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03화 (1,003/1,497)

EP.1003 2부 10장 16 지금 큥큥하러 갑니다

다시, 인게임.

달묘는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A급 괴수를 일격에 터뜨린 그녀의 힘에 많은 이들이 달묘의 등장을 환영했고, 또 다른 S급의 신변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머리카락이 긴 건 분명 아주 오래전부터 길러온 것이리라.

-기존의 다른 마법소녀가 또 다른 마법소녀인 척하고 실적 부풀리기를 하는 거 아닌가?

-영어의 발음이 조금 이상할 걸로 봐서는 한국에서 배운 사람이 아닐 것이다. 한국인은 뤠ㅡ빗을 래빗이라고 부르지 결코 저런 식으로 발음하지 않는다.

-그래도 마법소녀인 이상 지휘관이랑 섹스는 해봤겠지?

달묘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르면서 사람들이 확실히 알게 된 점은 단둘.

달묘는 이미 알려진 마법소녀들보다 약간, 한 단계 더 강한 듯한 마법소녀라는 것.

그리고 달묘는 이미 지휘관과 섹스를 했을 것이라는 것.

"아오,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너는 안 그러냐?"

"당연히 궁금하지. 알고 보니 막 강원도 산골에 틀어박혀 살다가 온 여자애가 아닐까?

"나는 한국인 아닐 것 같은데? 그냥 검은 머리 외국인일 듯."

달묘에 관한 궁금증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민감한 질문이든 평범한 질문이든, 지휘관을 만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묻고자 할 터.

"공식적인 채널이든 자체적인 채널이든 큥튜브 방송이든 뭐든 오피셜로 알려줬으면 좋겠네."

"미리 정해진 질문만 골라서 답해줘도 조회 수 1억 뷰지."

"하아. 그거 렉카하면 조회 수 달달하게 빨 텐데.... 씁. 지휘관, 협회 근처에 안 오나?"

이곳은 신서울.

한국 히어로 협회 신서울 지부 인근에 있는 카페.

후안의 카페에도 많은 사람이 몰려있지만, 달묘의 등판으로 신서울 인근 카페들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왜냐?

지휘관을 만나기 위해서.

지휘관이 앞으로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여의도를 나와서 한국 히어로 협회 신서울 지부로 올 것은 분명했다.

"달묘, 아직 협회 등록 안 됐지?"

"응. 자체 업데이트도 안 하는 거 봐서는 등록자가 아니야."

지휘관을 만나기란 결코 쉬운 법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휘관을 공식 석상으로 꺼낼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달묘의 정체가 검은 머리 외국인이든 서울 지하의 난민이든, 어쨌든 한국에서 이능력자로 활동하려면 협회에 등록해야 하는 거 아님?

이능력자 면허 등록.

운전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증이, 의료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면허증이 필요하듯 이능력자에게도 이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부든 히어로 협회든 공식적으로 면허를 받을 필요가 있다.

-아예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잖아. 마법소녀들도 다 등록은 하고 활동하던데.

-전부는 아니지 않냐?

-영입한 한국인 이능력자는 대부분 협회에 등록되어있음.

정부와 협회에서 이능력자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제도는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에 등록된 기존 마법소녀들에게도 마찬가지.

-얘들이 마법소녀였어? 등급이 다른데?

-지휘관이니까 일부러 숨긴 거겠지. 누가 조회했다가 S급 나오면 바로 난리 날 거 아냐.

-하긴. 그렇게 됐으면 선의철이 바로 불러서 사진 찍고 그랬겠다.

비록 등록하긴 했지만 마법소녀들의 등급은 전부 조작되어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은 원래 그 등급이었는데 지휘관의 마력공급으로 사람이 바뀌게 되었다거나.

-미리 공개하면 어디 좀 덧 나나ㅡㅡ

-'선의철'

-앗

-앗

-앗

어느 쪽이든 미리 정체를 공개했으면 선의철에 의해 큰 낭패를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다들 그러려니 하면서도 궁금증을 좀처럼 풀지 못했다.

-선의철 이제 좆됐는데 슬슬 알려줘도 되는 거 아님?

-모르지. 보통 이런 거 영화에서 보면 대가리는 죽어도 잔당은 남아있잖아ㅋㅋ

-선의철 따까리들이 살아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무서운데, 그래도 S급도 이렇게 많으니까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지휘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

마법소녀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

너무 베일에 싸여 있어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니,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얻었으면 좋겠다.

그러한 와중에 의정부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달묘에 모두가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능력자면 협회에 등록하러 와야지!"

"협회는 신서울밖에 없잖아! 무조건 신서울로 오게 되어있어!"

"드디어 기회가!!"

신서울 히어로 협회 주변.

기자, 일반인, 외국인, 협회인 등 온갖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지휘관을 찾기 시작했다.

"비, 빌런이 되기 싫으면 얌전히 협회로 와야지!"

"그렇고말고!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빌런이 된다고!"

기존의 방식에 따르면, 협회에 정식으로 면허 등록을 하지 않은 이들은 '비등록자'로 취급되었다.

비등록자는 빌런의 한 종류다.

아니, 단순히 등록하지 않은 것 가지고 사람을 빌런으로 모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여론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마! 미국에서도 총기 면허 없이 차고에 탱크 가지고 있으면 법 위반이다!

-총기 면허랑 탱크랑 무슨 관계에요?

-비유가 그렇다는 거지! 아무렴 이능력자를 딱총으로 비유를 할까?!

타 국가에서도 등록하지 않은 이능력자에 대하여 범죄자로 규정한다.

일종의 잠재적 예비 범죄자로 규정하며, 이들에 대해서는 불법체류자나 주민등록말소급 이상의 신변제약을 두게 된다.

따라서.

"달묘는 무조건 신서울에 와야 한다!"

"본인 등록을 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보호자로 지휘관이 오면 딱이겠네!!"

지휘관이 신서울로 와야 한다.

여론은 하늘을 뒤덮었다.

여의도에 들어갈 수 없어서 지휘관과 만날 수 없다면, 지휘관이 밖으로 나오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당장 신서울 협회 근처에 사람들 배치해! 2교대를 뛰든 3교대를 뛰든, 지휘관 사진 한 장 건져오지 못한다면 다 죽을 줄 알아!!"

지휘관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르고, 달묘를 중심으로 지휘관을 신서울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야."

"왜?"

"지휘관 있잖아, S급도 SS급으로 만들 수 있겠지?"

"그렇겠지? 석하랑이 그렇게 SS급으로 올라갔잖아."

세상 사람들은.

"...그럼 눈 딱 감고 지금 광검이랑 떡 치면 우리나라 SS급 2명 되는 거 아니냐?"

"뭐? 누가 그런 미친 소리를 하는 건데?"

"인터넷에서 그러던데?"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를 괴이한 말에 하나둘 끌리기 시작했다.

"S급이 넷인 나라는 제법 있어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SS급이 두 명이나 되는 나라는 없잖아."

광검의 SS이론.

달묘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은 이미 많이 존재하는 S급의 존재에 더불어 SS급의 등장을 바라기 시작했다.

"달묘도 달묘지만, 광검도 SS급 되면 다 좋은 거 아니겠냐?"

"야, 너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백발로리미소녀한테 박고 싶냐? 안에는 40대 아저씨가 있다고. 2002년 이후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이 있단 말이야!"

"TS된 사람은 원래 군필 미소녀가 되는 게 국룰인 거 모르냐? 나는 쌉가능."

"아오, 미친.... 그래서 광검은 지금 어디에 있는데?"

"협회."

광검은 현재 신서울에 있다.

"한강에 빠진 거 여의도에서 건진 다음, 간신히 붙잡아서 신서울로 데려왔다고 하더라."

"뭐? 왜?"

"한강 다이브했다고 하던데."

"...자살?"

광검이 한강에 뛰어들었다.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광검의 정신상태가 여러모로 의심되는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자기가 40대 아저씨였다는 걸 믿지 못하고 있어. 완전히 기억이 날아가버렸데."

"뭐? 진짜? 그거참...."

"꼴리냐?"

"존나 꼴리네.... 뒤에서 박다가 기억이 돌아왔지만 그래도 계속 박히면서 아재와 암컷이 한 몸을 두고 괴로워하는...크흐흐."

혼란이 가득해지는 가운데.

나, 지휘관은 눈앞의 두 여인과 함께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다들 지휘관이랑 달묘 찾느라 난리네. 어떻게 생각해?"

"......부끄럽습니다."

"뭐가?"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마스크 아래로 넣은 빨대로 밀크티를 홀짝이는 소령은 쭈뼛거리며 주변을 예의주시했다.

청바지에 흰색 티, 그리고 얇은 카디건이라는 데이트룩.

무릎까지 내려오는 장발이 다소 특이하기는 했지만, 그걸 머리 뒤에서 최대한 땋고 땋아 묶고 나니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익숙해져. 그걸 입고 나섰을 때는 뻔뻔하기 짝이 없었으면서 그 상태로는 왜 부끄러워하는 거야?"

"그러니까요."

소령의 옆에 있는 하얀 가운 차림의 여인, 히카리는 녹차라떼를 홀짝이며 키득거렸다.

"스릴 넘치지 않아요? 자기들이 찾는 사람들이 여기서 대놓고 티타임을 벌이고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니."

"빛나야. 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야."

"그래도 한 사람도 모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빛나. 히카리의 가명이다.

"여기 이렇게 찾는 사람이 둘이나 있는데."

"설마 벌써 여의도를 빠져나와서 신서울에 도착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테니 말이야."

여의도를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가.

신서울에 있는 눈이 또 얼마나 많은가.

그 눈을 뚫고 아무렇지 않게 신서울 한복판, 심지어 가장 이목이 쏠린 히어로 협회 마당 앞에 지휘관이 나타난 건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물론, 우리도 그냥 정체를 드러내고 들어갈 생각은 없다.

'지휘관 티 안 나게 만들어왔는데 당연히 모르지.'

일부러 딸기도 아닌 커피를 시켜서 딱히 입맛은 당기지 않지만, 나는 그 덕분에 변장이 완벽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현재, 나는 금발이 아닌 흑발이다.

하다못해 원래 내가 가진 청발이라면 누군가가 특이한 머리에 의심이라도 했겠지만, 그냥 검은 머리칼의 잘생긴 청년은 협회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

하물며 미녀들과 함께 있다?

그리고 은근히 지휘관이나 마법소녀를 주제로 민감한 대화를 나눈다?

파리가 꼬이기 쉬운 것 같지만....

큥큥에브리데이.

우리가 걸고 있는 명찰은 '큥큥에브리데이'라는 가상의 기자 명찰을 달고 있으니, 누구도 우리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그럼 슬슬 움직여볼까."

히카리와 샤오린, 두 명의 이능력자 등록을 위하여.

그리고.

광검을 납치하여 여의도로 잡아가기 위하여.

"들어갈 때는 셋이지만, 나올 때는 다섯이 되리."

"야!! 속보!! 지휘관 협회로 들어갈 거래!!"

"뭐?! 젠장, 여의도로 가자!!"

"협회장은 뭐 하는 거야?! 젠장, 따지러 들어가야겠어!!"

수많은 기자가 협회 안으로 들어가는 가운데.

머리에 푸른색이 감도는 청년 기자 한 명과 유독 머리카락이 긴 흑발의 여기자 둘도 기자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협회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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