 내뱉지만, 지금은 아직 삽입도 하지 않은 상태다.

“…알면서 묻지 마.”

“모르니까 묻는 거야. 대답해줘.”

한하린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랑해. 네가 싫었다면 이러지도 않았어.”

“언제부터?”

보지가 움찔움찔거렸다. 귀두가 닿은 상태이기에 보지 상태가 아주 잘 느껴졌다.

“…나도 몰라. 깨닫고 보니 널 사랑하고 있었어. ……너는?”

“나도 똑같아. 하린아, 사랑해.”

사랑을 속삭이며 자지를 삽입했다.

“흐으으으응…!”

평소와 달랐다. 질벽이 움찔움찔 조여온다. 한하린은 삽입하자마자 절정을 느낀 것이다. 한하린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 넣자마자 절정을 느낀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표정을 관리하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쇄골에서부터 시작하여 젖가슴을 천천히 핥았다.

“아앗, 아아아아앙!”

반응이 좋았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그녀를 조교한 보람을 느낀다.

찌걱찌걱찌걱.

결합부에서 나는 소리는 규칙적이었다.

“하아아앙… 유진아…!”

•••

다음날.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광대 가면을 꺼내 얼굴에 썼다. 적광 놀이를 할 생각은 없었다. 순수하게 얼굴을 숨기기 위한 목적이다.

한하린과는 떨어져서 활동하게 된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녀도 방심하지 않을 테고, 신전에서 가장 위험한 교주는 내가 죽일 테니까. 그리고 확실한 원군을 이미 불렀다. 여기까지 온 이상 광원교는 이미 끝났다고 보면 된다.

‘왔군.’

저 멀리 게이트를 통해 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나타나자마자 광신도들과 전투를 벌였다.

아마츠카 코요리.

일본의 S급 헌터.

회귀 전에는 여러 이유 등으로 찾아오지 못했지만, 지금의 그녀는 달랐다.

‘예언이 떨어졌는데 움직이지 못할 수가 없지. 총리는 이미 일본 멸망 예언을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까.’

나는 스마트폰에서 하나의 어플을 켰다. 화면 중심에 있는 붉은색 버튼을 가볍게 터치한다.

콰앙! 쾅쾅쾅!

폭발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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