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93 2부 10장 06 괴인
아무리 결계를 쳤다고는 하지만 남들의 앞에서 이렇게 대놓고 자위를 할 수 있는 여자가 누가 있을까.
"어떻게 생각해, 너희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라온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저렇게 해서라도 지휘관 님의 힘을 얻고자 하는 강한 열망. 왜 저 여인이 S급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온은 순수한 의도로 접근했다.
외설적인 행위야 우리가 질문한 것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그래도 남들 앞에서 저렇게 적극적으로 자위를 하는데도 라온은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데 지휘관 님, 정말로 그녀가 맞는 겁니까?"
"응, 맞아."
군신 샤오린.
저 여자의 정체다.
"왜? 사람들 앞에서 자위하는 여자라서 아닌 것 같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그녀가 맞다면...."
라온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눈을 반짝였다.
"한 수, 배워보고 싶습니다."
"좋은 자세야."
라온, 그러니까 나중에 S급이 되는 이 '청운'이라는 아가씨는 우리 팀에서 전위를 맡고 있다.
기본적으로 진형을 전열, 중열, 후열로 나눈다면 당연히 전열에 서는 이들이 육체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즉, 라온과 샤오린은 포지션이 겹친다.
본능적으로 라온은 샤오린이 자신의 호적수, 라이벌 등이 될 거라고 느끼고 있고, 실제로 인게임에서도 둘이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정작 유나-슈리처럼 3P를 박았을 때 두 명을 동시에 마력주입 할 수 있는 베스트 매치 조합이지만, 침대로 들이기 전까지 둘은 대련실에서 허구한날 싸우며 대련하는 게 작품 중후반부의 일상이었다.
"그래도 네가 더 강하잖아."
"펜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싸워서 이기고 싶습니다."
"바나르간드가 아니고 박라온 본인의 힘으로?"
"예. 도와주시겠습니까?"
"내가 도와줄 수는 있어?"
"S급으로만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섹스해달라는 얘기다.
여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성욕도 높아진다고 하더니, 박라온도 역시 연장자 라인 답게 은근히 섹스 어필을 하는 타입이다.
유나? 걔는 그냥 걸어다니는 섹스고.
"그런데 라온아, 샤오린 상대로 이기려면 S급인 건 별로 안 중요할 걸?"
"그렇습니까?"
"그래. 쟤는 무투파니까. 마력을 빼고 싸우면 아마 지구상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사람이야."
이능력의 존재로 아마 가장 의미가 없어진 것이 무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샤오린은 자신의 강력한 마력과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무술을 갈고 닦았다.
나중에 박라온과 대련을 할 때도 마력을 제어하고 대련을 하는 만큼, 샤오린을 상대로 이기려면 순수한 피지컬로 싸워야 한다.
'그 때 그렇게 그가 이겼지.'
마력은 오직 신체 강화에만.
언월도를 앞으로 내지르기 전, 먼저 품으로 파고들어 적을 쓰러뜨린다.
샤오린이 적을 쓰러뜨리는 방식 그대로, 피닉스는 20년의 지구에서 샤오린을 쓰러뜨리고 그녀의 스승이 되었다.
"라온아. 혹시 네가 이긴다면, 샤오린이 너를 스승으로 모실 지도 모른다?"
"제가요?"
"그래. 아니면...."
또다른 피지컬 위주의 S급을 스승으로 삼거나.
"샤오린의 사상 테스트는 끝났어. 그러면 다음 테스트로 바로 넘어가자. 히카리, 지하 벙커 상태는 어때?"
[완벽해요. 히드라 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얼마든지 날뛸 수 있어요.]
삐빅.
히카리가 지도 한 쪽을 가리켰다.
나는 그녀가 가리킨 곳의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했고, 파랑새-4796호기를 조종하는 컨트롤러를 붙잡았다.
"아아, 합격입니다. 그만하셔도 됩니다."
"하아, 하아...."
샤오린은 자위를 멈췄다.
아직 불완전 연소가 된 듯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충분히 만족한 듯 보였다.
[이걸로 테스트는 끝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당신은 2차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2차....]
샤오린의 눈가가 어두워졌다.
아마도 '2차'라는 것에 앞으로 더 있을 수많은 테스트를 걱정하는 것일 터.
하지만 샤오린의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이제 남은 마지막 최종 테스트를 위해서 당신을 안내하겠습니다."
[최종...?]
"네. 소령 양의 의지는 잘 확인했으니, 나머지는 실력 테스트랍니다."
번쩍.
샤오린의 눈이 순식간에 변했다.
방금 전까지는 음란한 암캐같은 표정이었지만, 지금은 적을 앞에 두고 있는 사냥개와 같은 표정이었다.
"저희 팀 마법소녀 중 한 명과 대결을 펼칠 거예요. 하루 휴식을 취한 뒤에ㅡ"
[지금 당장 싸울 수 있습니다. 제 컨디션은 지금 최고조입니다.]
"그래요? 후회하지 않죠?"
[물론입니다. 설령 여기서 패배한다고 해도...지금 당장 싸우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습니다.]
"좋아요. 저를 따라오세요."
나는 파랑새를 히카리가 지정한 장소로 이동하도록 자동설정을 한 뒤 컨트롤러를 내려놓았다.
"일단 샤오린이 어떻게 싸우는가, 한 번 눈으로 봐야겠죠?"
"...그, 제가 봐도 되는 겁니까?"
"예?"
"무협지 같은 곳에서 보면 수련을 하거나 비무를 함부로 훔쳐보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하던데...."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자위하는 사람인데 자기 싸우는 것 좀 보인다고 화낼 사람은 아녜요."
라온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잠시 뒤.
우리는 서울 북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샤오린, 아니 한국명 소령의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 입단 테스트를 위한 곳으로.
* * *
그 시각, 모 처.
"그 아이는 아직도 찾지 못했나?"
"죄송합니다, 주ㅅ"
탕!
남자는 냅다 총을 쐈다.
앞에 있던 이의 머리는 바람 구멍이 뚫렸고, 총에 맞은 남자는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그리 교육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다니, 쯧쯧."
남자는 총알을 다시 장전하며 혀를 찼다.
사람이 죽었지만, 같은 복장을 한 이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서로 눈치만 볼 뿐이었다.
"이곳이 어디지?"
"동작대입니다."
"이곳에서 나를 뭐라고 부르라고 했지?"
"위왕이라고 부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위왕."
남자는 스스로를 위왕이라고 칭했다.
"나는 대륙을, 그리고 세계를 통일할 위왕이다. 그런데 뭐라고? 쯧쯧.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못 알아듣다니."
남자는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곳에는 황금빛 옥좌와 같은 의자가 있었고, 고대의 황제와도 같은 복장을 한 회색 머리칼의 소녀가 자고 있었다.
"부활."
"......."
소녀는 죽은 남자를 향해 손을 슬며시 뻗었다.
소녀로부터 뿜어져나온 안개가 총에 맞아 죽은 남자에 깃들기 시작하더니, 곧 남자는 스스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 뭐라고?"
"죄송합니다, 위왕."
"그래. 나는 위왕이다. 승상까지는 봐줄테니, 너희들은 앞으로 언행을 삼가도록 하라."
위왕의 말에 남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이미 무릎은 꿇고 있었지만, 위왕이 만약 넙죽 엎드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면 절이라도 해야 했을 분위기였다.
"그보다, 너희들에게 내린 명령이 벌써 이 주가 지났구나."
움찔.
사내들은 표정이 굳었다.
"내 분명 이주 안에 운장을 내 앞에 가져오라고 했거늘."
"그, 그게...."
탕!
"변명은 필요없다. 내가 필요한 건 그 녀석이 지금 어디에 가있냐는 것이다."
"백방으로 찾고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탕!
"시간과 예산을 얼마나 더 줘야 하는 거지? 혹시나 S급 괴수나 차원문이 발생한다면, 그 때 나는 인민들의 앞에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그, 그건...."
"군신의 컨디션이 나빠서 출전하지 않는다? 하, 신은 대륙의 위기 앞에 몸이 조금 좋지 않다고 굴복하지 않는다. 이 넓은 중원 땅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군신의 힘이, 군신의 위엄이 반드시 필요해."
"다, 다른 특급을 동원하는 건 어떠십니까?"
"다른 특급? 호오."
제법 구미가 당기는 말인 듯, 위왕은 턱수염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보라."
"한국에 가기 위해 먼저 중국에 체류하고자 하는 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 중 일부를 회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회유?"
"예. '소저'의 힘을 빌렸습니다만...."
소저.
위왕의 옆에 있는 회색 머리칼 소녀를 의미한다.
"S급으로 통하는 자들을 세뇌했다고? 쉽지 않았을 텐데?"
"다행히 속아넘어갔습니다. 그들이 이 중원에 온 것도 지휘관의 힘을 얻기 위한 것. 소저께서 힘을 부여해주시니, 곧 소저를 지휘관으로 착각하더이다."
"과연."
위왕은 박수를 치며 웃었다.
"이 아이를 지휘관처럼 꾸몄구나. 하지만 그러면 의심할텐데?"
"지휘관을 국가적으로 숨기는 것 정도야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다행이군. 흐흐흐, 하긴. 누구나 불로불사를 꿈꾸지.
불로불사.
진시황이 바라고, 모든 인간들이 바라는 신의 경지.
그것을 이 소녀는 해낼 수 있다.
"혹시 저항은 거세지 않았나?"
"먼저 직접 시범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니 믿더군요."
"시범?"
"그가 직접 죽이게 만들었습니다."
"잘했다. 역시 나의 아들이야."
위왕의 말에 남자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아들이라는 단어가 뭐가 그리 좋은지, 남자는 위왕의 앞에서도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불로불사! 인간이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 이것은 진시황이 나를 위해 남겨준 선물일 것이다. 하하, 설마 시황제의 능묘에서 이런 걸 발견할 줄이야."
위왕은 소녀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진시황. 그대의 위업은 나 위왕이 이어나가겠소."
치직, 칙.
위왕은 몸에 향수를 뿌리며 웃었다.
"이미 죽은 자를 무한히 부활시키는 것. 이것이 불로불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러니 그대에게 보여주리다. 군신, 관운장이라는 불로불사의 존재를. 그가 진정한 군신이 되는 날."
위왕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지구 전체가 붉은 깃발로 가득 차게 되리라."
* * *
"여기는...."
"옛 장충체육관이랍니다."
소령은 파랑새의 인도에 따라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시설은 복구하지 못했지만, 시설의 형태는 살아있죠."
"...한옥 같습니다?"
"맞아요. 한옥. 이래서야 장충체육관이 아니라 장충무도관이지만...."
파랑새는 안쪽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S급이 싸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죠. 자, 당신의 대결 상대가 안에 있답니다. 죽을 수도 있으니 전력을 잘해주세요."
"죽음? 그럴 리가. 저는...."
사아.
소령은 마력을 끌어올려 손에 언월도를 만들어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걸고 하죠. 이기면...바로 지휘관과 섹스하게 해드릴게요."
"...필승."
"아, 물론 저쪽도 마찬가지."
사아아.
소령은, 낯선 향기에 전율했다.
"지금 저쪽도 안 한 지 꽤 돼서, 진심이랍니다?"
민트초코의 향기와 함께, 소령은 앞으로 내달렸다.
카ㅡㅡㅡ앙!!
[오.]
상대는.
[나름 진심이었는데. 어떻게 막았냥?]
괴인이었다.
...민트초코 향기를 풍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