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05화 (1,005/1,497)

EP.1005 2부 10장 18 타락의 시작

"어때요, 광검 바로 튀어나왔죠? 자, 만 원씩 주세요. 푸흐흐."

신라는 기어이 내기에서 승리했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부터 TS된 나의 임신 웨딩드레스 사진이 온 건에 대하여 작전.

과연 이 사진을 받고 난 뒤, '당장 마력 분석실로 오지 않으면 이 사진을 인터넷에 뿌리겠다'고 하면 암컷광검은 어떻게 반응할까?

"일반인이면 무시하겠죠?"

"찔리는 사람이면 연락하겠지."

"하지만 충분한 이능력을 가진 광검이라면?"

무조건 달려온다.

신라는 광검이 달려온다는 거에 걸었고,

유나는 광검이 그래도 일단 전화부터 한다는 거에 걸었고,

하랑은 광검이 그래도 달려오지 않고 무시한다는 거에 걸었다.

결과는 신라의 승리.

나?

나는....

"나 때는 서브 궁극기부터 때려박더니."

광검의 서브 궁극기, 대충 이름은 천공검.

엄청난 마력을 하나로 모아 하늘에 거대한 검을 만든 뒤, 그걸 아래로 냅다 던져버리는 투검은 지하 100m는 아주 간단하게 뚫어버리는 궁극기다.

대외적인 궁극기.

진짜 궁극기는 따로 있고, 사람들은 그게 광검의 궁극기이자 필살기라고 알고 있다.

"저거, 광검 아니네."

천공검부터 때려박을 줄 알았다. 내가 아는 광검이 그랬으니까.

그건 20년의 지구나 25년의 지구나 마찬가지였다.

"오빠야. 암만 그래도 아무렇게나 저런 거 때려박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인게임에서 그랬으니까 그 때 큐브 챙겼을 때 검을 막았지."

"...그래도 저런 시설에다가 때려박지는 않을 거 아니가."

"그건 그렇네."

생각해보니 장소가 달랐다.

내가 싸운 장소나 인게임에서 천공검이 떨어진 장소는 대부분 광검이 싫어할 법한 존재들이 있던 곳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 암컷광검이 있는 곳은 히어로 협회.

신서울 한복판에, 그것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에 천공검을 떨어뜨리는 건 미친 짓이다.

"내가 너무 그 인간만 생각해서 그런가."

죽었다 살아난 20년의 좀비광검.

그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진하게 박혀있어서 그런지, 암컷광검의 행동은 예상외로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오빠. 저 사람은 광검이 아니어서 그런 거 아녜요?"

"응?"

유나가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루살카 님인 거죠. 기억이 긴가민가한."

"그런가? 하긴, 그 인간이었으면 임신 루살카 모습을 보고 자기 아내라고 생각하지."

"그러면 더 달려오지 않을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진이 나타났는데."

신라는 모니터에 임산부 루살카의 모습을 띄웠다.

정말 저 작은 몸으로 어떻게 임신을 했나 싶을 정도로 체구가 작았지만, 분명 한 생명이 배에 깃들어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사진, 실제로는 없는 사진이잖아요."

임산부 루살카.

그런데 웨딩드레스를 입은.

"스킨도 아니고, 이건 제가 따로 연락해서 합성한 거니까. 푸흐흐."

루살카의 외형에 관한 자료는 그다지 많지 않다.

'설야의 루살카'라는 캐릭터 자체가 석하랑 루트, 그것도 오마케로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자료이며, 광검의 여인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대중적인 인기는 없었다.

물론, 광검의 여자라는 점과 석하랑의 어머니라는 점에서 컬트적인 인기가 있는 것도 사실.

2차 창작으로 만들어진 자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2차 창작이지 인게임-가상현실 속 자료가 아니다.

'인게임 속 광검을 낚기에는 역부족이야.'

현실에서 루살카의 각종 데이터가 있다고 한들, 그걸로 인게임 속 광검을 낚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임신+아내+웨딩드레스 조합이라고 한들, 그게 2D 캐릭터인데 그걸 보고 기겁해서 놀라 뛰쳐올 사람이 있을까?

'인터넷 짤은 죄다 2D그림이거나 MMD 모델링이잖아.'

현실감도 없거니와, 더군다나 기억을 잃어서 긴가민가하는 광검을 낚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자료다.

암컷광검에게는 그녀를 단숨에 꾀어낼 실질적인 자료가 필요했고, 신라는 그걸 오마케에서 긁어오기로 했다.

스노우 화이트.

백설공주 이야기라는 이름의 오마케, 즉 석하랑 탄생설화에서.

"하랑이 출생하는 장면도 있는데, 임산부 루살카가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푸흐흐."

"그렇긴 한데."

석하랑은 떫은 얼굴로 샤오린과 전투 중인 광검을 가리켰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달려올 건 아니지 않나?"

"뭐, 어때요? 푸흐흐."

현재 게임인 일시정지 상태.

암컷 광검은 필사적인 얼굴로 샤오린과 전투를 치르는 중이었다.

"결계가 펼쳐져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완전히 박살났겠는 걸."

"둘 중 무엇이든 절박해지는 게 당연한 거예요."

"둘 중 하나?"

"내 아내의 임신 웨딩 드레스든, 나 자신의 임신 웨딩 드레스든."

신라의 말대로.

"광검이라면 내 아내가 나도 모르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에 NTR 당한 건가 싶어서 달려오는 거고, 루살카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임신을 했나 싶어서 내려오는 거예요. 어느쪽이든 펄쩍 놀라서 뛰어내려오지 않고는 못 견디죠."

"...하아. 원래 속성대로라면 불이 물 손바닥 위에서 놀아야 하는 거 아이가?"

"아니죠. 여기선."

신라는 한데 모인 4만원을 내 안주머니에 꽂아넣으며 키스했다.

"여긴 불이 물을 증발시키는 세계관이라."

"뭘 당연한 걸...."

불은 물을 증발시킨다.

불은 얼음을 녹게 만든다.

유감스럽게도, 신라에게는 마력의 속성 이론이 통하지 않는다.

"그럼, 슬슬 전투 정리할까요? 저게 광검이든 루살카든, 암컷타락은 확정되어있으니."

찰칵, 찰칵.

신라는 헤드기어를 쓰며 내게 눈짓을 보냈다.

"석하랑, 움직이지 못하게 해주세요."

"섹스로?"

"당연하죠."

"갸아아악!!"

하랑은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나는 냅다 그녀를 붙잡아 그녀의 고간에 얼굴을 묻었다.

"석하랑을 보빨로 구속하라! 푸흐흐."

"이, 이, 고작 이걸로, 흐으읏...!!"

내가 하랑의 은밀한 곳에 혀를 대자마자, 하랑은 바로 저항을 포기했다.

"신라 님, 오빠 자지가 노는데 그건 제가 먹어도 돼요?"

"아래로 먹어도 돼요."

유나는 유나대로 내 아래로 향했고, 나는 유나가 내 자지를 빨기 좋게 하체를 들었다.

그동안, 신라는 다시 게임에 집중할 뿐.

"오, 오빠야. 암만 그래도...."

"하랑아. 괜찮아."

나는 하랑의 치마를 들추며, 그녀의 속옷 위에 입술을 맞추며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어차피 게임이잖아."

"......."

그래.

저건 게임일 뿐이다.

하물며 기계 촉수에 의해 휘저어질 뿐.

* * *

[게임을 재개하시겠습니까?]

"예."

다시, 인게임.

밖에서 그가 유나와 하랑을 상대로 3P 섹스로 하랑을 구속하는 사이, 나는 다시 인게임의 지휘관이 되어 전황을 살폈다.

카ㅡㅡ앙!

암컷광검은 샤오린과 근접전을 펼쳤다.

그녀의 양손에는 하얀 얼음이 굳어진 쌍검이 들려있었고, 소령의 손에는 마력으로 만들어낸 봉이 들려있었다.

둘 다 무기를 사용하는 접근전파.

마력으로 자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이능을 사용하기 보다는, 인간 개인의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마력을 사용한다.

신체강화.

체력회복.

소위 검강이나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마력으로 만든 무기.

카앙, 카앙, 카앙!

두 S급이 전력으로 싸우는 모습에 나는 붙잡은 인질들을 옆으로 치웠다.

[지휘관, 아직이야?]

하품섞인 목소리가 전해졌다.

나는 아래에서 대기 중인 아지다하카에게 좀 더 기다리라는 문자를 보낸 뒤, 둘의 전투-특히 암컷광검에 집중했다.

'광검이냐, 루살카냐.'

과연 어느쪽일까.

전투를 하는 걸로 봐선 광검 쪽인 것 같은데, 이게 또 마력의 색은 분명 루살카의 것이었다.

기억을 잃은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어느 쪽인지는 애매모호 한 상황.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달묘, 그만."

내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소령이 뒤로 물러났다.

완전한 호각을 보이는 둘의 전투는 S급 다운, 아니 S급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전투였다.

"지휘관."

그걸 막았으니 소령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을 터.

한껏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는 게 아직 좀 더 싸울 수 있다고 어필을 하는 듯 했다.

"돌아가면 바나르간드랑 싸우게 해줄테니까, 잠깐 참아."

"......그렇다면야."

소령은 마력으로 만든 봉을 해제했다.

역시 전투광 답게, 우리 마법소녀 중 최강자와 한 판 붙게 해준다고 하니 바로 광검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이봐, 광검."

나는 입구 쪽에서 쌍검을 든 광검에게 마도기어를 흔들었다.

"아니, 광검을 먹어치운 괴인인가? 너는 누구지?"

"...어디서 그 사진을 손에 넣었지?"

루살카의 목소리.

광검의 말투.

헷갈리게 하고 있지만, 싸우는 방식을 통해 대충 감은 잡을 수 있었다.

"사진을 어디에서 손에 넣었는지 궁금한가?"

"...네놈."

"기억은 어느 정도 돌아왔는 것 같은데. 광검, 허윤환 씨."

"......."

저것은 광검이다.

한강 다이빙을 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루살카가 자살을 할 리 없으니까.

하루 아침에 빈유 소녀가 되었다고 S급이 한강에서 뛰어내리는 유리멘탈의 소유자는 허윤환 뿐이다.

"광검 허윤환. 나를 도와라."

"도우라니, 무슨 소리지?"

"나를 도와서 마법소녀가 되어라."

"......."

광검의 표정이 순식간에 썩었다.

"나보고, 네게 다리를 벌리라고? 개소리!"

"화를 내는 건 당연하지만, 나도 그쪽과 섹스를 할 생각은 없어. 그냥 내 팀이 되라는 건데?"

"......."

설레발을 치는 것도 유분수지.

"설마 나와 섹스를 바라는 건가? 여자가 되었다고 진짜로 나의 아기씨를 바라는 건가? 그건 좀 역겨운데."

"뭐, 뭐라고...?! 이 미친...!"

"좋아. 거래를 하지."

광검같은 자가 혹할만한 아주 좋은 조건이 있다.

"너를 남자로 되돌려주지. 그리고 또 하나 더. 네 안에 있는...'설야의 루살카'를 밖으로 빼내주지."

"그게...무슨?"

"간단한 이치야."

나는 뒤로 손가락을 튕겼다.

히카리는 바로 내 앞에서 마도기어를 조작해서 어떤 화상을 보여줬다.

"소드 오브 루살카를 '검'과 '루살카'로 분리하는 거다."

창염의 피닉스를 창염과 피닉스로 분리한 것처럼.

그리하여 피닉스는 그가 되고, 창염은 하신라가 된 것처럼.

"하나의 육신에 있는 두 개의 영혼을 분리한다. 나머지 육신은 X로이드든 인공생명체든 이쪽에서 준비하지."

"그게...가능하다고?"

"그럼 그대가 루살카의 몸이 된 건 말이나 되고?"

"......."

광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때? 남자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게 첫 번째. 그리고 네 안에 갇혀있는 아내를 되찾는 게 두 번째. 협조하겠나?"

"......."

망설이고 있다.

흔들리고 있다.

"아, 물론 마법소녀가 되는 것인 만큼, 이것만큼은 지켜줘야해."

계약의 기본조건.

"내가 갑이다."

지휘관에 대한 절대복종.

"무슨 일이 있어도 지휘관에게 복종한다. 그게, 마법소녀니까."

"......."

"좋...습니다."

올 때는 세 명.

갈 때는 다섯 명.

"...마법소녀 루살카, 하겠습니다."

"NG."

나는 허윤환을 위해 준비한 대사를 넘겼다.

"...마법소녀 루살카, 하겠...."

얼굴이 시뻘게진 루살카는.

"...하겠사와요."

일단, 아가씨가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