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61 2부 9장 18 광검이랑 죽어도 못하는 이유가 있어
섹스는 애국이다.
섹스를 통해 태어나는 아이들은 나라의 새로운 일꾼이 될 것이며, 섹스로 수많은 신혼부부가 탄생할 것이다.
-싸우지 말고 섹스하자, 섹스!
-싸우지 말고 섹스하다가 애 생겼는데요.
-결혼은 현실적인 문제니까 조금 진지하게 생각을-
-신혼부부한테 서울 집 무이자 대출 내준다던데.
-여보!
신혼부부의 증가는 저출산 시대를 해결하는 아주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 마도시대, 일등 신랑감과 일등 신붓감은 누구일까?
백이면 백, 누구나 '이능력자'를 꼽을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이능력을 각성한 이는 로또 1등에 당첨된 것과 같다.
앞으로 어떻게 자본을 굴려나갈 지, 1등 당첨금을 단발성으로 받고 다 탕진하게 될 지는 당사자의 몫이지만, 복권 1등 그 이상의 값어치를 가지고 있는 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이 가치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능력의 시대가 무려 25년이 지났지만, 인류는 단 한 가지 방법만 알고 있다.
단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
-지휘관이랑 섹스해!
-그 지휘관이 다 뒤졌는데요. 이제 한 명 밖에 없음.
-뭐? 왜?
-다들 지휘관 자지랑 보지를 노리다가 지휘관이 암살당하거나 죽어버렸거든요. 나는 성노예가 되지 않겠다면서.
지휘관을 통해 이능력자로 각성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지구에는 단 한 명의 지휘관이 존재한다.
"지휘관! 제발 이쪽을 봐주세요! 여기, 여기에요!"
"서울을 지킨 영웅과 만나고 싶습니다! 제발 나와주세요!"
사람들은 지휘관과 만나기 위해 여의도로 모였다.
여의도 앞에 있는 결계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할 기세로, 그들은 자신을 향한 '그'의 손길을 간절히 바랐다.
"지휘관! 제발 저랑 섹스해주세요!!"
"아니에요! 제 보지 안에 사정해주세요! 제발!"
여의도 결계 아래 모인 수많은 이들의 수는 수천 명을 훌쩍 넘기는 듯 했다.
다들 절박해보였으나,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좀처럼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이었다.
"나랑 섹스해줘!"
"내가 보지 대줄게! 나를 이능력자로 만들어줘!"
그들 대부분, 지휘관과의 섹스를 바라고 있었다.
"당신은 왜? 당신은 이능력자잖아! 지휘관과 섹스가 급한 건 나같은 비능력자라고!"
"시끄러워! 내가 B급에서 얼마나 머물러있었는지 알아?! 지휘관이랑 배 한 번 맞추면 바로 A급 직행이라고!"
"있는 것들이 더 하다더니!"
"왜?! 있으면 안 되냐?! 너희들도 이능력자 되면 다 똑같은 마음일 거라고!"
지휘관과의 섹스로 능력을 더 얻고 싶은 건 능력자나 비능력자나 다 마찬가지였다.
능력자는 자신의 성장한계를 깨고 더 강해질 수 있는 힘을, 비능력자는 자신의 안에 잠재되어있던 힘을 새롭게 각성할 수 있는 계기를.
서울에 있는 3억 집보다도 더 가치있을 수 있는 게 이능력의 각성이다.
"섹스는! 애국이다! 지휘관은 정액을 베풀어라!"
"우리도 마법소녀가 되고 싶다!"
"지휘관은 정액을 뿌려라!!"
현장에는 광기가 가득햇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생소하고 특이한 광경일 뿐, 전세계적으로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영국이랑 미국에서 지휘관 지나가는 길에 퍽킹 소리만 들린다더니, 여기도 다를 바가 없네."
"왜 다르겠어? 섹스 한 방이면 30억을 벌 기회가 생기는데."
지휘관이 나타날 때마다 그와 섹스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이들이 수두룩했다.
어떤 국가에서는 지휘관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이가 있었으나, 국익을 위한다는 이유 만으로 방 안에 갇혀 매일 매일 이능력자를 각성시키는 살아있는 기계가 된 경우도 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모두가 이능력자가 되기를 바라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지구 상에 유일하게 남은 지휘관이 여자를, 그것도 오직 태생부터 정해진 미인들만 골라서 섹스를 한다는 것을.
* * *
오후 7시.
"내가 이래서 서울에서 탈출한 거라니까."
나는 여의도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향연에 진절머리가 났다.
"지휘관 님, 예전에도 저런 걸 많이 겪으셨습니까...?"
"당연하지. 내가 가는 곳마다 내 자지 한 번 먹어보겠다고 여자들이 줄을 섰다니까."
"...그거,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라온은 여의도 밖에 있는 이들을 보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저들의 심정도 이해는 합니다. 간절하겠죠."
라온은 저들과 비하면 능력에 관한 간절함이 몇 배로 강했던 사람이다.
원래 없던 걸 가지는 것보다, 있는 것보다 더 가지는 것보다, 가지고 있던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법이니까.
그리고 그걸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지휘관에게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라온에게 삶을 살아가는 의지가 되었다.
기적적으로 나를 만났고, 내가 그녀의 새로운 마력 코어를 만들듯 마력을 공급했기에 그녀는 청운의 꿈을 다시 품을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그녀 또한 저기에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간절한 건 간절한 거고, 이곳이 위험한 곳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합니다."
라온은 진심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저들에게 말해주고 싶군. 여기, 하루 전까지만 하더라도 괴수들이 바글바글하던 곳이었다고."
"그 괴수들 지금 지휘관님께서 다 쫓아내셨잖습니까?"
"다는 아니야. 아직 한강 북쪽에 일부러 남겨둔 괴수들이 있으니까."
레이더에는 걸리지 않는 괴수들이 있다.
아마 저들도 레이더에 괴수들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면 여의도가 전진기지임을 깨닫고 절반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레이더의 이야기고,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히카리 제 특수 마력 레이더에는 아직 서울을 떠나지 못하고 경기 북부의 경계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일부 A급 괴수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저들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들.
공식이 되기 전에, 비공식으로 처리하여 우리의 일용할 코어로 운용한다.
그래서 나는 시청사의 뱀을 최대한 요란하게 처리하며 일부러 강하게 만들었고, 우리의 전투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도망간 여러 괴수들을 모른척했다.
'뒷돈 좀 찔러주는 것도 있어야지.'
아무리 은유하가 유성의 회장으로 지금 막대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고 한들, 그건 정규루트로 들어오는 공식적인 돈.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엄청난 돈을 벌게 해주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생각하지만, 은유하와 같은 욕심쟁이는 뒷돈까지 찔러주면 소리를 지르며 더욱더 기뻐하는 부류다.
돈 싫다는 사람이 어디있겠으며, 은유하같이 부정부패를 신경쓰지 않는 여자라면 뇌물은 통하기 마련.
"A급 코어들, 어디다가 쓰실 겁니까?"
"너희 방 꾸미는데."
"...네?"
"여의도에 있는 우리의 조개집 백합정원의 안을 꾸밀 가구들이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은유하를 통해서 비공식적으로 구매할 거야. 가구랑 인테리어만 정해. 그걸로 안쪽까지 싹다 꾸며줄 거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건물은 으리으리하게 지어졌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아직 엉망이다.
서울 시민들 중에 전문 업자가 살아남아 지하에 내려갔다고 한들, 그도 13년이라는 공백의 시간을 가지고 있어 현대적 인테리어를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옥 안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를 공부할 시간도 마찬가지.
'안 그러면 20년 전의 인테리어가 될테니까.'
나도 게임 속 시간대와 별반 다르지 않는 시대에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게임 속이라고 한들 인테리어는 중요한 법이다.
그곳에서 밤낮으로 마력공급이 이루어지는 만큼, 겉만 화려하고 실속은 없는 깡통 한옥처럼 만들 수는 없는 노릇.
클램하우스 안에 마련될 마법소녀들의 방은 극단적으로 말해 '큥큥룸'이다.
"다른 사람들으 위한 것도 있지만, 라온이 너를 위한 방도 있어. 아니다, 방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가? 원하면 집도 따로...그럴 필요 없겠네. 집 따로 방 따로 하나씩. 어때?"
"지, 지휘관 님. 그건 너무...."
과한 친절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라온은 손사레를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싫어?"
"싫은 건 아닙니다. 부담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단지, 집을 따로 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
"제 집은 지휘관 님 곁이니까요."
라온은 은은한 미소로 내게 다가왔다.
"지휘관 님 옆이면 저는 어디든지 괜찮습니다. 후후, 이래서야 저기 있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게 되었습니다만...."
"정상이야. 원래 나랑 섹스하면 계속 섹스하고 싶어지니까."
100%, 정상이다.
"한 가지 오해할까봐 분명히 말하자면, 지휘관 능력 때문에 너희들이 나와 섹스하고 싶어지는 게 아닌 건 알지?"
"물론입니다. 히어로 위키에서 봤습니다. 지휘관 중에는 섹스 능력이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어서, 해당 지휘관의 마력 공급을 꺼려하는 자들도 있었다고...."
"그래. 내가 대단한 거라니까."
지휘관의 마력 공급에는 쾌감 증폭의 보정이 걸린다.
하지만 그런 최소한의 보정치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한 지휘관은 분명 존재했다.
아무리 지휘관과 섹스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지휘관의 상태가 최면이 없으면 얼굴보고 섹스하기 힘든 자지 선의철이라면 당연히 섹스도 하기 힘들어지는 법.
"그거 알아? 어떤 나라에서는 지휘관을 잡아다가 정액만 뽑아내는 딜도로 써먹었다잖아. 그 지휘관 덕분에 섹스가 아니더라도 지휘관의 몸 일부로 이능력을 각성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지."
"그냥 신체 일부만으로는 안 늘어나는 거 아닙니까? 마력 공급의 쿨타임이 끝난 상황에서도 말입니다."
"응? 어떻게 알았어?"
"지휘관 님과 하루에서 수십 번 하는 게 간접키스인데, 그걸 모를 리가 없지요."
"하긴."
"...이런 말 하긴 뭐 하지만, 아니, 아닙니다. 제가 실례할 뻔 했습니다."
"원리가 궁금하지?"
"......죄송합니다. 방금 그건 저의 실언이었습니다. 도를 넘은 발언이었으니, 진심으로 사과를...."
"진심이 담겨있어야 해. 다른 것도 아닌, 나의 '의지'가."
"......예?"
라온은 어안이 벙벙한 듯 입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서, 설마 지휘관의 비밀을 저한테 말씀해주신 겁니까...?"
"그래. 여기까지 말해준 건 거의 없을 걸? 단순히 내 정액으로 질싸를 받아야 한다, 내가 아주 특별하게 뽑아낸 피로 의식을 치뤄야 한다고 아는 사람들은 몇몇 있지만...."
나는 손에 침을 묻혔다.
"이 손에 묻은 침을 먹은 사람은 이능력자가 될 것이다. 내가 진심을 담아서 바란 이상, 이 침은 이능력을 각성하는 마법의 물약이 되는 거야."
"그럼...."
"쿨 돌아간다. 자, 라온아."
"...감사합니다."
라온은 내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혀로 마치 자지를 핥듯 날름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탄했다.
"사람들도 너처럼 그랬으면 좋겠어. 왜 다들 나한테 섹스를 강요하는지 몰라."
지금 나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져있다.
"...나는 광검이랑 섹스할 생각이 없는데, 왜 다들 광검이랑 섹스하라고 난리일까."
광검 SS+급 만들기 대작전.
-엥? 지휘관도 남자고 광검이 여자면, 광검 마법소녀로 만들 수 있는 거 아니냐?
-지휘관은 광검을 강간하라!
-섹스! 섹스! 싸우지 말고 섹스해! 그리고 임신해!
"...나, 광검이랑 절대 못 하는데."
"절대 안 돼. 신라랑 암컷 광검이랑 게임에서라도 섹스를 한다고? 어림도 없지."
피닉스는 게임 전원을 꺼버렸다.
"게임 속 TS 여캐라도 내 아내가 다른 남자랑 좆비비는 건 용서할 수 없다. 설령, 그게 원래 남자였던 존재라고 하더라도."
"당신...!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남편 뜻을 따라야죠. 푸흐흐."
"차라리 여기 있는 절반 광검이랑 보벼."
"아싸."
갸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