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29화 (929/1,497)

EP.929 2부 8장 14 정의 집행

민트초코의 냄새가 울려퍼진다.머리를 잠시 아찔하게 만들 정도로 강한 민초향에 기우는 정신을 차렸고, 무너진 돌더미 사이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이게 도대, 우욱."

기우는 전신에 가득한 끈적한 에메랄드색 물체에 진절머리가 났다.

돌더미에 닿았던 부분을 제외한 모든 곳에 에메랄드색 점액질이 묻어있었다.

습.

"우욱?!"

입가에 묻은 것을 자신도 모르게 핥은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것은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 흘러녹아내린 것과 같다는 것을.

"꺄하하! 받아라! 민초샤워!!"

장난기 많은 소녀의 웃음소리가 밤하늘을 가득 채웠고, 하늘에서는 민트초코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에메랄드빛의 비는 얼굴에 닿아 아래로 흘러내렸다.

후덥지근한 여름, 습하고 더운 날 장마철 비가 내린 것처럼 왠지 모르게 끈적했다.

"으윽…!"

그러면서도 주변을 가득 채우는 민트초코향에 기우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자신이 민트초코를 파인트 통에 가득 담아서 트리플 민트초코로 먹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큰 충격으로 정신을 잃어버릴 지도 몰랐다.

"무슨 빌런이…!"

구구구.

기우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을 떠올렸다.

분명 탱크로리, 거대한 기름차 같은 트럭이 게이트를 돌파했고, 그 뒤로 자신은 의식을 잃었다.

"...어우야."

원래는 석유를 담았을 기름통에서는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 끈적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용암이 움직이는 것처럼 점성을 가진 민트초코의 향연에 기우는 진심으로 소름이 돋았다.

"씨발,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세상을 민트초코로 테러하는 빌런이라니.

이 얼마나 끔찍한 빌런인가?

아무리 기우라도 이런 민트초코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죽어라, 이 민초괴물아!"

"꺄항항!"

소란을 눈치채고 급히 출동한 히어로들이 펜릴 마스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밤하늘을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는 펜릴 마스크에게 제압을 위해 열심히 마도소총을 조준하여 쐈으나, 그들의 총은 공허히 밤하늘을 가로지를 뿐이었다.

그에 반해 민초빌런은….

"냐하항, 마력 슈트 입은 사람은 피하라냥!"

"뭐? 꺄, 꺄아악!!"

긴급 출동을 나선 이능력자들의 슈트가 갑자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민트초코의 빗방울은 슈트를 녹이기 시작했고, 여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사, 살려줘!!"

"크윽, 산성 공격이다! 모두 조심해!"

"산성 아니다냥! '민초의 은혜!' 산성비가 아니라, 민초비다냥!"

펜릴 마스크는 주저앉은 여인을 가리키며 깔깔 웃었다.

"정확히 슈트만 녹여내는 궁극의 기술! 이것이야말로 빌런 펜릴 마스크의 티배깅 결정체! 죽일 수 있지만 죽이지 않는다냥!"

"시, 싫어ㅡㅡㅡ!!"

여인은 급히 가슴과 아래를 손으로 가렸다.

많은 남자 이능력자들의 눈이 순간 여인을 슬쩍 스쳤다.

"냐항, 슈트를 입었다고 방심했구나! 노브라에 노팬티로 전장에 나서다니, 이 요망한 것!"

슈트 아래, 여인은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슈트가 녹아내린 지금은…?

"...씁."

기우는 안 되는 걸 알면서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전파 방해는 발생하더라도 사진 기능은 제발 살아있으라는 일념으로 완전한 알몸이 된 이능력자의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증거 자료야.'

펜릴 마스크의 능력을 제출하기 위한 참고 자료일 뿐이다.

결코 사진을 찍어 야짤로 올리거나 동영상으로 저장해뒀다가 생각나면 꺼내서 딸이나 치는 용도로 찍는 게 아니다.

'어차피 히어로의 바디 프로필은 공공재잖아!'

슈트가 녹기 전에도 이미 몸에 짝 달라붙는 슈트를 입고 왔던 여자다.

피부 위로 0.5cm도 안 되는 얇은 슈트를 입고 있는 거나 그냥 생 피부나 어차피 큰 차이는 없지 않은가?

기우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조용히 전장을 마도기어로 촬영했다.

"어머, 다들 음습한 것 좀 봐."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있던 여인, 아지다하카 마스크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 역겨운 쿠퍼액 냄새. 누구인가? 누가 아군의 알몸을 보고 발기하였어."

"...!!"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슬쩍 자세를 낮췄다.

남자 히어로들은 순식간에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 움직이면 들킨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살해당한다.

적의 간악한 술수로 인해 아군의 알몸을 보고 발기한 남자라는 것을…!

"흥! 쪼다 새끼들!"

체구가 큰 한 남자 히어로가, 당당히 허리를 폈다.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몸에 찰 달라붙는 슈트를 입고 있었고, 그에 따라 당연히 앞이 툭 튀어나와있었다.

"어머, 동료의 알몸을 보고 발기했구나?"

"발기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지! 간악한 빌런들이 나를 서게 만든 것일 뿐,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히어로의 당당한 외침에 다른 히어로들도 쭈뼛거리던 몸을 펼치기 시작했다.

"발기가 부끄러워서 돌아다니지 못했다면, 애초에 이런 쫄쫄이 슈트를 입지도 않았다!"

"오…. 그래? 아깝네. 민초샤워가 여자만 녹이는 거라서."

"흥, 이 더러운 빌런들! 너희가 여성혐오주의라는 걸 이걸로 잘 알았다!"

"내가 여혐이라고? 내가????"

"그래! 양성평등 주의자였다면 남자의 슈트도 녹였겠지! 너희는, 여혐이다!"

너무나도 당당한 히어로의 말에 아지다하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여성혐오일 리가 있나. 내가 여자인 게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여자를 혐오하겠지!"

"뭐, 여자인 년 하나를 혐오하기는 하는데 그게 여자들 전체를 향한 건 아니잖아? 그럼 뭐야. 여자 벗길 거면 공평하게 남자도 벗기라고? 그런 좆같은 짓을 할 수는 없지."

아지다하카 마스크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여자는 노출이 올라갈수록 방어력이 높아지는 법이라고. 봐봐. 지금 저 여자,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있잖아?"

"그야 당연하지! 너희가 공격을 안 하고 있으니까!"

"아니야. 지금 엄청 방어력이 높기 때문에 우리가 공격하지 않는 거야. 공격해도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너희는…."

퉁.

"방어력이 더 낮으니까, 마음껏 팰 수 있다 이거지."

아지다하카 마스크가 허공을 손등으로 노크하듯 두드렸다.

그러자 발기한 히어로의 허리가 접혔고, 그는 곧 배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무슨…!"

"흐흥, 너희들의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해볼까?"

"지금이다냥, 아지다하카 마스크!"

"후우우…."

아지다하카 마스크는 담배를 피우는 것 마냥 입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마치 의지를 가진 것 같은 검은 안개는 정확히 민트초코의 비에 몸이 끈적하게 달라붙은 이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너희들의 의지를 시험해보겠어."

"크윽, 피-"

순간.

검은 안개를 피하려던 이능력자들은 자신의 아래를 묶고 있는 아스팔트 덩어리에 깜짝 놀랐다.

누구도 자신의 발목을 휘감는 아스팔트를 눈치채지 못했고, 그들은 도로에서 뻗어진 대지의 손길에 발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다.

스으윽.

검은 안개는 히어로들의 얼굴을 감싸기 시작했고, 곧 히어로들은 켁켁 거리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크윽,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발정시켰어."

"뭐, 뭐라고…?"

"아니다. 섹스의 저주를 걸었다고 해야 하나?"

아지다하카 마스크는 히어로들을 비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딱.

"절정, On.”

부르르르르.

아지다하카 마스크가 손가락을 튕기기 무섭게, 주변에 있던 히어로들이 일제히 몸을 떨며 앞으로 고꾸라지거나 뒤로 주저앉았다.

이미 알몸이 되어 자리를 이탈하지 못하던 여성 이능력자들 마저도 몸서리를 쳤다.

푸슈우웃.

그들 중에는 참지 못하고 지려버린 이들도 있었다.

아지다하카 마스크는 손가락 튕기기 한 번에 모두를 강제로 절정시켜버렸다.

"욕망에 솔직해져. 너희들은 남자잖아?"

"크, 으윽…!"

"닥쳐라! 나는 남자이기 전에, 히어로오고곡…!!"

히어로들은 하나 둘 고개를 땅에 처박기 시작했다.

기우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들키지 않은 것에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아니면 이미 들켰음에도 저들은 모른척 하고 있거나, 신경도 쓰지 않고 있거나.

"야, 히드라 마스크. 너는 아무것도 안 해?"

"음…. 뭘 할까 생각을 해봤는데, 빌런으로서 할 건 너희가 다 한 것 같은데?"

히드라 마스크는 무릎까지 오는 머리칼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손뼉을 쳤다.

"아, 그거 하면 되겠다."

"뭐?"

"강간."

상쾌하게 웃으며 말하는 히드라 마스크에 모두의 표정이 의미심장해졌다.

남자들은 세 마스크 여인의 모습을 살피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안 삼킬 수 없었다.

종말의 괴물을 형상화 한 마스크를 제외하면, 그들의 모습은 전부 베레모를 쓴 역바니걸이었으니까.

유두와 보지에 각자의 색깔에 맞춘 듯한 민트색, 검은색, 황갈색의 하트 스티커를 붙였음에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역바니걸이 아닌 자가 있다면, 회색 코트를 입은 팬텀 마스크.

다른 민초단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동안, 그녀는 마도기어로 추정되는 물건만 계속 만지작거리며 가만히 있었다.

"강간은 어떻게 하려고?"

"뭐, 대충 땅에서 이런 거 만들어내면 되지 않을까? 사역마."

구구구.

히드라 마스크는 망가진 대리석 조형물 향해 손을 뻗었다.

히드라 마스크로부터 뿜어져나온 황색의 마력은 대리석을 금방 새로운 형태로 만들었고, 곧 대리석 덩어리는 바짝 엎드린 여자보다 더 큰 셰퍼드로 변했다.

"아, 아아…!"

여인들은 대리석 셰퍼드의 아래에 달린 돌좆을 보고 창백해졌다.

그것은 개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인간'의 것을 닮아있었다.

최소한 20cm는 넘어보이는 그것은, 유독 거기만 인간의 자지를 옮겨놓은 것마냥 닮아있었다.

"쯧. 사역마로 강간한다고? 재미없게. 섹스는 진짜로 해야지."

아지다하카 마스크가 검은 안개를 옆으로 펼쳤다.

그러자 아스팔트 족쇄에 잡혀있던 두 명의 남녀가 서로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시, 싫어ㅡㅡㅡ!"

"그, 그만, 크흡, 그만둬!!"

여인은 진심으로 절규하고, 남자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시선을 피했다.

마치 도킹을 하듯, 여인은 남자에게로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리를 벌린 채.

"싫어!! 누가, 제발 살려줘!!"

"하암. 평소에 남자 다섯 명 한테 동시에 다리 벌리고 다닌 년이 공개적으로 강간 좀 당한다고 비명지르기는."

"뭐…."

여인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마치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듯한 표정이었고, 아지다하카 마스크는 주변에 가득한 이능력자들을 가리켰다.

"너희, 히어로 아니지? 다 빌런 출신이잖아."

"!!"

"그것도 아-주 나쁜 악질 빌런들. 사람 강간하고, 살인하고 그러다가 잡혀서 노예가 된 녀석들. 한 명도 빠짐없이. 아니야?"

"......."

누구도 뭐라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리석 셰퍼드가 천천히 다가가고 있는 여인 마저도.

"냐햐향. 우리는 너희를 '처벌'하기 위해 온 다크 히어로다, 이 말씀."

펜릴 마스크는 검지와 중지를 각각 세워 붙인 뒤, 그걸 십자로 교차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배ㅡ드 엔딩이다냥."

휘이이잉!!

펜릴 마스크로부터 민트색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것이 엄청난 밀도의 바람 속성 마력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깨닫지 못했고.

"깨어나라, 이 몸을 따르는 하수인들이여!"

펜릴 마스크의 외침과 함께, 탱크로리에서 흘러나오던 민트초코들이 서서히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대 빌런 전용 레이프 스킬, <민초의 난>!"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펜릴 마스크의 뒤로 근육질 떡대들이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부 누군가를 닮아있었다.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을 바꾸면, 마치 금발 태닝 양아치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은 민트초코이자 강간마일 뿐이었다.

"혹시 민트초코 싫어하는 사람 있냥? 아주...배 터지게 먹여줄 건데."

할짝.

"여자만."

민트초코 괴인들이, 일제히 여자 이능력자ㅡ빌런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남자는 저어기 히드라 마스크가 만들어주는 피규어에나 박고 있으라냥."

"으, 으아악! 돌 모양 퍼리다?!!"

피규어는, 돌로 만들어진 수인들이었다.

찌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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