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52화 (1,052/1,497)

〈 1052화 〉 1052. 신위

나는 강지우에게 계속 정보를 캐물었다.

광원교의 지부 위치. 광원교와 관련된 정치인. 광원교의 납치 방식 등등. 온갖 정보를 들었다.

“…그렇게 광원교의 정보를 나불거려도 되나?”

“괜찮아요. 유진 씨는 귀인이시니까요.”

귀인.

내가 교주를 죽이고 싶어 하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나를 귀인 취급한다.

“교주를 죽일 방법은 정말 없나?”

“지금의 교주님은 죽지 않아요. 하지만 미래에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귀인님에겐 가능한 방법이 하나 있어요.”

“그 방법을 말해.”

“광신님께 부탁하는 거예요. 광신님은 귀인님께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시니 아마 들어주실 거예요.”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광신은 내 적이었다. 한하린이 죽게 된 것도 본질적으로 광신의 탓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 와서 알아차린 건데, 광신의 세상이 멀쩡할 리가 없다. 미녀도 괴물로 변할 것이다. 내가 사도가 되면 교주처럼 촉수 괴물이 되겠지. 난 촉수 괴물이 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다.

“……그 외의 방법은?”

“없어요. 신위 의식이 다가오면서 교주님의 불사는 완전해졌어요. 광신님이 지구에 가까워졌다는 증거지요.”

강지우가 단언했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만약. 만약에 지금이 아니라 과거라면 어떻지? 대충 한 달 전의 교주라면… 죽일 방법이 있나?”

“흐음. 그런 가정이 의미 있나요?”

“내겐 있어.”

“유진 씨가 원하시니 말씀해드려야죠. 한 달 전이면…. 네. 방법이 있네요. 교주님의 힘은 광신님. 그리고 이 신전과 연동되어 있으니까요. 간단하게 말해서 이 신전을 부수면 교주님의 힘도 약해져요. 지금은 신전을 부숴도 교주님은 아무렇지 않으시겠지만요.”

교주를 죽일 방법을 알아냈다. 맥이 빠질 정도로 쉽게 알아냈다.

“신전으로 오는 입구. 일본에만 있는 건 아니지?”

“네. 맞아요. 세계 여러 곳에 신전 입구가 있어요. 최근에는 새로운 입구가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다른 입구는 어디에 있지?”

“전 일본에 있는 입구를 제외하곤 몰라요. 다른 인도자들이 알고 있죠.”

“그래.”

내가 검을 쥐었다. 강지우는 도망치지도, 놀라지도 않으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유진 씨. 저를 죽이실 건가요?”

한하린의 시체를 보고서 결심했다.

“광원교를 전부 죽이기로 했다. 너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야.”

“그렇군요. 그럼 기꺼이 제 죽음을 받아들일게요.”

“왜지? 살고 싶지 않나?”

“살고 싶어요. 하지만 유진 씨의 뜻이잖아요. 즉, 광신님의 뜻이니 기쁜 마음으로 죽을게요.”

“미친년.”

“아아. 광신이시여. 저를 거두어주시옵소서….”

서걱.

강지우의 목이 떨어졌다.

나는 착잡한 눈으로 강지우의 머리를 쳐다봤다. 비록 미친년이긴 했으나 나와 몇 번 몸을 섞은 여자였다. 그래서 속이 시원한 기분은 아니었다.

강지우의 시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내가 말했던 대로 광원교의 신도들을 보이는 족족 죽였다. 그럼에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신전의 구조는 대충 파악했다. 의식실을 제외하면 딱히 특별한 곳은 없어.’

나는 의식실로 향했다. 허나, 그 목적은 의식실이 아니다. 교주의 말에 따르면 신전 내에는 제물 관리실이 있다.

‘제물은 의식에 사용하니 의식실 근처에 제물 관리실이 있겠지.’

의식은 24시간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리고 2시간마다 제물을 바친다. 그러려면 가까운 곳에 제물 관리실이 있어야 한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번거로울 테니까.

신전 내부를 달리는 내 곁에는 오토 카메라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여긴가?’

의식실에서 조금 떨어진 복도 구석에 굳게 닫힌 철문이 있었다. 다른 곳은 불에 타거나, 부서져 엉망진창인데 이곳만큼은 다른 어떤 힘에 보호받는 것처럼 멀쩡했다.

나는 굳게 닫힌 철문을 열었다.

의식실에서는 문을 열자마자 피비린내가 났다. 이곳에는 희미한 소독약 냄새가 났다.

“……!!”

나체의 인간들이 통에 담겨 있었다. 통 안에는 투명한 물이 들어 있었다.

‘의식은 없는 것 같지만 살아 있다. 평범한 물이 아니군.’

그 숫자만 따져도 어림잡아 1,000명이 넘어간다. 어린아이와 성인 남녀가 보인다. 한 번 둘러본 결과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제물로 사용하려고 늙은이는 일부러 뺀 것 같았다.

통 밖에 나와 있는 인간도 있었다. 마치 줄을 서듯이 나열해 있었다. 나는 이들의 나열순이 제물의 순서임을 알았다. 가장 앞에 있는 인간이 다음 시간의 제물인 것이다.

나는 기절해 있는 제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금발 여자였다. 가슴은 D컵으로 제법 컸다. 피부는 하얗고, 몸에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살아 있다.’

마취되어 기절한 것 같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치다. 제물이 깨어나서 난리를 치면 일이 귀찮아질 테니까. 한두 명이라면 몰라도 여긴 수백 명의 제물이 물건처럼 모여 있으니까.

“츠으으읍. 츠으으읍….”

천장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깜짝 놀라서 몸이 굳었다가 고개를 위로 올렸다.

거미 괴물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 외형이 괴이했다. 머리 부분에는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한 여자 얼굴 3개가 달려있었다. 6개의 눈동자가 나를 직시한다. 거미의 등 부분에는 여자의 유방 6개가 과일나무의 열매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다.

“네가 제물 관리자냐?”

교주가 촉수 괴물이었다. 제물 관리자가 거미 괴물이라 해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제물 관리는 무척 중요할 테니까. 보다 믿을 수 있는 존재가 관리를 맡는 게 당연하다.

거미 괴물이 나를 향해 뛰었다. 거미의 날카로운 다리들이 내 몸을 노린다. 나는 갑옷을 믿고 거미 괴물에 맞섰다.

카앙! 캉!

스톰브레이커 갑옷은 거미 다리에게서 나를 보호했다. 허나 완벽하진 않았다. 갑옷 일부가 꿰뚫리거나 찌그러졌다. 스톰브레이커의 강도는 내 실력에 비례한다. 즉, 거미 괴물은 나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견뎌냈으면 돼!’

빈틈을 노려 거미 괴물의 몸통에 검을 쑤셔 넣었다. 파지지직. 붉은 전류가 거미 괴물에게 흐른다.

“키에에에엑!”

거미 괴물이 소리 질렀다. 괴물의 등에 달린 6개의 유방에서 투명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나는 거미의 앞에 있었기에 액체가 몸에 닿는 일은 없었다.

“죽어라!!”

검에 힘을 준다. 검이 아래로 내려가다가 멈췄다. 베어내기 힘들었다.

‘내 힘이 빠지고 있다…. 젠장. 몸이 생각만큼 안 움직여.’

졸음이 몰려온다. 나는 거미가 내뿜은 액체가 일종의 마취제임을 알았다. 몸에 닿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의 성능을 발휘할지는 꿈에도 몰랐지만.

‘천심(天心)!’

졸음이 사라지고 신체 능력이 상승했다. 나는 그대로 검을 내려 거미의 몸을 갈랐다.

“케에에에엑….”

거미의 갈라진 몸에서 내장이 바닥으로 쏟아진다. 나는 내 쪽으로 쓰러지려는 거미의 몸통을 발로 찼다. 거미가 뒤로 넘어졌다. 교주처럼 불사신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거미 괴물은 그대로 절명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마취제 하나는 엄청나군. 천심이 없었다면 위험할 뻔했어.’

나는 서둘러 제물 관리실 밖으로 나갔다. 천심이 끝나자마자 마취 당해 기절하는 일은 없어야 했다.

밖으로 나온 나는 왼팔과 어깨 부위에서 뒤늦게 느껴지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다. 갑옷이 뚫리고 찌그러져 있었다. 조금만 더 늦게 괴물을 죽였다면 죽는 건 나였을지도 모른다.

‘신전 내부 구조는 대충 알았어. 하지만 겨우 이걸로 만족할 수는 없지. 최대한 정보를 긁어모을 필요가 있어.’

다음으로 알아야 할 건 신전이 있는 공간으로 향하는 출입구였다.

나는 조용히 신전 밖으로 나갔다. 신전 내에서는 전투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박수호와 교주가 싸우고 있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박수호가 저렇게 강했었나?’

여신의 힘 덕분인 것 같았다.

어쨌든 내겐 좋은 기회였다. 박수호가 교주와 전투를 벌여 시간을 끌어주는 덕분에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신전 밖으로 무작정 달렸다. 내가 강지우의 안내를 받아 왔던 곳이 아니었다. 다른 곳의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던전 게이트를 발견했다. 게이트 입구에는 10명이 넘는 신도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헌터 출신으로 보였다.

“오오! 귀인이시군요!”

“신전이 불타고 있다. 너희는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저희는 이 게이트를 지키고 있습니다. 약 2주 전에 나타난 입구지요. 허락받지 않은 자들이 이곳을 통해 나타납니다. 보통은 교주님이 입구를 없애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없애지 않더군요.”

“교주가 게이트를 없애지 않는 이유는 뭐지?”

“때가 가까워졌으니 바깥과 이어져 있는 편이 더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세히는 저희도 잘 모릅니다.”

“그런가. 방금 광신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너희의 목숨을 원한다고.”

“아아아! 광신님이 저희를 원하시는군요! 이렇게 황홀할 수가! 광신님! 저의 보잘것없는 생명을 받아주십시오!”

그들은 단검을 들어 제 목숨을 스스로 끊어 자살했다.

나는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공기가 확 바뀌었다.

우중충한 하늘과 고기처럼 물컹거리는 땅이 나를 반겼다. 섞은 냄새가 나는 어두운 숲이었다. 검은색 숲이 나를 반기고, 뼈만 남은 와이번이 우중충한 하늘을 날아다녔다. 언데드 몬스터다.

‘마을의 흔적이 있다. 원래는 숲이 아니라 마을이었군. 던전 안이라고 하기엔 마을 건물이 지나치게 현대적이야. 여긴… 침식 던전이군.’

아마 이곳은 홋카이도의 침식 던전일 것이다. 내 뒤에 있는 게이트와 한하린의 연관성을 생각하면 확실하다.

‘교주… 아니, 제물 관리자. 그 거미 괴물이 나서면 공략대 하나는 손쉽게 해치울 수 있어.’

제물 관리자의 마취는 나도 10초 이상 버티지 못할 정도다. 상태 이상 면역 효과의 천심이 아니었다면 그 괴물을 해치우지도 못했겠지.

나는 준비해둔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으려다가 멈췄다. 이 침식 던전에 대한 정보도 내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시간은 충분하니 돌아다녀보자. 일루시터가 있으니 몬스터에게 몸을 숨기는 건 어렵지 않지.’

게다가 몬스터는 언데드다. 언데드는 다른 몬스터에 비해 추적과 감지 능력이 떨어진다.

3시간 정도 돌아다니던 나는 사람을 발견했다.

침식 던전 주위를 지키고 있는 일본 헌터 협회 소속의 헌터였다.

“생존자다!!”

그들이 호들갑을 떨며 내게 다가왔다.

꼴을 보아하니 수월 길드의 2차 공략대도 전멸한 모양이다.

‘수월 길드… 이 무능한 새끼들. 니들이 잘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어. 자존심 부리지 않고 협회에 도움을 청했다면 하린이가 죽지 않고 구출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를 뿌득 갈며 일본 협회에 말했다.

“다른 분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설마…. 또 전멸한 겁니까? 대체 던전 게이트 안에는 어떤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있는 겁니까? A급 던전이 아니라 S급 던전입니까?”

나는 그들을 보며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수월 길드 소속의 류한솔입니다! 2차 공략대는 저를 제외하고 전멸했습니다! 저 게이트는 S급 던전입니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일보 직전입니다! 지원이! 지원이 필요합니다! 홋카이도가 위험합니다!”

모두의 얼굴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수월 길드가 있는 한국이 아닌 일본 협회다. 수월 길드 개개인에 대한 정보는 없을 것이다. 조사하더라도 시간이 걸리겠지. 그리고 S급 던전 브레이크의 정보를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

‘일본 협회의 지원 병력을 이끌고 신전에 다시 찾아가 다 쓸어버린다. 그리고 회귀하자.’

설령 의미 없는 일일지라도, 광원교 놈들이 죽는 꼴을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자세히! 자세히 말해주십시오! 던전 게이트 안에 무엇이 있었습니까?!”

“촉수 괴물과 거미 괴물이 있었습니다. 촉수 괴물은 죽여도 죽지 않고, 거미 괴물은 강력한 마취제를 뿌려서….”

나는 진실과 거짓을 섞어 말했다. 광원교에 대한 이야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지금 광원교에 대해 말해봤자 믿기 힘들다. 강력한 몬스터가 있고,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직전이란 걸 어필해야 한다. 일본 협회 입장에선 그게 더 급하고 심각한 일이니까.

“수월 길드의 2차 공략대까지 전멸했다…. 이건 보통일이 아니다! 협회에 연락하고, 홋카이도의 모든 길드에게 지원을 요청해라! 수월 길드가 실패한 일을 우리가 수습한다!”

수월 길드가 실패한 일을 도리어 좋아하는 것 같았다. 수월 길드의 명성을 깎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가 걸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에 쪽을 줄 수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그로부터 약 4시간이 지났다. 나는 수월 길드에 연락하는 척 하느라 바빴다. 도중에 백지은의 도움을 받아 신분을 증명했다. 이것도 나중에 알려질 일이지만….

‘나중은 없어. 회귀할 거니까.’

막 나가기로 했다.

A급 헌터 약 500명이 모였다. B급 이하의 헌터는 2,000명 넘게 모였다. 대규모의 인력이 모여들었다. 하늘에는 헬기까지 두둥실 떠다녔다. 방송국 헬기였다. 내 생각보다 일이 더 커졌다. 아무래도 좋았다.

“브리핑을 끝내고 바로 던전을 공략합니다. 게이트를 보고 측정한 결과는 A급 던전이지만, 한국의 2위 길드인 수월 길드가 공략을 2번이나 실패한 곳입니다. 변이 게이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난이도는 S급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일본 측 협회 직원이 브리핑을 시작할 때였다.

쿠우우우우우웅.

세상이 떨린다.

“지진?”

“이런 미친! 하필 지금 시기에?”

“아니야. 이건… 지진이 아니야! 뭔가가! 뭔가가 나타났다!”

일본 헌터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어마어마한 존재를 느끼며 숨을 삼켰다.

“저건 뭐냐…!”

“게이트가 커지고 있다고?”

“게이트가 검은색이잖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게이트가 찢어지며 거대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촉수.

기둥처럼 거대한 촉수 덩어리가 게이트 밖으로 천천히 빠져나온다. 시커먼 게이트 너머로 붉은 눈이 보인다. 그 거대한 존재감에 일본 헌터들은 입을 다물고 공포를 느꼈다.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박수호가 제물로 바쳐졌음은 물론이고 광원교의 신도들 모두 제물로 바쳐졌겠지. 어쩌면 교주 스스로가 희생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가 지구인가? 기분 좋구나. 다른 곳보다 더 풍부한 업이 느껴진다. 지구여, 진정한 주인을 맞이하라.

광신, 브라마센이 광기를 흩뿌렸다. 브라마센의 시선에는 광기가 담겨 있었다.

헌터들이 미쳤다.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으로 달아나거나,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멀쩡한 헌터는 나는 비롯해 30명도 되지 않는다. 허나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결국 그들 모두 미쳐버렸다.

-비록 완전한 강림이 아니긴 하나, 내 눈 하나를 감당할 줄이야. 역시 넌 특이한 인간이다. 성유진, 내 사도가 되어라. 네가 사랑하는 여인을 살려주겠다.

“닥쳐. 네 도움 없이도 한하린은 내가 살려. 그리고 넌 언젠간 내 손으로 죽여버린다.”

-기회를 줬음에도 걷어차는가. 멍청하구나. 네가 꼭 필요한 건 아니지. 이만 죽어라.

촉수가 날아온다. 길이는 1km가 훌쩍 넘고, 두께는 50M가 넘는다. 나는 [뱀파이어 형사] 세계의 드론을 소환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갈 땐 가더라도 한 방 먹여야지.’

인벤토리에서 전술핵을 소환해 떨어뜨렸다.

도시 하나는 가볍게 없애버리는 [뱀파이어 형사] 세계의 전술핵이다.

직후,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어 고급 여관에 나타났다. 나는 여관을 덮치는 거대한 열기를 스톰브레이커 갑옷을 믿고 버텼다. 여관은 충격에 쓸려나갔으나 나는 버텼다.

“……죽었나?”

자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놈은 멀쩡했다. 여기서도 보일 만큼 몸을 키웠다. 붉은 눈동자 2개가 이쪽을 쳐다본다. 눈동자 하나가 더 나타났다.

‘저것도 놈의 몸의 일부일 뿐이야.’

촉수가 뻗어온다. 촉수는 점점 커져 50km가 넘어갔다.

촉수가 내게 닿기까지 시간이 아직 남았다.

“……대체 언제부터 준비했던 거냐?”

-네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준비했노라. 무력감을 느꼈나? 슬퍼말거라. 당연한 일이다.

“그래? 안 됐군. 결국, 실패하는 건 너일 테니까 말이야.”

거대한 촉수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지기 직전, 나는 30일 회귀권을 사용했다.

[30일 회귀 티켓을 사용합니다.]

[30일 전으로 회귀합니다.]

[유희 생활 어플은 회귀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나를 제외한 세계가 회귀하는 것이 보인다.

하늘의 구름이 반대로 돌아가고, 나를 죽이기 위해 커진 브라마센의 촉수가 줄어든다. 핵폭발의 충격으로 산산조각이 난 여관이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갔고, 핵폭발이 일어나기 전으로 변한다.

나는 의식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30일 전으로 회귀했습니다.]

익숙한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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