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32화 (1,032/1,497)

EP.1032 3부 3장 19

창염의 피닉스로 있던 시절.

나는 성적으로 나름 개방적인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일선을 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얼마나 보수적인 인간이었는데.'

내가 사용하던 육체는 창염의, 신라의 육체였고, 그런 몸으로 함부로 다른 이와 섹스를 하거나 성행위를 할 수는 없었다.

만약 내가 성적으로 조금 개방되어있는 놈이었다면, 나는 분명 20년의 지구에서 창염에게 온갖 추잡스러운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히로인을 공략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자지로 해결하는 것!

-비록 몸은 창염의 몸이지만, 마력을 이용해 자지를 만들어내고 박으면 되는 거 아닐까?

-창염, 그렇게 해도 돼?

-푸흐흐, 어디 해볼테면 해보세요.

만약 내가 성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하렘레즈 후타나리 섹스피닉스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오직 창염만을 바라봤기에 나는 신라를 구할 수 있었고, 거의 일 년 동안 '아니 왜 섹스를 안 함?!' 소리를 들으며 버티고 또 버텼다.

그랬던 내가 이세계에 와서 야동을 생산하는 헤비 업로더다?

-고객님, 그런 게 취향이셨구나~

-단장님. 이런 거 전문 사이트, 이쪽 지구에도 만들어드릴까요?

-단장님, 개변태여씀?

"안 돼."

나는 그런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

테라의 상황이 상황이어서 그랬지만, 그들은 테라의 정령감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를 바라보게 될 터.

-아니, 씨발 그때는 존나게 철벽쳐놓고는 여기 와서 하는 짓이 뭐? 로맨섹스 판타지 드라마? 너 이 새끼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위험하다.

신라나 하랑이나 유나가 나를 도와주겠지만, 저쪽 세상에서 나를 죽이려고 들 사람은 차고 넘칠 터.

-2020년 1년 동안 하지 못한 섹스를 지금 마저 하겠어.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죽을 때까지 범할 거니까.

물리적으로 죽이지는 않겠지만, 착정하려고 들 게 뻔했다.

20년의 지구 사람 중에는 너무나 걱정스러운 사람들이 수두룩했고, 그중 가장 위험한 존재들이 지금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이러면 안 된다.

그래서 급히 나를 도와줄 이를 불렀다.

"포기하면 편하데이, 오빠야."

"왜?"

"이미 저지른 걸 뭐 어떻게 되돌릴 수 있나. 그냥 얌전히 포기하고 마 받아들여라. 악깡버 모르나?"

"내가 선택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

테라가 이 모양 이 꼴인 게 왜 나의 책임인가.

"테라 이야기가 아니라, 오빠야가 지금까지 한 짓을 생각해봐라."

"내가 뭘?"

"오빠야가 여자 몸으로 어장관리 한 게 한두 명인 줄 아나?"

"......."

유구무언.

"아니, 하랑아. 내가 어장관리 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 않아요?"

이제는 신라까지 옆에서 지원사격을 하고 나섰다.

"20년의 지구에서 당신이 한 행동들은 아주 사람을 답답하고 미치게 했으니까."

"오직 너만을 위해 그랬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너무 서운하지."

"미안해요. 하지만 당사자인 저는 괜찮아도, 주변에서 보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조금 신경은 써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푸흐흐."

신라는 하복부를 만지작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렘물로 따지면 지금 정실은 저지만, 이제 그 뒷 좌석에 누가 들어오냐 하는 문제라는 거죠."

"무슨 소리야?"

"삼처 사첩."

신라는 자신과 하랑, 유나를 가리켰다.

"지금 여기에 세 명의 처가 있으니, 첩자리를 두고 사람들이 서로 다툰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잖아요?"

"......."

삼처.

사첩.

숫자는 일곱.

마침 정령들의 숫자도 일곱이다.

우연이겠지만, 너무나도 악랄한 구성에 나는 등골이 괜히 서늘해졌다.

"그러니까 네 말은...사첩 자리에 지금 다른 정령들을 가득 채우자?"

"딱 맞네요. 광속성에 유하가 들어오면 되고, 어둠속성에 희아나 누리가 들어오면 되고, 음...."

신라는 턱을 긁적거렸다.

"풍속성은 당연히 김펜릴이어야할테고, 환속성은 가을이나 환룡이 하면 되겠네요."

"왜 김펜릴이야?"

"그럼 절풍을 해요?"

신라는 정색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풍을 첩으로 들인다? 저랑 이혼할 생각 하세요."

"신라야, 그런 얘기는 좀...."

"그거, 절혐아이가?"

"절혐이라뇨? 그런 거 아녜요. 이건 정당한 분노라고요."

신라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김펜릴이 정 그렇다면 아무나라도 상관 없어요. 오직 절풍만 아니면 돼요."

"나도 절풍과 그렇고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없어. 차라리...."

"차라리 뭐요?"

"...아니다, 아니야."

"뭔데요? 말 안 하면 오늘 딸기모유 안 먹여드림."

"블루베리우유도."

"......."

어떻게 이런 심각한 협박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손발이 덜덜 떨렸다.

"나중에 얘기해주면 되지 않겠어?"

"안 돼요. 지금 바로 얘기해주세요."

"...굳이 바람의 정령이 아니더라도, 바람의 나라 여신과 싱크로만 이루어지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신라와 하랑이가 눈을 반짝이며 서로를 바라봤다.

"그렇네요. 김펜릴만 오케이하면, 꼭 바람의 여신 자리에 평범한 인간도 들어갈 수 있기는 하네요."

"오빠야.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기다. 오빠야는 바람의 여신 자리에 누굴 넣고 싶은데?"

"왜 벌써 넣는다는 걸 가정하고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이래서야 꼭 내가 지금 일곱 명 하렘을 만든다는 걸 가정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지 않나.

"그리고 왜 마력 속성 별로 한 명씩 부인으로 삼는다고 그래? 나는 현대인이야. 삼처사첩은 커녕 중혼이 범죄인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그럼 어차피 지금 범죄자인 거, 그냥 테라에서 진짜로 성주하는 건 어때요?"

"그럼 되겠네. 오빠야, 내는 이 지구보다 익숙한 저쪽 지구가 훨씬 더 좋다."

"끙...."

성주라는 이름이 다소 가볍게 언급되는 것 같지만, 성주라는 존재의 위상은 보통 수준을 뛰어넘는다.

그도 그럴 게, 테라라는 별을 점령한 존재니까.

어라?

성주는 어쩌면...?

'아니지.'

놈은 유나를 상대로 음습한 생각을 가졌던 녀석이다.

결코 좋게 생각할 수 없다.

"하필이면 암흑여신의 나라로 와서 이게 무슨 개고생인지."

"오빠야, 그러니까 왜 물의 나라로 안 가는데? 거기부터 갔으면 오빠야 이런 꼴도 안 났을 거다. 흐흐."

"그러면 누리를 구하지 못했을걸? 그리고 네 어머니의 나라는 정상일 것 같아?"

"응, 울 엄마는 타락한 물정령임. 물의 여신 나라네 사정은 나도 모르는 일임."

"이게. 너 지금 로맨섹스 드라마 너랑 같이 제대로 안 찍었다고 그러는 거지? 응?"

"시즌2여주 자리 내한테 주면 오빠 도와줌."

"이게…."

석하랑은 완전히 급식이 되었다.

자꾸만 헤실거리는 게, 상당히 기뻐 보였다.

"너 하나만 해. 내가 지금 곤경에 처해서 좋은 거야, 아니면 20년의 지구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거야?"

"둘 다?"

"비중으로 따지면?"

"당연히 아는 사람들이랑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거지."

석하랑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헤실거렸다.

"누리도 그렇고, 유하 언니도 그렇고, 그쪽 지구 사람들도 그렇고. 내가 다 오빠야 만난다고 다시는 못 볼 각오했던 사람들인데 기분 당연히 좋지. 흐흥."

석하랑이 이렇게 좋아하는 건 임신을 확인한 순간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오빠야. 개인적으로 기대 안 되나?"

"뭐가?"

"엄마 남편한테 내 임신한 거 밝히는 거."

"......내가 무슨 유열러도 아니고, 그런 걸 기대하고 막 그러지는 않아."

"근데 게임에서는 와 신라가 그카는 거 가만히 놔둔 건데?"

"그건 게임이고, 이쪽은 현실이잖아."

현실과 게임은 엄연히 다르다.

게임 속 광검이 암컷이 되든 암타를 하든 촉수기계에 레이프를 당하든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20년의 지구 속 현실의 광검은 얘기가 다르다.

그는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가 제일 신경 쓰인다.

"하랑아. 생각해봐. 내가 피닉스였던 시절에 그 인간을 상대로 그렇게 긁어댔는데, 내가 지금 테라에서 일으킨 짓을 보면 뭐라고 하겠어?"

"저 새끼 내가 저럴 줄 알았다?"

"그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

답답함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광검에게 헤비 업로더 소리를 들을 바에는 차라리 내가 테라를 먹어버리는 게….

"그냥 내가 -성주-해버릴까?"

"뭐…?"

"아니, 여신들을 간부들로 만든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 아그라마인 사람들만 제정신으로…."

"좋은 생각이에요."

신라가 곁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음료를 건넸다.

"유나가 대지모신을 덮어쓰기 한 것처럼 저는 과거의 저를 덮어쓰기하고, 하랑이는 설야를 덮어쓰기하면 되겠네요."

"다른 여신들은?"

"뭐...어차피 20년의 지구랑 연결되었겠다."

퍗퍗.

신라는 두 손을 가볍게 부딪치며 미소 지었다.

"당신이 골라서 여신 만들면 되는 거 아닐까요?"

"......너, 또 하렘을 늘릴 생각이야?"

"제 하렘을 늘린다기보다는 당신의 하렘이 늘어나는 거죠. 잘 생각해봐요. 성주의 다크 레기온보다는 당신의 하렘 레기온이 더 테라에도 20년의 지구에도 더 유익하지 않겠어요?"

"끙…."

그냥 한 번 툭 던져본 말이었는데 왜 진짜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거지.

하지만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생각해봐요. 아그라마인에 당신이 한 일이 없었어도, 저들은 아그라마인을 보고 기겁을 했을 거예요."

"그건 맞다. 오빠야, 만약에 오빠야가 누리 발견 못하고 아그라마인 들어갔다고 생각해봐라. 바로 누리 피폐해지는기다."

"하긴."

평범한 성인도 테라 감수성을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이 많다.

다크 레기온의 간부들이 테라 감수성이 조금은 '빠진' 상태였다는 걸 고려하면, 테라는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바라보기 힘든 미지의 세계다.

"...무분별하게 테라로 넘어오는 20년 지구 사람들에게 테라 감수성은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게 아니지."

테라 감수성의 이해를 위해, 나는 특단의 방법을 내세워야 했다.

내가 아그라마인 사람들을 상대로 이런 짓을 저질러야 했을 당위성.

그건....

"......역시 방법은 그것뿐인가."

"뭔데요? 섹스?"

"아니...."

덮어씌우기.

"나는 착한 성주가 될 거고, 아그라마인에 야동을 뿌린 놈은 그 검은 놈으로 만드는 거지."

가능하다.

"암흑여신만 협조해주면, 불가능할 것도 없어."

그래.

암흑여신만.

"누명을 씌우자."

나쁜 건 모두 그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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