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8화 〉 1048. 신위
홋카이도에 도착했다.
숙소는 천연 온천이 있는 고급 여관이었다. 일본 내에서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유명한 여관이라고 한다.
‘확실히 고급 여관을 칭하는 만큼 대단히 깔끔하긴 해.’
나무로 만들어진 여관이었는데 귀족의 저택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으리으리하고 화려했다.
‘이 정도면 고급 호텔에 머무는 것보다 숙박비가 더 많이 나오겠는데?’
그래도 나는 무덤덤했다.
돈을 내는 건 내가 아니라 강지우였다. 물론 강지우 개인이 가진 돈이 아니라 광원교의 자금이다.
어쨌든 고급 여관에 들어온 우리는 천연 온천부터 즐기기로 했다.
남탕. 여탕. 그리고 혼탕.
강지우는 혼탕을 추천했다.
“이 여관에서 가장 좋은 온천은 혼탕이에요. 원래 혼탕이 전통이었으나, 세간의 변화에 맞춰 남탕과 여탕을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기왕 이곳에 왔으니 혼탕에 들어가요.”
반대는 없었다.
신도들은 애초에 강지우의 말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혼탕이 끌리던 참이었다. 다만 새로운 미녀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들지 않았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몰라도 여관에 손님이 별로 없어 보였으니까.
혼탕이긴 한데 탈의실은 따로 있었다. 나는 당당히 옷을 벗었다. 내 취미 중 하나가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이다. 내 자지를 본 남자들이 기죽는 걸 즐기기 위해서다. 아무튼, 나는 당당했다.
온천탕에는 세 명의 선객이 있었다. 중년 남성들이었다. 한 명은 대머리 문어에 다른 한 명은 안경 낀 수염이었다. 다른 한 명은 놀랍게도 여인이었다. 마찬가지로 중년의 나이다.
온천에 묵묵히 앉아 있는 그 세 명의 공통점은 몸에 문신을 했다는 거다. 이레즈미라고 하던가? 화려하고 위압적인 문신이었다. 실제로 박수호는 야쿠자들의 문신을 보고 쫄았는 지 얼굴이 딱딱했다.
‘헌터란 새끼가 야쿠자한테 쪼냐….’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박수호는 아직 새내기 헌터였으니까.
나와 박수호를 비롯한 광원교 남자들은 야쿠자들과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조용히 몸을 헹구고 온천 안으로 들어갔다.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맡기니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쌓인 피로는 별로 없지만.
‘평범하네. 백환 세계의 내 저택에 있는 목욕탕이 더 화려하고 좋은데.’
여자들을 기다리는 동안 눈앞에 있는 야쿠자 여자를 빤히 바라봤다. 얼굴은 중년답게 좀 늙었는데 몸매는 꽤 뛰어났다. 얼굴만 가리고 보면 30대 초반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가슴은 B컵에 봉긋하다. 유두가 진한 갈색이고 유방이 약간 처졌다. 어깨와 가슴에 이레즈미 문신이 있다.
가슴 아래 부위는 뿌연 온천수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어이.”
중년 여자가 나를 불렀다. 일부러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한 거친 목소리였다. 여자의 발기한 젖꼭지를 보고 있던 내가 시선을 위로 올렸다.
심기가 잔뜩 불편해진 것 같은 여자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남의 몸을 빤히 쳐다보는 건 매너가 아니다. 눈을 치워라. 눈을 뽑아 버리는 수가 있다.”
여자 야쿠자가 날 위협했다.
덩달아 내 기분도 더러워졌다. 내 눈알을 뽑겠다고만 하지 않았어도 순순히 시선을 돌렸을 것이다. 야쿠자 여자는 눈에 띄는 미인도 아니고 그냥 앞에 있길래 본 것뿐이니까.
“내가 뭘 보든 네가 뭔 상관이야. 그리고 내가 네 몸을 본 증거 있어? 어? 늙어빠진 여자 주제에 자의식 과잉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어이!”
“꼬노야로!!”
남자 야쿠자 2명이 온천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얼굴은 구겨진 휴지마냥 일그러졌다. 놈들이 일어서면서 더러운 것들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불쾌감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좆도 작은 쪽바리 새끼들이! 한 번 해봐? 어?!”
“이 자식 조센징인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군!”
여자 야쿠자까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본에 왔으면 일본의 법에 따라야 하는 법! 우리가 예의를 가르쳐주지!”
내 눈은 자연스럽게 여자 야쿠자의 사타구니 사이로 시선이 갔다. 수북한 보지털 때문에 보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 자식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군.”
“이런 놈은 주먹이 약이지.”
야쿠자들이 다가온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죽일 생각은 없다. 상대가 야쿠자라도 죽여버리면 일이 곤란해진다. 나는 헌터에다가 외국인이었으니까.
‘그래도 상대는 야쿠자니까 패놓는 건 괜찮겠지. 일본 경찰이 지랄할 것 같으면 공간 이동 주문서로 한국으로 튀면 돼. 그리고 여론전을 준비하는 거지.’
여론전은 내가 유리하다.
놈들은 야쿠자고 나는 관광 온 헌터니까. 머릿속으로 계획을 전부 세우고 주먹을 뻗으려는 찰나, 박수호가 내 팔을 잡았다.
“형! 유진 형! 진정해요! 상대는 일반인이에요!”
“…….”
나는 묘한 눈으로 박수호를 쳐다봤다.
다른 남자 신도들은 나를 말리기보다는 나랑 같이 싸우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상태다. 야쿠자들이 내 앞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멈춰선 이유가 그 때문이다. 쪽수에서 우리가 더 많으니까. 이쪽은 건장한 남자가 무려 7명이었다.
“박수호 너….”
말을 끝마치기 전에 여러 인기척이 이쪽으로 몰려온다. 여자들이었다. 알몸으로 기도하는 그녀들답게 몸에 수건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 상태로 당당하게 걸어온다.
남자 야쿠자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선두에선 강지우를 비롯한 미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짜증이 확 나서 대머리 야쿠자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쳤다. 찰진 소리가 울린다!
“이 새끼들이! 눈 안 깔아?!”
“꼬노야로오오오오!!”
야쿠자들이 달려들었다. 나는 주먹을 쥐고 야쿠자들을 하나, 하나 때려주었다. 힘 조절을 하느라 고생이었다. 그리고 여자 야쿠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미녀도 아닌데 봐줄 이유가 없었다.
두 눈에 멍이 들고 코피를 흘리는 야쿠자들은 온천 밖의 바닥에 도게자 했다. 순식간에 끝난 일에 강지우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봤다.
“…유진 씨. 이게 대체….”
“이 야쿠자들이 저를 무시했습니다! 광원교의 귀인인 저를 말입니다!”
강지우가 화들짝 놀랐다. 곧 그녀가 이를 꽉 깨물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귀, 귀인을 무시하다니! 귀인을 무시하는 행위는 광신님을 무시하는 행위나 다름없어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에요!”
“맞습니다!”
“처단이 필요해요!”
“이 자들에게 벌을 내려야 합니다!”
신도들이 하나같이 소리쳤다.
광신도 특유의 기괴한 광기가 느껴졌다. 야쿠자들도 그걸 느꼈는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벌을! 벌을 내려야 해요!”
박수호도 어느새 외치고 있었다.
신도들의 만장일치로 일이 결정되었다. 그들은 도게자하는 야쿠자들에게 달려가 주먹질과 발길질을 날렸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는 신도도 있었다.
“끄아아악!”
“그만!”
“살려, 살려주십시오!”
야쿠자들이 소리쳤다. 여기서 일본어를 아는 사람은 나와 강지우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강지우는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야쿠자들을 노려보며 일본어로 말했다.
“회개하세요! 회개하세요! 오직 회개만이 여러분이 살 방법입니다! 그리고 광신님께 기도하여 그 자비를 받으세요!!”
야쿠자들이 흘리는 피가 많아졌다. 슬슬 말리지 않으면 위험해 보였다.
“지우 씨. 저러다 야쿠자들이 죽으면 큰일입니다. 여기까지 하시죠. 저 멍청한 것들도 자신들의 죄를 알았을 겁니다.”
“유진 씨는 너무 자비로우시군요. 제가 봤을 때는 저들은 아직 반성하지 않고 있어요. 설령 죽더라도 저들에게 벌을 내릴 필요가 있어요.”
“아니. 진짜 죽으면….”
“괜찮아요. 세상 사람들은 저들의 죽음을 모를 테니까요. 이 료칸은 우리 광원교의 것이에요. 정확히는 일본 지부의 건물이지만…. 광원교 일본 지부도 저희를 도와줄 테죠.”
“그, 그렇습니까.”
뜻밖의 사실이었다.
광원교 일본 지부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는 몰라도 지금 광기를 보면 광원교는 사람 몇 명은 그냥 묻을 것 같았다.
‘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건 안 돼.’
나는 어떻게든 강지우와 신도들을 말렸다. 귀인이란 신분이 도움이 되었다. 곤죽이 된 야쿠자들은 두려워하며 몸을 떨었다.
“유진 씨. 당장 죽이지는 않겠지만… 회개가 필요해요. 이들은 나중에 광원교 일본 지부로 보내어 회개 교육을 실시할게요.”
회개가 아니라 세뇌겠지.
“뭐, 죽이지는 마십시오.”
사태가 진정되었다. 우리는 그제서야 느긋하게 온천을 즐겼다. 나는 강지우를 비롯한 여자들을 끼고 앉았다. 내 손은 그녀들의 은밀한 곳을 사정 없이 희롱했다.
“하으응.”
“아아앙….”
미녀들의 신음 소리는 듣기도 좋았다.
“유진 씨. 원하신다면 저 여자도 안아도 돼요. 저 여자도 유진 씨에게 봉사할 수 있어 기뻐할 거예요.”
강지우가 야쿠자 여자를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폭행당해 엉망이 된 얼굴은 아까보다 더 볼품없어졌고, 아까 도게자를 했을 때 보지를 봤는데 아주 시커멨다. 좆을 넣고 싶지 않은 보지였다.
“괜찮습니다. 그보다는 지우 씨의 보지를 맛보고 싶군요.”
“언제든지 제 보지를 사용하세요.”
“그럼 지금 맛볼까요.”
“아아아앙!”
나는 강지우의 등을 안고 온천에 앉았다. 내 위에 앉은 강지우의 보지에는 내 자지가 푹 들어가 있었다.
•••
여관에서 고급 일식을 먹고 한곳에 모였다.
원래 내 계획은 밤이 되면 따로 움직여 침식 던전에 찾아가려고 했다. 코요리를 통해 알아낸 바에 따르면 현재 머무는 여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
‘몰래 들어가서 확인하려고 했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는 일루시터를 이용해 투명한 상태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허나 저녁 식사 이후에 강지우가 우리를 모두 불러 모았다. 따로 움직이는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 같다.
강지우는 우리를 데리고 여관의 뒤쪽으로 향했다. 창고로 보이는 건물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지하로 이어진 비밀 통로가 있었다.
“여러분. 사실 여러분을 데려온 건 친목을 다지고 수련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어요.”
나는 강지우로부터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지우 씨.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귀인인 제게도 숨긴 것입니까?”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로 그녀에게 물었다. 강지우는 미안함이 담긴 눈으로 날 바라봤다.
“죄송해요, 유진 씨. 교주님의 명령이었던 지라… 어쩔 수 없었어요.”
“…….”
“유진 씨. 광원교 내에서 제 직함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일곱 번째 인도자. 라고 들었습니다.”
“네. 맞아요. 그 이름 그대로 신도분들을 인도하는 역할이지요. 그리고 지금 저는 맡은 일에 충실하여, 광신님과 교주님의 뜻을 받들어 여러분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어디로 말입니까?”
강지우의 미소가 짙어진다. 그녀는 광기의 신앙이 담긴 눈으로 비밀 통로 안쪽을 쳐다봤다.
“교주님이 있는 곳으로요. 그리고 광신님의 신위가 있는 곳으로요.”
“처음부터 말씀해주시지 그랬습니까.”
“죄송해요. 광신께서 그러면 안 된다고 신탁을 내리셨거든요.”
“신탁…. 꿈에서 말입니까?”
“네. 맞아요. 원래는 수호를 데려가라는 신탁이었지만… 수호를 통해 유진 씨를 알게 된 날에 새로운 신탁이 내려왔어요. 귀인인 유진 씨를 이곳으로 인도하라는 신탁이요.”
“…….”
나는 조용히 생감에 잠겼다.
감이 좋지 않았다.
좆됐다는 감각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광원교는 처음부터 나와 박수호를 노리고 있었던 거였다.
박수호가 꿈에서 봤다는 여자의 경고. 그리고 광신의 신탁. 광신의 존재를 인정하니 이야기가 맞물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좆됐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궁금하기도 했다. 이 통로 끝에는 대체 뭐가 있는지.
“여러분, 이제 가시죠. 제가 여러분을 광원교의 신전으로 인도할게요.”
나는 여차하면 공간 이동 주문서를 이용해 도망갈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