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99 2부 10장 12 힘의 대가
백희아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정확히는 이 나라를 자신이 이끄는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능력은 충분하다.
-성군 백희아! 성군 백희아! 성군 백희아!
-백희아같은 분이 현실에 나오면 ㄹㅇ 투표함
-근친 합법화 하자고? 미쳤니?
-'인간미'
-아 그 부분만 빼면 완벽한 사람이라고ㅋ
선의철이 이 땅에 나온 지도자들의 안 좋은 것만 뭉쳐놓은 존재라면, 백희아는 히로인답게 이 땅의 모든 정치인의 장점만 골고루 흡수한 완벽한 정치인을 지향하게 된다.
왕정체제였으면 희아여왕으로 군림하여 나라에 빛과 번영을 가져왔을 성군.
그러나 이 게임 속 지옥불반도도 일단은 민주주의 체제인 만큼, 그녀는 투표를 통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자 한다.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 모여 거수기 투표를 하는 방식도 아니고, 모든 국민들이 한 사람마다 한 표를 던지는 현실의 선거와 방법이 같다.
이능력자라고 두 표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투표권은 평등하다.
민심을 얻는 자가 곧 나라의 지도자가 될 지어니.
그렇다면 현재 이 지옥불반도의 민심은 누구에게 있는가?
-아 다른 거 다 치우고 지휘관이랑 편 먹는 놈이 최고 아니냐?
지휘관에게 있다.
-내가 지휘관이랑 편 먹으면 나 대통령 될 수 있는 거 아님?
공교롭게도 선의철의 실각 이후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든 군소정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내는 바람에 후보의 수가 두 자리를 가뿐히 넘게 되었다.
-제가 지휘관과 함께 이 나라를 다시 만들겠습니다!
-지역구마다 국회의원 대신 마법 소녀를 배치하여, 해당 지역구를 책임지고 지키게 만들겠습니다!
-율곡이이 선생이 주장하신 십만양병설을 아십니까! 저는 지휘관과 함께 십만 마법 소녀를 양성하겠습니다!
성공만 한다면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시대가 가장 바라는 것은 돈도 권력도 아닌 지휘관의 정력....
이 아니고 마력.
이능력자를 양성할 수 있다는 능력은 권력 그 자체.
대통령은 '따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이상의 권위도 누릴 수 있다.
일단 절차는 대통령부터 시작하는 거겠지만.
보통 선거는 1번에 가까울수록 유리한 게 아닐까 싶지만, 이번 선거는 96번 후보도 이길 수 있는 최강의 패가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언론에 나선 후보들의 공약에는 한 명도 빠짐없이 '지휘관'이 들어가 있다.
"지휘관의 파트너."
어떤 한 정치인이 지휘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고 하는 순간, 그 정치인에 관한 모든 관심이 쏠리게 되어있다.
'여의도에 몰려있는 사람 중 일부는 지휘관이랑 사진 한 컷 찍어보려고 올라온 사람들이지."
당장 지금만 하더라도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선 이들이 지휘관과 한 번 면담하고 싶어서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지휘관뿐이랴?
마법소녀들을 대상으로도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접근.
가령 가족에게 인터뷰하러 간다거나.
-이곳은 김누리 양의 부모가 사는 곳입니다. 주변인들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
-■■■ : 매일 밤 여자 신음이 들려서 신고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설마 지휘관이 마법 소녀를 만드는 중이었을 줄은.... 이럴 줄 알았으면 저희 여동생도 소개해주는 건데....
-한 편, 김누리 양의 부모는 서울수복의 날 이후로 자취를 감춘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여의도로 초청을 받은 게 아니냐 하는....
마법 소녀들의 친지는 모두 서울로 올라왔다.
다행히 마법 소녀들의 가족들은 진작에 우리 쪽에서 난리가 나기 전에 행동을 제한했고, 그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이해할 때까지 정훈교육을 하고 나니 얌전히 호텔 방 안에 처박혔다.
두 번째 접근.
가령 모교에 가서 마법소녀의 학창 시절을 조사한다거나.
-이유나 양의 아카데미 1학년 당시의 생활 기록을 봤습니다.
-재능의 한계 빼고는 모든 것이 완벽했던 여인인데요, 역시 이걸 보면 지휘관과의 섹스를 통해서....
-저기, 공중파에서 직접적인 건....
-그럼 뭐라고 합니까? 섹스로 지휘관의 힘을 얻은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자퇴하기 1개월 전 지휘관과 온갖 모텔로 들어가는 CCTV 영상이....
세 번째 접근.
가령 마법소녀의 생활기록부를 입수하여 실수인 척 공개하며 생활이 어떠했는가를 알아본다거나.
네 번째 접근.
-김누리요? 솔직히 인생 폈죠. 9등급에 아무 능력도 없던 애가 남자 하나 잘 만나서....
-지휘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처음부터 S급이라고 하던데요?
-...아, 몰라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 삐---
가령 학창 시절, 또는 사회 시절 마법소녀의 지인을 찾아-대부분 연락이 끊어진 사람들이지만-그들을 통해 마법소녀와의 접점을 찾는다거나.
그리하여 마법 소녀를 통해 지휘관의 인터뷰 한 컷이라도 따려고 한다거나.
"정말 징글징글한 곳이야."
이렇게 지휘관,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와 관련이 있는 것들은 마법소녀의 혈연과 지연, 학연 등 온갖 것들을 통틀어 조사하고 어떻게 엮어보려고 하는데, 정치권이 움직이지 않을 리가 없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기라면 더더욱.
'오죽하면 백희아 파트는 헬조선식 선거 의사체험이라고 하겠어.'
지휘관이 백희아 루트를 탄 뒤 작정하고 정치 쪽으로 관심을 가지면, 헬조선의 온갖 부정부패와 더러움이 집결한 선거를 경험할 수 있다더라.
물론 나야 정치 쪽으로는 관심이 없다.
피닉스도 정치는 백희아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괴수들에 집중했고, 나는 마법 소녀들과 그들의 뷰지에 집중할 뿐이다.
단지 그 접근 방식이 정치라고 한다면, 가차 없이 이용할 뿐.
"어떻게 생각해, 전 대통령 따님?"
"제가 뭘...."
DLC 히로인, 선겨울.
그녀는 내 말에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백희아 출마하면 너도 출마해야 하는 거 아냐?"
"저는 대통령에 관심이 없어요."
"그러면?"
"서울 지하의 여왕이 되었는데 대통령은 무슨...."
선겨울의 자조 섞인 말에 나는 괜히 건드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어떻게 대외적으로 활동할 수 있겠어요. 지금 선의철 관련된 사람들 그냥 죽여버리자고, 광장에 밧줄부터 달자고 하는 사람들이 신서울에 한가득한데."
마법소녀 소동과는 별개로, 선의철 하야 이후 선의철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이 전역에 가득했다.
-선의철이 빨갱이들 하던 거랑 다를 게 뭐야!
가족이 정치사범으로 살해당했다.
강제로 어딘가에 끌려간다거나,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온갖 행위들로 사람들을 죽였다.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서울에 남은 시민들이 평화롭게 사람들 사이로 융화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아버지의 죄에 대해 속죄하는 것. 그 두 가지랍니다."
"과거에 대한 속죄, 괴인과 인간의 융화라...."
아버지의 그림자가 악영향을 주는 것만 아니었다면, 선겨울은 큰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가능할 것이다.
DLC 히로인이니까.
물론.
'미안하지만, 개별 루트는 타지 않을 거랍니다.'
선겨울 루트를 타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선겨울이 공식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때도 아니고 앞으로 자신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자.
백희아와 결이 같지만 백희아는 대외적으로 움직인다면, 선겨울은 진짜로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겨울 양,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
"선겨울이라는 인물은 밖으로 나서지 못하지만, 서울 지하의 여왕님은 이미 어느 정도 알려졌거든?"
"......뭐라고요?"
선겨울은 눈을 몇 번 감았다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그야 당연히 서울 시민들이 당신을 '여왕님'이라고 칭송하고 다니고 있으니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무슨 여왕님?"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나는 선겨울에게 '선겨울'로서는 나서지 못해도, 지하의 여왕으로 나설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선겨울 양은 대외적으로 G컵으로 알려져 있잖아?"
"!!!"
선겨울은 바로 자신의 가슴을 붙잡았다.
"아, 안 돼요!!"
"큐브로 가슴에 마력 뽕 채워놓았으면 이제 원래대로 돌아가야지. 안 그래?"
"시, 싫어요!"
"어허."
선겨울이 큐브를 얻고 나서 유일하게 사리사욕으로 사용한 것.
가슴 뽕이다.
이런 곳에서 아버지와의 혈연관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선겨울은 가슴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비로소 대외 활동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가슴을 키우는 건 생각해도 가슴을 축소하는 건 쉽게 생각할 수 없잖아. 한순간의 꿈이었다고 생각해."
"그, 그런...!"
"괜찮아. 네 파트너가 될 '암흑대원군'도 슬랜더니까."
"저, 저를 뭘로 만들 생각입니까?!"
"'지하대원수'."
서울 지하 여왕, 지하대원수.
대충 그런 이름이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너도 하회탈 쓸래? 그래도 가슴은 일단 빼야돼."
"......하지만 이 가슴은."
"천가을 거 모방한 거잖아."
"......."
선겨울은 천가을의 가슴을 참고하여 자신의 가슴을 키웠다.
정확히는 큐브의 힘으로 천가을의 가슴을 꼭지 각도를 제외하고 정확히 복제한 셈이지만, 지하 여왕으로 나서려면 G가 C가 되어야 한다.
아니다. A인가.
"괜찮아. 정 두려우면 바니걸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보고 판단해도 돼."
오늘.
곧 있으면, 바니걸이 정식으로 마법 소녀로 등판한다.
"진정한 S급 되는 대신, 그 G컵 가슴만 포기하면 되는 거야."
"...지휘관께서는 22cm 자지를 10cm가 되는 대신, S급이 된다고 하면 받아들이겠어요?"
"......일단, 그럼 생각 좀 해보시든가."
그의 자지가 줄어든다.
그건 안 된다.
잠시 뒤.
우리의 마도기어는 어떤 한 도시를 비추기 시작했다.
의정부.
A급 괴수가 숨어있는 곳으로.
그리고.
데뷔 무대를 A급 괴수를 상대하는 것으로 준비 중인 '바니걸'이 대기 중인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