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51화 (951/1,497)

EP.951 2부 9장 08 괴수막기 ver.2025

시청사의 뱀이라는 존재는 2012년 평양사태 이후, 서울이 무너지면서 서울시청에 당당히 자리를 잡은 S급 괴수다.

그 힘의 척도는 서울 최강이라는, 아니 한반도 최강-엄밀히 따지자면 한반도 2위지만-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SS급이 와도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다른 S급 괴수들만 하더라도 도시 하나는 통째로 날려버릴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청사의 뱀은 S급 중에서도 S+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시청사의 뱀을 지칭하는 또다른 단어가 있다.

'대권잠룡.'

흔히들 정치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이나, 시청사의 뱀이 서울시청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왜 하필 대권잠룡인가?

이름을 붙일 때 뭔가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던 걸까?

아니다.

그냥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당시 38선을 넘어 내려오는 괴수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서울시청에 있던 대권후보들을 단숨에 잡아먹었다.

당시 서울시청에는 대권후보 이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가득했지만, 당시 선의철은 서울시청이 아니라 여의도에 있었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계기로 인해 선의철에게는 정치적 반등의 기회가 되었던 게 아이러니지만, 시청사의 뱀은 한국의 상황을 엄청나게 바꿔놓았다.

만약 시청사의 뱀이 죽는다면 서울도 이전처럼 바뀐다.

만약, 시청사의 뱀이 죽는다면.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 하나가 일년 동안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코어를 얻을 수 있다.

S급 코어.

전 세계에 S급 괴수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200개체가 안 되는 실정이니, S급 코어를 획득한다면 그 전략적-경제적 가치는 하늘을 찌른다.

그뿐이랴?

이미 서울의 괴수들을 소탕하며 얻은 코어만 하더라도 S급 코어 하나 이상의 가치를 얻었다.

한강 이남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만약 한강 북쪽까지 탈환한다면.

만약 대권잠룡까지 죽이고 S급 코어마저 손에 넣는다면.

이 나라는, 다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 생각을 깨뜨리라는 건지, 괴수들은 미친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씨발, 저글링 막기도 이것보다는 쉽겠다!"

마포대교를 넘어오는 수많은 괴수들.

K-2 마도소총이 불을 뿜을 때마다 괴수들은 대가리가 터지며 다리 밑으로 낙하했고, 시체가 한강에 떨어지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야ㅡㅡ! 누구 스톰 쓸 수 있는 놈들 없냐!"

"시끄러워! 우리는 테란이야, 멍청아!"

"새끼, 지는 저그 주제에!"

"뭐라고?! 감염된 테란 맛 좀 볼래?!"

서울 시민들은 마포대교를 넘어오는 괴수들을 향해 목숨을 걸고 방아쇠를 당겼다.

당장 마포대교에 모인 시민들만 해도 거의 십만 명이 넘지만, 그들이 가진 탄환은 한정되어 있었다.

즉, 탄환이 닳는 순간 그 때부터는 접근전을 해야 한다.

"괴인이 된 친구들아! 러커든 뭐든 좋으니까 뭔가 좀 해봐!"

"너도 괴인이야, 멍청아!"

두두두두.

괴인이 된 자.

아직 사람인 자.

"한강 물은 아직 따뜻하냐, 새기들아!!"

그들 모두 K-2 마도소총을 들고 죽어라 화망을 펼쳤다.

자신의 탄환이 다 떨어지면 바로 후방으로 물러났고, 곧장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팀이 앞으로 나서서 화망을 다시 펼쳤다.

키에에엑!!

한강은 괴수로 시체밭이 되었다.

마포대교를 곱등이마냥 뛰어 오던 자지벌레들은 하나둘 강 위로 떠오른 동료의 시체를 밟고 뛰어오기 시작했다.

"제발 누가 스톰 좀 써줘!"

"이건 게임이 아니야, 멍청아!"

압도적인 저글링의 물량공세에 좌절하던 자치령 시민들이 이런 감정이었을까.

서울 시민들은 가우-스 소총보다도 강력한 K-2 마도 소총을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안심할 수 없었다.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다.

화수분마냥 튀어나오는 괴수들에 시민들 모두가 기가 질릴 정도였다.

"여의도를 무조건 사수해! 지휘관 님이 시청사의 뱀을 죽일 때까지!"

서울 시민들의 희망이 있다면 단 하나.

무한히 리스폰되는 괴수들을 제거하기 위한 기믹을 해제하는 것.

바로 그 기믹은 시청사의 뱀이 가지고 있다.

시청사의 뱀이 죽는다면, 모체가 죽는다면 모든 괴수가 죽는다.

"지휘관 님이 금방 잡는다고 했어! 그러니까 모두 최선을 다해서 막아!"

"하템ㅡㅡㅡ!!"

두두두두두.

한강 북쪽으로 진격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수많은 괴수들의 향연에 시민들은 공포에 떨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지휘관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 * *

그 시각, 서울역.

"지금이라도 저기다가 방어벽이라도 설치하는 건 어떠십니까?"

아키택트는 괴수들이 뛰어가는 여의도 방면을 가리켰다.

"한강에 넓게 천리장성을 쌓으면 능히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여의도 면적이 천리가 안 될 건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아니면 한강이라도. 하이라 님의 백업을 받으면 가능합니다."

아키택트는 시민들을 위한 방어선 구축을 희망했다.

그의 말대로 히드라가 백업을 해주면 얼마든지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안 돼."

하지만 그건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에는 부족하다.

"괴수들이 하나 둘 물에서 육지로 상륙할 때, 막 달려들기 직전에 안개처럼 흩어지면서 죽어야 멋지잖아?"

"아, 저 그거 알아요. 아낙수나문이죠?"

"...그거랑은 조금 다르지만, 대충 비슷하지."

고대의 군대가 살아있는 이들을 덮치기 직전, 저주받은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거나 파괴함으로써 망자들이 안개가 되어 사라지는 연출은 고전적이지만 효과적이다.

죽기 직전에 살아남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시간이 끌리는 걸 그대로 당해주고 있다.

키에에엑!!

거적데기를 두른 괴인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소주 특유의 알코올과 역한 담배, 그리고 믹스커피를 마시고 난 입냄새가 섞인 듯한 악취를 풍기는 거적데기 괴인들이 서울역 인근에 가득했다.

"지휘관 님, 여차하면 마력으로 후각 차단을…."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나는 마력을 능동적으로 쓸 수 없는 몸인 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다.

E급 이능력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지휘관의 몸은 불편하게도 이능력자들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없다.

대신 그 어떤 이능력자도 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침대 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니 지금은 쓸 수 없다.

"씁. 안되겠다. 최후의 수단을 사용해야겠어."

"후냣?!"

나는 김펜릴을 잡아와 내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녀를 들박하듯, 엉덩이를 잡고 들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호흡했다.

"아, 살 것 같다."

"미친 거냥?!"

"저 냄새를 맡을 바에는 민트초코 냄새를 맡으면서 버틸 거야."

습, 하, 습, 하.

"지휘관 님, 저희 살냄새는 어떤가요?"

"안 돼. 맨살 냄새를 맡으려면 슈트 벗어야 하잖아."

"펜릴은요?"

"펜릴은 지금 입고 있는 마법소녀복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거니까 괜찮아. 따지고보면 알몸에 마력 스타킹 두른 거나 마찬가지라고."

습, 하, 습, 하.

"이대로 가지."

"앞이 안 보이지 않아요?"

"괜찮아. 마도기어의 네비게이션을 따라 움직이면 되니까."

펜릴의 가슴에 얼굴을 묻기는 했지만, 내 앞에는 서울역에서 서울시청으로 가는 길이 훤히 보였다.

"그보다 펜릴을 그렇게 들고 가도 되는 겁니까? 마치 19금 영상에서나 나올 법한 들박 자세로 가고 있는데."

"진짜로 들박하고 싶은데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까 참는 거야."

"읏…."

펜릴은 부끄러운 건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왜 그래? 옥상에서는 맨날 알몸으로 섹스하는 녀석이."

"그, 그거야 결계치고 하는 거니까…!"

"와우."

아키택트가 손뼉을 치며 환호를 보냈다.

역시 펜릴도 다른 남자가 있으면 부끄러워하며, 아키택트도 남자로서 내가 이들과 섹스를 하는 것에 대해 감탄사를-

"나중에 정자 하나 지어드릴테니까, 거기서 한 번 야외 섹스를 해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한강을 향해 누각 하나 근사하게 지어서, 거기서 야외섹스를...크흐."

역시 아키택트다.

'괜찮은데?'

이 게임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실제 관광지도 어느 정도 구경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가지 못하는 곳도 이곳에서라면 얼마든지 관광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야경이 정말 멋진 정자에서 알몸으로 산책을 하다가 정자에서 섹스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키택트."

"예, 지휘관."

"여의도에 좋은 자리 하나 찾아놓을테니까, 나중에 근사하게 하나 만들어봐."

"어명 받들겠나이다! 흐하하!"

아키택트는 하늘 높이 두 손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다들 아키택트의 전통 사랑에 질려하면서도 딴죽은 걸지 않았다.

다들,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 뷰, 사방이 탁 트인 정자에서 야외섹스를 하는 걸.

어디까지나 결계를 쳐서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걸 가정한 상황이 되겠지만, 몇몇 이들은 완전한 알몸만 아니면 섹스하는 걸 만천하에 공개해도 상관없다는 이들도 있다.

지휘관과_S급이_한강정자에서_마력공급.avi

가 영상이 아니라 실시간 스트리밍이 될 수도 있는 법.

그걸 위해서라도, 시청사의 뱀을 죽여야 한다.

"펜릴, 이제 내릴게."

나는 펜릴의 엉덩이를 놓았다.

하지만 펜릴은 내게 달라붙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김펜릴."

"조금만 더…."

김펜릴은 내 얼굴을 오히려 자신의 가슴에 묻으며 앙탈을 부렸다.

"어차피 누구 하나 죽기 직전에 저걸 썰어버리면 되는 거 아니냥."

"......."

아아, 김펜릴.

마감 직전에 해내는 능력자의 트롤링이 시작되었다.

아마 진짜로 누구 하나 죽기 직전에 내 몸에서 떨어져 바로 시청사의 뱀을 죽여버릴테지.

스피드런을 생각하면 그것도 좋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안 된다.

"라온아. 얘 먹어."

"네."

"아, 안 된다냥…! 안 돼, 꺄아아앙!"

스르르륵.

김펜릴은 순식간에 라온의 몸에 흡수되었다.

라온의 눈이 펜릴의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라온은 몇 번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옷을 가다듬었다.

"지휘관 님께서 괜히 그렇게 드니까 애가 버릇 나빠지는 것 아닙니까."

"엄마야?"

"펜릴맘입니다."

유사 싱크로를 하고 있는 라온이 그런 말을 하니까 할 말이 없다.

[바나르간드].

영국에서 풍마룡을 제압한 공식 SS급 히어로.

드디어, 한국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

그리고 그 외에도 아직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여러 히어로들.

"얘들아. 내가 내릴 명령은 단 하나야."

여기에는 우리 밖에 없다.

"프리롤."

명령, 임의 설정.

'위임'.

"하고 싶은 대로, 마구 날뛰어."

-지휘관이 한강 북부에 S급 마법소녀 다수를 풀었다!!

"잊지마. 서울 북부, 최대한 파괴해야…."

"네오 한양!!"

"...그래."

아스팔트, 도로, 아파트, 건물.

그리고 괴물.

"모두 쓸어버려."

단, 완전 점령은 안 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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