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47화 (947/1,497)

EP.947 2부 9장 04 야망

그 시각, 신서울.

"우와아, 진짜 보기 좆같다."

"괴수가 좆 그 자체인데 그게 무슨 소리야?"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울의 전장을 예의주시했다.

정부에서는 서울의 상황이 폭도들이 날뛰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휘관의 등판에 따라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이십니까? 저 거대한 괴수가 땅에 대가리를 처박는 모습을! 저기 있는 저 여자가 S급인 것 같습니다! 아마 땅을 다루는 것으로 봐서는 '지륜'이라는 여자가 아닐지!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울 해방에 참가한 이들은 자신의 마도기어를 통해 생중계로 서울의 상황을 전달하고 있었다.

비록 나타나는 괴수들은 끔찍한 모습 그자체였으나, 그런 괴수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며 쓰러뜨리는 영웅들의 모습에 모두가 환호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방에서 활약하며 사람들을 지키고 괴수들을 일격에 쓰러뜨리는 S급들의 모습에 시민들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S급이 지금 몇 명이야?"

"공개적으로 오픈 안 된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다섯 방면으로 여의도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은 각 지에 펼쳐진 S급들의 도움을 받아 무난히 앞으로 나아갔다.

전 세계에서 가장 공략하기 힘든 전장으로 여겨지는 서울이라는 지역을 마치 청소하듯이 괴수들을 정리하며 나아가는 모습에 모두가 '혹시'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이대로 가면, 서울을 진짜로 복구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그래. S급들이 아무리 많아도 평양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될 수 있어."

한국은 이미 S급이 몰살당한 쓰디쓴 경험이 있다.

그래서 새롭게 나타난 S급들이 여유롭게 적을 쓰러뜨리고 있지만, 그래도 마냥 불안감을 지울 수는 없었다.

"기대를 하지마. 기대하면...실패했을 때 실망하게 되잖아."

"그래. 괜히 기대했다가 만약에 저기 괴수들에 의해서 한 명 어떻게 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된다.

사람들은 차마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미 다들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선꼬삼부터 광검의 암컷타락에 이어진 '성적'인 상황에 이어, 지휘관의 등판과 마법소녀들과 의 관계를 생각하면 할수록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에 저 자지벌레들에 의해 마법소녀들이...?"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말어! 만약에 진짜로 그러면 방송불가야!"

"방송불가라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거 아니야?"

"......"

혹시나 마법소녀들이 그런 짓을 당할까 다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이십니까?! 여기는 강동 팀! 지금 막 여의도 인근에 진입했습니다! 강동은 클리어!]

함께 전선에 나선 헌터의 개인방송을 통해 전해진 소식에 모두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현재 레이더 상에 나오는 괴수는 전무! 크흑, 우리는 강동구를 되찾았습니다!]

서울의 수많은 구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 넓은 지역에 촘촘히 숨어있던 괴수들을 모조리 소탕했다.

하나의 땅을 되찾은 것을 시작으로, 모두가 긴장하여 화면 앞으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설령 보기 흉측하고 사람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괴수라고 하더라도, 그걸 히어로들과 마법소녀들이 화려하고 군더더기 없는 솜씨로 제거한다면?

[보십시오! 우리는 지금ㅡ]

[아저씨, 지금 위험.]

화면이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허공으로 높이 날아오르는 듯 했고, 화면은 어떤 여인을 비추고 있었다.

[어, 어...?]

[저거 봐.]

[...무슨.]

촬영하고 있던 헌터가 있던 장소는 점액질 같은 것에 땅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어디서 날아온...?]

[송파 쪽인 듯?]

말이 상당히 짧았지만, 그녀는 그럴만 한 능력이 있었다.

[어, 저기....]

[코드네임은 '야황'이야.]

스스로를 야황이라고 소개한 여인은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손으로 검을 뽑았다.

[여기서 앞으로 더 가면 여의도까지 금방 닿는데, 지금은 시간 경쟁 하는 게 아니니까. 아저씨, 송파 지리 잘 아셈?]

[어, 예! 예전에 송파 살았....]

[그럼.]

야황은 한손에 든 검을 아래로 겨누며 허공을 발로 찼다.

['야황'팀, 송파구 청소 들어갑니다!]

서걱.

건물 옥상에 착지한 야황의 검이 물탱크처럼 생긴 괴수의 몸을 베어갈랐다.

푸화아악.

안에서 거대한 점액질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옥상은 녹아내렸다.

[아저씨, 미리 얘기하는데.]

콰ㅡ앙!

야황은 검게 물든 발로 괴수의 흔적을 걷어찼다.

그러자 허공에는 붉은 구슬 하나만 남았고, 야황은 그걸 발끝으로 공을 차듯 튕겨 손으로 붙잡았다.

[코어 삥땅치면 재미 없을 줄 아셈.]

야황은 코어를 남자에게 던졌다.

영롱한 붉은 빛은 분명 최소 A급처럼 보였다.

[이거, 저기 후방에 있는 캐리어로 배달 좀.]

[어, 저기...!]

야황은 그 말과 함께 수십 층 높이의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허공을 발로 차며 옆 건물의 유리창을 박살내며 들어간 그녀는 곧 건물 밖으로 괴수들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저, 일단 배달 좀 하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방송을 하던 헌터는 후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 들린 영롱한 붉은 빛의 코어는 분명한 'A급'이었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서울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젖어 잊고있던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코어."

서울의 수많은 괴수들이 이대로 죽는다면, 그 코어는?

"만약에 서울에 있는 모든 괴수가 죽는다면...코어가 전부 얼마지...?"

* * *

<그 시각, 관악산 정상 지휘본부.>

"500조."

1년, 국가 예산에 맞먹는 막대한 돈.

"큐브의 에너지를 마구잡이로 사용한 덕분에 괴수들은 미친 듯이 늘어났지. 30만 명의 이능력자가 생겼다면 당연히 그에 대응하는 만큼의 괴수가 늘어나는 건 인지상정 아니겠어?"

"그게 자지벌레를 비롯해서 지금 사람들이 역겨워하는 저 성괴들이에요?"

"성괴?"

"성괴(性怪). 영어로 SEX MONSTER."

"뭐야. 줄이면 SM이네? 그것도 아니면 섹스몬?"

"농담 하는 거 아니에요. 진짜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고요. 평범한 괴수들과는 달리 인간을 범하고 죽이는 괴수들...."

"성괴는 듣기 거북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섹괴로 하자."

임시 명명, 섹괴들은 큐브의 남용으로 인한 큥트로피의 법칙에 의해 태어난 괴수들이다.

태어났다기보다는 기존에 서울에 있던 괴수들이 섹괴로 진화하고 무수히 많은 하위개체를 양산했다고 보는 게 올바르리라.

"그래도 저 섹괴들, 잡으면 코어 나온다?"

"그러게요. 코어조차 나오지 않았다면 진짜 좌절했을 거예요. 저런 걸 상대하면서 얻는 것도 없다면, 정말 의지가 꺾였을 테니까."

이미 섹괴를 잡으면 코어가 나온다는 건 선겨울과 지하 시민들을 통해 파악이 끝났다.

비록 이전까지 잡은 괴수들의 코어는 서울 지하 시민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으로 밀거래가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다르다.

"잊지 마세요. 이번 서울 해방 작전의 주인공은 당신일 지 몰라도, 당신을 돕기로 나선 30만 시민들을 위한 보답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지. 내가 설마 500조나 되는 코어를 내가 홀라당 독식하겠어?"

독식은 내가 하는 게 아니다.

500조 수준의 금전을 감당하려면 그만한 힘이 있어야 하는 법.

"대부분은 유성에서 처리를 해줄 거야."

지난 한 달 정도, 서울 시민들은 약간이나마 문명의 혜택을 받았다.

신서울에 있는 선의철의 시선을 피해 신서울의 물건을 보급하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지만-구체적으로 라면 한 개에 만 원에 이르는 금액이 들었을 정도-, 서울 시민들은 지난 한 달간 서울과 자신들의 문화 생활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쳤다.

그리고 이번 전투를 통해 괴수를 사냥한 것에 대한 대금은 유성을 통해 지급될 예정이었다.

"서울을 되찾으면 선의철은 실각될 테지. 그러면 유성도 이제 선의철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대로 움직이면 돼."

"...유성이 서울을 지배하게 되겠군요."

"그렇긴 하겠지. 내가 유성과 손을 잡고 있으니까."

정확히는 유성의 회장, 은유하와 손을 잡고 있다.

"제가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유성인데 괜찮아요? 유성은...선의철과 아주 오랫동안 정경유착을 해온 관계라고요."

"하지만 이제는 떡경유착이 이루어질 차례지."

"예?"

"농담이야. 아무리 정치인이라고 해도, 지휘관과 엮이면 정치인들도 한 수 접어줘야 하는 법이잖아? 같은 이치지."

삐빅.

문자가 날아왔다.

[뭐래요. 함부로 이야기하지 마요. 나 아직 커밍아웃 안 했으니까.]

선겨울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내게는 보이는 각도로 불평불만어린 문자가 날아왔다.

'아, 맞다.'

지금의 은유하는 대중에게 있어 아직 개망나니다.

하지만 은유하는 알고 있을까?

500조.

국가의 1년 예산에 버금가는 막대한 금액을 자신이 중개하게 되는 순간, 지휘관을 상대로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연다는 것을.

"크흠. 아무튼 유성이 있어야 해. 그래야 서울을 재건하는데 드는 물자를 충당할 거 아니야."

"그래도 유성은...."

"그렇다고 일본이나 중국계 기업한테 코어 처리를 맡겨?"

"그건 절대로 안 되죠."

선겨울은 금방 납득하게 되었다.

오직 유성만이 코어를 처리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

"대새는 신토불이야."

"그 얼굴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상당히 어색한데요."

"뭐 어때? 나 나중에 지구를 구하고 나면 한국인으로 귀화해서 살 건데 뭘."

"뭣...."

"아무렴 내가 마냥 한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줄 알았어?"

나는 히어로들에 의해 서서히 정리되기 시작하는 서울을 가리켰다.

"서울, 살기 좋은 땅 같더라고. 그래서 서울을 되찾고 내가 여기다 집 짓고 살려는 거야."

원작 상, 주인공은 어떤 곳에 말 그대로 대궐같은 집을 짓고 살게 된다.

거주지지만 그 어떤 곳보다 한강이 잘 보이는 곳.

하지만 2012년 이전에는 거주지가 아니었던 곳.

그리고 신서울의 존재에 따라 더이상 그 위치가 쓸모가 없어진 곳.

"내가 다른 땅은 몰라도 여기는 내가 먹을 거야. 서울을 구했는데 이 정도 땅은 괜찮잖아?"

"...여의도를 가져가겠다고요? 설마, 그게 당신의 목표였어요?"

"목표라기보다는 신서울에서 계속 지낼 수는 없을 테니까."

여의도에 궁궐을 세운다.

정확히는 하렘 왕국을 건설한다.

"이름도 미리 지어놨어. [클램하우스]라고."

"...조개집?"

"응."

현실과는 다른, 게임 속 나만의 작은 조개 하우스.

"안에 진주를 품고 있다는 뜻이야."

다른 뜻은 없다.

"그걸 왜 국회의사당이 있던 자리에 만들려고 하는 거죠?"

"거기가 제일 터가 좋잖아."

"국회의사당인데요."

"어차피 국회의사당 신서울에 새로 지어놨는데 괜찮지 않아?어차피 신서울에 국회의사당 새로 만들었잖아. 심지어 법까지 바꿔서 국회의원 5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더 큰 국회의사당으로."

"......."

서울을 탈환한 뒤.

"국회의사당이 있던 자리에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의 거점을 새로 만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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