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44화 (944/1,497)

EP.944 2부 9장 01 서울해방

새삼스럽지만, 다시금 지휘관의 능력과 이능력자들의 능력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나. 이능력자들의 능력은 최초로 각성한 이후 '전혀' 성장하지 않는다.

처음 각성할 때부터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으로 각성하기 때문에, 아주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힘이 늘어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엄연히 성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한계를 뛰어넘는 상황에서 각성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들 재각성이니, 한계돌파이니 그렇게들 부르고는 하지만, 이 현상은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향해 나아가는 단계일 뿐이다.

SS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육체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이가 있다면, 각 등급별로 마력이 단계적으로 해방되며 각성하는 방식.

이런 경우는 공식적으로 기록된 수가 100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지극히 드물기에, 사실상 이능력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이 자신의 성장 한계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이능력자는 최초 각성한 능력 이상으로 힘이 올라가지 않는다.

둘. 지휘관의 능력은 이능력자의 한계를 초월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후방에서 레벨업 캔디의 역할을 하는 자도 있고, 실제로 전장에서 자신의 부대를 이끌며 그들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신적 버프를 주는 이들도 있지만, 오직 '지휘관'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만이 히어로가 가진 한계를 초월하게 만든다.

그리고 셋.

지휘관의 능력은 '마력주입'으로, 섹스를 통해 발현된다.

즉, 지휘관에 의해 마력이 늘어난 자는 지휘관과 섹스를 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석하랑이 마력이 늘어났다고?"

"지휘관이 석하랑을 자신의 팀원이라고 했다고?"

"그럼 뭐야. 석하랑이랑 지휘관이랑 섹스해서 석하랑이 SS급이 되었다는 거 아니야!"

대서특필 감.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상황이다.

지난 수 년간 지휘관의 재능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모두 암살당하거나 살해당하거나 권력기관에 의해 섹스기계로 살다가 운명을 달리했고, 지구 상에 공식적으로 살아있는 지휘관은 오직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런 지휘관이 한국에 와서 반 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석하랑이라는, 이제는 SS급의 새로운 히어로명으로 불러야 할 존재가 자신의 편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석하랑이랑 한 번만 섹스를 했을까?"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지휘관이랑 한 번 섹스하면 마력이 최소 1 늘어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잖아! 마, 만약 석하랑이 SS급이 아니라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지점인 SS+, 99까지 도달했다고 하면...!"

"...최소 5번은 섹스했다는 거지."

모두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라에서 유일한 SS+급이 탄생했다거나.

부산에 있으면서 자신이 한강에 펼쳐놓은 얼음결계를 해제하며 순식간에 수 천에 이르는 자지 벌레를 없애버린다거나.

국내 최고의 아이돌이 결혼을 한다거나 하는 소식보다도 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야! 석하랑 프로필 업데이트됐어!"

"히어로 위키? 젠장, 그 변태놈들 혹시 지휘관 전용이니 뭐니 적어놓은 거 아니냐?!"

"아냐! 히어로 협회 공식 프로필!"

"...뭐?"

협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석하랑의 프로필을 갱신했다.

그것은 곧 석하랑, 그리고 지휘관의 존재에 대해 협회가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협회가 지금까지 이런 엄청난 소식을 숨겨왔던 것에 이해감이 들면서도 배신감이 느껴지는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이 있는 거 진작에 말했으면 안심하고 살았을텐데...."

모두가 안심했을 것이다.

지휘관이라는 존재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사람들은 좀 더 평온했을 지도 모른다.

지휘관이라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테지만, 그래도 사람의 본성은 또 다른 법.

"진작 알려줬다면-"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

누군가가 홀린 듯이 한 말에 모두가 모니터를 확인했다.

"석하랑 소속이 히어로 협회에 더불어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로 되어있는데?"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

외국계 기업이 마법소녀 실사화 영화를 핑계로 E~D급 이능력자들을 연기자로 불러 만든 헌터 길드.

그 목적이 영화 촬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카데미의 유망주 '정슈리'까지 길드에 들어가는 걸로 아는 사람들은 분명히 아는 특이한 길드였다.

-마법소녀 복장이 끝내주게 귀여웠어.

프로레슬러 히어로도 존재하는 세상에 마법소녀 히어로가 존재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그래도 역시 20대 이상의 여성이 마법소녀 복장을 입고 전투에 나서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로는 부족하다.

"설마.... 이 길드, 실은 지휘관의 길드였던 거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마법소녀 복장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의 수치심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이 마법소녀들, 다 지휘관이랑 섹스했다는 거네?"

"...이, 일단 그러면 소녀가 아니잖아!"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에는 석하랑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의 주인, '백청화'라는 인간은 지휘관이다.

누구나 유추할 수 있다.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에 이름을 올린 모든 이들이 지휘관과 '섹스'를 했다는 것을!

"어쩐지 전부 여자만 있는 길드다 싶었더니...!"

"젠장, 마법소녀가 아니라 마법창녀였어! 나, 나를 속였어!"

"......이게 인류를 구원할 히어로들에 대한 상식적인 판단인가?"

아무리 영웅이라고 한들, 마법소녀들의 면면을 살핀 이들은 누구나 추악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 석하랑은 물론이고 여기 있는 모든 여자들이랑 다 섹스했겠지?"

하렘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창작물에 국한되어있다.

만약 현실 하렘이 있다면, 그건 남자가 재력이든 매력이든 평범한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

남자로서, 누구나 질투할 수밖에 없었다.

"씨발, 지휘관 면상이 어떻게 생겼길래...."

업데이트가 되었다.

모두가 백청화의 얼굴을 살폈고, 그들은 서울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잊고 백청화를 살폈다.

"......씨발."

스윗ㅡ금발서양남.

남자가 봐도 없는 자궁이 큥큥거릴 정도의 모습에 모든 남자들은 수컷으로서 질투를 느꼈다.

"씨발, 우리 나라 도와주는 건 존나 고마운데. 서울 되찾아주는 건 진짜 고마운데. 우리 나라 사람들 지켜줄 히어로 늘려주는 건 고마운데!!"

그리고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다 내뱉을 수밖에 없는 저주의 말로 지휘관을 응원했다.

"제발 꼬추 선의철!!"

* * *

<7월 4일 00시 04분, 관악산 정상 지휘본부.>

"이야, 다들 나 욕하느라 정신이 없네."

지휘관 커밍아웃...아니 섹밍아웃 이후, 석하랑을 향한 음습한 시선은 지휘관으로 향했다.

'하긴 이 모습이 제꼬선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잘 생기기는 했지.'

나는 거울을 살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지금의 '남자' 모습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모습이며, 누구로 커스터마이징 되어있는 가는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의 단장이자 지휘관은 '피닉스'니까.

'내 남편을 보고 열폭해라. 0과 1로 이루어진 인간들아.'

나의 남편, 피닉스는 한국인이다.

그리고 인게임 속 지휘관도 금발벽안의 전형적인 서구형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원래 한국의 S급 히어로였다.

차라리 치즈버거가 어울리는 완전한 서양남이라면 모를까, 꼭 금발벽안인 조각미남 한국인인 것 같아 더 화가 날 것이다.

[지휘관 님, 관악 쪽으로 몇 마리 올라갑니다.]

[정슈리, 인게이지!]

[구리역 진입. '서울해방군'과 조우!]

그런 남자가 이런 미녀들과 매일같이 섹스를 하고 산다면 누구나 분노하리라.

'이게 중반부에 존재하는 플레이어를 향한 악의.'

이 게임에서 '정말 좆같게 하는 요소'이자 플레이어들이 만약 자신이 이 세계에 존재한다면 히어로 일을 때려치우고 헌터가 되기를 희망하는 이유 중 하나.

-마법창녀들....

-지휘관 제발 꼬추 선의철.

-씨발. 저 것들 분명 출격하기 전에 또 떡치고 나왔겠지?

네트워크의 익명성 뒤에 숨어서 지휘관과 팀원들을 향한 온갖 성적 모욕과 희롱이 실제로 악플을 받는 것 같은 느낌과 비슷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것을 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테라의 오염된 마력에 의해 악의로 점철된 이들의 성희롱을 보고 실제로 게임을 잠시 내려놓는 이들도 많았다고 하더라.

'근데 그거야 뭐.'

나는 상관없다.

피닉스도 상관없다.

그리고 반 년 동안 매지컬 큥큥스로 활동하면서 마법소녀로서의 수치심을 견뎌낸 우리의 팀원들 모두, 성희롱 가득한 악플에 견딜 수 있는 의지와 '힘'을 가지고 있다.

"관악으로 올라오는 놈은 저지해. 각 팀은 서울 지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합류해서 천천히 진격한다. 각 팀은 각 방면에 배치된 S급을 중심으로 한강 남쪽을 모두 점령한다."

강동, 구로, 관악, 강남, 강동.

"[화마인] 정슈리, [절풍] 김펜릴, [지륜] 하이라, [마암룡] 윤아지, ...그리고 [야황] 김누리. 각자 맡은 구역을 중심으로 천천히 소탕하면서 올라와."

총 다섯 명의 S급를 다섯 곳으로 나눠 진격 시킨다.

"합류 포인트는 여의도. 서울해방군은 한강 이남의 모든 괴수를 소탕하고 한강을 따라 방어선을 펼친다."

그리고 각 구역의 괴수들을 정리하면서 올라온 마법소녀들은 여의도로 합류하고, 30만 서울해방군이 강을 따라 동서로 넓게 전선을 펼친다.

"이상, 전달 끝."

전체 지시는 내렸다.

나머지는 히카리의 도움을 받아 각 전선에서 올라오는 보고와 레이더에 보이는 마력 반응을 보고 세부 지시를 내리면 끝.

가령, 아파트 지하에 D급 괴수의 반응이 있으니 들어가서 제거하라거나.

가령, 괴수들이 숨어있는 포인트를 알려주고 선제타격을 하라거나.

가령, 지하철 역에서 역으로 괴수들이 도망치고 있으니 주의를 준다거나.

디테일한 지시는 히카리를 통해 전언으로 넘기면 된다.

나머지는 서울 해방 작전, <너만 오면 고>라는 명칭으로 알려놓은 작전의 총책임자로서 귀찮은 일을 처리하는 것 뿐.

삐비비비.

마도기어가 울렸다.

히어로 협회장의 전화였고, 나는 전화를 받기 전 히카리에게 지시를 내렸다.

"전화 통화 하는 동안 유나의 오더를."

관악산 아래, S대에 대기 중인 유나에게 지휘권을 넘겨준 나는 협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예, 협회장."

[...작전 중 실례합니다만, 그....]

"VIP와 같이 있습니까?"

[...예.]

협회장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잔뜩 붉어져있었다.

아마 성화에 못 이겨 내게 전화를 한 것일 터.

한창 전쟁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지휘관에게 전화를 한다?

'미친 거지.'

선의철의 악행은 오늘도 하나 늘어났다.

"연결해주세요."

[크흠. 만나서 반갑소, 지휘관.]

드디어.

공식적으로 선의철과 연결이 되었다.

듣기만 해도 거북한 목소리는 어떻게든 나를 향해 뭔가 이득을 보려고 하는, 그리고 동시에 나를 경계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상황이 급박한 건 알지만, 이 자리를 빌어 공식적으로 그대를ㅡ]

"당신 딸, 이제 S급입니다."

[......어?]

"내가 당신 딸을 S급으로 만들었습니다."

뚝.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내 옆에 나타난 여인을 향해 마도기어를 가리켰다.

"겨울 양. 전화 올 지도 몰라요."

"...알게 뭐예요."

선겨울은 마도기어를 손으로 덮으며 산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다 큰 성인이 섹스 좀 하고 다닐 수 있지."

"...방금 전국 생중계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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