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65화 (965/1,497)

EP.965 2부 9장 21 히전죽

7월 6일 오후 4시.

"아아, 공항에 섹스를 원하는 미친 자들이 가득해."

지휘관과 섹스를 원하는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남자들도 마찬가지이며, 지휘관의 얼굴을 보고 아랫도리가 큥큥거리는 여자들보다 더 위험한 자들이다.

'낮에 절대 걸리면 안 되겠다.'

저들은 게임 속 지휘관이 낮이 되면 여자가 된다는 것을 알고 더 미쳐 날뛰게 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신라의 몸을 보는 즉시, 저들은 상스럽게 발기할 것이다.

발기할 수 있다.

누구나 신라의 얼굴과 몸을 본다면, 인간인 이상 발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건 생리현상이고, 감히 그 발기한 좆대가리를 이 몸에 겨누는 건 용서할 수 없다.

섹스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까지는 백 번 양보해서 주먹질 한 번으로 용서할 수 있다고 해도, 저들은 실제로 섹스를 하기 위해 추파를 던질 것이다.

'죽을려고.'

건방지기 짝이 없는 이들이다.

감히 내 아내의 몸을 노리다니?

-저기요. 너무 과몰입한 거 아닌가요?

'남자인 지휘관을 상대로 발기하는 놈들 죽이는 것도 그렇지만, 여자로 변한 지휘관을 상대로 욕정하는 놈들도 죽어마땅해.'

-게임인데.

'게임이니까 그렇지.'

그렇다.

현실의 사람이라면 반죽음으로 마무리짓겠지만, 게임 속 캐릭터인만큼 죽이는 데 아무런 부담감이 없었다.

이미 저들을 통해 현실이 만들어진 건 알고 있지만, 저들의 원본이 실제 세상이었던 건 알고 있지만, 이 세상은 0과 1로 이루어진 전자의 세계일 뿐이다.

이는 아무리 가만히 참관만 하기로 했더라도 용서할 수 없는 문제.

'제우스랑 살라딘처럼 만들어주지.'

한국에 들어온 빌런들의 비참한 최후처럼, 나는 저들을 전부 다시는 이 지구 상에 얼굴조차 들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그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히카리. 자료 좀 모아줄래? 공항 인근에 있는 CCTV 영상들 전부."

[그걸 전부요?]

"그래. 멀티뷰로 확인할 거야."

[혹시 새로운 동료를 찾는 건가요?]

"아니. 저 중에서 적이 될 자들을 골라내려고 하는 거지."

[금방 찾아드릴게요!]

히카리는 마도기어를 통해 바로 자료를 건넸고, 나는 여의도의 거점에서 이 나라에 들어온 히어로들의 면면을 살폈다.

다들 김해공항의 전용기에서 내린 다음 최선을 대 자신의 정체를 숨겼지만, 히카리가 몰래 해킹한 공항 전체 CCTV를 통해 김해공항의 광경을 전송받은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다 아는 얼굴들이구만."

빌런들이다.

타국에서 들어온 정치인들이나 히어로, 유명 헌터 길드의 수장들 모두 내가 다 알고 있는 적들이었다.

다들 지휘관을 노리고 한국에 온 것이다.

-반갑습니다. 외교부에서 직접 마중을 나오시다니. 하하, 한창 바쁘실텐데....

-끄응.

먼저, 테이엥 마마르.

터키에서 독재정권을 형성한 정치인이다.

선의철 정부가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노려 자신을 국빈 대접할 수 없다는 걸 노린 사이,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그는 서울로 바로 달려올 것이다.

테이엥 마마르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모든 정치인, 외교부 관계자들 또한 목적지는 서울이다.

-젠장, 사람들 바글바글하네. 이게 그 마늘과 김치 섞인 냄새인가 뭔가하는 그건가?

-미스에게서는 마약 냄새가 나잖아요.

-마약 냄새가 더 좋지. 그것들은 그냥 싫은 사람에게는 악취지만 이건 행복을 가져다주는 걸.

그리고 멕시코에 있는 마약왕의 오른손.

미스 타바스코.

S급 이능력자인 그녀는 이능력을 이용해 마약 거래를 더 전문적으로 진행했고, 마약으로도 심취할 수 없는 이능력자들을 위한 '코어 엑스터시'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그 값비싼 코어를 가루로 빻아 만들어 마약과 섞어 흡입하는, 그야말로 사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여자다.

미스 타바스코라는 공식 명칭보다는 빌런명이 더 악명높은 존재.

그리고 유독 눈길을 끄는 이가 있었으니.

-젠장, 어딜 보고 다니는.... 죄,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형제님.

'어우야.'

몸집이 2m에 이르는 검은 정장의 신사가 눈에 띄었다.

다른 이들도 그에게 한 두 번 시선을 보냈지만, 얼굴 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아채지 못했다.

'허벅지에 보이는 굴곡을 보면 누군지 알지.'

허벅지 안쪽, 무릎까지 내려오는 거대한 물건의 형태.

[라스푸틴].

그 또한 한국에 상륙했다.

이미 라스푸틴의 시녀들은 가온을 잡기 위해 인게임에서 한국에 방문하여 호되게 혼쭐이 났지만, 이제는 그가 직접 한국에 비공식 방문을 한 것이다.

내가 직접 그의 물건을 베이스로 삼아 괴인으로 만들어 코어를 생산한 만큼, 나는 저 남자의 존재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내게는 익숙하지만, 20년의 지구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빌런.

'콩키스타도르까지 올 줄이야.'

콩키스타도르.

스페인계 미국인인 그는 2022년 2월 22일에 능력을 각성한 남자다.

스페인계 미국인인 그는 2022년 2월 22일에 능력을 각성한 남자다.

-나, 콩키스타도르! 지휘관의 기사로서 명예롭게 충성을 다할 것이오! 비키시오! 이랴! 가자, 나의 애마,

2020년의 시점에서는 그냥 평범한 미국인 A에 불과했을 저 금발 근육질의 남자는 이능력을 각성하고 중세 기사처럼 코어웨폰을 제작하여 입고 다니는 극한의 컨셉러다.

동료로 받아들인다면 상당한 힘이 될 것이 분명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좆 까."

남자다.

공항임에도 자신을 상징하는 거대한 랜스를 들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저 창으로 이 몸을 꿰뚫을 것 같다는 긴장감이 몸에 엄습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나는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왔구나.'

바로 옆 나라인 만큼 오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메인 이벤트가 흘러가기 전에 사전 이벤트로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군신, 샤오린.

김해국제공항에 당당히 치파오를 입고 나타난 그녀를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사람들은 그녀의 관우 코스프레한 모습만 볼 뿐이지, 저렇게 원래 모습으로 오면 그냥 중국 사람이니까.'

본 모습으로 왔지만, 평소 히어로로서의 모습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녀는 절찬리 변장 중이다.

테이엥 마마르.

미스 타코.

라스푸틴.

콩키스타도르.

거기에 마지막으로 화룡정점을 찍을 중국의 군신, 샤오린.

미안하지만 나는 마음을 굳혔다.

"히로인 빼고 다 죽인다."

이 땅, 한국에서.

* * *

잠시 뒤, 부산시청.

"죄송합니다만 현재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직행 버스나 차량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 좁은 땅에서 고작 300km 이동할 수단이 없다는 게."

부산시청에 몰려든 수많은 이들은 부산시장의 말에 역정을 냈다.

"버스든 차든 기차든 뭐든 있을 거 아닙니까? 만약 망가진다고 해도 금전적인 보상은 하겠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그...."

부산시장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정치인들, 그리고 S급 이능력자들에 진땀을 뺐다.

석하랑도 한 번 만나보기 어려운 자신이 전 세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꿈과도 같은 상황에서도 현실은 냉혹했다.

"경부고속도로는 붕괴된 지 오래입니다. 국도 또한 제대로 닦여있지 않습니다. 현재,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은 완전히 망가져있습니다."

"아니, 괴수들이 도로를 망가뜨릴 때까지 뭘 한 겁니까?"

"...신서울 주변과 부산은 다릅니다. 부산 안에서는 최대한 차량이 오다닐 수 있지만, 부산 밖은 이야기가 달라요."

부산시장은 말을 하면서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외국 사람들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온 건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들이 신서울이 아닌 서울로 올라가고자 하는 것 또한 처음이었다.

"현재, 우리도 모든 차량을 수배 중입니다. 오죽하면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내버스도 차 안에 기름을 싣게 한 다음 서울로 보낼 계획 중이라니까요?"

"무너진 도로가 있으면 그 부분은 최대한 피해서 가거나 하면서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버스 타이어가 버티지를 못합니다. 그러니...."

만약 알았다면 미리 준비를 해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서울이 해방될 줄은 몰랐으니까!

"여러분들께서는 죄송하지만 신서울로 가주시겠습니까? 히어로 협회 한국 지부에 도움을 요청하면 분명 뭔가 지원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

방 안에 있는 이들 모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연히 이들 입장에서야 신서울이 아닌 서울로 가고 싶어할 것이며, 신서울에 가봐야 발만 묶이고 움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휘관은 한국 사람이다! 외국 놈들은 꺼져라!!

-마! 지휘관이 느그덜 사람이가! 지휘관은 국밥 좋아한다!

-지휘관 데려가려면 내를 밟고 가라, 썩을 놈들아!

빵, 빵빵.

시청 밖에서 울리는 거친 소리에 방 안에 있는 이들의 표정은 더욱더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화가 나 있습니까?"

"지금 번역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거 맞죠? 왜 이상하게 번역되고 있지?"

"우리를 향해 화를 내면서 길을 막고 있다니...."

"""저 사람들, 일반 시민들 아닙니까?"""

부산시장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시청의 화상 모니터에는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 CCTV 생중계로 재생되고 있었고, 그곳에는 수많은 부산 시민들이 벌써부터 차를 끌고 와서 농성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지휘관을 데려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라!!

차로 도로를 막으며.

특히 칼같은 각도로 백미러까지 접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택시들의 오와 열은 군대를 방불케했다.

"좋습니다. 우리는 알아서 서울로 가겠습니다. 그러니...."

순간.

쩌적, 쩌저적.

공기가 얼어붙었다.

이능력자들 모두가 급히 몸을 일으켰고, 부산시장은 CCTV 영상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석하랑이 도랐나?"

-니는 몬 지나간다.

부산종합터미널 근처.

높이가 50m가 넘는 얼음의 벽을 세운 백발의 소녀는 팔짱을 낀 채 오만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를 이기는 사람만 지휘관 만날 수 있다.

"하랑아, 거기 부산에 온 놈들이 내 자지를 노리고 있어. 아무래도 큥큥하러 부산 못 내려갈 것 같은데?"

[기다려봐라. 내가 하루만에 치워버릴테니까.]

섹스는 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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