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7화 〉 1047. 신위
광원교의 섹스 파티 영상을 찍고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는 서양식이었다. 돈 좀 썼는지 고급 한우 스테이크와 와인을 대접했다.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스테이크는 너무 오래 구웠고, 와인은 싸구려였다.
썩 만족스럽지 않은 저녁 식사가 끝난 후에는 남은 일정이 하나 더 있었다. ‘의식’이라는 일정이다. 낮에 했던 기도회와는 좀 다른 모양이다.
나는 와인으로 입가심을 하는 박수호를 쳐다봤다. 섹스 파티를 한 이후부터 묘하게 기운이 없었다. 아마도 6번 연속으로 사정했기 때문이리라. 내겐 아무 문제 없는 일이지만, 평범한 남자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박수호. 왜 그렇게 힘이 없어? 그래 가지고 밤에 또 여친이랑 섹스할 수 있겠어?”
“세, 섹스를 그렇게 자주 하지 않아요. 제가 형 같은 변강쇠도 아니고….”
“그런데 왜 그래? 다른 여자랑 섹스하니 네 여친이 질리기라도 했어?”
“그건 절대 아니에요! 춘희를 향한 제 사랑은 진짜예요!”
“그래? 근데 아까 보니 다른 여자들이랑 잘도 섹스 하더구만.”
“귀인인 유진 형이 시킨 일이잖아요!”
나는 불신어린 눈으로 박수호를 바라봤다. 박수호의 연속 6번 사정. 섹스 파티에 참가한 상대측 여자는 총 6명이었다. 즉, 1명에게 1발씩 사정했다는 말이 된다.
“그럼 이유가 뭔데?”
“…뭔가.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분명 광신님의 뜻대로 행했는데 제가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요.”
나는 가늘게 뜬 눈으로 박수호를 바라봤다. 세뇌에 걸린 주제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뭔가 이상한 일이었다.
‘세뇌가 완벽하지 않나? 아니면 박수호의 능력과 관련된 건가?’
정답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한 여자가 박수호의 옆으로 다가왔다. 춘희. 박수호의 여자친구인 모아이다.
“수호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네가 다른 여자랑 섹스한 거는 괜찮아. 나도 다른 남자랑 섹스했고… 무엇보다 광신님의 뜻이었잖아? 우린 광신님께 봉사한 거야.”
모아이가 박수호의 팔짱을 끼고 그 귓가에 속삭였다.
“맞아. 우린 광신님께 봉사한 거야. 그런데 너, 섹스 잘하더라? 춘희야. 내가 얘랑 섹스해도 되지?”
돌하르방이 나타났다. B컵 가슴으로 박수호의 후두부를 끌어안는다. 박수호는 침을 꼴깍 삼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박수호가 얼굴을 붉히는 꼬라지를 보니 주먹이 마려웠다.
“아. 언니. 언니는 괜찮아요. 수호도 좋아하는 것 같고요.”
모아이가 쿨하게 허락했다. 그 개방적인 사고방식에 나조차도 감탄한다. 소란을 느낀 것일까. 멀리 떨어져 있던 스핑크스도 합류했다.
“나도 끼워줘. 그거 알아? 수호랑 나랑 속궁합이 딱 이야. 한 번 더 확인해보고 싶은데… 수호야. 오늘 밤에 시간 괜찮아?”
“네, 네. 괜찮긴 한데….”
박수호가 모아이의 눈치를 살폈다. 모아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웃는다.
“아예 우리 넷이서 같이 하는 게 어때요?”
“나쁘지 않네.”
“의식 끝나고 우리 방으로 와. 수호야.”
“네, 네.”
붉은 얼굴의 박수호가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밤에 있을 하렘 섹스를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전혀 부럽지 않았다. 석상들이랑 4P 섹스를 할 바엔 차라리 창녀를 사고 말 것이다.
‘박수호. 이 새끼가 얼굴을 붉히니 기분이 확 더러워지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때릴까 말까 고민했다.
“귀인. 혹시 관심 있으세요? 귀인도 함께하지 않으실래요?”
모아이가 내게 물었다. 나는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밤에 강지우 씨와 따로 만나기로 했습니다.”
방금 내가 정했다. 강지우는 아마 거부하지 못하리라.
“아… 인도자님과…. 그러시구나.”
모아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호와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다른 여자 2명이 그에 맞장구치고 박수호는 실실 웃는다.
‘…알겠다. 이 여자들은 박수호 전담이군.’
내가 특별 취급을 받듯이 박수호도 특별 취급을 받고 있다. 다만 나와는 좀 다르다. 나는 귀인이다. 일종의 VVVIP다. 광원교의 어떤 신도도 내 말을 거부하지 못한다.
반면에 박수호는 관심 병사 느낌이다. 특별한 존중이 아니라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대상.
‘이상한 일은 아니야. 박수호는 저 꼬라지이니 자기 능력에 관해서도 다 불었겠지.’
박수호의 능력은 이곳에서 숨기기 힘들었다. 당장 그가 입고 있는 헐렁한 수련복 사이로 움직이는 문신이 보이니까.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능력. 세상에 알려지면 세상이 뒤집힐 정도로 특별한 능력인데…. 광원교는 조용하군. 관심이 없는 건가? 아니면 광원교의 입장에선 그리 놀라운 능력이 아닌 건가?’
박수호의 세뇌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뭐라 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세뇌의 원인이라 생각되는 건물들을 박살 내면 돌아올까?
‘그리 쉽진 않겠지. 차라리 세뇌 해제 전문가를 부르는 편이 더 나아.’
세뇌를 거는 능력이 있다면, 세뇌를 푸는 능력도 존재하는 법이다.
‘증거부터 쌓자. 한 번에 무너뜨리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해.’
•••
저녁 식사 이후의 ‘의식’도 강당에서 진행되었다.
의식도 알몸 기도회와 마찬가지로 관리자들이 스마트폰을 거뒀다. 그리고 입구에서부터 옷을 벗고 들어가라고 했다.
“귀인님은 벗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뇨. 저도 광원교의 신도입니다. 벗어서 태초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가야지요.”
나는 옷을 벗고 마찬가지로 알몸인 강지우의 옆에 섰다. 의식 준비를 하는 그녀의 뒤에 다가가 자지를 허벅지 사이에 찔렀다.
“흐웃, 유진 씨…?”
“광신님의 계시가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지우 씨는 할 일을 하면 됩니다.”
“그렇군요…. 하응앗….”
성감 고조를 사용해 빠르게 보지를 젖게 했다. 1분도 되지 않아 질척해진 보지에 자지를 푹 찔러 넣었다. 자지를 감싸는 쫀쫀한 질벽을 느끼며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찌그윽, 찌그읏.
강지우는 자지가 박히는 와중에도 정말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했다. 관리자들을 시켜 분위기를 잡았다. 지금은 해가 진 밤인데도 강당 창문에 커튼을 쳤다.
형광등을 켜지 않은 강당은 어두컴컴했다. 관리자들은 라이터로 초에 불을 붙였다. 초를 여기저기 배치한다. 음산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찌걱, 찌극!
“하윽, 앙!”
나는 강지우의 보지를 쑤시고 가슴을 만지며 지켜봤다.
‘사악한 의식을 할 것 같은 분위기로군.’
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그런 사악한 의식이 떠오른다.
“하읏…, 유진 씨. 슬슬 의식을 시작해야 해요…. 앙….”
“아. 그렇군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사정할 테니…!”
나는 굴곡진 허리와 이어진 그녀의 골반을 꽉 잡았다. 자지를 깊숙이 찔러 넣고 정액을 사정했다. 강지우의 몸이 움찔거리며 보지가 수축한다. 그녀 또한 절정을 느낀 것이다.
“흐으아아아아….”
자지를 빼내자마자 그녀의 보지에서 하얀 정액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강지우는 개의치 않았다. 쾌락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강단 중심에 준비된 제단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보지에서 하얀 정액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오토 카메라를 소환했다.
[오토 카메라
뛰어난 인공지능을 갖춘 오토 카메라는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고화질의 영상을 찍습니다. 오토 카메라는 주인의 뇌파를 읽어 움직입니다. 주인 등록이 필요합니다.
가격: 900 포인트
※주의
충전이 필요합니다. 전기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최대 36시간 동안 가동합니다.]
오토 카메라는 드론과 비슷하지만 달랐다. 우선 내 뇌파에 따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고, 크기가 작았으며, 드론과 달리 소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지금 강당은 어두운 상태야. 오토 카메라를 눈치채지 못할 거야.’
설령 오토 카메라를 들키더라도 내 것이 아니라고 발뺌하면 된다.
의식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제단 위에서 춤을 췄다.
요즘 유행하는 제로투 춤이나 아이돌 걸그룹 춤이 아니었다.
한 손에 은은하게 빛나는 칼을 쥐고 고풍스럽게 움직였다. 예스러운 춤이었다. 동시에 우아하며 경건한 춤이었다.
‘오우. 보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내 정액이 아니었다면 더 완벽했을 텐데.’
정액이 얼마나 끈적한지 춤을 추는데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어쩌다 떨어져도 새로운 정액이 보지 밖으로 나와 대롱대롱 흔들린다.
‘시선을 끄는 광경이긴 해.’
강지우의 몸이 땀에 젖어 번들거릴 쯤이었다.
관리자들이 제단으로 올라간다. 나는 그들의 손에 들린 것들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개, 고양이, 돼지, 고블린.
살아 있는 생물들이 단단히 구속되어 있었다. 저것들을 왜 데려오는가. 그 이유는 뻔했다.
칼을 쥔 강지우의 손이 움직이며 개의 목을 쳤다. 개의 머리가 깔끔하게 베인다. 강지우의 실력이 아니다. 강지우는 각성자가 아니니까. 그녀의 신체 능력은 평범한 일반인 수준이었다.
‘저 칼이 특별한 물건이야. 힘을 주기 힘든 엉성한 자세였는데 두부 자르듯이 개의 머리를 잘라버릴 줄이야.’
붉은 피가 제단 아래로 퍼져나간다. 비릿한 혈향도 함께 느껴졌다.
이어서 고양이가 죽고 돼지가 죽는다.
‘자세는 엉성해도 많이 해본 티가 나는군.’
고블린이 참수되었다. 그녀는 피투성이 제단 위에서 여전히 춤을 췄고, 신도들은 제단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기본적으로 몬스터 생포는 불법인데…. 협회가 알면 난리 치겠군.’
땀투성이의 강지우가 멈췄다.
‘끝났나?’
아니었다. 강지우는 칼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그었다. 피가 주르륵 흐른다. 그녀는 그 상태로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가 회전할 때마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아아! 광신이시여!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광신이시여! 세상을 구원하소서!”
광기에 찬 음성이 울린다.
그로부터 5분 후에 의식이 끝났다. 자해했던 강지우는 아무렇지 않게 포션으로 치료했다.
“유진 씨. 의식은 어떠셨나요?”
강지우가 웃으며 물어왔다. 대놓고 불쾌한 티를 낼 수 없었다. 웃음을 연기하며 대답했다.
“대단했습니다. 광신님도 기뻐하실 겁니다.”
나는 시체가 놓인 제단을 힐끗거렸다. 동물과 몬스터. 저 제물들의 자리에 만약에 인간이 있다면?
‘사이비 중에서도 진짜 미친 사이비라는 거지. 뭐, 이 의식만으로도 세상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하겠지만.’
이후에 강지우의 방에서 강지우와 섹스를 하며 밤을 보냈다.
•••
6월 27일 일요일.
수련회 마지막 날이었다. 오전에 강지우의 설교와 짧은 기도회를 끝으로 수련회 일정이 모두 끝났다. 대다수의 신도는 일상으로 돌아갔으나, 남은 자들이 있었다. 20명가량 됐다. 박수호와 그 여친도 포함되었다.
강지우는 내게 말했다.
“유진 씨. 수련회 일정은 전부 끝났지만, 저희는 따로 홋카이도에서 함께 수련하기로 했어요. 괜찮으시다면 함께 가시지 않겠어요?”
박수호가 이전에 말했던 일이다. 주목적은 친목을 다지는 것이라고 했지.
나는 함께 가기로 한 사람들을 확인했다. 여자 쪽이 많았고 석상들을 제외하면 모두 미녀들이었다. 내가 미녀들을 좋아하는 걸 알고 배치한 것 같다.
“제가 함께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에요. 부디 꼭 부탁할게요. 유진 씨가 참석해주시면 멋진 일정이 될 거예요.”
“하하.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원래부터 그러려고 했다.
일본의 홋카이도에 발생한 이중 던전과 광원교. 나는 둘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연관성이 없었다. 던전은 자연 발생하는 재앙 같은 거니까.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백지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홋카이도에 간다며?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무슨 생각?”
“홋카이도에 나타난 던전에 들어가는 짓 말이야.”
“거기 일본 협회가 통제하고 있잖아. 이번엔 그냥 아는 동생이랑 함께 가는 것뿐이야.”
“하아. 되지도 않는 변명은 집어치워.”
“…막을 거야?”
“내겐 널 막을 방법이 없어. 넌 범죄자도 아니니까. 그리고… 네가 말했던 대로 홋카이도의 던전은 일본 헌터 협회가 통제하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가 통화를 끊었다.
백지은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