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19화 (1,019/1,497)

EP.1019 3부 3장 06

마력의 근원적 힘은 신에게 있다.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모아 산소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신은 테라의 다양한 장소에서 특정한 힘을 모아 마력을 만들어 세상에 공급한다.

신이 존재하기에, 곧 속성을 가진 마력이 존재하는 것.

신이 없다면 마력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어둠의 여신, 앙그가 생산하는 건 당연히 어둠 속성의 마력이다.

그녀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어둠의 마력을 퍼뜨리고, 아그라마인 주민들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힘을 부여한다.

그렇다면 그녀가 마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으는 것은?

"나는 정기를 모아. 섹스, 성에 관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어."

앙그는 파스타를 삼키며 허공에 마력을 뿌렸다.

검은 먹물 같은 마력이 두 개의 형상을 만들었다.

"정기는 특히 남자들에게 많은데, 남자들이 한 발 빼면서 뿜어내는 정기가 공기 중으로 퍼져서 내게 모이는 거지."

하나는 나.

하나는 앙그.

"우리 세계의 주민들이 뿜어내는 '성력'의 대상이 나에게 향하도록 만든 다음, 그걸 내가 모아서 나의 마력으로 만드는 셈이야."

이 세계의 인간들에게는 날 것 그대로의 마력이 있기에, 그게 신들의 힘으로 '속성'이 부여되지 않는다며 인간들이 마력을 사용할 수 없더라.

"그러니까 사람들이 섹스를 많이 할수록 마력이 더 많이 모인다는 건가?"

"그래. 그걸 바탕으로 더 쉽게 네가 말한 '혼돈'과 싸울 수 있지."

앙그는 어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아지다하카가 공간을 접어 다니듯, 앙그 또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괜히 이상한 존재가 나타나고 있는데 사람들이 상대하다가 죽는 것보다는, 내가 놈들을 처리하고 인간들에게서 정기를 받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더라고."

아마 혼자서 자신의 땅 전체를 관리하며 혼돈을 상대했을 터.

"사람들에게서 만들어지는 정기를 모으고, 그걸 힘으로 적과 싸우는 중이었어. 너는 그 단편을 본 거고. 알겠어? 내가 절대 알몸 노출 야외자위가 좋아서 그런 짓을 한 게 아니야. 그게 세계를 구하는 길이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과연...알겠군. 다른 건 몰라도 원리는 확실히 알겠다."

유나의 힘을 빌리며 느낀 거지만, 이 세계에서 '마력'이 존재하는 법칙을 알아냈다.

여신들은 자연계의 힘을 마력으로 변환하는 자들이다.

빛의 신이 태양광과 같은 빛을 마력으로 바꾸고.

대지모신이 중력의 힘을 마력으로 바꾸고.

어둠의 여신인 앙그는 섹스파워를 마력으로 바꾼다.

왜 하필 앙그만 '정기', 섹스 파워일까에 대해서는 나도 모른다.

이 테라의 생명체들은 지구상의 인간들에 비해 정기를 하나의 에너지로 만들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리고 정기를 뽑아내는 방식은 분명 아그라마인 백성들에게 있어 가장 최적화된 방식이다.

섹스를 하는 것보다 음습한 망상으로 손장난을 좋아하는 이 자들에게 있어, 딸감은 무엇보다도 소중할 테니.

"합리적인 방식이긴 하군. 방구석에 틀어박힌 이들을 한 발 빼게 만들어서 마력을 충당한다니."

"좋은 생각이지?"

"하지만 이제 슬슬 힘들어지지 않나?"

내 말에 앙그는 그대로 굳었다.

"여전히 효율은 나오겠지만, 효율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터."

"......."

"결국 야짤을 만드는 것도 한계가 생길 것이고, 사람들은 여신을 상대로 싼다는 것 자체에 배덕감을 느낄지는 몰라도 결국 질리기 마련이지."

성에 대한 욕구가 아니다.

딸감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네가 아무리 예쁘고 섹시해도, 네 사진만 보고 365일 매일 자위하기에는 사람들이 질린다는 거다."

"그건...확실히 그렇지."

앙그는 고개를 잠시 숙였다.

"결국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정기를 만들어냈다고.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정기를 챙길 시간이야. 네 덕분에."

앙그는 다시금 자신의 사진이 올라간 사이트를 보여줬다.

"이거 봐. 이거 보고 한 발 뺀 남자들이 지금까지 전체의 30%가 넘는다고."

상당한 조회수.

그리고 정말 많은 이들의 소감.

"가관이군."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앙그의 뒷모습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마구잡이로 여신의 뒤태를 평가하고 있었다.

"확실히 많은 이들이 보고 있군. 화제성은 단연 높지만, 역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

"......."

"너도 알잖나. 언젠가는 이들이 다른 딸감을 찾으러 갈 거라는 걸."

"...그렇지."

앙그는 우울해졌다.

"매일 보던 몸이라고 해도, 결국 알몸으로 자위하든 뭘 하든 언젠가는 질리게 되겠지."

"다른 대상을 상대로 하는 정기는 흡수하지 못하는 건가?"

"효율이 낮아. 다른 이들을 대상으로 생성되는 정기보다 신을 상대로 하는 신앙이 훨씬 더 내가 마력으로 변환하기 편하니까."

"'여신을 향한' 정기의 배출이라는 게 중요한 거로군."

앙그를 대상으로 하면 효율적인 마력 변환이 이루어지지만, 앙그가 아닌 대상을 상대로 빼면 효율이 떨어진다.

"매번 새로운 걸 제공하지 않으면 정기 뽑아내는 것도 시원찮을 테고 말이야."

"그래. 한 번 보고 빼는 건 명작이 아니면 잘 안 하는 행위야. 심지어 명작도 컬렉션에 들어갈 뿐, 다시 보려는 경우는 희박하단 말이지."

아무리 자위에 중독된 자라고 해도 하루에 같은 대상의 사진을 가지고 여러 번 매일 매일 할 수는 없다.

정말로 명작이라서 나중에 기억을 더듬어 챙겨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딸감을 찾아 나서기 마련.

"나는 신앙이 필요해. 그러니까 협조를 해줘야겠어."

"신앙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지, 진짜...?"

"그래. 대신, 설명을 잘 듣고 네가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야 한다."

"...일단 들어는 보겠어. 뭘 어떻게 하면 되지?"

"간단해."

인간은 자고로 누리고 있던 걸 잃어봐야 소중함을 느끼는 법.

"지금부터 야짤 통제를 시행한다."

"...뭐?"

"진정하고 들어봐. 너, 섹스해 본 적 있어?"

"......."

앙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못 해봤겠지.

아지다하카가 되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게 섹스였던 만큼, 앙그였던 찐따 시절에는 섹스 자체를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여신이 인간 상대로 다리를 벌릴 수도 없었을 테고-아지다하카는 거침없이 벌렸지만-,

여신이 다른 신을 상대로 박아달라고 할 수도 없었을 테니-아지다하카는 인간 괴인 괴수 가리지 않고 박혔고,

앙그는 그냥 야한 걸 좋아하는 숫처녀일 뿐이다.

그리고 앙그가 한 번도 섹스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그라마인은 망했다.

"섹스하면 얼마나 더 많은 정기가 쌓일까?"

"......."

"자, 잘 생각해봐. 사람들의 정기가 많이 나올수록 네 마력도 늘어나겠지? 하지만 혼자서 조용히 손만 흔드는 거로 과연 많은 정기가 나올까? 아니야. 결코 아니야. 정기를 최대한 많이 뽑아내려면 섹스가 답이라고."

"......그래서 뭐?"

앙그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나, 나랑 섹스라도 하겠다는 거야...?"

"아니."

이건 즉답.

"나는 아내가 있는 몸이라서. 외간 여자와 섹스할 수는 없지."

"......."

"뭘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거야?"

"......인싸구나."

"인싸같은 소리하고 있네. 너 혹시 지금 나랑 섹스하는 걸 찍어서 퍼뜨릴 생각을 했던 거냐?"

"......."

앙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곡을 찌른 모양이다.

"단언하지. 나는 이 세계의 누구와도 섹스하지 않아. 오직 나의 아내를 제외하고."

"네 아내는 도대체 누군데...?"

"그건 말할 수 없어. 대신 내 계획은 말할 수 있지."

야짤 통제.

그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

"나는 섹스를 장려할 거다."

집 안에 있는 이들을 집 밖으로 꺼내서 사람들이 섹스하게 만들 것이다.

"처음에는 자위의 연장선에서 시작하겠지. 그러다가 점차 사람들을 섹스하게 할 거야. 이 이후의 구체적인 계획에 관해서는 내게 협력하면 알려주지."

"그러니까 네 말은...사람들에게 섹스를 퍼뜨리겠다는 거야?"

"그래."

번식의 목적이 아니라 서로 사랑을 나누고 정신적 쾌감을 공유하는 관계로 만든다.

그리하여, 앙그에게로 이어지는 정기를 극한으로 뽑아낸다.

"내 계획에 동참할 거야?"

"......불가능할 걸."

앙그는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그라마인 사람들은 단순히 집에서 자위하는 걸 좋아해서 집안에만 들어간 게 아니야. 누군가와 감정을 나눈다는 거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남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혼자서 조용히 해결하는 길을 선택한 거야."

"그러다가 결국 도태되겠지."

테라가 멸망했던 것처럼.

인간은 괴인이 되고, 정령은 괴수가 되어 다른 세계를 침략하는 첨병이 될 것이다.

"너는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힘이 다해서 쓰러지게 될지도 몰라."

"...나는 신이야."

"신이지만, 신이기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할 수도 있지."

"나는ㅡ"

"인간들이 너의 야짤을 보고 더는 딸치지 않게 되었을 때, 너는 그걸 감당할 수 있어?"

"......."

앙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잘 생각해. 인간들에게 필요한 건 야짤이 아니야. 실제로 섹스를 하는 경험이라고. 서로에 대한 호감을 바탕으로 애정을 키워나가면서, 그러다가 육체적 교류를 통해 서로를 확인하는 것. 그게 너의 세계에 필요한 거야."

바야흐로, 플라토닉 러브.

"내가 도와줄게. 물론 네가 지금 하는 야짤 제작은 야짤대로 제작하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통제를 하면서 내 방식이 서서히 스며들게 만들어보겠어. 어때?"

"...알았어. 좋아. 어디 한 번, 이 세계에 섹스를 퍼뜨려봐."

"좋았어. 그러면...."

사락.

나는 마력을 옆으로 뿌렸다.

그러자 곧 나의 몸에서 황색의 마력이 뿜어져 나와, 어떠한 형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건...나?"

"네가 아니야. '유나'라고 해."

앙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유나다.

나의 마력으로 형태를 갖춘 '정령 이유나'.

형태가 왜 앙그의 모습이냐고 하면, 유나의 몸은 내 거니까.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게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행위인지, 직접 눈으로 보여주겠어."

아그라마인에 순애 섹스를 전파할 것이다.

"순애섹스의 행복함을 모르는 자들을 위하여. 큥큥."

이 세계에 만연한 히토미 메타를 폰허브로, 그리고 현실로.

"내게는 십만 개의 섹스 비디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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