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2화 〉 1042. 신위
“성유진. 잘 들어. 아무것도 하지 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수월 길드에 대한 정보도 너만 알고 있어. 지금 수월 길드는 궁지에 몰려 있어. 지금껏 쌓아온 좋은 이미지와 명성이 와르르 무너질 위기야. 잔뜩 독 오른 맹수는 건드리는 거 아니야. 알아들었지?”
백지은이 다급하게 말했다.
물론 그녀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안다. 내가 수월 길드에 적대감을 가지고 이 정보를 언론에 뿌리는 걸 걱정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수월 길드와 친분이 있다. 정확하게는 한아영과 한하린을 통해 맺게 된 인맥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이다. 수월 길드는 언제든 나를 적대할 수 있다.
‘촉망받는 헌터라고 해서 한국 2위의 수월 길드를 적으로 돌리는 건 멍청한 짓이지.’
지금의 내 힘으로는 수월 길드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내가 속해 있는 ‘세븐 티어’ 길드는 듣보잡 수준이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쫄 줄 알고? 한아영이 던전에 나오자마자 바로 연락 돌린다.’
나는 이를 뿌득 갈았다. 헌터의 실종은 헌터계에선 흔히 있는 사고다. 그러나 수월 길드가 대처를 더 했더라면 한하린은 한국에 돌아와서 나랑 놀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성유진!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이상한 생각? 그런 거 안 해. 근데 왜 협회는 안 움직여?”
“…수월 길드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곳이야. 영향력도 막강하지.”
“그래도 한국 협회 정도는 아니잖아.”
“사회는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복잡하게 얽혀 있어. 너도 몇 년 지나면 내 말을 이해할 거야.”
백지은의 말을 안다.
[뱀파이어 형사] 세계와 [백환] 세계를 통해 직접 겪어 봤다.
“수월 길드가 수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떻게든 수습하겠지. 그들이 일본 침식 던전에 파견한 공략대에는 다름 아닌 한하린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한아영이 호주의 S급 던전을 공략 완료하기 전에 수습을 끝낼 거야. 그래야 한아영과 수월 길드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 테니까.”
한아영은 동생인 한하린을 많이 아끼는 편이다. 수월 길드도 물론 그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수월 길드는 세상에 알리고 협회에 도움을 청하는 것보다 스스로 수습하는 걸 택했어. 성공하면 명성이나 주가에 약간의 손실만 생기겠지.’
실패하면?
수월 길드와 한아영의 사이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현재 한아영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좋은 S급 헌터. 나이도 젊어서 그 미래까지 보장되어 있다. 이번 일은 수월 길드의 사활이 걸렸다.
“유진아. 내일은 새벽부터 일이 있어. 오전 6시까지 내 집으로 와. 알았지?”
백지은의 스케줄을 떠올려봤다. 내일 오전 10시에 방송 프로그램 출연이 있었다. 그걸 제외하면 오전 스케줄은 없다. 백지은은 내가 사고 칠까 봐 일찍 부르는 것이다.
“…알았어. 내일 오전 6시까지 갈게.”
“올 때 아메리카노 사와. 내가 얼죽아인건 너도 알지?”
“오케이.”
전화가 끊어졌다.
백지은은 내가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모양이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백지은에게도 인맥이 있듯이, 내게도 내 인맥이 있었다.
인벤토리에서 [넌 나의 섹스돌]을 꺼냈다. 이 인형에 인스톨된 대상은 아마츠카 코요리다. 일본의 S급 헌터이자, 후카 신사의 최고 무녀이다. 그녀는 S급 헌터가 되고 일본의 대형 길드 중 하나인 풍신 길드를 장악했다. 풍신 길드는 원래부터 후카 신사와 관련된 길드였기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헌터계와 정치계가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 의미로 아마츠카 코요리는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권력자이다.
“아마츠카 코요리는 지금 뭐 하고 있지?”
섹스돌과 연결된 스마트폰을 통해 아마츠카 코요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무녀복을 입은 그녀는 홀로 방에 앉아 조용히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바닥에 무릎 꿇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은 그 모습은 정숙했다. 식사를 하며 손을 움직이는데도 몸은 흔들리지 않았다. 무녀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성스럽게까지 느껴진다.
긴 검은 머리를 한데 묶은 하얀색 끈. 일본 특유의 하얀 상의와 붉은 치마의 무녀복. 깔끔하고 청초한 얼굴. 다시 봐도 미녀였다.
나는 섹스돌이 입고 있는 무녀복 상의를 풀어헤쳤다. 그러자 스마트폰 화면 속의 코요리의 무녀복도 흐트러졌다.
코요리가 놀란 듯 눈을 치뜬다. 그녀와 연결된 섹스돌도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섹스돌은 오랜만에 만지는 진짜 사람같은 감촉이야.’
상의를 벗기자 동그란 F컵 가슴이 출렁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연갈색의 유두가 피가 몰리듯 단단해진다.
“아읏…. 풍, 풍신 님! 제게 은혜를 내려주시는군요…! 이 아마츠카 코요리, 항상 목욕재계하며 풍신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흐응!”
[대상 동화율 최상, 자세 동화율 최상, 음성: ON]
동화율을 최상으로 해놔서 그런지 섹스돌은 인간과 똑같았다. 심지어 그녀의 입에서 일본어도 나온다.
나는 코요리의 가슴을 한참 주무르다가, 바지와 팬티를 벗어 자지를 꺼냈다. 그녀를 바닥에 눕히고 치마를 벗겼다. 이전에 내가 내렸던 명령대로 그녀는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매끈한 백지은의 보지와 달리 털이 수북했다.
모양 좋은 소음순의 색은 살짝 변색된 상태다. 코요리의 보지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클리토리스와 보지 속살은 분홍색이다. 보지는 이미 충분히 젖어 있었다.
자지를 찔러 넣었다.
푸욱 들어간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보지가 꽤 좁았다.
“하악! 풍신님! 풍신님…!”
그녀의 길고 하얀 허벅지를 잡고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철퍽철퍽철퍽. 살이 부딪히고 음모가 서로 마찰한다.
“하아앙! 앙! 풍신님…! 기다렸습니다, 풍신님! 아앙!”
청초한 일본 제일의 무녀의 얼굴이 음탕하게 일그러졌다. 나는 그녀의 헐떡이는 교성을 들으며 허리 속도를 높였다.
우선은 한 발 싸고 시작하자.
고환에서 정액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몸을 떨며 그녀의 보지 안에 사정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앙!”
동화율을 최상으로 설정한 덕분에 화면 속의 아마츠카 코요리의 보지에도 하얀 정액이 주르륵 흐르고 있다.
나는 시선을 내려 그녀의 복근을 쳐다봤다. 단련된 11자 복근은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하다. 검지를 그녀의 복근에 가져갔다.
“히이잇?! 신탁…! 신탁이군요! 네! 풍신님! 저는 신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검지를 움직여 그녀의 복근에 글자를 적는다.
‘한국의 수월 길드가 홋카이도에 파견됐다. 일본 협회와 수월 길드, 홋카이도에 나타난 침식 던전에 대해 알아보도록. 내일 이 시간에 찾아오겠다.’
라는 내용이었다.
“네! 풍신님!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 이 시간까지 알아내겠습니다! 부디 제게 풍신님의 은혜를 더 주세요!”
성실한 코요리는 잘해낼 것이다. 나는 그녀를 엎드리게 하여 둥근 엉덩이를 잡고 뒤치기를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앙!”
•••
6월 24일 목요일.
한동안 잠잠하던 박수호에게서 연락이 왔다.
박수호: 형. 머리가 아파요. 여기 뭔가 이상해요.
박수호: 광원교는 평범한 종교가 아니에요. 아무래도 여기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아요.
박수호: 형. 시간 괜찮으면 저 좀 도와주세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3일 전에는 여친을 자랑하며 광원교는 멀쩡한 곳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또 말이 달랐다.
나: 왜 그래? 네 여친은 어쩌고.
박수호: 여자친구요? 저 여친 없는데요?
나: 야. 메시지를 위로 올려봐. 네가 여자친구라고 자랑했잖아.
나: 혹시 다른 사람이 메시지를 보낸 거냐?
나: …그건 아닌데. 사진에 네가 찍혀 있잖아.
박수호: 아…. 머리가 아파서 기억이 잘 안 났어요. 여자친구. 네. 김춘희. 제 여자친구죠.
나: 뭐냐. 괜찮냐?
박수호: 컨디션이 좀 안 좋긴 해요. 광원교는 좋은 곳이에요. 다시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박수호: 형도 광원교에 오세요. 제가 소개팅 시켜 줄게요. 여기 예쁜 여성분들 많아요.
나: 네 여친 같은 여자들?
박수호: 네. 전부 춘희처럼 예뻐요. 성격도 좋아요. 그리고 우리 교회가 성적으로도 개방되어 있어요.
섹스 포교를 은근하게 말하고 있었다.
잠깐이지만 끌렸다. 섹스 포교에 대한 환상이 잠깐이지만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스마트폰을 두들겼다.
나: 야. 말만 그러지 말고 사진이나 찍어서 보내봐.
박수호: 잠시만요.
박수호: (사진)
박수호: 방금 찍은 사진이에요. 제 여친이랑 그 친구들이요. 예쁘죠?
“씨발. 돌겠네. 모아이에 돌하르방. 스핑크스까지 있네.”
이 여자들이 예쁘다고? 박수호는 맛이 간 게 틀림없었다.
나: 근데 왜 죄다 옷이 방금 벗은 것처럼 헐렁하냐.
박수호: 아. 방금 기도회를 했거든요.
나: 기도회? 그게 갑자기 왜 나와.
박수호: 광원교는 옷을 벗고 기도하거든요. 옷을 입으면 부정 타서 안 돼요. 사람은 태어날 때 알몸으로 태어나니, 알몸이 가장 순수하고 깨끗해요.
나: 남녀 따로 기도하나 보지?
박수호: 아뇨. 기도는 다 같이해요. 우리는 남녀를 떠나서 한 명의 모두 평등한 신도니까요.
박수호: 아. 맞다. 이거 비밀인데. 광원교 신도 외에 말하면 안 되는데…. 아, 모르겠다. 형이라면 비밀 지켜주시겠죠.
“와.”
감탄사가 절로 새어 나왔다.
수십, 수백 명이 알몸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말았다.
광원교는 사이비, 그 자체다.
‘좀 익숙하기도 하네. [레벨업 시스템] 세계에선 나도 사이비 종교의 교주였으니까.’
사이비 종교가 되면 편했다. 신도들이 알아서 떠받쳐 주니까. 어떻게 보면 왕 노릇보다 더 편했다. 돈이면 돈, 여자면 여자. 못하는 게 없었다.
나: 내가 볼 땐 넌 사이비 중독 초기야.
박수호: 형. 광원교는 사이비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뿐이지 아주 신묘한 종교예요. 형도 와서 직접 확인해보면 인식이 달라질 거예요.
나: 나 바쁜데. 부산에 내려갈 시간 없어.
박수호: 진짜 한 번만 와보세요. 그리고 이거 진짜 비밀인데. 우리 교회에 진짜 예쁜 누나 한 명 있어요.
기대가 전혀 되지 않았다.
박수호가 예쁘다는 기준은 이미 내 상식을 벗어났으니까.
박수호: (사진)
“헉! 뭐야! 왜 진짜 예쁜 여자냐?”
사진을 보고 두 눈이 동그래졌다. 청초한 외모에 뺨에 보조개가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전체적으로 귀여운 얼굴이고 몸매는 슬랜더했다. 팔다리도 길쭉하다.
박수호: 강지우 누나라고 광원교의 일곱 인도자 중 한 명이에요.
박수호: 여자 아이돌 그룹 출신이에요. 그룹이 망하고 광원교의 신도가 되었때요.
박수호: 형에 대해 얘기하니 형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대요.
재빠르게 인터넷에 강지우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3년 전에 올라온 인터넷 기사가 있었다. 그녀는 진짜 여자 아이돌 그룹 출신이었다. 인기가 없어서 그룹이 망해버린 케이스다.
나: 진짜 날 보고 싶다고?
섹스 포교!
이런 여자가 섹스 포교를 한다고?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섹스만 하고 종교에 안 들어가면 돼.’
박수호: 네. 내일 올 수 있어요?
나: …내일이랑 모레는 안 되고 일요일에 부산으로 내려갈게.
박수호: 아. 이거 어쩌죠. 우리 일요일에 일본으로 가요. 수련회 끝나고 친목을 다지기 위해 신도들이랑 일본에 가기로 했어요.
일본.
한하린이 실종된 곳. 나는 괜히 짜증이 나서 눈살을 찌푸렸다.
나: 일본? 일본 어디?
박수호: 홋카이도요. 연어가 유명하대요. 지우 누나를 비롯해 30명이 같이 갈 거예요.
홋카이도. 한하린이 실종된 침식 던전이 있는 곳.
‘……침식 던전은 홋카이도의 일부일 뿐이야. 던전 하나 때문에 홋카이도 전체가 위험한 건 아니야.’
우연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나: …토요일에 어떻게든 시간 내서 내려가 볼게.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
박수호: 네. 지우 누나한테 말했더니 기대된대요.
박수호: 근데 지우 누나보다 우리 춘희가 더 예쁘지 않아요? 코가 매력적이잖아요.
“미친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