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95 2부 10장 08
"어차피 언젠가 세 개 다 하실 거 아녜요?"
"......."
히카리의 말에 나는 진심으로 소름이 돋았다.
"지휘관 님께서 하나만 골라서 하실 리는 없고, 그냥 뭘 먼저 할지 고민하시다가 저한테 묻는 거잖아요."
"맞아요. 사실 셋 다 하고 싶은 거예요."
역시 지구와 테라, 그리고 마력의 실체를 파악한 천재 과학자답게, 인 게임 속 캐릭터임에도 내가 선택할 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히카리와 뷰빔 섹스.
샤오린과 3P 섹스.
그리고 광검능욕레이프(인 게임).
셋 다 게임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고, 셋 다 한다고 해서 나의 게임 플레이가 망가지거나 그런 일은 없다.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세 번째는 예상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는데."
"지휘관 님 취향이야 워낙 넓으니까요."
히카리는 샤오린과 펜릴의 전투에서 보이는 데이터를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언젠가 지휘관 님이 제 처녀를 가져갈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샤오린 님도 저 대련이 끝나고 나면 처녀를 취하려고 하시겠죠."
"아주 명확한 정답이랍니다. 그래서, 한 번 할래요?"
"음...."
히카리는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사람들 보니까 다들 섹스하는 거 좋아하는 것 같던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럼 이렇게 하죠. 당신이 섹스가 즐겁다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할게요."
나는 히카리가 섹스에 관한 흥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로 했다.
"뭔데요?"
"저랑 섹스하는 사람의 마력 파장을 체크해서 그 사람이 얼마나 쾌락을 느끼고 있는지 실험하는 거예요. 어때요?"
"...그건 조금 흥미가 도는군요."
히카리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흥미로워하던 두 S급의 전투 데이터 조차 후순위로 미룬 그녀는 눈을 빛내며 내게로 의자를 당겼다.
"어떻게 체크를 할 수 있죠?"
"방 안에 결계를 치고, 안에 서 느껴지는 마력 파장을 기계를 통해 관찰하는 거예요. 그러면 안에서 흐르는 파장을 쉽게 알아챌 수 있겠죠?"
"섹스하면서 허리를 흔드는 것 때문에 파장이 흔들리지 않을까요?"
"그건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하면 되죠."
히카리는 뭐든지 귀납적으로 데이터를 모아 확인하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실패를 겪게 되더라도,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한다면 아이처럼 기뻐하는 사람이 프로페서 히카리다.
...오빠를 완전 암컷 여자로 만들어 버리는 TS약을 만들어내기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프로토타입 TS약을 보내 여자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프로페서 히카리는 데이터를 모으는 걸 좋아한다.
"아, 그런데 마법 소녀들 대상으로 하실 거죠?"
"그렇죠?"
"그럼 그 데이터는 무효예요. 모아봐야 쓸모가 없는 데이터가 될 확률이 높아요."
하지만 히카리는 예상되거나 자료를 수집해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잘라 낸다.
지금도 히카리는 '마법소녀를 대상으로 얻어내는 쾌락의 데이터'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히카리, 왜죠?"
"그야 마법 소녀들 대상으로 하면 섹스의 쾌감이 아니라 지휘관 님께 사랑받는 것에 대한 쾌감이 될 테니까요."
"음...."
정론이다.
섹스 자체가 즐겁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는 오로지 육체적 관계만을 했을 때의 기쁨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팀원, 마법 소녀들은 섹스의 쾌감에 더불어 나와 사랑을 나눈다는 것 자체에 정신적 쾌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되면 히카리가 원하는 자료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섹스라는 데이터 수집 방법은 정확하지만 그 대상으로부터 얻어내는 쾌락의 데이터가 정서적 만족감과 사랑, 그리고 마력주입의 엑스터시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히카리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가 필요하다.
남녀관계에 있어서 사랑이 없어도 일단 쾌락은 느낄 수 있다는 증거가!
"섹스가 지휘관 님의 사랑이 아닌 상황에서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증거가 있나요?"
"네, 방법이 다 있죠."
"뭐죠?"
"광검을 강간하는 거예요."
히카리는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뭘 들었는지 다시금 되뇌이는 듯한 눈치였고, 그것도 모자라 방 안의 CCTV를 돌려 내 말을 리플레이했다.
"광검을 강간하는 거예요."
굳이 재생할 필요 없이, 나는 한 번 더 히카리에게 힘줘서 말했다.
히카리는 그제야 내 말이 진담임을 알아챘다.
"...그게 무슨?"
"당신의 기계 촉수로 광검을 사로잡은 다음, 그녀를 상대로 기계 촉수로 범해서 쾌감을 얼마나 느끼는지 확인하는 거죠."
히카리는 입을 떡 벌리며 놀랐다.
"그래도 돼요?"
괜찮냐고 묻지 않는다.
가능하냐고 묻지 않는다.
히카리가 걱정하는 건 광검을 기계 촉수로 범했을 때의 후폭풍 뿐.
"그럼요. 궁금하지 않아요? 여자가 된 남자가 과연 쾌락을 얼마나 민감하게 느낄지."
"그게 진짜로 궁금하네요...."
히카리는 진지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전 남자였던 사람도 암컷처럼 다루면 여자가 될지...."
"그걸 사람들은 흔히들 암컷 타락이라고 말하죠."
나 또한 한 번 거쳤던 일이다.
성별에 관계없던 유일무이의 태양신은 어떤 한 남자의 격렬한 구애에 결국 마음을 열게 되었고, 한 인간 남자만을 위한 암컷이자 아내이자 그 남자 자식의 어머니가 되었다.
...굳이 거리를 두자면 나는 '여자'가 된 거고, 광검은 진짜 섹스의 쾌감을 깨달은 '암캐'가 되는 거지만.
"한 번 조사해 봐요. 뇌 내 스캔을 통해서 어떤 호르몬이 흘러나오고, 어떤 뇌파가 크게 작용하게 될지. 여자로 바뀌었다고 한들 뇌는 여전히 같을 거잖아요."
"재미있겠는데요."
히카리는 눈을 빛내며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광검을 상대로 강간이라.... 후후, 후후후. 좋은 샘플이 되겠어요."
"무슨 샘플이요?"
"남자가 여자로 변하는...."
히카리는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최고의 샘플이 여기에 있네?"
"죄송하지만 저는 큐브의 영향으로 낮마다 여자가 되는 경우라서."
"......끙."
내가 선수를 치자 히카리는 말끔히 포기했다.
아직 히카리는 큐브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해석할 만큼의 연구를 하지 못했다.
20년의 지구처럼 최소한 석 달 가량은 큐브를 연구해야 할 터.
내가 확실히 좋은 샘플인 건 맞지만, 히카리에게 있어서는 그림의 떡이다.
"그럼 준비를 할까요? 광검을 범하러."
"좋아요. 그런데 저는 여자를 상대로 강간하는 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하죠?"
"모른다고요?"
"원리야 알죠. 하지만 제가 남자가 되어본 것도 아니고, 기계 촉수를 남자가 범하듯 능동적으로 허리를 흔들게 하지는 못 해요."
난관 하나.
히카리는 여자고 섹스해본 적이 없어, 기계 촉수의 피스톤 운동이나 애무 같은걸 데이터로 정리하지 못한다.
하지만 히카리에게는 좋은 교보재가 있다.
"제가 다른 마법 소녀들이랑 섹스한 데이터 있죠? 그걸 시뮬레이션으로 써먹는 건 어때요?"
"그건...확실히 엄청난 자료가 되겠네요."
기계 촉수에 나의 허리 테크닉을 깃들게 한다.
그러면 내가 범하지 않아도 광검을 범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지휘관 님의 걸로 하면 기계 촉수로 하는 강간 느낌은 아닐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린가요? 너무 스윗하게 허리를 흔들어서? 강간 느낌이 나지 않아서?"
"아뇨. 제 말은 1:1로 하는 것밖에 없는걸요. 아니면 남자 한 명에 여자 여럿을 하거나."
"...저기요?"
히카리의 말에 나는 잠시 오한이 들었다.
"히카리 씨, 지금 말하는 게 꼭 남자 여럿이 여자 하나를 겁탈하는 것처럼 말하시네요?"
"그럼 아니예요?"
"뭐라?"
"기계 촉수로 범하는데 자지가 여러 개가 아니다? 국룰 위반이예요."
히카리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붙잡은 마법 소녀를 상대로 야한 짓을 벌이는 악의 조직에서 기계 촉수를 쓸 때, 하나만 사용한다? 이건 국룰 위반을 넘어서 범죄라고요."
"어느 나라에서 그걸 범죄로 취급하죠?"
"히토미 국이요."
그 나라라면 인정이지.
...가 아니고.
"하아, 알겠어요. 승인. 대신 자료는...."
"자료는 대충 지휘관 님이 여럿 있다고 가정하고 하면 돼요. 궁금한 거 하나 있는데요, 지휘관 님은 광검을 싫어하나요?"
"제가요? 싫어한다고요? 음...."
좋아하냐 싫어하냐를 두고 따지면 안 좋아한다에 가깝지만,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다.
히카리의 말에 나는 게임을 일시 정지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
광검을 싫어한다라.
지금의 광검은 루살카와 비슷한 육신이 되었다.
내가 알던 설야의 루살카는 인 게임 속 로하랑이며, 암컷 광검은 설야의 루살카와 아나스타샤 사이의 중간 정도와 비슷하다.
설야의 루살카가 체형이 누리와 비슷하다면, 지금의 암컷 광검은 그보다 한 5cm 정도 큰 정도?
사람 키가 5cm가 그리 차이가 많이 나냐고 말할 수 있지만, 눈높이가 늑골을 향하느냐와 유두를 향하느냐는 천지차이다.
비록 내가 광검과 보비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가차 없이 광검을 대할 수 있는 건....
ㅡ쓰레기 같은 놈.
ㅡ남을 죽여놓고 내 딸을 노리다니. 양심도 없냐?
ㅡ아니, 루살카가 만약에 나를 싫어한다면 어떻게 하지...?
ㅡ...하랑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너는 신경 꺼.
싫어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이라.
특히 그를 상대로 만날 때마다 쓰레기라고 했던 것,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광검은 쓰레기거든요."
"왜요?"
"석하랑이 광검 딸인데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버림."
"쿠즈야로가...."
히카리가 일본어를 쓰며 욕했다.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일본어가 그만."
"......."
"크흠, 그 정도면 좀 많이 거칠게 다뤄도 되겠네요. 그런데 지휘관 님. 중요한 문제가 있어요."
"또 뭐죠?"
"어떻게 납치를 하죠?"
히카리는 광검이 있는 곳의 CCTV를 띄웠다.
"지금 협회에서 애지중지 보호하는데."
"그걸 위한 샤오린이죠."
그리고 그걸 위한 광학미채 슈트다.
"샤오린의 첫 임무는 광검 납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