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17화 (917/1,497)

EP.917 2부 8장 02 청송특별교도소

"그거 알아? 오늘 흉악한 범죄자가 온다고 하더군."

청송에 있는 이능력자 특별 교도소의 교도관들은 서로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흉악한 범죄자.

얼마나 흉악하길래 감옥을 관리하는 최소한의 교도관만 남기고 모두 완전무장을 한 채 모두가 앞에 도열한 걸까.

"정치 사범이라도 오나?"

"정치 사범이었으면 여기가 아니라 인천 앞바다로 갔겠지."

"그래. 파란색 원통집에 들어가서 여기보다 더 깊은 서해 바닥에 처박혔을 걸?"

"그러면 지난 번에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하는 연쇄살인범 급인가? 그 빨갱이 출신."

"그놈 동료나 대장이라도 된다고? 아닐 걸? 그놈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총을 겨눈 적은 없잖아.

모든 교도관들이 손에 K-2 마도소총을 들고 대기 중이었다.

탄창에는 실탄과 함께 마탄을 쏠 수 있는 장치까지 부착되어 있었다.

정치 사범도 이렇게까지는 감옥에 호송하지 않으리라.

교도관들은 오늘 오기로 한 여인이 몹시 궁금해졌다.

"너 혹시 아는 거 있어?"

"다른 건 없고, 아주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질렀다는데?"

"뭐? 파인애플피자에 후식으로 민트초코라도 먹었대?"

"나도 몰라. 탕수육 부어 먹었나보지."

"씨발, 그건 아니지. 찍먹이 범죄 아니냐?"

"뭐래. 새우튀김 꼬리 안 먹는 놈이."

시덥잖은 농담으로 긴장감을 풀어내려고 하지만, 며칠 전부터 청송특별교도소에 자리잡은 분위기는 보통의 상황이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이 구역 청소가 왜 이 모양이야! 치약, 아니 락스 가져와!

-꼬부기들 없어?! 여기 물로 다 청소하라고!

-쓰레기 하나라도 보여서 책잡히면 아주 죽을 줄 알아라!

교도소장이 며칠 전부터 아주 교도관을 닥달하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어디 뭐 대통령이라도 오는 건가 싶었지만, 교도소장은 그보다도 더 큰 두려움에 빠져있었다.

실직의 두려움?

아니면 진짜 목숨이 위험하다는 두려움?

그도 아니면 통제 불가능한 혼돈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괴로움?

빌런이 오는 것이 두려운 걸까.

아니면 빌런과 함께 올 누군가가 두려운 걸까.

어느쪽이든 아주 흉악한 범죄자가 오는 건 확실하다.

끼이익.

"...온다."

정문이 열리며, 호송용 버스 한 대가 교도소에 들어왔다.

교도관들은 버스의 창문에 보인 이능력자를 보며 서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금발의 여인.

상당히 날카로운 눈에 신경질적인 외모라 전형적인 외국인처럼 생겼지만, 일단 국적은 한국인인 여자였다.

"쟤, 정슈리 아니야? 화마인?"

"뭐? 그 준S급? 아이돌 아니야?"

"A급 최강자가 호송을 한다고?"

정슈리.

아카데미에 재적 중이기는 하지만 이미 현역이나 다름없는 그녀의 활약에 많은 국민들이 열광했다.

"쟤, 이제 S급이 얼마 안 남았다며?"

"모르지. S급에서 12년을 얼어버린 분도 있는데."

"그래도 전문가 의견이 얘는 진짜로 S급 될 거라고 하던데? 뷰튜브 프로페서 채널에서 봤어."

"너는 그런 가짜 뉴스를 믿냐. ...후, 그래도 기분은 좋네."

S급 한국인이 한 명 더 늘어났다!

과거 S급 히어로가 무려 12명이나 있었던 영광스러운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고, 교도관들은 정슈리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봤다.

"쟤가 호송할 정도면 도대체 어떤 빌런이길래."

교도관들이 잡담을 할 새도 없이, 버스가 정차하고 안에서 정슈리와 함께 한 죄수복의 여인이 내렸다.

"흡….!"

모두가 그 아름다움에 놀랐다.

죄수복을 입고 있음에도 드러나는 미드의 충실함에 넋을 잃고, 어지간한 S급 이능력자들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외모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회색의 머리칼에 회색 눈동자는 그녀가 이능력자라는, 그것도 아주 특이한 이능력자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머리색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여인의 미모는 아름다웠다.

보기만 해도 절로 가슴이 설레고 아래가 뻐근해지는 느낌은 분명 착각이 아니리라.

남자 교도관도 그럴텐데, 여자 교도관들은-

"히익…!"

여자 교도관들은 여인으로부터 시선을 피했다.

같은 여자라서 시기하는 걸까, 아니면 기겁을 하는 걸까.

아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독수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 민달팽이처럼,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츄릅.

여인은 여자 교도관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고, 정슈리는 그런 여인의 수갑에 묶인 줄을 당기며 안으로 들어갔다.

죄수가 되어 호송되고 있음에도 걷는 모습은 마치 연예인을 방불케했고, 그녀가 사라짐과 동시에 모든 교도관들이 저마다 다른 의미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길래…."

선의철에게 정적으로 몰려 밀린 정치인도 이 정도로 강력한 호송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A급 이능력자 한 명이 따라붙었다는 것은 2개 사단이 범죄자 한 명을 인계하는데 함께 움직였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단지 교도관들이 알 수 있는 건 그녀의 죄수번호 '4796'이라는 수를 통해 확인한 그녀의 프로필 뿐.

여인의 이름은 백현화.

그녀는 성범죄자였다.

<주의> 다른 사람과 같은 방에 넣지 말 것.

그녀는 다른 이들과 함께 있으면 문제를 일으킬 요지가 있는 존재였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성범죄자로 만든 것일까.

확인된 바에 따르면, 그녀는….

* * *

"안녕? 나는 백현화야. 나는 레즈보빔마라고 해."

같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폭탄을 던진 백현화의 말에 신입 교육을 하려던 빌런들은 조용히 손을 내렸다.

아무리 이능력이 제한되는 수갑을 차고 있다고는 하지만, 들어올테면 들어와보라는 듯한 눈빛에 그들은 압도되었다.

"이게 어디서 건방-"

"얍."

백현화는 자신을 향해 덤비는 여인을 순식간에 제압한 다음, 뒤로 돌아가 그녀를 뒤에서 붙잡았다.

찌걱.

"히익?!"

1초만에 바지 안으로 들어가는 손길.

다른 손은 손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뒤로 꺾은 양팔을 붙잡고, 팔로 상체를 지탱하며 뒤에서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23이 좋아, 34가 좋아?"

"무, 무슨…!"

"아, 234가 좋구나?"

찌걱, 찌걱, 찌걱.

"앗, 하읏, 흐으읏…! 이, 이런 미친…!"

몇 번 찔컥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덤벼든 여인은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죄수복의 여인은 허리가 활처럼 휘었고, 무릎을 꿇으며 기절하듯 쓰러졌다.

"푸흐흐."

백현화는 바지에서 빼낸 손을 여인의 바지 엉덩이에 슥슥 닦았다.

"잘 지내보자, 언니들."

"어, 언니들…?"

"응. 나, 나이 올해로 스물이거든."

전혀 스물같지 않은 말을 하고 있지만, 외형이 일단 스무살은 되어보이니 일단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너, 성범죄자라고 했지? 어디 한 번 말해봐."

감옥 방 안의 왕고, 빌런 '딕커터'는 백현화를 경계하면서도 그녀에게 엄청난 흥미를 느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A급 여자애가 너를 여기에 처박은 거지?"

"별 거 없어."

백현화는 비릿하게 입맛을 다시며 웃었다.

"이능력자 여자를 강간하려고 했어."

"......."

방 안의 빌런들은 슬쩍 뒤로 물러났다.

이능력자인 이상 기본적으로 얼굴이 다 반반하게 생긴 만큼, '미녀'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한 것이다.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라고 들어봤어?"

"들어는 봤지. 요즘 제일 핫한 히어로들 아니야?"

"나는 헌터라고 들었는데."

"그래. 그 여자들. 프릴 잔뜩 달린 마법소녀 복장으로 괴수들을 물리치는 그 여자들 있잖아."

헤벌쭉.

"전부다 따먹고 싶어서, 거기 있는 매니저같은 남자를 인질로 붙잡았단 말이야? 그런데 알고보니 그 남자, 거기 팀 공용 딜도나 마찬가지인 놈들이더라고."

"오…."

방 안의 여인들은 백현화의 말을 경계하면서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S급 히어로, 살라딘과 제우스의 실체를 밝혀내고 여러 괴수들을 쓰러뜨리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히어로 겸 헌터 집단.

팀 전원이 여자로 되어있다는 점에서 정말 여러 의미로 인기를 끌고 있는 집단이었다.

당장 이 여자를 데려온 정슈리가 매지컬 큥큥스의 멤버가 아닌가?

그 말인 즉슨, 어쩌면 정슈리도 그 매니저라는 남자에 의해….

"내가 레즈기는 한데, 도대체 얼마나 남자가 잘 하길래 여자들이 그렇게 미쳤나 싶어서 확인해봤지."

"자세히 좀 말해봐."

"존나 잘 하더라. 그래서 잡혔어."

백현화의 말에 여인들은 떫은 얼굴로 침묵했다.

"거기 여자애 하나를 더 잡아서 셋이서 했거든? 젠장, 보빔마인 내가 뒤로는 남자한테 박히고 앞으로는 여자애한테 희롱당하면서 잡힐 줄이야."

충격과 공포의 연속.

"그래도 최고의 섹스였어. 푸흐흐."

아니, 누구나 백현화의 표정을 보면 물러날 것이다.

여자들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그녀의 얼굴은 누가봐도 레즈강간마, 그 자체였다.

"그래서 강간하는데 성공했고?"

"응. 나만의 작은 아기 고양이였지. 손가락을 넣었을 때부터 앙칼지게 울어대더니, 후후후…."

"흥, 그래봐야 강간마지."

딕커터는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었다.

"여자들 마음대로 쑤시고 다니는 쓰레기 새끼."

"어머, 나는 손가락만 쑤시고 다녔는데?"

"뭐…?"

"혹시나 자지를 달고 박았을까봐 그러는 거야? 기구를 쓰는 건 레즈 아니야. 진짜 레즈는 손가락만으로 보내버릴 수 있어야 하는 거라고."

할짝.

백현화는 입맛을 다시며 방안을 훑었다.

"내가 어떻게, 보내줘? 남자 따위는 생각도 안 나게 해줄게."

"남자, 따위?"

순간.

딕커터의 눈이 빛났다.

방 안에 있던 이들이 하나 둘 자세를 고쳐잡았다.

"남자는?"

"좆달린 놈들이 다 그렇지 뭐."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92년생 천가을."

짝!

딕커터는 박수를 치며 웃었다.

"반갑다, 이기ㅇ-"

* * *

"으으, 불쾌해."

독방으로 옮겨진 백현화는 소름이 끼친다는 듯 몸서리를 쳤다.

"남자들이 싫다면서 남자들 좆은 좋다는 건 또 뭐야? 미친 년들."

백현화는 자신의 귀를 몇 번이고 씻어내며 이를 갈았다.

방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은 그녀의 멘탈을 흔들어놓았고, 하마터면 연기가 흔들릴 뻔 했다.

"후우."

백현화는 거울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혔다.

정말, 가만히 있으면 천상 미녀가 따로 없는 얼굴이다.

그러나 진가는 따로 있으니.

시익.

백현화는 양손 검지로 입꼬리를 직접 들었다.

마치 광대가 거울을 보며 어떻게든 미소를 지으려는 듯한 모습은 누가봐도 정상은 아니었다.

"푸, 흐흐."

스르륵.

여인의 모습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독방 속에서, 여인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역시 연기는 얼굴빨이지."

백현화.

그녀는 천가을이 백청화로 변한 모습이었다.

"사장님 여체화...어, 음, 그 '창염'이라는 얼굴로 레즈보빔마를 연기한다?"

천가을은 상황을 너무나도 만끽하고 있었다.

"이게, 개연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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