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18화 (1,018/1,497)

EP.1018 3부 3장 05

아지다하카.

암흑여신이 되고 싶었던 자기 자신.

그게 난교를 좋아하고 섹스를 좋아하고 자기 파멸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이곳 테라에서의 암흑여신은 그런 걸 바라고 있는 존재였다.

`그래도 이건 좀.`

여신이.

굴다리 아래에서.

자위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아직 여신이라고 확신을 할 수는 없다.

목소리가 닮았다고 하여 그녀가 신이라고 한다면, 카르나를 닮은 하리는 사실 빛이국의 여신이다.

그러니 저 앙그의 목소리를 닮은 여인이 암흑여신일 리가….

"응, 하앗, 하앙…. 저기, 들려어…? 나, 너 때문에 지금 이렇게 젖었어…. 으응…."

"......."

있나?

모르겠다.

내가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눈치챌 법도 한데.

더군다나 여신이라면.

`아닐 수도 있겠군.`

아직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건 내가 땅에 발을 디디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조금 장난을 쳐봐야지.

"뭘 하는 거지."

나는 일부러 인기척을 내며 당당히 앞으로 걸어갔다.

검은 여인은 자위하던 채로 굳어버렸고, 나는 마력을 슬며시 흘리며 그녀의 앞에 섰다.

"여기서 뭐 해?"

"어, 어…? 당신…?"

"그래, 나다."

나는 마력을 슬며시 흘렸다.

만약 그녀가 암흑여신이라고 한다면, 내가 흘린 마력을 금방 눈치챌 터.

"지저에서 여기는 무슨 일이야…? 그리고 그 모습은 뭐고? 대지모신이 갑자기 왜 남자 모습을 하고 있어?"

역시나.

눈앞의 여신은 암흑여신...그러니까 앙그였다.

테라의 앙그.

아지다하카가 발현되기 전의 앙그.

테라의 누구보다도 성적인 요소에 가장 개방적인 여신이지만, 정작 앙그 자체는 처녀였다.

"왜 하필이면 굴다리 밑에서 이런 걸 찍고 있는 거지?"

"아, 알면서 뭘 그래…. 아, 알았다. 나 매도하려고 그러는 거야…?"

"별 미친 소리를 다 듣겠군."

"미친 소리라니…. 그건 좀 듣기 그런걸."

앙그는 마력을 뿌려 순식간에 몸단장했다.

가슴은 작지만,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확실히 천상 미인이었다.

손에 반질거리는 애액만 아니었으면, 누구나 남자라면 한 번 혹할 만한 미인이었다.

"나는 말이야, 지금 신앙을 모으고 있는 거라고."

"네 자위 영상으로?"

"그럼. 당연하지. 이걸로 이 나라 사람들의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거잖아. 안 그래?"

"그런 거로 욕망이 해갈된다니, 어처구니가 없네."

"흥, 갑자기 남자 모습으로 나타나서 뭐래…. 도와줄 거 아니면 꺼져."

"도와달라고?"

나는 단숨에 앙그에게 다가갔다.

앞으로 내디딘 발을 그녀의 다리 사이로 밀어넣고, 허리 뒤로 손을 뻗어 등을 받치고 상체를 숙였다.

"뭐, 뭐야…?"

"정말로 도와주기를 바라나?"

나는 앙그의 턱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엄지를 가볍게 쓸며 물었다.

"도와주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알려주겠나?"

"...갑자기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네. 대지모신께서 이쪽에 관심을 가지시다니, 정말 의외인걸."

"가지지 않을 이유도 없지."

"그건 그렇네."

앙그는 머뭇거리며 내 눈치를 봤다.

굴다리 아래에서 야외 노출 자위 영상을 찍는 미친 년이지만, 앙그가 그러하듯 이렇게 적극적으로 리드하면 정신 못 차리는 게 앙그다.

`이미 너는 내 손바닥 안이란다.`

테라의 존재라고 한들, 아니 오히려 테라의 존재이기에 너무나 쉽게 여신들을 공략할 수 있다.

특히 이렇게 신관도 없이 앙그를 만났다면, 얘기는 더 쉽다.

"좋아. 나를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거야?"

"더 야하게 만들어주지."

"여, 여기서 더 야하게…?"

"그래."

테라에 넘어오면서 한 가지 다짐을 한 게 있다면, 나는 이곳에 있는 이들과 섹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섹스가 아니라면.

내 아내 신라, 과거의 신라, 그리고 테라 그 자체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일단…."

나는 벽에 구멍부터 만들었다.

"저기, 구멍 안에 들어가 볼래? 뒤에서 사진 찍어줄게."

"와…."

대놓고 `스턱 인 월`을 찍겠다고 선언하니, 앙그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혀를 할짝댔다.

"너, 진짜 진심이구나…! 드디어 이쪽으로도 관심있는 신이 생기다니! 놀라워!"

"착각하지 마. 네가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서 이러는 거니까."

"그런 것 치고는 제안이 너무 좋은 걸…! 드, 들어갈게!!"

앙그는 알아서 굴다리 아래 벽에 만들어놓은 구멍에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바닥에 둔 사진기를 이용해, 벽에 박힌 채 엉덩이와 다리만 내민 그녀의 뒷모습을 찍었다.

찰칵.

그냥 한 컷.

가까이에서 한 컷.

아래에서 한 컷.

"야."

"으, 응…?"

"진짜 보는 사람들 열 발 넘게 빼도록 만들어줄까?"

"......."

앙그는 무릎을 가볍게 굽혔다.

긍정의 표현이라는 걸 확신한 나는 마력을 이용해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자국을 남겼다.

칙, 칙, 칙, 칙, 칙.

"이, 이거 뭐야…?"

"질싸 당한 횟수."

"와."

앙그는 밖으로 나와 내 손을 맞잡으며 눈을 반짝였다.

"너는 정말 천재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

어떻게 할 수 있냐고?

게임 속 아지다하카가 이런 거 좋아하니까.

-흐으응, 지휘관. 질싸 한 번 할 때마다 허벅지에 키스 마크 남겨줘…. 꺄으응, 종아리부터 채워나가겠다니, 지휘관도 제법, 아아앙…!!

"다른 것도 좀 더 생각해볼 테니까, 일단 간단하게만 알려줘. 이런 걸 왜 찍어서 사람들에게 뿌리는지."

"음...지저 사람들의 신앙을 받는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야한 걸 좋아해. 나는 딸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걸 전해주는 거고."

"......그러니까, 신의 은총이라는 거냐?"

"은총…. 비슷하지. 하지만 나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 모두가 한 발 빼고 싶을 때 돈을 써야 한다거나 누군가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면, 그냥 빠르게 한 발 쌀 수 있는 공공재 같은 게 필요하다고. 그래서 만드는 거야."

"......."

앙그의 눈에는 사명감이 엿보였다.

"취향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야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잖아. 안 그래, 친구?"

부정할 수는 없었다.

* * *

아그라마인은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이 짙다.

보수적이라 함은 외부 활동을 함에 있어 상당히 격식을 차리고, 행동거지를 바르게 하며,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의미.

집 밖에서는.

집 안에서는 그럼 어떻게 행동하는가?

"크으...아가맘마통 오졌다. 10개월 배부르게 한 다음 내 새끼 왼 젖 물고 내가 오른 젖 물고 좌우로 쮸왑쮸왑하면서 엄마로 만들어버리고 싶은데 고소가 무서워서 여기까지 쓴다."

집 밖에서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착실한 존재지만, 마력 네트워크의 세계 속에서는 미쳐 날뛴다.

누구나 다 그렇게 활동한다.

현실의 고뇌와 스트레스, 억압시켜두었던 욕망을 네트워크 속에서 터뜨리며, 사람들은 서로 정해진 울타리 속에서 폭주를 일삼았다.

"아, 한 발 빼고 잘까."

남자는 네트워크에 돌아다니는 것들을 조사했다.

그가 지금 찾고 있는 건 딸감.

오늘 그에게 하룻밤의 현자 타임을 가지게 해줄 아주 소중한 기쁨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건 봤고, 이건 마음에 안 들고.... 나 참, 미치겠네. 빨리 빼고 자야 하는데...."

오늘 하루의 스트레스를 잊게 해줄 너무나도 소중한 딸감인 만큼 허투루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냥 아무거나 잡고 손을 흔들면, 그것만큼 허망한 게 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하기에는....

"오."

찾았다.

남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이미 확인한 자료를 찾아냈다.

그 사진은.

"오.... 이거 여신님 뒤태 같다."

너무나도 멋진 사진이 있었다.

비록 사진에 불과하지만, 사진이기에 더욱더 남자의 망상을 자극하는 요소가 충분했다.

구멍에서 옴짝달싹을 못하는 여자.

안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기에 제발 빼달라고 애원하지만, 그 뒤로 청년이 스멀스멀 다가가 엉덩이를 가볍게 만지며 자세를 잡는다.

-무, 무슨 짓이에요!!

-강간.

-꺄아악! 누가 도와줘요!!

-내가 한 발 빼주지!!

"크흐으...."

사진만으로, 그는 이미 하나의 영상을 완성했다.

남자가 뒤에서 박고, 여신은 구멍에 박힌 채 앙앙거리며 신음을 흘린다.

그리고 그 뒤에는....

"크으으."

남자는 눈을 감았다.

고작 사진 하나를 봤을 뿐인데, 그는 세상 모든 걸 가진 것처럼 전신이 구름 위를 뜨는 듯했다.

"크으으.... 누군지는 몰라도 진짜 이런 사진은 고맙...어우야."

남자는 보았다.

사진의 안쪽, 허벅지 안쪽에 새겨진 자국을.

"......씨발."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

마치 내가 이미 다섯 번이나 사정했다는 걸 알리는 듯한 흔적에, 남자는 한 번 더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걸레 같은 년...!! 여신님처럼 일부러 닮게 생긴 주제에 걸레같이 남자들에게 질싸나 받고 말이야...!!"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남자를 더 거칠게 만들었다.

* * *

"최고야! 지금 하트 수 보여?! 지금 많은 사람이 네가 찍어준 내 사진을 보고 흥분하고 있단 말이야!!"

"아, 그래."

놀랍기는 하지만 딱히 감흥은 없다.

아지다하카, 아니 앙그의 야짤에 손을 흔드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봤으니까.

"이렇게 많이 봐줄 줄은 몰랐는걸."

하지만 친구라면 상대의 말에 호응을 해줘야 하는 법.

"대단하네, 너."

"그렇지? 히힛, 네 덕분에 더 많은 신앙을 모을 수 있겠어."

"신앙이라...."

앙그가 말하는 신앙이 무엇인가.

나는 앙그의 벽낌 사진의 조회수가 올라갈 때마다 느껴지는 기운에 신앙의 정체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걸로 마력을 생산하는 거구나."

"......."

"네 야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한 발 빼면, 그 행위 자체가 마력이 되어서 이곳에 있는 마나를 더 늘리는 거야. 맞지?"

"...그래."

앙그의 표정이 점차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걸 퍼뜨리는 이유는 나의 공간, 나의 영역, 나의 신도, 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함이야. 이제 조금 알겠어, 이방인?"

"......."

역시.

"설마 여신이 야외노출 자위 사진을 찍는데 대책 없이 찍고 있었겠니? 나를 발견했던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지."

신의 짬밥은 어디 허투루 가는 게 아니다.

그녀는 내 접근을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알면서 나를 접근하게 놔둔 건가?"

"궁금하잖아. 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대지모신의 위상을 잡아먹었나 해서."

"잡아먹은 게 아니다. 도움을 받는 거지. 이 세계에 나타나는 혼돈을 제거하기 위해서."

"흐응, 그거라면 나랑 같은 입장인걸? 나도 이계에서 넘어오는 그 괴물들을 제거하려고 마나를 모으는 거라서."

앙그는 다리를 꼬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어때, 친구. 협력하겠어?"

"야짤을 만들수록 네 힘이 더 늘어난다는 거지?"

"그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계의 괴물들을 상대하게 위함이야. 만약 네가 혼돈의 존재라고 한다면...."

앙그가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들었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이방인."

"좋아, 협력하겠어. 어둠의 여신."

나는 앙그에게 손을 내밀며, 그녀의 턱 끝에 손을 올렸다.

"일단, 혀부터 내밀면서 게슴츠레 올려다봐."

"......베에."

찰칵.

마력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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