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62화 (962/1,497)

EP.962 2부 9장 19 암컷 타락의 길

나, 창염의 피닉스.

이제는 신라의 피닉스라고 불러야 할 사람이며, 신라의 것인 만큼 신라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생각이 있지만 양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아무리 게임 속 캐릭터라고 해도, 남자랑 섹스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그건 외도야."

현실에서 외도를 하는 것도 안 되는데, 게임 속이라도 외도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람피는 거랑 똑같은 거라고."

"하지만 신라 님은 게임 속에서 저랑 하랑 언니랑 다른 여자들 다 범하고 있는데요?"

"그거랑은 다르지. 게임 속에서 여자랑 섹스하는 거랑 남자랑 섹스하는 거랑 같아?"

"게임 속에서 오빠가 아닌 사람이랑 섹스하는 건 똑같은 거 아닌가요?"

"다르지. 선의철과 라스푸틴만큼 다른 문제라고. 이건."

"그 정도로 차이가 있는 건가요.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물건과 존재하는 것으로 모두에게 경외받는 물건의 차이 정도다.

"만약에 인게임에서 남캐가 신라한테 찝쩍거렸잖아? 내가 바로 들어가서 그 새끼 모가지 뜯어버렸을 거다. 아니, 내가 대머리에게 전화해서 빌런으로 나타나서 놈들 죽이게 해달라고 요청했을 거야."

"오빠가 그 아저씨 언급까지 하는 걸 봐서는 오빠 진짜 진심이네요."

"당연하지."

누구도 가지지 못하게 오직 나만 가지고 싶어서 그 고생을 했다.

아무리 내가 신라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한다고 한들, 부부인 만큼 서로 지킬 선이 있는 법이다.

"오빠. 만약에 신라가 여자로 TS된 남자랑 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내가 그 놈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막을 거다."

암컷 피닉스로 타락한다고 한들, 신라가 다른 남자와 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설령 그게 게임 속 설정으로 완전히 "루살카"가 되어버린 존재라고 할지라도.

"광검의 육신을 기반으로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력으로, 세포단위로 재구성된 몸일 거 아냐. 그래도 싫어. 광검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그래서 반광검 반루살카랑 보비는 걸 허락하신 거예요?"

"딱히 내가 허락안해도 되지만, 루살카랑 보비고 싶어하고 그럴테니까 허락한 거야. 게임에서 광검이랑 하게 할 바에는 차라리 석하랑 상대로 강제로 보비라고 하는 게 더 낫다는 거지."

"저기 방에서 열심히 신음 흘리고 있는 하랑 언니는 루살카의 대체로 쓰이는 거군요...안타깝게도. 나중에 혼나는 거 아녜요?"

"괜찮아. 나중에 내가 따로 자지로 벌충해주면 돼. 연좌제 인 거야."

나쁜 건 광검이지만, 광검에게 어떻게 벌을 내릴 수 없으니 광검의 딸에게 벌을 내린다.

석하랑은 신라와 보비는 게 나와 섹스를 하기 위한 조건이나 섹스 후에 있는 벌 타임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신라에 의해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생기니, 신라가 싫어야하는데 영 싫지 않고 미워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래, 이게 더 생산적이고 또 건전한 일이다.

내 아내가 남자의 몸이 되어 다른 남자가 여자로 변한 몸에다가 자지를 때려박는 것 따위, 존재해서는 안 될 일이다.

"광검도 좀 그래. 아무리 루살카가 되었다고 한들, 자기 영혼은 남자였잖아? 그럼 자기 정체성을 가져야지. 날 봐봐. 나는 창염의 말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몸이었는데도, 창염의 몸으로 활동을 했는데도 자위 한 번 안 하고 버텼다고."

"...그건 좀 신기하네요. 어떻게 신라 님의 몸을 가지고도 자위를 안 할 수 있어요?"

"그만큼 내가 신라를 사랑했으니까 그런 거지."

아무리 여자가 되었다고 한들.

아무리 TS 법칙에 의해 미소녀로 바뀌었다고 한들.

일단 손가락을 보지에 넣고 보는 순간, 그 때가 바로 암컷이 되어가는 시발점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몸에 깃들었는데 어떻게 소중히 하지 않을 수 있겠어?"

"사실은 이 보지를 건드리는 손은 신라의 손이 아니라 내 진짜 모습의 손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니었어요? 오빠의 이 손?"

"그거 참 성주나 할 생각인 걸."

"오빠의 그런 모습을 성주가 배운 거 알죠?"

"잘 알지. 유나야, 너 이제 오빠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 같구나."

"배 맞추면 척이죠."

유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우쭐댔다.

나는 그런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게임 영상 속 허윤화를 가리켰다.

"그래. 사람이 정도라는 게 있는 거야. 현실이었어도 앞에 나가서 전부 쓸어버렸을텐데, 어디서 게임 데이터들이 내 아내를 상대로 외도를 종용하고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런데 오빠. 당사자가 원할 수도 있는 거 아녜요?"

"뭐?"

"당사자가 암컷이 되는 걸 원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사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닐테고."

"하. 유나야. 그건 말이야."

나는 유나의 볼을 붙잡았다.

"암컷이 되는 순간, 남자로서의 자신은 죽는 거야. 암컷이 되기로 한 순간, 이미 피닉스라는 남자는 죽어버리는 거라고. 남은 건 몸뚱아리라는 껍질 속에 담긴 악의의 흔적 뿐이지."

내가 괜히 원작 지휘관의 존재를 걱정한 게 아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나에게 암컷타락죽을 먹일 까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20년의 지구에서 나는 진짜 백청화를 만나지 않고 탈출할 수 있었다.

만약 만났다면...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적어도, 그건 "내"가 아닌.

그런 세상이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아니겠지만.

* * *

"피닉스가 암컷 타락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자고요?"

"그래.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고 자시고, 그걸 왜 진행해야 합니까?"

하선태는 오늘도 재미난 걸 생각해냈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 있는 대머리 남자의 계획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물론 속으로만 그럴 뿐이지만, 대머리 남자는 그런 하선태의 생각을 읽어낼만큼 전지전능하지만, 외신 중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모든 외신들의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지만.

"궁금하지 않냐? 그 놈이 암컷타락 하는지 안하는지. 자기는 광검을 향해 그렇게 암컷타락했냐면서 말하면서, 자기는 막상 암컷타락 할 수도 있잖아."

"암컷타락이고 자시고…."

하선태는 스마트패드를 두드려 어떤 자료를 꺼냈다.

"이미 광검 좆집엔딩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만."

"에이, 그건 아니지. 그건 정신이 죽어버린 거잖아. 포기한 거라고. 포기한 피닉스는 피닉스가 아니야."

"피닉스가 아닙니까?"

"그래. 그건 그냥 성주에 의해서 세뇌된 간부일 뿐이야. 하신라도 창염도 피닉스도 아닌, 그냥 그들의 껍데기를 한 세뇌된 괴인일 뿐이라고."

"복잡하군요. 그러니까...."

하선태는 패드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곧 하신라와 피닉스의 모습이 허공에 떠올랐다.

"이 둘은 결코 타락하지 않는데, 다른 것들은 타락할 수 있다?"

"애초에 수많은 상황 속에서 현실로 빠져나온 자는 오직 현실의 둘 뿐이니까. 나머지야 뭐...."

대머리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럼 시뮬레이션도 의미가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시뮬레이션이지. 실패한 피닉스를 데이터로 삼지 말고, 모든 것을 이겨내고 성공한 피닉스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잖아."

"아하. 절대 꺾이지 않는 것을 꺾고 싶어하는 거군요."

하선태는 이사다.

이사는 회장의 기분과 의지를 짐작만으로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이런 건 어떻습니까? 암컷 타락은 아니지만, 이것도 타락은 타락입니다."

하선태는 금방 시뮬레이션의 플롯을 준비했다.

대머리는 하선태가 준비한 것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각이다."

"회장님이라면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거, 한 번 추진해봐."

"...고객님들이 싫어하실 것 같습니다만."

"길게 하지 말고, 딱 한 번 분량으로 끝날 단편이면 되잖아? 어차피 지금 대세도 그런데."

회장은 인자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이 참 좋아졌어. 나 때는 말이야, 중간 중간에 암타하는 게 있으면 이런 걸 어떻게 볼 수 있냐고 다들 중간에 뛰쳐내리는 경우가 많았단 말이야? 그런데 요즘은 왜 빨리 암타 안하냐고 다들 외치고 있단 말이지."

"그랬다가는 프로젝트 전체가 불탈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불타기 전까지 선을 잘 타야지. 마치 타락할 듯, 타락하지 않을 듯. 뇌속으로 생각하는 건 여전히 성정체성의 정신줄을 꽉 붙잡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는 행동은 암컷 그 자체인 게 중요한 거라고."

대머리는 확신했다.

"사람들은 진짜로 암타를 바라는 게 아니야. 암컷이 되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거지. 그리고 암타가 끝나는 순간, 프로젝트는...."

대머리는 두 팔을 벌리며 활짝 웃었다.

"'완성'된다."

"암타가 끝나는 순간이면 암컷으로 전락한 순간입니까?"

"아니. 프로젝트가 종료되었을 때."

"...그건 완성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옛날이랑 지금이랑 달라졌다는 거지."

대머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씩 입꼬리를 들었다.

"예전에 파란 하늘에서는 그런 거 하면 금방 죽어버리고 그랬는데, 여기 봐봐. 얼마나 좋아? 회사 부지 옮기고 나서 얼마나 잘 되고 있어. 메이저 기업들도 하나 둘 자리 잡은 뒤로, 새롭게 메이저로 떠오르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잖아."

"하지만...사장님."

하선태는 비통한 얼굴로 쓰게 웃었다.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가 전 회사 부지에 묻혀있지 않습니까?"

"......."

대머리는 침묵했다.

"심지어 이쪽으로 넘어오면서 중단한 프로젝트가 몇이나 되는지 아십니까? 기획 단계에서 폐기된 것까지 합하면 도합 열 개의 프로젝트가 넘습니다."

"아, 그래서 지금 공장에 계속 발주 넣고 있잖아!"

"하지만 암컷타락 프로젝트는 멈추지 않았습니까. 야심차게 암타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각오로 프로젝트를 기획했지만, 결과적으로 5드ㄹ-"

"그만. 머리가 아프니 그만두도록 하지."

대머리는 손을 흔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보다 네가 말한 그것부터 진행해봐. 그래, 프로젝트 이름이 뭐라고?"

"이렇습니다."

하선태는 자신의 계획이 담긴 프로젝트 명을 다시금 읊었다.

"피닉스가 피닉스를 공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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