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31 2부 8장 16 큐브
광검강림.
게임을 플레이하는 신라는 기어이 광검을 깨워버렸다.
나는 석하랑과 함께 신라의 플레이를 구경하며, 그녀가 저지른-그녀가 방조한 히로인들의 트롤링이 가져온 결과에 팝콘을 씹었다.
"결국 나왔군."
"...오."
석하랑은 아버지(TS)의 존재를 보고 진심으로 역겹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도 그냥 TS가 아니고 어머니의 몸으로 TS되었으니, 딸의 입장에서 얼마나 거지 같을까.
"내가 얘기했지? 저기는 광검에게서 마력을 뽑아내는 발전 시설이라고."
"그래. 하지만 히어로들이 공식적으로 올 수도 없는 곳 아이가. 저기 빌런들이 간부 애들한테 강간 당하고 있는 것도 전부 쟤들이 정치빌런들이라서 그런 거고."
정치빌런.
무림으로 치면 관과 결탁한 사파의 놈들이며, 현대 느와르로 생각하면 정치깡패다.
소나무 부대라는 이름은 인게임에서 주로 쓰이지만 소나무 마크를 쓰는 사단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자, 정치빌런이라는 또다른 이명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저 연구소는 정치빌런들의 본거지이자, 정치빌런들을 조종하는 청송의 연구소.
당연히 공식적으로 구조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광검이 왔다.
"내부를 구하러 간 사람들말고 외부에서 시선을 끄는 팀들이 생기게 돼. 이게 원래는 지하통로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지휘관 포함 네 명이라서 그런 상황이 발생하거든?"
-큰일이에요…! 여기 환풍구, 여기서 한 사람 더 늘어나면 무너질 것 같아요!
-큭…! 누리도 안 돼?
-누리도 안 될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네 명이 가야할 것 같아요. 지휘관, 여기서는 저희 넷이….
-그럴 수는 없지. 바깥은 슈리가 지휘한다. 내가 셋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갈게. 밖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 알겠지?
라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밖에서 시선을 끌게 된다.
그리고 이 때, 밖에서 시선을 끄는 이들의 난동 정도에 따라 오는 적들도 달라지게 되는 법.
"하랑아, 너 얼마 전에 그타 방송 했었지?"
"어."
"별 세 개일 때랑 별 다섯 개일 때랑 잡으러 오는 경찰의 양과 질이 달라지잖아?"
"나중에는 군대가 오던데."
"그거랑 같은 이치야."
현재, 민초단이 피운 난동을 굳이 별로 표현하자면 ☆☆☆☆☆☆☆.
"광검이 루살카인 상태임에도 뛰쳐나왔다는 건 그만큼 심각하다는 거지."
별 5개까지는 소나무 부대의 전력이 뛰쳐나온다.
별 6개까지는 허윤환(슬리퍼)가 출몰한다.
그리고 민초단이 저지른 짓은 무려 별 7개.
"오빠야 때는 잠옷에 슬리퍼 신고 나왔다 안 했나?"
"그랬지."
큐브를 덮은 콘크리트를 여는데 마력을 썼다고, 그걸 지하실까지 단번에 뚫어버렸다.
그 때 싸웠던 광검이 별 6개 급이다.
인게임 속 허윤화 씨와는 5년의 시간 흐름이 존재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다.
"내가 싸웠던 광검이랑 저기 있는 허윤화랑 비교해보면, 저기 있는 허윤화가 더 강해."
"...진짜?"
"어. 내가 잘 알지."
20년의 지구에서 루살카에 대해 연구하면서, 그리고 광검을 괴인으로 만들면서 나는 인게임 속 허윤화의 존재에 대한 약간의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광검은 저 상태에서 마력을 사용하면 루살카 상태가 고착화 돼. 그러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고착화라는 건."
"TS 증후군에 걸린 남자가 임신하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내가 어떻게 아는데!"
"여자가 되어버려."
암컷이 아닌, 진짜 '모성'을 가진 여자가 되어버린다.
허윤화도 마찬가지.
루살카 상태인 광검은 허윤화가 되지 않기 위해, 남자로서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밖으로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허윤화로 싸운다고 나선다?
"장인어른이 장모님 되게 생겼군."
"...저거 막을 방법 없나?"
"왜 그래."
나는 석하랑을 토닥였다.
"게임이잖아. 신라가 여자가 된 광검을 범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점마가 아니더라도 다른 남자가 우리 아빠 처녀를 따먹을 수 있다는 거 아이가?"
"......."
"와 말이 없는데!"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겠다 싶어서."
푸른 하늘의 데스디나스는 유열적인 상황을 즐긴다.
그리고 이에 광검과 루살카의 설정은 유열을 극한으로 몰아넣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마련.
"사랑하는 여인의 몸에 빙의해서 다른 남자한테 따먹힌다? 정신이 붕괴되지 않고는 못 견디지."
아마 나였어도 그렇게 되었다면 무너졌으리라.
피닉스 시절, 내가 창염의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 남자에게 처녀가 꿰뚫려 따먹혔다면 아마 정신적으로 자결했을 게 분명했다.
그러면 '진짜' 간부 피닉스가 깨어나서 창염은 정신 세계에서 소멸하게 되고 배드 엔딩.
나도 견디지 못할텐데, 광검은….
'암타하지.'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비록 거기서 히카리의 도움을 받아 '기계'를 사용했지만,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허윤화.
...공략 가능 캐릭터다.
'하랑이한테는 말하지 말아야지.'
"머라고? 울 아빠가 플레이어들한테 따먹힌다고?"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빙구가. 내 여신이다. 오빠야 표정만 봐도 다 아는데 뭘 숨기고 자빠졌는데?"
"......나는 허윤화 안 건드렸다."
이건 결백하다.
나의 오마케 데이터에는 내가 허윤화를 건드린 적은 없으니까.
아무튼.
신라가 세 명의 간부를 동원하여 트롤링을 마음껏 시전하는 바람에.
적어도 신라가 플레이하는 지구에서의 광검은 이제 루살카, 허윤화가 될 것이다.
"하랑아. 신라가 광검을 살리는 게 광검에게는 더 나은 길일까, 아니면 그냥 죽이는 게 더 나은 길일까?"
"...몰라. 저거 내 아빠 아님. 내 아빠는 오빠가 죽였잖슴."
"......그렇긴 하지."
우리는 신라 쪽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막, 드디어 프로페서 H를 만날 차례니까.
* * *
<인게임, 연구실 지하 ???>
끼이익.
문이 열렸다.
램프의 빛조차 한 점 없는 어두운 공간 속에서 나는 동료들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라이트."
유나는 미리 내가 지시한대로 광원을 밝혔다.
광속성 마력이 비추는 방 안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내게는 익숙하다면 익숙한 연구실의 모습이 드러났다.
"여기는…."
"여기가 바로 우리보고 살려달라고 했던 프로페서 H가 있는 곳일 거야."
나의 감이 말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의 공략집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곳에 프로페서 H, 히카리가 있다는 것을.
"아무것도 없는데요?"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져?"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누리, 어딘지 느껴집니까?"
"...전혀. 아무것도 안 보임."
셋은 어디에서도 히카리를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에, 히카리가 숨어있을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나는 알 수 있지. 어떻게?"
스으읍.
"...여자면 내가 못 찾을 리가 없잖아. 안 그래?"
쾅.
나는 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없는 연구실 벽에 손을 짚으며 상체를 숙였다.
"사장님, 왜 벽에다가 키스하려고 함?"
"벽이라니. 잘 봐봐."
나는 아래로 고개를 내렸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곳이지만, 나는 정확한 위치를 향해 입술을 맞췄다.
쪽.
손등에.
나는 내 손등에 입술을 맞췄고, 허공을 향해 눈을 찡긋였다.
파지지직.
그러자 광학미채가 해제되고, 내 앞에는 입이 내 손에 막힌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앙상한 피부의 그녀는 키는 평범했지만 손목과 발목이 누리와 비슷할 정도로 앙상했다.
"안녕, 프로페서?"
"...어떻게 제가 여기에 있는 걸?"
"여자라서 알았지."
숨바꼭질을 하는 건 1회차 뿐.
2회차부터는 티배깅도 가능하다.
-프로페서가 없는데? 어떻게 하지?
-...응? 허공에 뭔가가 잡히는데? 되게 몰캉거려. 말랑말랑하고. 손가락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게, 꼭 조갯살같은-
-꺄아아악!!
짜악.
그런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말씀.
하지만 나는 히카리를 상대로 손등키스를 하며 그녀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아직 보비거나 박을 때는 아니야.'
구출 이후 히카리가 박히거나 보벼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식사를 하고 난 뒤에 섹스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아파해서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맨날 파인애플 피자에 후식으로 민트초코 먹은 것 마냥 몸이 안 좋아보이네. 일단 이번 일이 끝나고 시간이 나면 맛있는 것 좀 먹으러 가자."
"저, 정말요…?"
"그래. 최소한 네가 매일같이 먹었던 건 아닐 거야."
아아, 이 불쌍한 이여.
태생이 일본의 공주라 입맛이 상당히 까다로왔던 여인이 일주일에 2~3번을 파인애플 피자와 민트초코만 먹고 지내야 했을 생각에 안타까워 눈물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매일 딸기만 먹었어도 이 지경은 아니었을텐데.'
딸기파스타와 딸기치킨을 만들어 대접하면 분명 좋아할 테지.
나는 프로페서를 안심시키며 아래를 가리켰다.
"그거, 어디에 있어?"
"...역시 지휘관. 그것의 존재를 아시는 군요."
"알다마다."
"그것? 뭔데? 둘이서만 아는 얘기 하지 말고 우리도 좀 알려주셈."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
"잘 들어요. 이 연구실의 지하에는….
* * *
"오빠야, 큐브 있잖아. 두 개만 있으면 섹스 모드로 들어간다고 했지?"
"응."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데?"
"음...약간 그런 거야."
큐브 하나가 있으면 죽었던 사람도 부활하는 기적이 일어난다.
물론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고, 부활한 자도 평범한 인간은 아닌 상황이니지만 일단 사자소생의 기적은 발생한다.
그리고 이 큐브 두 개가 만났을 때, 비로소 진정한 기적이 일어나는 법.
"싸우지 말고 섹스해."
"...응?"
"큐브 두 개가 모였을 때,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거지. 아, 이거 섹스각이다. 그러면 섹스하게 만드는 거야. 분위기를 아주 야릇하게. 큥큥거리게."
"글나…."
콰득.
석하랑은 내 자지를 붙잡았다.
"오빠야, 내가 예전에 심해까지 기어들어가서 큐브 두 개 가져왔던 거 기억하나?"
"......."
"그 때도 나랑 떡치기 직전까지 갔었제?"
"...그, 그 때는 내가 피닉스였으니까-"
츄읍.
석하랑은 내 입을 자신의 입으로 막아버렸다.
"지금 당장 따먹어라, 오빠야."
"...네가 따먹는 게 아니고 내가 따먹는 거야?"
"내는 따먹히는 거 취향이라서. 그리고…."
석하랑은 인게임 속 열심히 싸우고 있는 허윤화를 가리켰다.
"...괜히 눈 돌리지 말고, 내나 따먹으라 이거다. 알겠제?"
고오오.
석하랑의 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변화한 석하랑의 몸을 보며 진심으로 소름이 돋았다.
"너…?"
"내도 반은 엄마 아이가. 연구 좀 했지."
"나, 나는 패도가 아니야!"
"뭐래. 내는 성인이다."
"앗."
그럼 오케이지.
"하읏, 뒤에서, 끌어 안으면서…!"
나는 하랑루살카를 범하며 신라의 플레이를 관람했다.
열심히 민초단과 싸우는 허윤화와 똑같이 생긴 하랑루살카를 범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