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45화 (945/1,497)

EP.945 2부 9장 02 큥밍아웃

지휘관의 팀원이다.

이는 곧 지휘관과 섹스를 했다는 것과 일맥상통.

"이야, 재미있네."

"...저기요."

선겨울은 얼굴을 붉히며 전장을 가리켰다.

"사람을 공개적으로 비처녀로 만들어놓고 좋아요?"

그렇다.

지휘관의 팀원이라고 오픈한 것은 이른바 큥밍아웃, 그러니까 지휘관인 내가 이 여자의 안에 질싸를 했다는 것과 똑같다.

"지휘관 님, 혹시 선의철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아세요?"

"어떤 상태인데?"

"자기가 선꼬삼이라고 들켰을 때보다 더 격분한 상태로 욕하고 있어요. 오죽하면 정부 청사 쪽으로는 생방송 전혀 돌리지 않는 상황."

"그거 다 연기야."

"이번에는 진짜로 화가 난 것 같은데요. 막 탱크를 보내서 지휘관 밀어버릴 거라고 난리났어요."

"탱크로 밀릴 사람이었으면 진작 죽었지. 그리고 그게 다 연기라니까? 지금 미치고 환장할 걸?"

나는 품에서 물건 두 개를 꺼냈다.

"이거 가지고 싶어서."

두 개의 큐브.

보라색과 노란색이 각각 섞인 듯한 큐브는 지금 미친듯이 점멸하고 있다.

이계의 차원문 현상을 일으키기 위해서?

괴수들을 폭주시키기 위해서?

아니다.

내가 전국가, 전세계를 상대로 저지르는 큥밍아웃에 유열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바로 옆에 있는 서울 지하의 여왕, 선겨울이 수치심으로 죽을려고 하니 더 기뻐 미쳐날뛰는 것이다.

큐브 두 개가 모이면 19금 다크 판타지는 19금 에로 판타지로 바뀌게 된다.

이 두 개의 큐브는 이미 효용이 다하여 더이상 사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큥트로피 법칙에 의하여 지금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

큥밍아웃을 통해, 지금 큐브는 마법소녀들의 수치심과 폭발한 이들의 분노를 흡수하여 힘을 회복하는 중이다.

'아무리 큐브라도 모든 조각이 모이는 게 아니면 한계가 있으니까.'

지금의 큐브는 큥트로피 법칙에 의해 소모한 막대한 마력을 회복하기 위한 시간과 유열이 필요하다.

물론 이미 상당히 많은 마력을 사용했기에 힘을 회복한다고 해봐야 소원을 비는 만능의 램프라기보다는 그냥 긴급마력회복 포션 같은 역할 뿐이지만, 그래도 큐브 두 개의 '모든 힘'을 쓴 만큼 그 효과는 대단했다.

"선겨울 양, 그래도 나랑 섹스한 걸 공개한 덕분에 30만 이능력자의 지도자가 되었잖아."

"......."

선겨울이 가진, 원래 촉수꺼비가 가지고 있던 여의도의 큐브.

그리고 내가 대전의 지하 연구소에서 얻은 두 개의 큐브.

-쎅쓰해! 쎅쓰!

- 남들은 열심히 서울을 탈환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너희는 여기서 뭐하고 있어!

-지금 당장 아이만들기를 하면서 생중계로 선의철에게 보여주란 말이야!

-솔직히 부산에 석하랑 대기시켜봐야 별 의미없지 않음? 하랑이랑 선겨울 3P하면서 광검이랑 선의철 더블 어그로 어떰?

-오....

두 개의 큐브가 만나서 왜 19금 에로 판타지가 되는가.

그것은 큐브와 큐브가 만났을 때, 상호확증큥큥이 일어나면서 엣치와 유열이 함께 뒤섞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잠잠하던 큐브들이 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가.

그것은 내가 이 두 개의 큐브를 이용해 서울 지하 30만 시민들에게 코어웨폰을 쥐어주는 것으로 모자라 그들을 모조리 '이능력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피닉스가 20년의 지구에서 서울의 난민 중 화속성에 재능이 있는 이들을 모아 각성시킨 것처럼, 나는 큐브의 힘을 이용해 30만 시민들을 모조리 각성시켰다.

대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최고의 재능이 A급이라고 해도 큐브를 통한 강제 각성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상당하지만, 서울 시민들은 일단 서울부터 탈환하자는 생각으로 큐브에 의한 각성에 몸을 맡겼다.

'게임이라서 다행이야.'

현실이었으면 절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겨울 양도 큐브의 힘으로 그 몸을 손에 넣은 거잖아? 교차하고 빌리고 그렇게 한 거지만."

"윽...!"

나는 이미 선겨울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했다.

아지다하카가 그녀의 몸에 깃들어 나와 계약을 하고, 나는 그녀의 안에 사정을 하며 그녀의 능력과 경위를 모두 파악했다.

"서울 시민 30만 명의 능력이 이제 선겨울 양 안에 들어있다는 걸 명심해. 잘생긴 금발 서양남이랑 섹스 한 번으로 30만의 부하 능력자가 생겼고, 그들의 능력을 복사해서 가지고 있는 게 예삿일은 아니잖아?"

"......공식 비처녀로 된다고 해도?"

"어차피 애 낳으면 다들 똑같이 바라보게 될 텐데 뭘."

"애, 애...."

선겨울은 얼굴을 붉히며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일부러 피닉스처럼 말을 하기는 했지만, 마치 내가 그녀를 임신시킬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자 선겨울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안 좋아하겠어.'

서울 시민들을 다 살려줘.

서울 시민들을 전부 다 태양빛 보며 살게 해줘.

서울을 되찾아줘.

처녀도 따먹어줘.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줘.

선겨울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면 당장 투표할 열성 30만 시민들도 연결해줘.

그리고 무엇보다 큐브에 의해 강제로 개방된 능력을 '마력공급'을 통해 정상적으로 각성시켜줘.

그냥 프로필에 '지휘관이랑 섹스함'이라는 타이틀만 달면 얻을 수 있는 목록들이다.

-님. 남자 지휘관한테 애널 대주고 SS급에 2천억 준다고 하면 대줌?

-성전환하고 올테니까 꼭 오라고 전해!

세상에는 남자 지휘관을 상대로도 마력공급을 받고 싶어하는 남자 이능력자가 있을 정도로 지휘관에 대한 열망은 강력하다.

"선겨울 양. 지휘관, 나랑 섹스 한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그렇다.

이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 세상에 나보다 섹스 잘 하는 사람없어."

이 세상에는.

"봐봐. 원래는 나를 멀리서 견제했어야 할 악의 조직 간부들이 다 나를 도와서 한국인 S급이 되어 싸우잖아?"

김펜릴.

윤아지.

하이라.

김펜릴이야 고유명사고 다른 둘은 대충 이름을 지었지만, 다크 레기온의 간부들이 자기 부하들을 배신하고 마법소녀 복장을 입은 이유는 하나 뿐이다.

"그게 뭔지 알지?"

"...지휘관 좆맛이 존나 좋아서?"

"정답이야."

누군가가 그랬다.

섹스는 애국이라고.

"나의 섹스는 이 나라를, 지구를 지키는 섹스다."

영웅의 행위에 부끄러워 할 이유는 없으니.

"나는 말이야, 전 지구인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면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섹스할 수도 있어."

어떠한 역경 앞에서도 지구와 인류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

그게, 히어로니까.

* * *

[7월 4일 00시 56분, 강남구 T길.]

"이야, 평평하다, 평평해. 아주 고속도로가 따로 없어. 아, 당신 가슴 이야기 한 건 아니야."

"......."

감청색 마법소녀 복장을 입은 여인, A급으로 알려진 김가온은 자신의 옆에 딱 달라붙어있는 검은색 마법소녀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떨어져."

"응? 왜?"

"대체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안 통해."

가온은 윤아지-아니 아지다하카(이하 아지)를 위아래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런 복장으로 사람들을 방심시키려고 해도, 나는 속지 않아! 이미 지휘관 님께 들었다고! 네가 우리 길드 [마트료시카]를 세뇌한 장본인이라는 걸!"

"아, 진짜? 그 양반, 참 별 걸 다 아네."

아지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굴렸다.

"그래도 지금은 지휘관바라기인 걸. 내가 네 여동생, 김누리 S급 각성할 수 있게 뒤에서 몰래 도와준 거 몰라?"

"...흥."

가온은 아지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어둠의 마력을 가지고 있는 아지는 김누리와 상당히 친해졌고, 서울의 지배자인 선겨울과도 친하게 지내어 가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같은 S급이라고 한들, S급이었던 경험의 차이가 다르다.

"...끝까지 지켜볼 거야. 누리랑 지휘관 님, 건드리기만 해봐."

"보지랑 자지 건드리는 것도 안 돼?"

"야!!"

가온이 들고 있던 총으로 아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K-2나 M16을 든 서울의 지하 주민들과 달리, 그녀가 든 소련제 AK-74는 빛과 같은 속도로 마탄을 날렸다.

키에엑!

아지의 뒤를 덮치려던 괴수가 물의 감옥에 갇혔다.

가온은 자신이 든 코어웨폰을 이용해 괴수들을 단숨에 물방울 속에 가두었고,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웃기만 하는 아지를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쳇. 쫄지도 않네."

"살의가 없었으니까."

"...농담 하는 거 아니야. 동생이랑 지휘관 님 잘못 건드리면, 그 땐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예이, 예이. 수속성 S급 히어로 님의 말씀을 따릅니다."

능글맞은 아지의 행동에 가온은 탄창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지를 쏴서 물의 감옥에 가두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곳 강남 방면의 총대장은 아지였다.

"오. 큰 거 온다."

아지가 손을 들어올리자, 가온을 비롯하여 대로를 달리던 시민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구구구구.

땅속에서 울리는 거대한 진동.

방금 전까지는 아무 반응도 없었지만, 갑자기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지휘관 님 때문에 A급 이상으로 출력을 안 내는 건 이해하는데, 그래도 저 정도는 눈치채야지."

[아지 팀에 경고. A급 반응.]

관악에서 날아온 급보에 대로로 나온 이들이 긴장하는 사이.

크와아아앙!!

족히 18층에 이르는 건물을 부수며 거대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욱."

전신에 끈적한 녹색 점액을 흘리는 거인은 가슴에 거대한 눈동자 하나를 달고 있었다.

그 눈동자는 세로로 길게 찢어져 좌우로 흔들렸고, 뭔가를 찾고 있었다.

"아, 저거 진짜 조심해. 지금 위에서 실시간으로 촬영 중이니까."

"...무슨 의미야? 고어야?"

"아니, 에로야."

눈동자가, 정확히 아지다하카와 가온을 향했다.

"저 점액에 닿으면 슈트가 녹아내릴 거야."

"어, 어째서?! 그건 촉수마스터의 기술 아니었어?!"

"지금 서울에 그런 종류의 괴수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 여기 있는 괴수들, 사람들 죽이려고 하는 것보다 사람들 따먹으려고 하는 괴수가 더 많을 걸?"

"도대체 왜...?"

"그거야...."

아지다하카는 관악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피식 웃었다.

"누가 이상한 짓을 해놓은 탓에 자지벌레들이 넘쳐흐르는 거 보면 몰라? 지금 서울에 있는 괴수들, 다 발정났잖아."

"...그럼 저것도 발정난 거야?"

출렁, 출렁.

거인의 다리 사이.

뭔가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암컷이었네."

"암컷이었구나."

쯔어억.

A급 점액거인의 눈동자가, 관악을 향했다.

"저, 저 괴물?! 지휘관을 범하려고 하고 있어?!"

"......지휘관에게 못 가게 막아!"

강남.

현재 정체불명의 점액거인을 상대로 고군분투 중.

"야, 너는 왜 안 싸워?! 너 S급이잖아!!"

"미안하지만 나는 서포터 계열이라서."

"아이 씨ㅂㅡ"

푸화아아악!!!

점액이, 사방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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