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23화 (1,023/1,497)

EP.1023 3부 3장 10

-이것은 섹스 그 자체다.

-지금부터 섹스에 관해 토론하겠습니다.

-일단 10발 이상 뺀 현자들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아직 횟수를 채우지 못했다면 횟수를 채우고 들어오십시오.

-격조 있는 회의를 위해 상반신은 정장으로, 하반신은 팬티만 입고 화상 채팅을 열겠습니다.

십만 포르노 투하.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여신님과의 섹스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평소에 야짤보고 치는 것보다 더 생동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자지는 내 것보다 훨씬 컸지만....

-앗

-앗

-아앗

아무튼.

시작을 유나와의 순애 섹스로 시작한 아그라마인 사람들의 반응에 몹시 만족스러웠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99%의 아그라마인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한 발이라도 뺐다면, 그건 충분히 고무적인 성과다.

'이게 순애지.'

비록 포르노 영상 속에 나의 자지를 물고 있는 건 유나가 아닌 앙그였지만, 유나가 보이는 행동은 그대로 앙그에게 남아있었다.

소위 여우 같은 모습도, 순박한 얼굴로 크림파이를 주문하는 모습도, 편의점에 들어가서 물건을 살 때 콘돔을 스리슬쩍 올리는 모습도 전부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요소로 가득했다.

타이틀 히로인으로서 보여주는 순수한 애정행각들이 앙그의 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니, 아그라마인 사람들은 정말 미치고 팔짝 뛰더라.

굴다리 아래에서 야외노출자위를 하던 야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깨워주고 밥 해주고 오랄섹스를 시작으로 마음껏 박게 해주는 포르노.

사진 한 장만 보고 손을 흔드는 것보다, 당연히 손을 움직이며 성감이 올라오는 시간 동안 함께 재생되는 영상이 더 신앙을 모으는데 효과적인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저기, 저기, 저기."

"한 번만 말해도 돼."

"다음 편은 언제 나와?"

이제는 앙그가 먼저 다음 편을 찾았다.

"사람들 빨리 다음 편 올려달라고 난리야."

"사람들이 아니라 네가 그런 거 아니고?"

"내가 사람들의 신앙을 모으고 있는데, 당연히 나한테 기도가 들어오잖아? 지금 다음 편 안 내놓으면 신앙이 끊어질 것 같다니까?"

"...영상 속 유나를 너로 생각하는 건 아니고?"

앙그는 표정이 굳었다.

웃는 얼굴 그대로 굳은 모습에 나는 손등으로 앙그의 앞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다음 편 준비하는 중이니까, 걱정하지 마라."

"...진짜지?"

"당연하지. 십만 개가 거짓말인 줄 알아? 영상으로 퍼지는 거 무조건 너로 덮어쓰기 할 거니까, 조용히 기다려."

"후우, 후우. 좋아. 알겠어. 후후...."

자신을 마치 영상 속 유나라고 생각하는 듯....

아니, 세상에 퍼진 영상은 앙그니까 딱히 틀린 건 아니다.

비록 배우로서 연기는 유나가 하고 있지만, 그걸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앙그는 유나에 자신을 대입하며 대리만족을 할 터.

대리만족은 대부분 쉽게 한 발 뺄 수 있는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지만, 순애 섹스인 만큼 아주 극소수의 여자들도 열심히 한 발 빼고 있다.

어떻게 아냐고?

앙그의 몸으로 들어오는 신앙의 통계다.

남자는 주로 앙그와의 섹스 자체를 원한다.

섹스하기까지의 과정을 챙겨보는 이도 있었지만, 주로 앙그가 펠라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앙그에게 질싸하는 장면까지에 집중한다.

이에 반해 여자들은 대부분 나와 앙그가 함께 식사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섹스 후에 같이 소파에 함께 앉아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 한 발 빼더라.

서로 원하는 방향성은 다르지만, 모든 남녀가 영상을 보고 한 발 뺀 건 아니지만, 이전에 야짤만 보고 상상으로 빼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신앙이 모였다.

그러니까 다음 화를 원한다.

다음 섹스를 원한다.

다음 순애를 원한다.

하지만....

"다음 화는 섹스가 아니야."

"뭐...라고...!"

"남녀 사이에 있어야 할 이야기가 항상 섹스만 가득할 거라는 생각을 버려."

앙그나 시청자들에게는 몹시 유감스럽겠지만, 다음 화는 섹스 촬영이 아니다.

"이건 순애섹스 드라마라고. 섹스는 순애의 과정 중 하나일 뿐이야. 알겠어?"

순애와 섹스를 플라토닉과 에로스의 관점으로 단순히 이분법으로 나눈다면, 내가 퍼뜨릴 영상은 이 둘의 비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걸 목표로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반반 섞을 거야. 그렇다고 무조건 한 편에 하나씩 들어갈 수는 없어. 알겠어?"

"하, 하지만 나는 섹스로 다 채워지길 바라는걸!"

너무 많은 섹스를 과하게 처음부터 밀어 넣으면, 다음번 섹스에 대한 기대감은 들 수 있어도 그건 '순애섹스'라고는 할 수 없다.

순애섹스란, 자고로 남녀가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관계를 육체적으로 확인하는 것.

"섹스가 있어야 신앙이 늘어나는 거 아니었어?"

섹스에 대해 푹 빠졌기 때문인지, 앙그는 상당히 예리하게 찌르고 들어왔다.

"이걸 퍼뜨리는 목적은 나의 신앙을 높여서 마력을 많이 생산하는 데 있잖아."

"그건 그렇지. 하지만 꼭 그런 게 아니야."

반드시 섹스가 있어야 신앙이 늘어난다?

아니다.

"꼭 섹스가 아니더라도 손잡고 흔드는 걸 가능하게 할 수 있어."

"말도 안 돼."

"왜 말이 안 돼? 내가 새로 영상 하나 가져와 봐?"

"......좋아. 대신 당연히 퍼져나가는 건 나지?"

"당연하지. 편집해서 업로드하기 전에 너와 내가 다 검수하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나가는 배우는 너와 나야."

남자 배우에 피닉스.

여자 배우에 앙그.

물론, 실제 여배우는 앙그가 아니다.

실제 여배우는....

* * *

그 시각, 모 서버실.

"끝났다!!"

금발 남자는 두 팔을 벌리며 의자 뒤로 몸을 젖혔다.

"인코딩 완료! 이제 테라로 넘길 수 있어!!"

남자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의 눈 아래에는 다크 서클이 짙게 깔려있었고, 책상 옆에는 며칠 동안 밤새 작업을 한 듯 캔커피와 에너지드링크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으으, 힘들다. 그래도 이제 자러 갈 수 있...."

"다 됐습니까?"

"......."

남자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몸이 굳었다.

"저, 저기...."

"인코딩 끝나면 작업 다 끝납니까? 버그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검수 작업 해야죠?"

"...저 혼자서는 못 합니다."

남자는 결국 두 손을 완전히 들었다.

"아무리 제가 멀티태스킹이 뛰어나도, 십만 개의 섹스 비디오를 모조리 잡아낼 수는 없어요! 제가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 아닙니까! 저도 좀 아래에 사람 붙여주세요!"

"인력 부족입니다."

"으아아!!"

남자는 절규했다.

"다른 팀원들은 같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작업하는데, 왜 나만 혼자서 이 많은 걸 감당해야 하는 겁니까!"

"월급 받잖아요."

"법정 근로시간에 어긋나는 일 아닙니까?!"

"아니꼬우면 노동부 신고하고 퇴사하든지."

"끄으으...!!"

폭거와도 같은 말에 남자는 좌절했다.

"사장님. 살려주십쇼. 저 혼자서는 이거 도무지 안 됩니다."

"뭐가 어렵습니까? 테라 현지 사정에 맞게 영상 뽑아내면 되고, 그 안에 있는 캐릭터를 마암룡 아지다하카로 덮어쓰기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지다하카와 앙그의 자료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안 됩니다. 그들의 모습은 테라 사람들, 특히 아그라마인 사람들의 연애 세포를 일으킬 수 없어요. 그게 퍼지면 그냥 집에서 더 손을 흔드는 일만 많아질 겁니다."

달칵, 달칵.

남자가 스마트폰을 몇 번 두드리자, 대형 스크린에 차트 하나가 떠올랐다.

"아지다하카와 앙그. 기본 H씬을 비롯하여 서버에 저장된 이들의 H씬 중 순애 태그를 붙일 수 있는 게 몇 퍼센트입니까?"

"...6.9%입니다."

"그래요. 7.4%보다 훨씬 낮은 수치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섹스는 대부분 과격하고, 거칠고, 하드코어하기 짝이 없죠. 애초에 히로인 성향이...."

"마조히스트니까요."

간부가 된 아지다하카.

그 원형인 앙그.

그녀는 극단적인 자기파멸 성향이 있는 히로인으로, 인게임에서는 '마조히스트'의 대표적인 성향이 있는 히로인이었다.

더욱이.

"간부라서 인간도 아니니, 어떤 특정 과격한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 컬트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죠. 그걸 순애라고 할 수 있습니까?"

"...소수취향인 이들에게는 순애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에게는 순애가 아닙니다."

"그래요.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아지다하카라는 존재는 패티시의 짬통이라고. 과격한 발언이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취급하고 있으니. 그러나."

남자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다른 자료를 가리켰다.

"테라에 넘어갈 자료들이 이런 자료라면, 회장님이 좋아하시겠습니까? 당장 이사님이 여기에 찾아와 당신 목을 비틀어버릴 겁니다."

"으, 으으...."

"잘 들으세요. 순애가 진리다."

"수, 순애가 진리다...."

"순애섹스는 진리다."

"순애섹스는 진리다."

"1:1순애 섹스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1:1순애 섹스야말로, 진정한 사랑이...아니, 잠시만요."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걸까.

남자는 또 다른 차트를 꺼냈다.

"정작 인게임에서는 1:1순애보다 하렘 섹스 비율이 더 높습니다만?"

"......."

"히로인 루트가 정해지기 전에 다른 히로인과 섹스를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히로인 루트 정하고 난 뒤에도 다른 히로인들이랑 섹스하는 경우가 대부분 아닙니까? 그런데 이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남자는 의기양양한 기세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이건 하렘입니다. 순애가 아니에요. 둘 다 섹스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저희가 판매하고 있는 게임부터가 당장 일 대 일 순애가 아니라 한 남자를 두고 여자 여럿이 존재하는 사랑을 말하는데...."

"후후. 그건 '이 세계'의 이야기고요. 오랫동안 보셨을 텐데, 여전히 테라 감수성이 부족하군요."

남자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씩 웃었다.

"정실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만 않는다면, 하렘도 순애입니다."

"그게 무슨 미친 말도 안 되는ㅡ"

"정실 이하 모두가 합의했다면, 그게 순애 아닐까요?"

"아니, 그건ㅡ"

"그리고."

남자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애의 개념은, 테라에서는 다를 수 있죠."

"......예?"

"별말 아닙니다. 당신은 어서 일이나 하세요. 순애섹스 데이터 지금 더 들어오고 있으니까."

"아니, 여기가 서버실인데 어디서 데이터가ㅡ"

"P가 p와 함께 서울로 왔습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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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야."

"네?"

"데이트하러 가자."

"...흐응. 저를 배우로 쓰려고요?"

십만 포르노.

그리고 거기에 현실의 데이트를 곁들인.

"앙그가 보고 기겁하는 거 아녜요? 불의 여신이 당신이랑 데이트한다고."

"보내기 전에 편집하면 되지."

"흐응. 좋네요. 어차피 얼굴도 몸도 다르니까...."

할짝.

신라는 입술을 혀로 핥으며 셔츠 단추를 열었다.

"오랜만에, 진심 좀 내도 되겠죠? 푸흐흐."

아그라마인 사람들에게 '진짜 데이트'를 보여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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