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79 [현실외전] 황금연휴를 지내는 방법 No.13 석하랑
황금 연휴.
날씨도 무더운 날.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9월에도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나날.
나와 하랑은 늦은 여름 바캉스를 나왔다.
"날씨 좋네. 사람도 없고."
"오빠야, 지금 이 날씨에 바다에 놀러 오자는 게 말이가?"
"왜? 제주도 좋잖아."
"제주도고 자시고, 지금 이 해수욕장에 우리 둘 뿐인 거 알제? 오빠야 일부러 이런 곳 찾은 건 아니제?"
"당연히 아니지."
우연이 겹쳤을 뿐이다.
사람이 드문 시기에 제주도로 놀러온 건 분명 맞지만, 그래도 제주도에서 사람들이 없는 해변가는 상당히 드문 편이었다.
"일 년에 한 번 사람이 없는 날, 없는 시간에 우리가 여기로 온 거지. 아주 우연일 뿐이야."
"이상한 생각 하는 건 아니고?"
"이상한 생각은 네가 하는 거고."
"......아닌데? 내 그런 생각 안 했는데? 오빠야가 말하는 이상한 생각 같은 거 안 했는데?"
석하랑은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며 내게 대들었다.
숨결이 바로 얼굴에 닿을 뻔 하여, 나는 방금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이상한 생각'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흐흥, 이거 봐라. 오빠야. 엉덩이 뒤로 점점 빠지는 건 뭔데?"
"그거야 네가 그런 옷 입고 가까이 다가오니까 그렇지."
"이게 뭐?"
석하랑은 당당히 두 팔을 벌리며 백사장에 섰다.
검은 비키니.
일체형도 아니고 가슴 앞에서 리본처럼 매듭을 묶는 식이라, 앞부분을 단단히 동여매지 않으면 금방 앞이 풀릴 디자인이었다.
심지어 아래쪽은 티팬티 스타일의 수영복이다.
엉덩이를 대놓고 드러내는 디자인이었고, 나는 눈호강은 해도 좀처럼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누가 볼까봐.
석하랑의 몸을 남들이 보면 상당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 한 번 하고 싶나?"
"응. 백사장에 돗자리 깔아두고 그 위에 눕혀놓은 다음 위에서 존나게 덮치고 싶어."
"굉장한걸."
석하랑은 대놓고 드러내는 내 욕망에 혀를 내둘렀다.
"야밤도 아니고, 이렇게 훤히 드러나는 백사장에서 대놓고 떡치면 공공외설죄로 잡혀가는 거 알제?"
"야밤이면 괜찮은 거야?"
"...안 들키면 장땡 아이가."
석하랑은 툴툴거리며 내 다리를 걷어찼다.
역시 이런 디자인을 직접 골라서 입고온 걸 생각하면 보통 야한 여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걸 오직 나만을 위해 입고왔다는 것이 내 마음을 떨리게 만들었다.
석하랑은 원래 이런 디자인의 옷을 입을 여자가 아니니까.
'맨날 청바지에 쥐색 후드티 입고 다니던 애가 여기서 이런 옷 입는 걸 알면 학교 뒤집어 질 것 같은데.'
힘순찐이라는 말은 석하랑에게 하는 말이리라.
물론 가슴은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아담했지만, 그걸 가지고 컴플렉스로 느끼는 게 어찌나 재밌는지 모른다.
바로 지금처럼.
주물.
"...뭐하는데?"
"가슴 키우기."
나는 석하랑을 뒤에서 붙잡아 가슴을 주물렀다.
검은 수영복 아래 숨겨진 그녀의 실체는 하루가 멀다하고 자라고 있었고, 나는 석하랑의 볼을 한 번 베어물며 몸을 붙였다.
"뒤쪽에서 보면 그냥 백허그 하는 줄 알 걸? 긴장하지 마."
"...빙구야, 지금 엉덩이에 닿는 거 빼라."
"......일부러 한 건 아니었는데."
나는 석하랑으로부터 잠시 물러났다.
눈을 가늘게 뜨며 짜증을 내는 그녀의 기세에 나는 혹시 화나게 만든 게 아닐까 싶어서 조마조마했다.
"하는 건 숙소가서 마음껏 해줄테니까, 바다 왔으면 얌전히 바다나 즐겨라. 알겠나?"
"...입고 해줄래?"
"처음부터 입고 할 생각으로 이걸로 사왔거든? 씨이, 이게 뭐야."
석하랑은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드러냈다.
"사진 찍으면 튀어나온 거 다 드러나겠는데...."
"사진으로 찍으려고? 나는 싫은데."
"왜?"
"네 사진 가지고 누가 혹시나 이상한 짓 하면 안되잖아."
[약후] 싱글벙글_레전드_골반.jpg 이라는 식으로 인터넷에 떠돌게 되는 건 극구사양이다.
나만 간직하는 사진이라면 모를까, 인터넷에 올리는 용도로 찍는 건 바라지 않는다.
"남는 건 사진이라는 것도 모르나?"
"인터넷에 남기면 별로 안 좋을 텐데."
"누가 인터넷에 남긴다 카드나? 오빠야 폰에 얌전히 저장해놓으라는 거지."
"......."
석하랑의 말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미쳤다고 이 꼴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줘서 욕 처먹을 일 있나. 가시나들 질투하고, 남자들은 오빠야한테 질투할 거 아이가?"
"네가 너무 예뻐서?"
"잘 아네."
"...그럼 고맙게 한 컷."
"잠깐."
석하랑은 슬그머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는 주변을 예의주시한 뒤, 모래사장에 다소곳한 자세로 무릎을 꿇었다.
"하랑아?"
"...기회 딱 한 번이데이."
사락.
석하랑은 손을 뒤로 놓은 뒤, 뭔가를 풀었다.
그리고는 단숨에 손에 쥔 물건을 자신의 앞에 흔들었다.
"...빠, 빨리 찍어라."
"어우야."
한 손은 자신의 중요한 부위를 가린 채, 다른 손은 방금 벗은 티팬티형 수영복 하의-팬티가 아니다-의 끈을 붙잡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푸르른 바다를 뒤로 한 채 나를 응시하며 얼굴을 붉히는 석하랑은 아무 말도 없이 나를 기다렸고, 나는 그녀가 더 얼굴이 붉어지기 전에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찰칵.
나는 사진을 빠르게 찍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내렸다.
"...안 찍나?"
"응. 아까워서."
사진으로 보는 세상과 그냥 보는 세상은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이 광경은 카메라 렌즈로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모습이었다.
"대충 찍으면 오빠야 손해인 거 알제?"
"내 눈으로 보고 내 기억에 영원히 담으면 되지."
"...빙딱같은 소리하네. 됐나? 슬슬, 내도 좀 쫄려서 이제는 다시 입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서? 대놓고?"
"...오빠야가 조금 가려주면ㅡ"
순간.
휘이이잉ㅡㅡㅡㅡ
거친 바람이 불었다.
눈을 따갑게 하는 거친 바람에 나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
단말마를 내지르며 놀란 석하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가 손끝으로 잡고있던 끈은 저 멀리, 제주도의 남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
"......."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정말 예상하지도 못한 상황에 석하랑도 나도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이야."
나는 얼어붙은 석하랑을 보며 엄지를 들었다.
"하랑이, 좆됐네?"
"야ㅡㅡㅡ!!"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석하랑은 빽 소리를 내며-심지어 반말로-화를 냈지만, 나는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워서 괜히 더 장난을 치고 싶었다.
"니, 니 지금 니 여친이 좆되게 생겼는데 그런 말을...!!"
"알았어, 알았어. 기다려봐."
나는 석하랑을 진정시킨 뒤, 바로 내 가디건을 벗어 그녀에게 건넸다.
"이거라도 일단 입어봐."
"이, 이걸...?"
"그래. 그 다음, 앞에 단추 다 채우고."
석하랑은 쭈뼛거리며 내 가디건을 입었다.
해수욕장 용이라 정말 과할 정도로 얇았지만, 다행히 물기를 전혀 먹지 않아서 몸의 선이 전부 드러날 일이 없었다.
즉, 아주 얇기는 하지만 내 체격에 맞는 옷이라 석하랑이 입으면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를 가릴 정도까지 옷이 내려오게 되어있다.
"평소랑 다를 바가 없네."
"펴, 평소...?"
"너, 내 자취방에서 맨날 그러고 있잖아."
"그건 자취방이고!!"
내 입장에서는 석하랑이 맨날 내 자취방에서 알몸 와이셔츠로 지내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지만, 석하랑은 여느 때보다 더 얼굴이 시뻘게져 내게 다가왔다.
"...숙소까지, 일단 돌아가자."
"벌써?"
"당연한 거 아이가!! 딴 거 갈아입고 오든가, 아니면 이대로 돌아가든가 해야지!"
"오."
나는 석하랑의 손을 꼭 붙잡으며 속삭였다.
"다른 것도 있어? 네가 팬티를 밖에서 입고 수영하지는 않을 거 아냐."
"......."
석하랑은 고개를 푹 숙이며 속삭였다.
"...밤에 입을 거...."
"......."
도대체 티팬티 수영복이 야밤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따로 챙겨왔다는 것은 도대체...?
* * *
의도치 않은 야외 노출 플레이 이후.
다행히 약 숙소까지 거리는 고작 500m가 채 되지 않았고, 해변에서 숙소로 가는 동안 우리를 지나간 건 렌터카 뿐이었다.
비록 그들이 잠시 멈춰 서서 길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우리도 여행객이라 모른다고 하며 그들을 빨리 쫓아냈다.
여자들만 넷이라 다행히 석하랑은 들키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
"걱정하지 마. 눈치 못 챘을 걸?"
숙소로 돌아온 석하랑은 뚱한 얼굴로 침대에 엎어져있었다.
평상복-회색 후드티와 청바지로 갈아입은 그녀는 여느때보다도 우울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그녀를 다독였다.
"여자들밖에 없었잖아. 몰랐을 거야."
"...그 년들, 오빠야 때문에 일부러 멈춘 거다."
"응?"
"오빠야가 웃통 까고 있어서 멈춘 거라고."
석하랑은 우울해 하는 게 아니라, 화를 내고 있었다.
"확 마. 대가리 붙잡아서 돼지국밥에다가 처박아버릴까. 어디서 남의 남자를 넘볼라고...."
"그것 때문에 그런 거야?"
"...흥."
석하랑은 몸을 웅크렸다.
나는 머리카락 사이로 붉어진 귓불을 확인했고, 점점 빨라지는 심작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하랑이 남친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
"안아주면 되려나?"
"조금, 덥네...."
석하랑은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더니, 단숨에 웃옷을 아래에서 붙잡아 벗었다.
"......와우."
노브라였다.
먼저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 동안 분명 속옷도 입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속옷을 입지 않았다.
속옷을 입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즉 할 생각이 가득하다는 것.
"하랑이 이렇게 야한데 왜 사람들은 모를까? 아까워서 어쩔 뻔 했어. 내가 첫 남친이 아니었으면."
"...싸물어라. 한 번만 더 그딴 소리하면...."
석하랑은 바지를 붙잡으며 내게 으름장을 놓았다.
"...첫 임신 경험 시켜버린다?"
"...그것 참."
석하랑은 내게 협박을 했겠지만, 나는 딱히 겁을 먹지 않았다.
그게 확실한 증명이라면, 못할 것도 없으니까.
"알겠어. 조심할게. 그런데 아까 전에 얘기했던 아래쪽 속옷은? 안 보이는데?"
"...기다려봐라."
석하랑은 단숨에 바지를 벗었다.
남들은 없는 방 안이라서 그런지, 내 앞에서도 그녀는 당당하게 알몸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찌지직.
뭔가 얇은 비닐 같은 걸 가방에서 꺼낸 뒤, 비닐을 버리고 안에 있던 내용물을 꺼냈다.
"...콘돔?"
"......."
반듯하게 정자세로 침대에 누운 석하랑은 두 다리를 슬며시 벌리더니, 콘돔을 자신의 은밀한 부위 위에 올리며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 부위 가리기만 하면, 이것도 팬티 아이가?"
"......하랑아."
나는 석하랑을 향해 몸을 겹쳤다.
"일단, 오랜만에 입은 상태로 한 번 해볼까?"
"......오빠야."
석하랑은 자신의 가방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곳에는 무려 세 개의 박스가-심지어 12개입 짜리로-들어있었고, 석하랑은 뜯겨있는 박스를 꺼내 자신의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이거, 오늘치...."
"......."
연휴가 끝난 뒤.
박스는 텅텅 비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