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17화 (1,017/1,497)

EP.1017 3부 3장 04 본성

푸른 하늘의 데스니다스, 그러니까 원작은 19금 미연시 게임이다.

이 게임의 위상이 어떤 느낌이냐면, 전연령 게임으로 노선을 바꾸고 가챠 게임을 만들어 판매하면 최소한 업계 5위 안쪽은 쉽게 노릴 수 있을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임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원작부터 19금이라면, 각각의 캐릭터들에 대한 야짤이 만들어지는 양이 적을까?

아니다.

엄청나게 쏟아진다.

야짤에 야설은 야한 코스프레는 물론이거니와, 가상현실 속에서 히로인과 섹스를 한 것 그 자체가 마치 3D 포르노처럼 생산되는 경우도 많았다.

애초에 당장 게임의 오마케만 들어가도 H씬을 재생할 수 있다.

전연령 게임들도 조금만 야하게 나와도 `걸어 다니는 섹스`라고 사람들이 온갖 야한 것들을 만들어내는데, 원작이 19금 미연시인데 오죽할까?

오히려 19금이 원작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미친 듯이 19금 컨텐츠를 만들어냈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인터넷에 히로인 공략법을 직접 올리는 과정에서 섹스씬을 올린 적이 있다.

공략이 섹스다?

이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19금 미연시이기 때문에, 히로인과의 호감도를 올리는 방법이 섹스로 통하는 경우가 있었다.

-님들 아지다하카 어떻게 섹스로 굴복시켜요? 방법 좀 알려주세요...ㅠㅠ

-이길 때까지 쎅쓰해라.

-벌써 100번 넘게 했는데도 이 년이 재미없다고 그래요ㅠㅠ

-아지다하카가 어디에 있는지 알잖아ㅋㅋ 금발서양남이랑 흑형들이 한데 어우러진 오리엔탈 섹스를 하는데 님의 섹스 테크닉으로 넘어오겠음??

소위, `비처녀`로 분류되는 히로인들.

히로인이면서 비처녀라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런 게 가능한 이들이 몇몇 존재했다.

-히로인 16명 모두가 처녀일 수는 없어.

-처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처녀를 찍먹해보는 사람들도 있어야 해.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걸까요? 여러분들도 다 섹스를 해보고 게임에서 전자섹스를 하는 거잖아요? 당신도 동정이 아닌데 히로인 중에 일부 처녀가 아닌 사람이 있을 수도 있죠. 혹시...님큥없?

뭐, 유경험 및 비처녀 히로인들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크기는 했지만, 그들이 가진 매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직접 섹스를 해보면, 그 테크닉에 탄성이 터져나왔으니까.

-어머, 허접 자지 지휘관. 오늘도 누나랑 섹스하려고 온....

-딱 때, 씨발년아.

-......그래, 지휘관이면 이런 박력이, 응기잇...!!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을 상대로 섹스로 이겨보겠다고 나서는 순간, 승리하게 된다면 희대의 섹스머신(동정)으로 진화하게 된다.

-나...처음인데...아흐, 하아앗...!!

-나도 처음이야.

-처음인데 왜 이렇게 잘...해...?!

-타고난 거지.

-너 세이브 파일 까봐!

-젠장, 들켰군. 안 되겠다, 큥큥프레스!

-아아앙!! 너무 좋아...!!

경험은 없지만, 이론과 실전은 완벽한 남자들이 자지를 치켜들었다.

-오빠, 뭔가 전보다 잘 해진 것 같다? 혹시 나 말고 딴 여자 만나는 거 아냐?

-어, 어...?

-...왜 대답을 바로 못 해? 언년이야? 말 해. 나야, 유나야?

-왜 유나라고 하는 거야?

-그럼 누군데? 라온이? 누리? 내가 모를 것 같아? 어서 말 해!

-......히, 히드라.

-흐으응. 오빠, 그쪽이 취향이었어...? 어디, 히드라랑 섹스한 만큼 나랑 한 번 해볼까? 목줄 한 번 차줄, 꺄아아앙!!

혹은 기존에 테크닉이 다소 빈약했지만, 게임 속 섹스를 통해서 레벨업을 한 남자.

-여보, 이거 한번 해볼래? 나 애들 데리고 친정 다녀올 테니까.

-어? 이, 이런 거 해도 돼?

-그럼. 바람피우는 것보다 전자계집들 상대로 딸딸이 치는 게 더 낫지. 내가 쟤들 상대로 이혼 소송 걸 것도 아니고. 사흘 뒤에 올 거니까, 올 때 맞춰서 몸 씻어둬.

-어? 어, 어.... 씨, 씻는다니. 왜...?

현실에서도 가상현실 섹스 머신을 이용하여 남편의 부족한 섹스 테크닉을 높여서 현실에서 만족했다는 부부도 존재한다는 인터넷 찌라시 기사가 있을 정도로, 데스디나스는 많은 남자의 자존심을 높여줬다.

이렇게 데스디나스는 만인의 공공재같은 느낌으로 인기를 끌었기에, 음지 작품임에도 양지와 음지가 공존하는 혼돈을 자아냈다.

덕분에 많은 컨텐츠가 만들어졌고, 대부분의 컨텐츠는 19금 포르노였지만, 엄연히 야짤은 존재했다.

그게 현실의 상황이었다.

20년의 지구라고 딱히 다를 건 없었다.

게임이 아닌, 현실의 히어로와 헌터들을 대상으로 온갖 음지의 문화가 심해에서 들끓었고, 히어로나 헌터들은 이미지 때문에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이들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쉽게 하지 못했다.

어떤 세상이든 세상에 광기가 가득한 자들은 존재하고, 그게 `성`에 관한 요소가 연결된다면 선을 넘는 자들이 많다.

그게 현실의 대상만 아니라면, 아무렴 어떠랴.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거나, 정해진 울타리 속에서 팬티를 벗고 춤을 추든 알몸으로 탭탠스를 추든 무슨 문제랴.

같은 울타리 안에서도 불편하다면 또 다른 울타리를 만들어 따로 자리를 마련하면 되는 일이고, 취향이 맞는 이들끼리 모여 울타리를, 선을 넘지만 않으면 될 일.

내게는 그 선이 신라였다.

과거의 신라, 불꽃의 여신에 관한 것만 괜찮다고 하면 나는 아그라마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든 아무래도 좋았다.

여기에 좀 더 추가를 하자면....

대지모신 야짤.

물의 여신 야짤.

"휴."

다행히, 둘 다 0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신들의 경우를 검색해봤지만, 검색 결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ㅡ"

앙그 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음료를 마시며 엔터키를 눌렀다.

그리고.

"...응?"

상당히,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로딩 중이라는 듯 돌아가는 게 보통 속도가 아니었다.

"......."

그리고 나는 보고 말았다.

다른 신들의 야짤이 없는 이유를.

왜 앙그가 그 모양이었고, 아지다하카가 비처녀의 대표주자였는지를.

"...이래도 되나?"

검색 건 수, 셀 수 없음.

이루 말할 수 없는, 암흑여신을 향한 끔찍한 광기의 향연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지구에 있는 데스디나스 관련 야짤을 모아도 이거보다는 덜 하겠다."

단언컨대, 암흑여신이 이 테라 전체의 모든 성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내는 듯했다.

이래서야 아지다하카를 향한 멸칭이 멸칭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정액받이.

보통 액받이란 재액(厄)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액(液)이 아니라 끈적끈적하고 허여멀건 액(液)을 받아내는 존재라는 멸칭이 아지다하카에게 있었다.

-응? 사람들이 나한테 뭐라하는 거? 신경 안 써. 그만큼 나랑 섹스하고 싶다는 거잖아? 뭐 어때. 후후후.

이제서야 뭔가 게임 속 아지다하카의, 그리고 20년의 지구에서 간부 아지다하카의 행동들이 완전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글러 먹은 여신이네."

역시.

변태다.

* * *

인터넷을 통해 아그라마인의 대략적인 상황을 알게 된 뒤.

나는 암흑여신을 믿는 신전을 찾아가기 전, 먼저 인터넷에서 찾은 `이상 현상`이 있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지금 있는 도시에서 다소 벗어난 곳.

아그라마인의 왕도를 향해 길게 쭉 뻗어있는 도로를 따라 걸으며, 이상 현상이 내가 생각하는 그 `현상`인지 먼저 확인했다.

-님들 뭔가 저기 그림자 속에 있는 거 보임?

-어둠의 정령이 그림자 속에서 태어나버렷!

-그냥 평소의 그거 아니냐?

-암흑여신께서 질질 싸신다!!

일부 여신에 대해서 불경한 말을 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나는 사진을 통해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걸 충분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차원문인가?`

지구에서 열리던 차원문과는 형태가 다르지만, 생긴 게 충분히 차원문을 연상케 했다.

만약 또 어디선가 차원문이 열린다면, 그건 99% 혼돈의 짓이다.

하선태 피셜, 성주는 없다.

성주가 넘어오는 게 아니라면, 지금 열리는 차원문은 99% `그 새끼`다.

다만 1%의 확률이 있다면....

`지구.`

20년의 지구에서 넘어오는 경우.

어느 쪽이든 가정만 해서는 의미 없기에, 나는 바로 목적지로 향했다.

"와."

도착한 장소의 광경은 정말이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나도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갈대밭.

굴다리 하나.

그리고 그림자가 짙게 깔린 다리 아래.

시체가 발견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너무나 특이한 장소였고, 나는 몸에 마력을 가볍게 둘렀다.

혼돈의 세력이 나타나기에 딱 좋은 장소.

혼돈이 나오는 즉시, 창염개진 풀버스트로 처리할....

"하아, 하아...."

"......?"

나는 굴다리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아함을 느꼈다.

"아."

굴다리 아래.

범죄가 일어나기도 쉽지만, 또 범죄와는 다른 일이 일어나기도 쉬운 곳.

`그냥 지나갈까.`

어떤 커플인지는 몰라도 야외에서 저런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데ㅡ딱히 말릴 생각은 없다.

`나도 자주 해봤고.`

현실에서는 당연히 아니지만.

게임에서 나는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섹스를 해보기도 했다.

그러니 굴다리 아래에서 젊은 남녀가 섹스를 하는 건 그냥 눈감아주고 넘어갈 수 있다.

이곳은 아그라마인이니까.

그런데.

찰칵.

"......."

혹시 나를 찍은 건가?

나를 찍었다면 얘기는 다르다.

나는 굴다리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시력을 강화했고, 흐릿한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형체의 선을 볼 수 있었다.

`여자?`

단 한 명의 여자.

그것도 굴다리 아래에서 혼자 자위를 하고 있는 여자.

하이힐을 신고 쪼그려 앉은 자세로, 자위를 하며 끈적한 애액을 아래로 떨어뜨리는 장면을 뒤에서 사진으로 찍고 있다.

`말세로다.`

"하아, 으응, 좋아, 이걸로...."

"......."

아.

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까.

"모두의 성욕을...내게로...흐읏...."

앙그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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