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20화 (1,020/1,497)

EP.1020 3부 3장 07

신라가 현재 열심히 플레이를 하는 게임에는 아주 특별한 기능이 하나 들어있다.

아니, 미연시라면 응당 있어야 할 것이 당연히 이 게임에도 들어있다.

오마케.

미연시에서 으레 볼 수 있는, 이것이 없으면 미연시라고도 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장면만 따로 저장하여 모아둔 곳을 모두가 '오마케'라고 부른다.

오마케 속에는 제작사에서 정해준 기본 H씬이 존재한다.

인게임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H씬이 대표적이며, 각각 히로인 루트별로 엔딩 씬이나 다양한 이벤트씬을 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VR 가상 현실 게임.

플레이어가 히로인들과의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현실의 경우처럼 다양하게 상황이 발생하며, 이는 H씬도 마찬가지다.

정상위, 후배위만 제공되는 캐릭터를 대상으로 자신만의 H씬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게임에서는 이 기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히로인 별로 마치 야동을 모으는 것처럼 섹스씬을 저장하는 게 가능하다.

입싸를 한다거나, 파이즈리를 한다거나, 들박을 한다거나.

플레이어가 녹화하지 않더라도 백그라운드 데이터에 저장이 되고, 이 자료는 게임사의 서버에 저장되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용량이 엄청날 텐데 어떻게 감당을 하느냐고?

그건 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 게이머인 내가 신경 쓸 요소는 아니다.

나의 세이브 데이터는 내가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H씬과 같은 데이터는 게임사에서 확보하고 있다.

신라가 창염이었을 때 내 기억에서 본 건 내 무의식 속에 있던 경험을 그녀가 읽어낸 것일 뿐, 내가 인게임 속 유나와 했던 십만 번의 섹스를 모두 기억해낸 건 아니었다.

그러므로.

이 세이브 데이터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나는 아그라마인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알려줄 수 있다.

순애 섹스의 위대함을!

"유나야."

"네, 오빠."

나는 앙그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현실로 돌아왔다.

"인게임 속 오마케 씬을 아그라마인의 인터넷에 뿌릴 생각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음.... 솔직히 상관없어요. 인게임 속의 유나랑 저랑은 다른 사람이니까."

유나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게임 유나는 수능도 하나 틀리고 대학도 자퇴한 애고, 저는 여신이니까요."

"갑자기 뭐야, 이 자신감은?"

"이렇게 해야 오빠가 부담감이 없을 테니까? 히힛."

유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빠가 지금 신경 쓰는 건 제 세이브 파일에 나와 있는 제 알몸 때문에 그런 거죠?"

"그래. 솔직히 말하면 다른 방식으로 퍼뜨리고 싶어."

"오빠의 세이브 파일 말고요?"

"그래."

내가 가진 오마케 파일은 정말 많다.

내가 가진 테크닉을 바탕으로, 나와 섹스를 한 히로인들이 제대로 가버리는 모습을 몇 번이고 담아낸 파일들은 수두룩하다.

"유나랑 한 걸 뿌리면 너무나도 쉽게 해결되겠지. 그게 제일 파일이 많으니까."

"하지만 제 알몸이 뿌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서요."

"그래. 그러니까 상대를 '아지다하카'와 '앙그'로 한정할 거야. 네가 아니라."

"...제 걸 뿌리는 게 아니었어요?"

유나는 뭔가 오해를 한 듯했다.

"십만 떡씬을 뿌린다면서요."

"그래. 하지만 그건 내가 인게임 유나 상대로 십만 번을 섹스한 게 아니야."

"혹시 아지다하카 상대로도 그만큼 했어요?"

"전혀."

개인 루트를 간부로, 정령으로 각각 한 번씩 탄 것과 진엔딩 달성을 위해 안았던 횟수를 제외하면 앙그, 어둠의 정령과 섹스한 횟수는 다른 히로인들과 비슷비슷하다.

비율을 따지면 유나가 99%고, 나머지 히로인들이 제각기 1%씩 차지하고 있을 터.

그게 내가 20년의 지구로 넘어가기 전에 했던 섹스의 비율이었다.

단지 그 횟수를 아득히 뛰어넘을 만큼, 유나의 99%가 0.1% 미만으로 떨어질 만큼 신라를 상대로-창염 시절에-열심히 섹스했을 뿐.

10만 번 중 9만 9천 번을 유나와 했었지만.

신라와 1억 번을 넘게 했다면?

당연히 유나의 비중이 줄어드는 셈.

그보다 훨씬 비율이 적은 앙그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앙그 상대로는 그냥 체면치레만 했을 뿐이야. 오마케씬에 등록되어있는 거랑 서버에 남겨진 걸 다 챙겨도 수천 개도 안 나오겠지."

"이미 수천 개도 많은데요...."

"아그라마인의 모든 수요를 감당할 만큼의 양은 아니잖아, 그게."

내가 플레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순애 섹스 포르노를 뿌리기에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앙그나 아지다하카랑 한 건 전부 과격한 섹스밖에 없어. 그런 건 순애가 아니야."

"오빠가 생각하는 순애 섹스란 도대체 뭔데요?"

"이런 거?"

나는 유나의 뒤로 다가가 그녀를 단숨에 일으켜 세운 뒤, 내가 먼저 유나의 의자에 앉고 내 위에 그녀를 앉혔다.

"이런 게 순애지."

"...오빠의 감성에 대한 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그래서 찾고자 하는 자료가 뭐예요? 굳이 회사 서버에서 찾아야 하는 자료가 뭐길래 그러세요?"

"자료를 찾기 전에, 전제 조건이 몇 가지 있어."

하나.

"노출되는 건 앙그의, 아지다하카의 몸이어야 한다는 것."

유나를 비롯하여 다른 히로인의 육체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

아그라마인 사람들의 정기를 모으려면 한 발 뽑는 대상이 앙그여야 하므로, 육체가 다르면 모두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둘.

"일단 단독남성과 단독여성의 태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아지다하카를 기준으로 잡으면, 그녀의 섹스는 3P가 기본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누리를 부른다거나, 희아가 같이 한다거나, DLC를 기준으로 하면 선겨울이 같이 섹스한다거나.

플레이어 1명과 히로인 2명 이상의 조합이 아지다하카의 섹스씬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아지다하카와 단독으로 섹스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앙그를 기준으로 잡으면, 그녀와의 섹스는 오직 단둘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앙그가 아무리 다른 히로인이 있더라도 같이 3P 섹스를 할까?

하물며 인게임에서는 20년의 지구처럼 의식조차 제대로 각성하지 않아서 아지다하카 시절의 기억을 제대로 떠올리지도 못하는 순박한 히키코모리가?

셋.

"당장은 순애의 기쁨을 알려줘야 하므로, 과격한 섹스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

"과격의 기준이 어느 정도예요?"

"음...하드코어?"

"애매한데요. 아그라마인의 하드코어가 저희가 생각하는 기준이랑 다를 수 있잖아요."

"유나야. 아니야."

나는 유나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우리의 기준을 저들에게 강요하는 거야. 순애로 저들을 세뇌하는 거지."

"순애로 세뇌라니...."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뭐지? 단순히 섹스 동영상을 살포하는 거야? 아니잖아. 궁극적인 목표는 저들이 사랑하게 만드는 거지."

남녀 간의 사랑.

서로가 서로에 대한 혐오를 넘어서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사랑을 만들어나간다.

"혼자서 여신을 생각하며 한 발 빼는 것보다, 당연히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성행위를 해서 나오는 정기가 더 건전하고 아름다우며, 더 많은 마력이 나오는 게 아니겠어?"

"...알겠어요. 그럼, 한 가지 물어보도록 할게요."

유나는 누군가에게 DM으로 연락을 넣었다.

나는 그 상대의 프로필이 순간 남자인 걸 보고 흠칫했지만, 상대를 보고 안심했다.

[핫스타] 무슨 일이죠?

[내팬보] 서버에 있는 H씬들 있잖아요, 혹시 '덮어쓰기' 가능해요?

[핫스타] 갑자기 왜?

유나는 테라에서 있었던 계획을 읊었다.

그러자 핫스타는 한동안 말이 없었고, 나는 조용히 유나의 하의 안쪽으로 하의를 밀어 넣었다.

"흐응.... 오빠, 이런 것도 순애 섹스인 건가요?"

"어."

"그렇군요. 순애 섹스라면 어쩔 수 없죠."

유나는 얌전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붙잡았고, 나는 유나의 가슴을 붙잡고 가만히 대답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뒤.

[핫스타] 가능.

[내팬보] 그럼 보내주실 수 있어요?

[핫스타] 시간은 조금 걸릴 겁니다. 자료는 준비할 수 있지만, 뒷감당은 온전히 그의 몫이라고 전해주세요.

[내팬보] 알겠습니다. 그러면 자료를 테라로 넘기는 건 이쪽에서 전부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삑.

대화는 끝났다.

나는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전했고, 유나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거리를 벌렸다.

"오빠."

"응?"

"...침대에 앉아주세요. 자세 바꿀래요."

나는 유나를 그대로 안아 들고 침대로 자리를 옮겼다.

유나는 바로 몸을 살짝 일으키더니, 나와 마주 앉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테라 가기 전에, 찐으로 순애 한 편 찍고 가는 건 어때요...?"

"좋지."

나는 유나를 안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 오빠. 이거...."

속닥속닥.

유나의 말에, 나는 그만 상스럽게도 발기하고 말았다.

* * *

잠시 뒤.

테라에 다시 돌아온 나는 앙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만들었다.

"자, 그러면 내게 순애가 뭔지 보여줘."

앙그는 마치 채권을 추심하는 사람처럼 내게 손을 내밀었다.

"도대체 순애 섹스라는 게 뭐길래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야?"

"준비하는데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지. 그런데 여기면 충분하려나...?"

나는 앙그가 준비한 '방'을 살폈다.

평범한 방 그 자체였지만, 내 앞에 놓여있는 물건은 딱히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침대 사이즈가 이래서는 안 되는데."

"뭐...?"

"두 명이 함께 누우려면 이것보다는 더 넓어야지."

고작 슈퍼싱글만큼의 침대를 준비하다니.

"실망이로다."

"치, 침대 정도는 다시 준비하면 되잖아!"

"그럴 필요 없어. 이건 이거대로 또 찍으면 되니까."

자취하는 여자친구 집에 놀러 가서 섹스를 하는 것처럼, 폭이 좁은 침대에서도 나름 할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다.

좌우로 함께 눕지 않는 대신, 위아래나 앞뒤로 움직이면 되니까.

"그러면...."

나는 침대를 향해 마력을 일으켰다.

내 안에서 뻗어 나간 마력이 황갈색의 형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나는 미리 준비한 영창을 읊었다.

"'플레이 그라운드'."

사아아.

마력은 인간의 형체를 이루었고, 곧 유나가 되었다.

대지모신의 신격은 당연히 유나에게로 옮겨졌고, 앙그는 신으로서 모습을 드러낸 유나에게 흠칫 놀랐다.

"지, 진짜 빼앗긴 게 아니었어...? 위상을 빌려주고 있었다고...?"

"그럼 당연하지."

나는 유나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미 현실에서 한 번 섹스하고 왔지만, 유나는 알몸임에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 목 뒤로 두 팔을 걸었다.

"히, 히잇...?!"

가벼운 새된 비명.

정작 섹스를 하는 건 나와 유나인데, 비명은 앙그가 질렀다.

"거기서 보고 있어. 이게 진짜 순애 섹스라는 걸."

사라락.

유나의 형체가 정령에서 완전한 인간으로 탈바꿈했다.

알몸이었던 몸 위로 속옷이, 그리고 옷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아아, 이것은."

그 모습은.

"쑥맥인 동정 남자를 상대로 몸으로 유혹하는 소꿉친구 플레이다."

유나는 나를 침대에 앉힌 뒤, 옆에 엉덩이를 붙이며 앉아 다리를 꼬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테라에서 섹스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내 아내가 아닌 존재의 이야기.

테라에 유나가 있다면, 섹스해도 된다.

물론.

"거기, 촬영 시작해. 그러면...."

딸칵.

"여기 여자가 네 모습으로 나올 테니까."

섹스는 유나랑.

하지만 아그라마인 사람들이 보는 건 유나처럼 섹스하는 앙그이리라.

작전명. 연애세포 큥큥단.

"19금 성인용 로맨섹스드라마. 촬영 시작."

"나, 나도 테라 갈래!!"

"진정해요. 당신 차례는 아직 아니에요."

"마! 니, 당장 오빠야 설득해서 다음에는 물의 나라 가라고 해라! 알긋나!!"

"푸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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