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32화 (932/1,497)

EP.932 2부 8장 17 빌런의 최후

큐브.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는 만능의 물건.

마력을 쓰는 자가 큐브를 사용하는 방법만 알게 된다면, 누구나 아주 간단하게 S급에 이를 수 있다.

게임에서는 문신사, 청송이 이 큐브의 힘을 각성하여 S급이 된 것을 상대하게 된다.

히카리를 구하는 건 성공했지만, 히카리에게 큐브에 대해 듣게 되는 동안 청송이 S급 빌런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S급 빌런을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가?

간단하다.

"큐브의 힘은 불안정해. 그러니까 버티기만 하면 돼."

문신사는 큐브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큐브를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정확히는 큐브를 별다른 부작용 없이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다.

따라서 그녀는 큐브에게 금방 잠식되게 되어있다.

마치 어떤 금기의 힘이 담긴 상자를 정당한 절차 없이 편법으로 열었을 때, 그 힘을 취한 자는 아주 잠깐 그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어도 결국 파멸에 이르는 것과 같은 이치.

고오오오ㅡㅡㅡ!!

아래에서 스산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팀원들에게 눈짓으로 아래를 가리켰고, 히카리는 뭔가 버튼 같은 것을 꾹 눌렀다.

"화이팅!"

한국 사람 다 됐다.

우리는 히카리의 응원을 받으며, 열린 바닥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아래층으로 통하는 기나긴 원통은 이능력자들이라면 큰 무리 없이 아주 쉽게 뛰어내릴 수 있었다.

위잉, 위잉, 위잉.

온통 적색경보가 가득한 시설 안.

가장 지하에 있는 공간은 가운데 거대한 운석 덩어리같은 콘크리트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콘크리트를 향해 쓰다듬듯이 손을 올린 검은 로브의 존재는 우리를 향해 고개를 뒤로 돌렸다.

[흐흐흐, 보인다. 보여. 지휘관과 그 하수인들이로구나.]

"어, 어떻게…?"

"이미 우리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것도 있겠지만, 큐브의 힘을 손에 넣은 것 때문에 마력으로 알아차린 거지."

[정답이다, 지휘관!]

문신사는 우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바로 라온이 앞으로 나와서 창을 휘둘렀고, 뭔가가 라온이 들고 있던 무기에 튕겨 바닥에 떨어졌다.

"먹...물?"

"점성을 가진 먹물이라고 생각해. 아니다. 먹물로 이루어진 오징어 다리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으웩. 개싫다."

질색하는 누리의 표정에 문신사의 표정이 굳었다.

여전히 로브 아래에 얼굴을 숨기고 있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이 훤히 보였다.

'예전에 하늘성에게 자궁팡팡 당할 때의 표정이랑 똑같네.'

20년의 지구.

천가을에 의해 역으로 자궁문신을 받았던 그녀는 빌런 하늘성에 의해 마구 유린을 당했다.

피닉스는 관심도 없었지만, 아마 직접적인 성행위까지 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의외로 하늘성이 절륜해서 그런지, 아니면 천가을이 새겨놓은 자궁문신이 강간의 아픔을 넘을 정도로 쾌락을 느끼게 해줘서 그런지는 몰라도 20년의 지구에서는 깔끔하게 감옥으로 보내지는 걸로 그녀는 퇴장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

[너, 너…! 양놈 주제에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내가 뭘 어떻게 바라봤다고."

뭔가, 자격지심 같은 게 느껴지는 비명을 지른다.

나는 누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턱으로 문신사를 가리켰다.

"자, 봐봐. 저게 힘을 추구하다가 추하게 괴물이 된 여자의 말로란다."

"......극혐."

[괴...물…?]

"그래, 괴물."

누리는 문신사를 향해 괴물이라고 칭했다.

유나도, 라온도 부정하지 않았다.

거울이 있다면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곳은 거울이 없는 곳이다.

"당신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지 모르지?"

[나, 나는….]

"당신, 지금 전형적인 바다괴생명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원작 제작사가 어디인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문신사는 촉수와 해양생물이 적절히 조합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검은 로브를 아직도 뒤집어 쓰고 있는 건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애써 부정하려고 하는 듯한 행동과도 같았다.

"큐브의 힘을 제대로 이용하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뽑아 쓰려고 하니까 그러지."

그러나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문신사는 현재 괴물이 되었고, 콘크리트의 알 속에서 힘을 뿜어내고 있는 큐브는 문신사를 완전히 잠식했다.

문신사는 이제 더이상 인간이 아니다.

큐브에 의해 테라의 오염된 마력에 노출되어 광기에 사로잡힌 혼돈의 괴인, <테라리스트>다.

그 능력은 자그마치 S급.

그리고 원래라면 저 S급을 상대로 버티는 게 1차전이고, 힘의 폭주로 약화된 문신사를 상대하는 게 2차전.

'스킵해야지.'

불필요한 전투는 필요없다.

아무리 메인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투라고 한들, 이런 이벤트는 초회 플레이에서나 인기를 끄는 법.

아무리 '나'는 플레이가 처음이라고 해도, 저런 테라리스트를 상대로 싸우는 건 신물이 날 뿐이다.

'나는 타락한 간부 테라리스트 여섯 명을 동시에 상대했다고.'

테라에서 '진짜'들을 상대해 본 내 입장으로서는 문신사는 '따위'라고 표현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므로 아무 의미 없는 버티기 모드인 1차전은 강제로 넘긴다.

어차피 전투 경험은 다른 S급들과 싸우는 것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고, 괴생명체와의 전투 경험 또한 2차전으로 바로 얻을 수 있다.

"네 뒤에 있는 큐브는 내가 회수하도록 하지."

[뭐, 뭐라고! 안 된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어!]

문신사는 뭔가 불안함을 느낀 듯, 촉수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우리를 공격했다.

라온과 누리가 앞에서 창과 검을 휘두르고, 유나가 마탄을 날려 먹물이 닿는 걸 최대한 튕겨냈다.

"큐브여. 듣고 있나? 듣고 있겠지."

[미친놈! 큐브가 살아있는 생명체인 줄 아느냐! 큐브는 그저ㅡ]

"유열을 즐기게 해주마."

고오오.

콘크리트 속에 있던 큐브가 검은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동시에 위에 있는 히카리를 가리켰다.

"약속하마. 큐브, 네게 유열을 보여주겠노라고."

[유열같은 소리하고 있네! 아, 안 돼! 큐브, 내 말을 들어! 너는 애완동물 같은 게 아니잖아!!]

애완동물은 아니다.

막대한 힘을 주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 근원은 생명의 조각이자 어떤 의지의 실현체에 불과하다.

주인을 자신과 같은 격의 존재로 만들어 따먹겠다는 어떤 누구의 음습한 욕구가 잔뜩 담겨있는 물건.

그리고 애초에 원형이나 마찬가지인 '이계신의 심장'도 그런 욕구를 한가득 담고 있는 물건이다.

"큐브여. 내게로 오라. 그렇다면 네게 보여주지."

나는 그것을 충족하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일본인 처녀의 첫 애널을 살인귀 친오빠 앞에서 따먹겠다.]

[뭐ㅡ]

순간.

끼요오오오오오오오옷ㅡㅡㅡㅡㅡㅡㅡ!!

큐브에서 막대한 마력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문신사의 몸은 순식간에 아래에 처박혔고, 우리의 앞에는 탁한 황색빛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NETO…..]

[네토라레는 아니지. 쟤들은 근친이 아니라 진짜 남매애거든.]

[AㅡSHIP….]

입맛을 다신다.

흑황색의 로브를 뒤집어 쓴 바람은 턱을 쓰다듬 듯 손을 움직이며 내게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BANGBUB….]

[보추 친오빠는 의자에 묶어두고 여자인 상태에서 페니반 달고 애널 따먹는 걸 보여주면 보추는 발기할까, 발기하지 않을까?]

[Ummmmm…..]

큐브의 화신은 나를 향해 쌍으로 엄지를 들었다.

[UNGEEEIT……]

사아아.

큐브의 화신은 다시 큐브의 안으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모든 에너지가 사라진 건 아니고 큐브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전원, 전투 준비."

"사, 사장님. 방금 뭘 한 거예요?"

"아 참, 너희들한테는 안 들리지."

들리면 좆된다.

특히 위에 있는 히카리가 들었다가는 문신사가 아니라 히카리를 적으로 상대해야 했을 것이다.

2회차 이후.

큐브들은 각 히로인들을 상대로 하는 유열스러운 섹스 플레이에 환호성을 보낸다.

뒤틀리고 음습한 욕망을 지휘관이 실현할수록 큐브의 힘은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지휘관의 타락을 의미하는 바.

창염의 피닉스가 불꽃으로 그 어둠을 정화하겠지만, 모든 큐브를 이런 음습한 유열 섹스로 '활성화'하는 것도 도전 과제 중 하나다.

"미안하지만 문신사, 큐브는 내가 가져가야겠어."

인게임에 불과하지만, 히카리와의 레즈보빔을 위하여.

"모두, 큥큥!!"

셋은 동시에 앞으로 달려들었다.

* * *

문신사.

그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서걱, 서걱!

중딩만도 못한 키의 작은 소녀가 검을 들고 자신의 마력을 뭉텅뭉텅 썰어대고 있다.

한 번 실패하여 나락으로 떨어진 퇴물 히어로가 누구보다도 능숙한 움직임으로 창을 휘둘러 자신의 공격을 막고 있다.

그리고 '폐급'이라고 평가받던 아카데미의 골칫거리가 자신을 향해 마탄을 날리며 몸을 부수고 있다.

인정할 수 없다.

이것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저런 사회의 쓰레기들이 자신을 상대로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을 리가, 없다!

[지휘관ㅡㅡㅡㅡ!!]

문신사는 마력을 전방으로 뻗었다.

이 상황을 만들어낸 장본인, 금발의 저 양아치를 죽이기 위해 마력을 뻗었다.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영웅?

알게 뭐냐.

저 자는 자신의 소중한 보물을 빼앗았다.

이 나라를, 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네놈이 어떻게 여기를 알았는 지, 네놈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관계 없어!]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큐브는, 내 것이다!]

큐브라는 보물을 결코 빼앗길 수 없다는 것.

[이건 내 거야!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설령 세계가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뭘 자꾸 뀍뀍 거리는 거임."

소녀, 김누리의 말에 문신사는 화가 치밀었다.

[지휘관한테 다리 벌려서 이능력자가 된 주제에…!!]

"아, 뭐라하는 지 전혀 안 들림. 사람 말을 해!"

[이 개년이…!!]

순간.

문신사는 앞으로 뻗은 자신의 손에 넋이 나갔다.

로브 너머로 빠져나간 자신의 손은 검은 마력 덩어리였고, 그것은 마치 '촉수'와도 같았다.

[아, 아아…!!]

자신의 몸은 바뀌어있었다.

그리도 싫어하고 증오하던 괴물의 모습으로 바뀌어있었다.

[아, 아니야…! 나는, 나는…!!]

문신사는 급히 몸을 뒤로 돌렸다.

자신의 등 뒤로 마력으로 연결된 큐브를 향해, 그녀는 전력으로 달려가 손을 뻗었다.

[내게 힘을 다오! 제발, 제발!]

[......하찮은 인간이여.]

[!!]

근엄하고도 중후한 목소리에 문신사는 영혼이 떨리는 충격을 받았다.

문신사는 그것이 큐브에 깃든 초월적 존재임을 깨닫고 두 팔을 벌렸다.

[제게, 부디 힘을!]

[귀찮군.]

어둠 속.

황색의 폭풍은 아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나는 허윤화 양과 히토미 쨩이 지휘관의 자지에 따먹히는 걸 봐야겠으니, 너는 이만 저 아이들의 경험치가 되고 사라져라.]

[뭐...라고….]

푹.

뒤에서 자신을 찌르는 칼날의 감촉에, 문신사는 의식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큥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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