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81화 (981/1,497)

EP.981 [현실외전] 황금연휴를 지내는 방법 No.0 하신라

여행은 언제나 좋다.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그렇지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하지만 여행은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종종 여행 일정으로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럴 때 인간은 분노가 하늘을 찌르게 된다.

하물며 평범한 여행도 아니고 출장이라면, 그것도 연차였던 게 강제로 출장이 된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래, 나는 지금 화가 나있다.

바로 지금처럼.

"어쩔 거예요?"

"...나도 몰라."

신라는 인상을 찡그리며 내게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로서도 지금 당장 뚜렷한 대책은 생각나지 않았다.

"바람 때문에 나가는 배가 끊길 줄 누가 알았겠어."

"노린 거 아녜요? 푸흐흐."

"그런 거 아니야."

결코 노리지 않았다.

단지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과연 신라는 내게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두근거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쏴아아.

바깥은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도저히 배가 뜰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나는 회사 부장으로부터 온 연락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부장님이에요?"

"연차에서 빼지는 않는다는데, 사고 나지 않게 조심히 오라고 하시네."

"사고? 흐응, 무슨 사고를 이야기하시는 걸까?"

"그야 당연히 인명사고지."

신라가 장난을 치며 나를 건드렸다.

나도 남자인만큼 신라에게 이런 걸로 자극을 받으면 여러 모로 기분이 달라지는지라, 신라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침착하자.'

신라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면 끝도 없이 말린다.

이번 출장도 원래 혼자 가기로 한 걸 신라가 억지를 써서 따라 붙은 것 아닌가.

-제주도 출장에 여자 혼자 보내실 생각은 아니죠? 당연히 같이 따라갈 한 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누가 따라간다고.

-저기 연차 내신 분 있잖아요. 저는 출장가고, 연차 챙기고.

-왜 내 연차를 멋대로 섬마을 여행으로 바꿔버리는 건데?

난 집에서 쉬고 싶었다.

하지만 부장의 달콤한 유혹에 나는 그만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여행은 출장으로 달고, 연차 뒤로 미뤄줄게. 콜?

-저를 그렇게까지 같이 보내려고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그야 이번 건수가 크니까 그렇지!

라는 이유로 나는 이 여자, 하신라와 함께 같이 차를 타게 되었다.

내가 차를 몰겠다고 하니 굳이 버스를 이용하여 움직이고 싶다는 이유로 나는 신라와 고속버스를 타고 옆 좌석에서 함께 움직였고, 샘플을 더 마련하고 싶다는 이유로 배를 타고 섬마을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배는 끊겼다.

다행히 섬 자체가 완전한 오지는 아니라서 항구 근처에 모텔이 있었고, 우리같은 이들을 상대로 덤터기를 씌우지는 않았다.

할인이 되지 않는 숙박업소라서 정가 그대로 숙박을 하게 되었지만,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방이 하나.

침대도 하나.

...젠장.

'그냥 다른 모텔가서 자고 올까?'

신라가 계속 나를 자극하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사고를 칠 것 같아서 도무지 견딜 수 없다.

내가 나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것 같아, 정말 두려웠다.

'어떻게 얻은 직장인데!'

직장 동료를 상대로 그렇고 그런 짓을 저질렀다가 혹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주변에서 들리는 썰은 그냥 썰일 뿐이고, 신라는 그냥 가지고 놀기 좋은 선배라서 나를 편하게 대한 거라면?

내가 신라를 참지 못하고 덮친 게 혹시나 범죄로 이어진다면?

빛나는 사원증이 아니라 쇠고랑을 차고 있을 것이며, 사식이 아니라 교도소 짬을 먹게 되리라.

'아니겠지.'

나는 나의 감을 믿는다.

적어도 신라가 나를 이성이 아니라 편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신라가 나를 상대로 뭔가 수작을 부려서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안 씻어요?"

"...씻어야지. 그런데 진짜.... 이것만 물어보자."

나는 벌써 침대에 앉아있는 신라를 향해 진지하게 물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뭐가요?"

"진지하게 대답해줘."

"이미 충분히 저는 진지한데요?"

"아무리 출장이라도 남자랑 둘이서 한 방에서 자는 건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저는 오빠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

오빠라면 괜찮다.

여전히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오빠가 착한 사람이라서 나를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말 그대로, 오빠라면 괜찮다.

만약 후자라고 한다면, 나는 오늘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것이다.

"혹시 예전에 꽃뱀한테 당한 적 있어요?"

"뭐, 뭐...?"

"엄청 방어적이시네. 그 말로만 듣던 펜스룰인가 뭔가 하는 그거 지키시는 거예요? 애초에 그랬으면 딱 잘라서 방 따로 쓰자고 하셨을텐데 그것도 아니고."

쪼르르.

신라는 편의점에서 사온 딸기 우유를 홀짝이며 눈을 깜빡였다.

두 눈은 정확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는 침대에 내가 앉을 수 있는 곳을 손으로 팡팡 두드렸다.

"앉아요. 계속 고개 들고 있으려고 하니까 목 아파요."

"......."

"허락 해줘야 움직이는 남자는 아니잖아요? 왜 그래요? 첫사랑을 앞에 둔 사람처럼."

"......그러게."

나는 신라의 옆에 앉았다.

서로의 호흡이 귀에 들리는 거리였고, 신라는 나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두근거리고 있네요."

신라는 내 가슴에 손을 올렸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셔츠를 누르며, 가슴을 움켜쥐듯 손이 움직였다.

"왜 자꾸 두근거리실까? 옆 부서 다른 팀원들 만났을 때도 이럴까요?"

"...아니지."

"그럼 저한테 이렇게 두근거리는 건, 제가 확신을 가져도 될까요?"

신라는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오늘같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두근.

의심과 오해는 확신으로 변이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떠돌던 커플링 바이럴 마케팅을 위한 썰들이 허상이 아니라는 걸,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니야, 아직 아니야.'

이렇게 분위기를 잡아놓고 막상 '이런 걸 바란 거예요? 푸흐흐.'하면서 비틀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믿지 않는다.

믿지 않아야 하는데....

쪽.

"...딸기 맛이네."

"......."

신라는 놀란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나도 막상 내가 저질러놓고 가만히 있었다.

"...싫으면 말 해."

"......."

신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게 허락의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 멈추는 남자는 아무도 없을 터.

츄릅, 츕.

나는 신라와 혀를 섞었다.

어색하게 입을 연 그녀는 나의 리드대로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천천히 그녀의 아래로 손을 움직였다.

사락, 사락, 사락.

천천히 옷을 한 꺼풀 벗겨나갈 때마다 신라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를 바라는 듯한 얼굴로, 그녀는 자신의 아래를 향하는 나의 손을 붙잡았다.

"저기...."

"응."

"...진짜, 진짜 죄송한데요."

신라의 눈동자는 약간의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오늘은 키스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건 무서워서 그래?"

"......부끄럽지만."

신라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것도, ...키스도 처음이란 말이에요."

"......."

나는 짐승이 아니다.

그러므로 참을 수 있다.

참아야 하는데....

"그러면."

나는 신라의 허리를 휘감으며 몸을 겹쳤다.

"...가슴 만지게 해줘."

"......."

"너도 내 가슴 만졌으니까, 나도 네 가슴 만져도 되는 거 아니야?"

"...하."

신라는 잠시 어처구니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지만, 곧 고개를 돌렸다.

사락.

"......."

설마했는데.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 색과 크기에 나는 침이 꿀꺽 넘어갔다.

"파란색...."

"외국 거라서...."

두근.

"벗길게."

"......."

나는 신라와 키스를 이어나가며, 천천히 손을 아래로 밀어넣었다.

말캉하면서도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며, 다른 손으로는 셔츠 안으로 손을 뻗어 단숨에 브라를 풀었다.

"...한 손으로 하면 선수라고 하던데."

"그런 거 아니야."

"다른 사람이랑 많이 해봤죠? 막 지금까지 열 여섯 명이랑 사귀어봤을 것 같아."

"그건 또 무슨 구체적인 숫자야?"

"그런 느낌이네요. 흥."

"......."

잠시 식은 땀이 흘렀지만, 나는 신라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다시금 혀를 섞었다.

"...하움."

여전히 그녀의 입에서는 진한 딸기향이 가득했다.

나는 신라가 키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계속 혀를 움직였고, 그 사이 셔츠의 모든 단추를 풀고 브라를 가슴 위로 살짝 밀었다.

"하아, 하아, 하아...."

모텔의 주황색 불빛이 신라의 얼굴을 비쳤다.

그녀의 볼에는 홍조가 잔뜩 피어있었고, 나는 신라가 호흡하는 틈을 타 아래로 천천히 얼굴을 묻었다.

쪽.

목덜미를 핥고, 쇄골을 간질이며,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린다.

동시에 시선은 신라를 향해 계속 바라보며 그녀의 온 신경을 내 눈과 혀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가슴에 닿으려는 순간.

"히익?!"

신라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자신의 치마 안으로 스며들듯 들어가는 내 손을 눈치챈 것이다.

"......."

신라는 눈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봤다.

혹시나 내가 실수를 했을까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신라는 나를 노려보기만 할 뿐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하고 싶어요?"

"어."

"왜요?"

"내가 남자니까?"

좋아하는 여자를 상대로 그런 생각이 안 든다면, 남자 실격이리라.

"너도 그럴 생각으로 나 부른 거 아니야?"

"...갑자기 자신감 생기는 거 조금 짜증나네요."

"여기서 안 물러나잖아."

"......."

나는 다시 신라에게 몸을 겹쳤다.

신라와 키스를 하며 계속 혀와 함께 몸을 앞으로 밀었고, 신라는 천천히 뒤로 넘어가며 침대에 몸을 눕혔다.

할짝, 할짝, 할짝.

키스를 계속 이어나가며, 나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다리를 자꾸만 비트는 바람에 신라는 오히려 치마가 위로 올라갔고, 나는 치마 사이로 드러난 은밀한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

"으, 으읏...!!"

아래는, 젖어있었다.

나는 이전보다 훨씬 붉어진 신라를 향해 얼굴을 가까이 했다.

"해도 돼?"

"...거절해도 할 거잖아요."

"거절하면 당연히 안 하지.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나는 몰라. 나는 침묵을 허가로 알아들을 거거든."

최종통보다.

신라는 입술을 뻐끔거리다가 결국 작게, 기어가듯 속삭였다.

"...몰라요. 알아서 해요. 애초에 여기 온 것도...."

"그래."

출장으로 배편이 막혀서 모텔로 들어온 순간.

하나밖에 없다고 하는 방에 들어간 순간.

나나 신라나, 둘다 같은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

"...'그거'하러 온 거잖아요?"

"그래. 우리는 여기에...."

나는 신라에게 다시금 키스하며 그녀의 아래로 손을 밀어넣었다.

"섹스를 하러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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