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75 IF Route, Bed Ending # 013-C 과부 루살카
IF 입니다.
B'e'D 엔딩.
노말엔딩 기준.
컨셉은 '석하랑을 버린 광검에게 루살카(아나스타샤) 쟝이 환멸했다면?'
* * *
피닉스의 소멸 이후.
피닉스에게 귀속되어있던 모든 괴인들은 소멸했다.
피닉스가 어디로 갔는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피닉스에게 속한 괴인들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어머니….
-저, 속이 안 좋아요….
마치 재가 되어 사라지는 듯, 피닉스가 만든 괴인들은 모두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이유는 하나.
그들은 모두 피닉스에게 귀속되어있었기 때문.
피닉스의 소멸을 피해간 괴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피닉스로부터 귀속을 벗어난 괴인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들 중에는 세상에 이름을 떨치던 유명한 괴인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광검'도 있었다.
* * *
부산 해안가, 무덤.
"......."
백발의 외국인 여인은 해안가에 남겨진 무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자신이 가진 고유의 흰 색을 제외하면 모두 검은색으로 맞춰 입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함이며, 그녀는 자신이 사랑했던 이를 위한 애도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끝났습니까?"
"그래."
여인의 뒤에는 마찬가지로 머리가 하얗게 물든 청년이 있었다.
눈동자는 살짝 푸른 기가 감돌았지만, 여인의 눈에 담긴 푸른 기운과는 조금 달랐다.
"윤환 씨는 말이야, 사람이 소심해서 좀처럼 나서야 할 때 제대로 나서지 못했어."
허윤환.
그것이 이 무덤의 주인 이름이며, 이 세상에 태어나 몇 번이고 죽은 자-광검의 이름이다.
"내가 아나스타샤라는 이름으로 살아있는 동안, 나는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어. 왜 그런지 아니?"
"루살카가 깨어날까봐?"
"그래. 괴인 루살카가 혼령인 나를 인식하고 폭주시킬까봐, 나는 그에게 만나자고 말하지도 못했어."
아나스타샤, 전 설야의 루살카였던 여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나스타샤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지만, 네가 나타난 이후로 나는 이전의 삶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 어쩌면 나도 이전의 행복했던 삶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지."
루살카는 고개를 강하게 가로저으며 부정했다.
"하지만 틀렸어. 20년이라는 세월동안, 내가 사랑했던 허윤환이라는 남자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 거야."
"그래도…."
"만약 그가 나를 사랑했다면, 우리가 맺은 사랑의 결실인 하랑이를 잘 챙겨줬겠지."
쩌적, 쩌저적.
루살카를 중심으로 한기가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나쁜 새끼. 어떻게 자기 자식을 보육원에 맡기고 도망갈 수 있어?"
"......."
루살카는 어머니로서 분노하고 있었다.
광검의 입장에서야 사랑하는 아내를 잃게 한 딸이 애증으로 보였겠지만, 그건 광검의 입장이고 직접 배 아파 낳은 루살카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게 광검을 꺼려한 이유입니까?"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야. 내 목숨을 걸고 낳았고, 내 목숨을 바쳐서 구한 자식이라고. 그런데 그 사람은...."
루살카는 무덤을 등졌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머리를 휘날리게 만들었고, 나는 그녀에게서 단호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
"됐어. 이제 과거의 이야기는 그만."
"......."
루살카는 내게로 다가와 내 손을 꼭 붙잡았다.
나는 그녀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현재, 그녀에게 귀속된 존재니까.
"세계를 구한 영웅의 파편이라. 후후, 재미있는 걸...?"
"저기, 진정하시겠습니까?"
"어떻게 진정하겠어? 사람이 사랑을 꺾게 만들어놓고 그러는 거 아니야."
"저는 파편인데요."
"파편이더라도 괜찮아. 나한테는 네가 전부가 되면 되는 거니까."
루살카의 적극성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랑이가 크게 충격을 받을 겁니다."
"하랑이는 하랑이 거 있잖아."
"하랑이는 엑스로이드 거들떠도 보지 않던데요."
"어머, 그러면 하랑이는 지조있는 여자고 나는 헤픈 여자라 이거니?"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루살카는 내 팔을 잡아당겼다.
"이해해주렴. 성주는 죽었고, 나는 프리가 되었단다. 자유로운 몸이 되었으니,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잖니."
"그거랑 저랑 하는 게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 날."
루살카는 아련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된 날, 유리창을 깨고 나를 구하러 온 게 누구였지?"
".......그건 어디까지나 선봉이었을 뿐입니다."
"아니야, 아니야. 그렇게 말하지 마렴. 나는 네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루살카는 내 볼을 만지작거리며 옅게 웃었다.
"아나스타샤로서의 나든, 아니면 루살카로서의 나든, 20년 동안 자식 내팽개치고 멋대로 살아간 그 사람보다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진 사람에게 더 관심이 생겼어."
"저는 파편이라니까요."
"그러니까 하는 얘기야."
루살카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야릇하게 웃었다.
"도대체 창염이 네 어디에 반해서 진짜 너를 찾아간 걸까? 궁금해졌거든.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그 새새끼에게 밀리는 건 참을 수 없단다."
"저는 진짜가 아니고 가짜인데요."
"진짜의 파편이지만, 내가 진짜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란다. 에휴, 안 되겠네."
루살카는 내 볼을 꽉 붙잡았다.
"너, 허윤환처럼 굴래?"
"...그건 아니죠."
나는 루살카의 허리를 붙잡았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향한 강렬한 눈빛을 보내는 이 여자의 유혹을 참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루살카는 원작 게임에서 애초에 '죽은 자'로 나오는 사람이다.
나는 이 세계에서 이 여자를 처음 만났고,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관계를 맺은 테라 관련자다.
즉, 내가 만약 루살카와 섹스를 하게 된다면....
"네 원래 세상으로 돌아간 원본에게 전하렴."
루살카는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가 따먹지 못한 루살카, 내가 따먹는다고."
"따먹는 다니."
나는 루살카의 턱을 붙잡고, 거꾸로 귀에 속삭였다.
"사랑을 나누는 겁니다."
"......좋네."
사아아.
한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반달처럼 휘어진 루살카의 눈은 올곧게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루살카는 손가락을 튕겼다.
사아아.
루살카의 몸이 순식간에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러시아인의 모습에서 내가 오마케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그녀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앞으로 이렇게 살아갈 거야."
설야의 루살카.
그녀는 자신이 빙의했던 아나스타샤로서의 자신을 벗어던졌다.
정확히는 아나스타샤의 육신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을 재구성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비록 가진 힘은 정령, 여신 시절의 자신보다 적지만, SS+급의 힘을 가진 이들은 이 세상에 얼마 없다.
"일단 이것부터."
쩌저적!
우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이글루.
나는 그게 루살카가 만들어낸 결계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결계는 왜...?"
"확실히 엑스로이드라서 그런지 마력을 느끼는 게 약해졌네. 이거, 처음부터 있었단다."
"...정말요?"
"그럼. 나는 SS+급이고, 너는 보자. S급 코어 달고 있구나? 그러니 당연히 눈치채지 못하지."
루살카는 내게 몸을 겹쳤다.
석하랑의 어머니 답게 그녀의 가슴은 다른 이들처럼 보잉보잉하다거나 푹신하거나 그런 건 없었지만, 내 몸에 꼭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라 안기에 너무나도 좋았다.
"여기서 해주렴."
"...저기요?"
"그래야 나도 단호하게 새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세상에 전남편 무덤 앞에서 섹스하는 경우가 어디있어요? 지구 역사를 통틀어봐도 없을 겁니다."
"아, 몰라. 나는 테라 사람이야."
이 무슨 정령감수성.
사랑에 눈이 돌아간 정령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그래도 그렇지, 광검의 무덤 앞에서....
'못할 건 또 뭐야.'
나는 루살카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붙잡아 당겼다.
단숨에 내 위로 올라온 루살카는 내 발등을 구둣발로 밟으며 올라섰고, 까치발을 들며 나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너, 한국 국적 하나 만들 수 있지?"
"그렇긴 하죠."
"그러면 이건 어때? 네가 지금 나를 안아주고 계속 사랑해준다면...."
루살카는 내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이 나라에 러시아에서 온 SS+급 히어로가 한 명 생기는 거란다. 어떠니?"
"지금 제 애국심에 호소하는 겁니까?"
"그럼. 너 은근, 아니 이 나라 많이 신경쓰잖아. 아니었으면 다른 나라에서 활동했겠지. 애들 싹다 데리고. 안 그래?"
"...부정은 못하겠네요."
나는 루살카의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루살카 또한 내 손짓에 따라 내 어깨에 손을 걸었고, 나는 그녀를 단숨에 들었다.
"...이 자세로 어떻게 하려고?"
"당신을 향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었죠."
사람들이 그러더라.
루살카와 섹스를 할 수 있다면, 무조건 들박을 할 거라고.
"...떨어질 생각하지 마세요."
찌걱.
나는 단숨에 자지를 루살카의 안으로 밀어넣었다.
약간의 이물감이 느껴졌고, 나는 전신에 전류가 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당신...?"
"흐, 흐읏...."
루살카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혈향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으나, 루살카는 그런 내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입술을 맞췄다.
할짝, 할짝.
키스에 익숙한 혀놀림이다.
나는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의 키스에 화답하며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스륵.
"...하아."
루살카는 나를 향해 나른한 얼굴로 베시시 웃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겠니?"
"허락을 구하지 마세요. 하고 싶을 때마다 언제든지 얘기하세요."
나는 루살카에게 다시 키스했다.
루살카는 나와 설육을 섞으며, 말갛게 눈웃음을 쳤다.
"...하아. 그런데, 있잖니. 너...과부랑 한 적 있어?"
"세상에 애 낳아본 처녀 과부가 어디있습니까?"
"여기 이 세상에는 동정수태를-"
"어허."
쪽.
나는 루살카의 입을 막았다.
"제 앞에는 사랑을 원하는 처녀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좋아."
루살카는 방긋 웃으며 눈을 찡긋였다.
"창염을 비롯한 다른 여자들 누구도 생각나지 않게, 나만 사랑하게 만들어줄게."
"제가 할 소리입니다."
찌걱.
나는 기어이 자지를 끝까지 밀어넣었다.
"...전남편 생각나지 않게 해드리죠."
* * *
수 년이 지났다.
러시아 국적의 SS+급 히어로, '루살카'는 여자아이 한 명과 백발의 한국인 둘을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아이는 석하랑의 동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닮았으나, 그녀의 눈동자는 푸른 불꽃과도 같은 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