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33화 (933/1,497)

EP.933 2부 8장 18 큐브란 무엇인가

<시나리오, 클리어!>

라는 문구가 떠올라야 할 상황.

문신사는 쓰러졌다.

그에 따라 소나무 부대는 모두 문신사의 제어에서 풀려날 것이며, 다행이라면 다행스럽게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큐브의 영향으로 제어가 다 풀렸어.'

문신사가 큐브에 의해 테라리스트가 되면서 상황은 다소 변하게 되었다.

본래라면 문신사는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문신이 새겨진 모든 존재들이 '폭사'하게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문신사가 큐브와 동화되어 이세계의 오염된 마력과 연동되면서, 그녀를 이루던 마력도 오염되어 바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광검 또한 해방되었다.

모든 소나무 부대가 해방되었다.

지금 당장은 자신들이 해방되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샤워를 하러 가다가 눈치 빠른 자들은 자신의 목에 채워진 문신의 족쇄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스토리 상, 이들이 게임 중반부의 빌런 역할을 자처한다.

문신사는 일종의 억제기 역할을 하고 있었고, 문신의 제약에서 벗어난 빌런들은 본격적으로 한반도 곳곳으로 숨어 온갖 범죄를 일으키게 되었다.

'일종의 서브퀘스트인 셈.'

직접 나서서 처리해야 하는 걸 알고 있기에 주회 플레이에는 귀찮기 짝이 없는 자들인 걸 알지만, 마지막 최종 전투에서 지구에 테라리스트이 출몰할 때 함께 오염되는 자들이라 주의가 필요한 자들이다.

'지금 내 목표는 게임 속 지구인들을 살리는 게 아니니까 상관없죠?'

나의 목표는 히로인들을 따먹는 것.

만약 빌런들을 잡아들여서 호감도를 쌓아 히로인들과 보빌 수 있다면 나는 이 나라 뿐만 아니라 전 지구의 빌런을 잡아들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아니다.

'내 목적은 큐브지.'

고오오.

정육면체의 큐브는 내가 앞으로 뻗은 두 손 위로 다가와 살포시 놓였다.

큐브에 깃든 혼령이 나를 주인으로 인식한 듯, 큐브는 나의 손에 닿자마자 겉면이 들끓기 시작했다.

"사장님!"

"괜찮아. 형태가 뒤바뀌는 것 뿐이니까."

큐브는 나를 주인으로 인정했다.

내가 큐브를 상대로 '거래'를 제안한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큐브는 다시 나를 폭주시키거나 큐브를 활용하여 얻은 이득을 역치로 전환해버리지만, 히카리를 상대로 무조건 여성체인 상황에서 페니반 애널 섹스를 할 거니까 상관은 없다.

<큐브를 활성화하겠습니까?>

시스템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어차피 다회차 플레이라 큐브를 이용하는 건 딱히 별 쓸모가 없지만, 그래도 효과적인 '치트키'답게 큐브는 큐브였다.

인게임에서 큐브의 기능은....

-속성 강제 개방 : 대상에게 지정한 마력 속성을 강제로 개방한다.

-마력부여 상한 증가 : 대상에게 부여하는 마력공급의 레벨을 1 증가한다.

-코어 드랍 개수 증가 : 일정 확률로 코어를 1개 더 획득한다.

-지원도 강제 연결 : 3P 플레이로 두 히로인을 강제로 연결한다.

-쥬지커스텀 : 자지를 1.8cm 늘린다.

-TS증후군 : 성별을 바꾼다. 다음 큐브 사용 전 까지 영구고정.

-후타나리 : 자지를 장착한다.(O/F)

-감각공유 : 히로인이 느끼는 감각을 플레이어가 느끼게 된다.(O/F)

.....

등등.

큐브의 기능은 정말이지 다양하다.

그중에는 이능력자의 능력치를 직접 조작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19금 미연시 다운 섹스에 관한 능력까지.

특히 섹스에 관한 능력은 영구적용부터 ON/OFF 할 수 있는 것까지 정말 다양하기에 많은 플레이어들은 큐브를 무조건 손에 넣으려고 했다.

당장 플레이어의 손에 한반도 절반을 날려버릴 수 있는 핵폭탄급 능력자나 자금 2천억을 쥐여줄 수 있는 것도 큐브지만, 플레이어의 자지를 1.8cm 늘리게 해줄 수 있는 것도 큐브다.

27개의 큐브를 모두 자지 늘리는 데 사용한다면?

'그 때는 라스푸틴이 되는 거지.'

큐브 27개를 모두 모으면 선의철도 라스푸틴이 될 수 있는 기적의 물건.

그것이, 큐브다.

간부들이 노리던 이계신의 심장이 바로 큐브다.

그리고 이 큐브를 전부 모으면....

"사장님?"

"유나야, 이거 보면서 뭐 느껴지는 거 없어?"

"음...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될까요?"

"응."

"마력공급 할 때 무드등으로 쓰면 될 것 같아요."

파사사앗.

큐브는 은은한 주황빛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러브호텔이나 모텔방의 빛을 띄기 시작하는 큐브는 유나의 말에 긍정이라도 하는 눈치였다.

진짜다.

큐브는 살아있는 인격체 그 자체니까.

이계신 1/27이니까.

인간의 파멸과 섹스에 관한 것이라면 지휘관에게 어떤 방향으로든 힘을 빌려주는 것이 큐브다.

물론 힘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나름 소소하다면 소소한 대가일 수도 있지만, 큐브의 활용에 따른 대가는 아주 다양하다.

"이제 이걸 이용하면 너희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어."

"사장님, 이거 졸라 위험한 거 아님?"

"맞습니다. 당장 문신사가 저렇게 되었는데...."

"그건 사용 방법을 몰라서 그런 거지. 지휘관인 나는 이걸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 힘의 사용에 대한 엔트로피를 맞출 방법이 있다는 거지. 예를 들어...."

나는 김누리에게 큐브를 겨눴다.

"누리야. S급 되고 싶어?"

"...되고야 싶은데, 아까처럼 저렇게 되는 건 사양임."

김누리는 문신사가 소멸한 잔해를 가리켰다.

큐브가 빠져나온 콘크리트의 알 근처는 검은 먹물-아마 문신사의 피로 추정되는 검은 액체-로 젖어 콘크리트가 부식되고 있었다.

"지휘관이 하는 말이니까 믿지만, 나를 저렇게 만들 건 아니지?"

"당연하지. 오히려 169cm D컵 미녀로 만들어 줄 수 있음."

나는 김누리에게 큐브를 건넸다.

"받아들여라, 김누리. 쭉방거유를 손에 넣어라. 네가 진정한 S급이 되리라."

"...그렇다면 오빠, 그 대가는 뭐임?"

"......."

큐브를 이용한 김누리의 강화.

그 대가는....

쿠구구.....!!

위에서 거대한 진동이 울려퍼졌다.

내가 뭔가 말을 할 새도 없이, 위에서 울리는 진동에 모두가 긴장했다.

"바, 방금 그거 뭐임?!"

"광검이랑 세 명이 싸우는 거지. 히카리 씨, 혹시 외부 카메라 있어?"

"네, 네. 여기 위에 있어요."

우리는 히카리가 있던 연구실로 다시 올라갔고, 그곳의 초거대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투를 볼 수 있었다.

"저게, S급의 전투야."

우리는 느긋하게 세 간부와 광검 허윤화의 전투를 관람하기로 했다.

"히카리 씨, 혹시 녹화 가능해?"

"어, 예!"

"그럼 저것 좀 녹화해줘."

광검의 전투 데이터.

나중에 아주 요긴하게 써먹을 곳이 있다.

"큐브도 회수했고, 이제 남은 건 광검을 상대로 간부들이 빠져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네."

광검의 공격을 상대로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

간단하다.

'궁 쓰기 전에 튀면 되지.'

광검이 궁극기를 쓰기 전에 도망간다.

나는 적당한 시점에 손뼉을 쳤다.

* * *

카앙, 카앙!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마력과 마력이 부딪히지만, 둘의 격돌은 칼과 칼이 부딪히는 것 만큼 고막을 강하게 때렸다.

그리고 그 속도는, 고장난 전동드릴마냥 아주 빠르게 귀를 때렸다.

카앙, 카앙, 카앙!!

초에 몇 번은 부딪히는 걸까.

평범한 기우의 눈으로는 도저히 둘의 격돌을 알아볼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민트색의 거친 궤적과 금색과 백색의 직선형 궤적 뿐.

민트색의 궤적이 바람 그 자체라면, 금과 백의 궤적은 얼음결정만큼 직선적이었다.

카ㅡ앙!

큰 소리가 울리며, 바람은 바닥에 데구르르 구르며 착지했다.

두 다리를 좌우로 뻗으며, 손톱을 바닥에 박아넣으며 자세를 잡는 펜릴 마스크는 고양이 그 자체였다.

"후, 강하다냥."

펜릴 마스크는 천천히 바닥에 착지하는 소녀를 노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SS급 히어로. 허명은 아니다냥."

"......입 다물지?"

명백한 여성의 목소리에 기우는 혼란에 빠졌다.

소녀의 전투방식도, 전투능력도 모두 자신이 아는 어떤 히어로와 닮아있었다.

아니, 똑같았다.

광검.

자신은 지금 광검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광검이, 실은 소녀라는 진실을...!

"냐하항, 평소에 아저씨처럼 지내던 건 위장이었던 것이다냥."

"그럴 리가."

"그럼 뭐냥? 수염난 아저씨가 설마 마법소녀로 변신하는 거냥? 그건 좀 실망인데."

"...죽어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군."

광검이 가볍게 바닥을 발로 디뎠다.

그러자 펜릴 마스크의 얼굴 앞에 불똥이 튀었고, 펜릴 마스크는 팔을 X자로 교차했다.

"크윽?!"

광검이 아래로 휘두른 쌍검은 펜릴 마스크를 위에서 찍어눌렀다.

펜릴 마스크는 뒤로 발을 뻗어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광검은 금방 아래로 착지하여 앞으로 내달렸다.

베고, 찌르고, 다시 베는 공격은 가히 신속.

전속력을 내는 펜릴 마스크의 후퇴를 몸으로 쫓아갈 정도로, 광검은 빨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펜릴 마스크의 목이 잘릴 상황...!!

순간.

파지직!!

"큭?!"

광검의 목에서 뭔가 빛이 반짝였다.

펜릴 마스크는 입꼬리를 씩 들어올리며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민트초코 킥!"

바람을 잔뜩 머금은 펜릴 마스크의 돌려차기에 광검은 검을 십자로 교차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고오오ㅡㅡㅡ!!

거대한 민트색 칼바람이 광검의 좌우로 퍼졌다.

펜릴 마스크는 잘려진 마스크를 손으로 누르며 뒤로 더 크게 뛰었다.

"하항, 역시. 대장 말대로 이루어졌다냥. 당신, 이제 자유다냥."

"...무슨 말이지?"

"당신의 목에 있던 나랏님의 족쇄가 해방된 거다냥. 뒷 일은 이제 알아서 하시고."

파사삭.

땅에 구멍이 생겼다.

펜릴 마스크는 아래로 뛰어내렸고, 광검은 급히 그 뒤를 쫓으려고 했다.

그러나.

"받으라냥! 민트스톰!"

고오오오ㅡㅡㅡㅡㅡ!!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광검조차 위협으로 느낄 정도의 용오름은 밤하늘 높이 치솟아 사라졌다.

"......하."

광검은 직감했다.

아래에 있던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

그리고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현재, 주변에 살아남은 생존자.

"아, 아아...!"

기우, 단 한 명.

광검은 조용히 쌍검을 들었다.

* * *

"히드라의 힘으로 땅 속으로 이동. 펜릴은 라온에게 빙의하고, 아지다하카가 주변 빌런들을 이용해 교란. 완벽한 탈출이었어."

"후...."

우리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빠져나왔다.

당분간 신서울에 들어가기는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큐브에 대한 기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되었으니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가서 힘을 비축하면 된다.

"이제부터 격동의 시기가 될 거야. 빌런들 중에는 선의철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강한 자들이 많거든."

"그들이...폭로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응."

선의철 몰락의 시작.

그리고 새로운 히로인의 등장.

세 명의 간부를 물리치고, 세 명의 간부를 다시 만나게 되는 시점이 곧 있을 여름이다.

"슬슬 우리도 대비해야지."

하나 둘 S급으로 늘려나가며, 큐브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리라.

"그래서 오빠, 내 대가는 뭐임?"

"별 건 아니야."

정말, 별 건 아니다.

"너네 집에서 너희 부모님 주무시는데 네 방에서 몰래 섹스하는 거."

"오...."

"아니면 동창회 여자화장실에서 몰래 섹스하면서 질투 들으면서 섹스하기?"

"올."

"그것도 아니면 특수유리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서 대로변에서 공개 섹스하기? 물론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오호...."

"그것도 아니면 검은색 물감으로 마이크로 비키니 그려서 해변가를 거닐다가 섹스하는 거?"

"...대단한 것들 밖에 없네."

등등.

"큐브를 쓰려면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거임?"

"당연하지. 큐브를 쓰기 위한 키워드는 바로 이거야."

나는 큐브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이상성욕."

방긋.

이계신은 웃고 있다.

"큐브가 말했어. 너, S급으로 만들고 난 다음 어디로 데려가서 섹스하래."

"어디?"

"작년에 네가 졸업한 여고의 네 교실, 네 자리. 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섹스하라는데?"

누리는 단숨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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