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34화 (934/1,497)

EP.934 2부 8장 19 당신이 잠든 사이

히카리.

그녀의 풀네임은 '히메지 히카리'로, 대부분의 게임에 존재하는 '천재' 캐릭터를 맡고 있다.

IQ가 200이 넘는다거나, 오직 그녀만이 큐브의 섭리와 법칙 등을 머리로 이해한다거나, 지휘관의 힘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마력을 늘릴 수 있는 캡슐을 개발한다거나, S급 코어를 바탕으로 S급 코어웨폰을 만들 수 있다거나, 남자를 여자로 바꾸어버린 알약을 만들어낸다거나 하는 것을 굳이 일일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시간과 예산만 충분하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는 마법을 가지고 있는 여자.

그게 히메지 히카리다.

<프로페서>라고도 불리우는 그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인이지만....

"오빠가 옛 원탁 영웅 <질풍객>이라고 하는 남자예요."

"질풍객이라면...살인을 저지른 그...?"

"네. 유일하게 살아있는 친오빠. 오빠가 살인을 저지르면서, 저는 일본에서 지내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한국으로 밀입국을 하게 되었어요."

이유.

대마도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가 한국이니까.

간신히 일본에서의 이지메에서 벗어나 한국에 도착했지만, 히메지 히카리의 우수함을 알아본 문신사에 의해 그녀는 문신사의 연구 노예가 되었다.

"매일같이 연구만 하는 삶이 계속되었죠. 어려서부터."

"저런...."

"연구는 힘들지 않았어요. 마력을 연구하고 세계의 법칙을 연구하는 건 재미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웠던 건, 일주일에 사흘은 파인애플 피자를 먹고 콩밥을 치킨소스에 비벼 먹어야 했다는 거예요."

"선 넘네."

아아, 청송.

그녀는 정말 사악한 빌런이었다.

이미 우리 팀원들은 청송이라는 여자가 얼마나 악독한 죄를 저질렀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히카리를 상대로 저지른 또다른 범죄에 다들 치를 떨었다.

"고생했어, 히카리 양. 편하게 불러도 될까?"

"네, 지휘관 님. 다들 편하게 히카리라고 불러주세요. 히메지라는 성까지 부르는 건 조금 그러니까, 이름인 히카리라고 불러주세요. 아니면 프로페서라고 불러도 좋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싫증을 느꼈지만, 스스로의 이름까지 바꾸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여러모로 히카리는 특이한 존재였고,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여러분 마법소녀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울 미소녀 과학자, 히카리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여러모로, 기존의 마법소녀들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저기, 사장님. 히카리도 혹시...?"

"마력공급 할 거야."

말했다.

히카리의 앞에서 나는 대놓고 말했고, 모두가 경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아니, 잠시만요. 구할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섹스를 할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나는 마력공급이라고 말했는데."

"마력공급기 섹스잖아요!"

"그건 그렇지."

부정할 수 없다.

대체 불가능한 단어다.

마력공급=섹스.

아, 다른 거 하나 있다.

"으아아! 히카리랑 큥큥하고 싶다!"

"맞아요. 무드도 없어요? 그런 걸 이렇게 대놓고...."

"지금 해요?"

"아니. 일단 처음은 조용한 곳에서 단 둘이."

"그런가...."

히카리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모두들 히카리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고, 히카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왜요? 지휘관 과의 섹스가 정말로 마력의 향상을 가져오는 지 몸소 확인하려고 하는 건데."

"아니, 잠시만요. 혹시 섹스가 뭔지 몰라요?"

"알아요. 남성기가 여성기의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생명의 요람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신세대의 씨앗이 잉태하는 거. 그러니까...."

퍗퍗.

"제 베이비 파이프 안에 꾸덕크림주사기 집어넣고 피스톤질 한다는 거잖아요. 아, 이거 너무 비유적인 표현인가?"

히카리는 한 손으로 고리를 만들고, 그 안으로 손가락을 두 개 빠르게 쑤셔넣었다 뺐다.

"제 뷰지에다가 지휘관 님 좆을 박은 다음 좆물을 뷰르륵 싼다는 거 아녜요?"

아아, 성진국 출신!

"...저기, 히카리 양. 성교육을 누가 해줬습니까."

"인터넷이요!"

"주로 들어가는 사이트는...?"

"안 들어가는 곳 없는데요."

아아.

성진국 출생이 K-네트워크에서 수많은 스승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는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프로페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

성에 관련된 것 마저도.

'괜히 TS된 언니 이름이 히토미가 아니죠.'

히카리의 눈동자 속에는 누구보다도 다양한 성욕이 잠들어있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큐브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단순한 호기심으로 찾아보던 순수한 아이를 온갖 커뮤니티의 성적 악의가 총집합 되어버렸다.

"어차피 살면서 한 번은 섹스 해보고 싶었는데, 이왕 잘 됐죠. 지휘관 님이랑 섹스하면 적어도 아프지는 않을 거 아녜요."

히로인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성진국 출신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히카리는 순수하게 연구자적인 입장에서 지휘관이 이능력자에게 마력을 어떤 식으로 주입하고 그게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 지 궁금해 할 뿐이다.

"그리고 지휘관 님을 통해 마력을 각성해야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동시에 히카리는 즉시 전력감으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지휘관님, 혹시 광, 암, 환속성 중에 전력적으로 쪼들린다고 하는 속성 있어요?"

"광속성."

"그럼 섹스할 때 광속성인 분이랑 손잡고 섹스하게 해주세요. 그러면 저 광속성으로 각성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또 혼란에 빠졌다.

나야 이미 20년의 히카리도 알고 게임 속 히카리도 알고 있으니 아무래도 좋았지만, 히카리를 모르는 사람은 히카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장님, 설명 좀."

"히카리는 자신의 잠재력을 정확히 알 수 있어. 그런 기계를 만들었지."

"그거 협회에 가야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이제는 히카리를 통해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거야."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되며 실시간으로 노출되던 마법소녀들의 전력을 이제는 숨길 수 있다.

애초에 나는 협회에 최소한의 등록만 했고 계속 데이터를 조작해왔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게임 초장부터 주기적으로 협회에 들러 아군의 능력을 확인한다.

그 바람에 지휘관인 걸 들키게 되고 상황이 제법 꼬이게 되지만, 처음 플레이하는 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니 당할 수밖에.

더군다나 히카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 판별기는 보통 성능이 아니다.

"사무실 지하에 설치해드릴게요. 그걸로 일곱 속성 모두를 판별할 수 있어요."

"와...."

기존의 데이터가 '각성'한 마력만 측정했다면, 히카리의 마력 측정기는 '미각성'한 마력도 측정할 수 있다.

즉, 무능력자인 김누리의 실체를 파악할 수도 있다는 말.

"그런 기계가 있었으면 왜 진작에 안 쓴 거임?"

"문신사가 자기만 이득 보려고 꽁꽁 숨겨둔 거지. 만든 건...."

"음, 한 22년?"

"와, 그러면 나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측정했으면 수속성 C급이 될 여자라고 학교에서 떠받들었겠는데? 와, 씁...."

피해자 1호 발생.

히카리의 마도구가 널리 퍼지지 않은 바람에 고등학생 시절을 왕따로 보낸 여자가 여기 한 명 있다.

"문신사 좀 더 팰 걸."

비약이지만, 누리의 분노를 나는 그냥 가만 두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부터 누리는 환호성을 내지를테니.

"누리야. 내가 예전에 말했지? 너, 누구보다도 더 뛰어난 사람이 될 인재라고."

"응. 근데 내가 마력공급을 받으려면ㅡ"

"너, 이미 내가 풀로 뚫어놨어."

나는 지금까지 김누리에게 마력 공급을 여러 차례 해왔다.

하지만 '수속성'이 아닌, 다른 속성을 임의로 계속 늘려왔다.

"한 번 써볼래? 히카리, 그것 좀 줘봐."

"여기있어요."

나는 김누리에게 마력 판별기를 건넸다.

원형으로 이루어진 마력 판별기는 김누리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자마자 누리의 몸에 흐르는 마력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 이거 진짜 되는 거 맞는 거임?"

"혈압 재는 거랑 똑같아. 힘 빼고 가만히 있어."

히카리가 만든 물건의 힘은 그랬다.

별 볼일 없어보이지만, 실은 이 시대의 과학기술보다 혼자서 20년은 먼저 앞서나간 천재가 바로 히카리다.

시간과 예산의 투입에 따라, 20년이 아니라 한 세기도 앞당길 수 있는 게 히카리다.

'괜히 히카리 엔딩에서 차원이동기를 개발한 게 아니지.'

그 히카리 조차도 시간을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히카리는 마력의 힘을 이용해 공간을 초월하기도 했다.

"저기, 히카리. 이거 얼마나 걸림? 막 한 시간-"

"삑. 끝났어요. 데이터는 마도기어로 보내드릴게요."

"...나 지금 뭔가 문명에서 멀어진 것 같아."

혈압을 재는 것과 똑같다.

그 말대로 데이터는 금방 뽑혀나왔고, 김누리는 자신의 마도기어에 떠오르는 데이터를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거 뭔데."

"너랑 섹스하는 동안 암속성 99까지 올려놨지."

김누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99?"

"응."

"나한테 마력공급을 99번이나 했다고? 에반데."

"아니지, 아니지. 원래 암속성 재능이 아주 넘쳐났다는 거지."

수속성을 개통한 뒤, 그 뒤로는 암속성 마력을 계속 늘렸다.

"정확히는 땅의 면적을 늘렸다고 생각하면 돼. 이제부터 거기를 채워나가는 거, 그리고 하나하나 단계를 열어나가는 것이 네가 할 일이야."

"......."

김누리는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왜? 본인이 SS+급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어?"

"...사장님한테 질싸 99번 받으면 누구나 SS+급은 될 수 있잖아. 내가 놀란 건 다른 거임."

김누리는 자신을 가리키며 허탈하게 웃었다.

"나 왜 암속성임?"

"......."

"어딜 봐도 나, 광속성 아님?"

"빛이는 빛이지."

미래의 야황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아니, 내가 왜 암속성...?"

"태생이 암속성 S급인데 무슨 소리야. 내가 지난 번에 얘기 안 했었나?"

"......몰라."

"그러게.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그래도 네가 S급 암속성이라는 건 확실해."

야황은 야황이다.

광황이나 환황이 아니다.

"그럼 나 이제 질싸만 받으면 S급 가능?"

"그렇지. 그런데 지금 바로는 안 되고, 저기로 가는 동안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북쪽을 가리켰다.

"지금 회수한 큐브는 진짜 절체절명의 순간에 쓰는 보험으로 생각하고, 다른 큐브를 회수해야지."

서울.

그곳에 가는 동안,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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