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04화 (1,004/1,497)

EP.1004 2부 10장 17 이게 선생님의 미래입니다

지휘관이 신서울로 온다더라!

역시, 그 이유는 당연히 달묘의 히어로 협회 등록일 수밖에 없었다.

그에 사람들은 책임자를 찾았다.

자고로 높은 사람이 멀리서 오면 그에 걸맞은 책임자가 의전을 하기 마련이며, 지휘관이라는 존재에 대한 의전은 당연히 정부나 히어로 협회에서 주관할 터.

-설마 대선 기간인데 정치인을 만나겠어?

아무리 지휘관이라고 한들,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엄연한 국정 개입이고, 사실상 비선 실세 노릇을 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제가 지휘관을 모시겠습니다! 웰컴, 신서울! 웰컴, 코리아!

-일단 저놈은 아니네.

처음에는 몇몇 정치인들이 자신이 의전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사람들은 곧 관심을 꺼뜨렸다.

그리고 진짜로 의전을 할 것 같은 사람을 찾아 나섰다.

"올해 나이로 환갑을 넘었지만 이능력을 각성하여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히어로 협회장 설지영 님! 부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등장이 전혀 없어서 존재감이 누구보다도 적은 회장님! 소설로 치면 거의 200화 만에 새롭게 등장하여 독자분들도 까먹었을 것 같은 히어로 협회의 회장님! 뭔가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

바로 협회장.

히어로 협회, 한국 지부의 지부장이자 대외적으로는 그냥 '협회장'이라고 알려진 여인, 설지영은 눈앞 기자들의 질문에 눈가 주름의 화장이 바스러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협회장님!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자, 자.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는 없습니다."

설지영은 몰려든 기자들의 앞에 나서서 직접 상황을 진화했다.

"이는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협회에 아직 공식적으로 요청이 들어온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웅성웅성.

설지영의 말에 기자들은 저마다 추리를 하며 지휘관의 행보에 대해 유추하기 시작했다.

"그럼 지휘관이 협회나 정부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움직였다는 말씀입니까?"

"이는 협회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까요? 히어로 협회 회장으로서 지휘관에게 한 마디 전달하신다면 어떤 걸 전달하시겠습니까?"

"한국 이외의 협회에 등록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협회장 설지영을 향해 기자들은 다소 무례할 정도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해가 가는 것이, 그들의 얼굴에는 절박함이 담겨있었다.

"만약 지휘관이 한국 히어로 협회와 연계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혹시 다른 나라와 연계 중인 건 아닙니까?"

지휘관이 국외로 떠나갈까 봐.

지휘관이 S급들을 다른 곳들로 배치할까 봐.

지휘관이 설지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협회장이 올라올 때까지 한국 히어로 협회와 교류하지 않을까 봐.

"항간에 떠도는 지휘관 '금태양 납치'설이 사실입니까? S급이 될 한국의 여인들을 찾아 다른 나라로 데려가려고 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근거없는 유언비어입니다."

그래서 지휘관이 마법소녀가 될 인재만 쏙 빼먹고, 어디 미국으로 가서 전부 망명시켜버릴까 봐.

"달묘를 인근국가의 히어로 협회에 등록시켜서 그 지역을 맡게 하려는 건 아닌가요?"

혹은 한국에 포화 상태인 마법 소녀들을 다른 국가에 쉽게 파견하기 위해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등록시킬까 봐.

"하긴, S급은 한국에 이미 충분하니까...."

"그래도 등록은 우리나라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야 소속이 여기로 되잖아."

"지휘관 소속인데?"

"일단 지휘관도 협회에 등록은 되어 있을 거 아니야?"

기자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했다.

설지영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으며, 기자 중 익숙한 얼굴을 보고 더 식은땀이 흘렀다.

"......."

"푸흐흐."

싱글벙글.

가만히 웃고 있는 흑발의 청년은 마치 자신의 곤경을 즐기듯 가만히 서 있었다.

흑발이지만, 얼굴은 다소 다른 듯하지만, 이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지만, 설지영은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깨달았다.

등잔 밑이 어두운 정도가 아니라, 그냥 사람들을 능욕하고 있던 셈이 아닌가.

설지영은 당장이라도 저기 있는 남자의 실체를 까발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지휘관이 설지영을 빌미로 외국으로 가버릴까 봐 무서웠다.

-단군 이래 최대의 역적!

지휘관의 심기를 거스르게 하여 지휘관이 타국으로 떠나게 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역사에 남을 역적이자 매국노가 되리라.

그래서 설지영은 참았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목적대로라면, 지금 자신이 입을 뻥긋하는 순간 그는 바로 해외행 비행기를 수배할 것이리라.

-여기.

청년은 자신의 양옆에 있는 두 여인과 마도기어를 번갈아 가리켰다.

"!!"

삐비비빅.

마도기어가 울리기 시작했다.

설지영은 바로 표정을 바꿨다.

그리고는 기자들에게 손을 뻗어, 마도기어를 자신의 귀에 대고 고개를 돌렸다.

"......."

침묵.

한순간에 정적이 내려앉은 기자회견장에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분명, 설지영의 마도기어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협회장님?]

"......이유나 양?"

이유나.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의 일원이자 마법소녀들의 리더.

[네, 안녕하세요. 이유나랍니다. 지휘관님 지시로 연락을 드리게 되었어요. 잘 지내셨죠?]

"물론입니다, 유나 양. 유나 양도 몸 건강히 지내고 있습니까?"

아무것도 아닌 E급이었지만, 지휘관에 의해 어느새 B급으로 성장한 그녀는 지휘관이 공인한 서브 지휘관이었다.

[먼저 연락을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저희도 갑자기 공개되는 바람에....]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유나 양, 지금 기자회견 중이라...."

[어머, 진짜요?]

즉, 지휘관의 대리이자 지휘관의 비서급의 존재.

[아, 그러면 더 잘됐다. 마침 전할 거 있었는데.]

잘됐다?

마침 전할 거?

기자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지휘관님 오늘 새벽에 신서울로 출발하셨거든요? 신서울로 지금 내려가셨을 거예요.]

"!!!"

모두가 경악에 빠졌다.

"호, 혹시 어떻게 내려오십니까?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도착하기 전에 저한테 연락해주신다고 했으니까, 제가 연락받으면 바로 협회장님께 연락 드려도 될까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휘관님께서 협회와 통하는 건 저보고 하라고 하셔서....]

"물론입니다, 이유나 양. 부디, 전화 꼭 해주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뚝.

전화가 끊어졌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모두 설지영 협회장을 향했고, 설지영은 급히 마도기어를 눌러 소리쳤다.

"외부에서 신서울로 들어오는 모든 루트 확인해! 지휘관께서 오신다고 하니까, 모든 루트에 사람들 대기시키라고! 알겠어?!"

지휘관이 온다.

서울에서 신서울까지의 거리는 정말 '금방'.

그런데 새벽에 출발한다?

"저도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부회장, 협회를 부탁합니다!"

설지영은 급히 밖으로 나갔다.

행여나 콩고물이 떨어질까, 모든 기자가 설지영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협회장님! 유나 양의 번호를...."

"이유나 양과의 연락은 언제부터 이루어진 겁니까?!"

"항간에는 유나 양의 등급에 관하여...."

쏴아아.

사람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기자회견장에 남아있는 사람은 고작 10명이 채 되지 않았고, 남은 기자들은 급히 뒷자리를 수습하며 자리를 떠났다.

"흠."

오직 흑발 청년과 옆에 있는 여인들을 제외하고.

"슬슬, 우리도 움직일까?"

청년과 여인들, 셋이 향한 방향은 바깥이 아닌 안쪽.

히어로 협회 내부, 히어로 등록실이었다.

* * *

잠시 뒤.

히어로 협회 내부 히어로 등록실, 마력 패턴 분석기 앞.

"구식이네요."

마력 감지기의 앞에 선 히카리는 인상부터 팍 찡그렸다.

"이렇게 대형으로 만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기껏해야 각성한 마력밖에 감지하지 못한다니."

히카리는 신랄한 어조로 마력감지기를 비판했다.

실제로 우리 눈앞에 있는 마력감지기는 그 크기가 작은 컨테이너 하나 만큼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걸로 그냥 체크하면 안 될까요? 아니면 제가 기술 기부 좀 할까요?"

"아직은."

"아쉽네요. 하아. 이런 거로 체크를 하니까 그런 참사들이 일어났지...."

히카리는 임신테스트기 정도로 작은 물건으로 그 사람의 잠재 능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덕분에 그녀는 유나가 왜 마법소녀들의 리더인지 깨닫게 되었고, 다른 마법소녀들의 잠재력과 능력들 또한 확실히 파악하게 되었다.

"이걸로 등록하려고 하니까 자존심 좀 상하는데요...."

"그래도 지금 상태만 딱 알기 좋잖아. 안 그래?"

"그렇긴 한데."

현재 활성화되어있는 마력의 패턴만 분석 가능한 협회의 분석기.

잠재된 모든 능력을 분석 가능한 히카리의 분석기.

성능은 당연히 히카리가 압승이지만, 히어로 협회 등록이 가능한 건 협회의 것이다.

"달묘 등록하고, 너도 등록하자. 너는...."

"[교수]."

교수.

프로페서.

이능력학개론에 있어 세계 석학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히카리인만큼, 그녀는 교수를 자처했다.

"나중에 S급 달면 그때는 글로-벌하게 프로페서라고 할게요."

"좋은 생각이야. 소령, 너도 이쪽으로 와서 등록해."

"알겠습니다."

히카리가 먼저 등록을 하고, 샤오린이 뒤이어 등록했다.

히카리는 등록을 하기 무섭게 바로 자신의 마도기어에서 화상 키보드를 꺼내 협회의 단말과 연결했다.

치직, 치직.

순식간에 해킹을 끝낸 히카리가 달묘와 교수의 데이터를 조작하는 동안, 나는 소령이 사로잡은 이들을 살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협회, 등록실에 남아있던 직원들.

그들은 소령이 기습하여 모두 기절시켰고, 현재 우리의 인질이 되었다.

"자...그럼 이제 슬슬 광검을 납치해볼까."

광검은 현재, 히어로 협회에 있다.

현재 '그녀'라고 할 수 있는 존재를 납치하기 위해, 나는 정말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일단 판별부터 해야지."

광검인가.

루살카인가.

"사진 전송...완료."

외형만 변한 건지, 아니면 광검이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기억을 잃은 루살카만 남은 건지.

"딱 10초 줄테니까, 10초 안에 안 오면 인터넷에 뿌려버리겠다."

어느 쪽이든 내가 직접 큥큥할 건 아니지만, 그 대신....

'전자면 로하랑을 범하고, 후자면 석하랑을 범한다.'

삐빅.

나는 미리 로하랑에게 전달받은 번호로 광검에게 문자를 넣었다.

두두두두. 쾅ㅡ!

곧 위에서 뭔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루살카와 똑 닮은 백발의 소녀가 우리의 앞에 도착했다.

"너희...뭐야?"

"뭐긴."

철컹.

히카리가 해킹으로 문을 닫았고, 소령이 광검의 앞에 섰다.

"이 사진, 뭐냐고!!"

"아, 그거."

광검에게 보낸 사진.

그것은 야시시한 하이레그 웨딩드레스를 입은 보테베 루살카의 모습.

즉, 지금의 광검이 임신한 모습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네 미래."

"!!"

소령이 광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마케에서 루살카 임신 사진 긁고 합성했는데 역시 효과 제대로네요. 푸흐흐."

"그럼 저기 배 안에 하랑 언니 있는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지. 나중에 다같이 배부르면...드레스 입고 사진 찍어볼까?"

"...내도 저거 한 컷 찍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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