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16 2부 8장 01
아아.
아아아.
[안녕하세요?]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미니피닉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에요. 방송은 또다시 엄청 오랜만인 것 같은데.]
푸른 하늘의 데스디나스.
원작 게임을 스트리밍하는 나 '하신라'의 플레이는 한동안 멈춰있었다.
그의 테라 여행기를 옆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동안, 나는 그가 혹시나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그의 몸에 계속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래서 게임할 시간이고는 전혀 없었다.
[남편 하는 일을 옆에서 같이 하다가, 이제 남편이 조금 휴식기에 들어가서 잠시 방송을 하려고 해요.]
방송이라고 해봐야 댓글을 읽지 않는다.
스트리밍 방송도 아니고, 그냥 U튜브에 플레이 영상을 드문드문 올리는 행위에 가깝다.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주 목적이 내가 게임 속 히로인들과 다시 관계를 맺는데 목적이 있다.
나는 이미 인게임에서 수많은 히로인과 관계를 맺었다.
이유나.
박라온.
김누리.
정슈리.
석하랑.
천가을.
선겨울.
그리고 간부로 따지면 펜릴, 아지다하카, 히드라와 관계를 맺었다.
남편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이들과 남자의 몸으로 주로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이게 게임인 이상, 남편이 내가 약하게 나오는 게임을 어떻게든 나로 게임 클리어를 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지금.
'이 때 아니면 또 언제 보비겠어?'
지금이야말로 히로인들과 본격적으로 보벼볼 때다.
뭐? 인게임에서의 지휘관은 남자가 아니냐고?
지금 그게 중요한가! 남편이 신경쓰지 않는 틈을 노려 히로인들과 보빌 수 있는데!
'물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는 하지.'
남자의 몸으로 자궁에 지휘관의 정액을, 마력을 불어넣는 마력공급은 몹시 생산적인 행위다.
하지만 '보빔'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보빈다고 마력이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세계가 더 평화로워지는 것도 안다.
'어느 세계에서는 큐브가 보빔을 권장할텐데.'
아쉽게도 인게임 속 세계는 보빔을 권장하는 세계가 아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남녀상열지사를 주장하는 세계다.
그리고 이미 내가 히로인들에게 소위 '좆맛'을 알려준바람에, 지금와서 보비려고 한들 히로인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지휘관님…. 그냥 자지로 박아주시면 안 될까요…?
분명, 적당히 보벼주려고 하다가 섹스를 해달라고 하겠지.
그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다.
그건 가짜보빔일 뿐, 진짜는 나 뿐만 아니라 나와 비비는 상대도 더 적극적으로 즐겨야만 비로소 진짜가 성립되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 그걸 받아줄 여인이 한 명 있다.
'히카리.'
광, 암, 환.
세 속성이 전부 A인 그녀는 성에 대한 관념이 열려있는 편이다.
성진국 출신이라서 그런지, 그녀는 정말 다양한 플레이를 하는데도 거부감없이 잘 받아준다.
그리고 인게임 속 히카리는 확실한 20세 이상으로 '합법'이다.
그러므로 히카리를 구한 다음, 히카리를 상대로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기 전에 먼저 비벼야 해.'
히카리를 구하기 전, 먼저 여자로서 만난 다음 히카리와 본방에 들어가야한다.
그러므로 그걸 위해서는….
"모스부호를 통해 SOS를 요청한 박사, 통칭 '프로페서'를 구출하고자 해요."
나는 부산에 있는 석하랑을 제외한 모두를 사무실로 모았다.
"그가 보내온 도움 요청 메세지를 확인해봤어요. 그냥 들으면 19금 ASMR이지만, 안에 있는 마력패턴을 분석하면 엄연히 메세지가 담겨있죠."
"사장님."
"네?"
"존대 안 하면 안 돼요?"
"네."
나는 유나-인게임 속 유나-의 말을 단칼에 거절했다.
"저는 존대를 하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려있어요."
"언니, 사장님 저러는 거 하루이틀이야? 그냥 연기에 집중하는 거라고 생각해."
"남자가 여자 연기를 저렇게 잘 할 수가 있나?"
"60억 분의 1인 사람이 정체를 숨기기 위해 뭔들 못하겠어요?"
나는 내 몸을 가리키며 실실 웃었다.
"좀 더 확실한 여장을 위해서라면, 저는 브라도 찰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이랍니다."
나는 부담감이 없다.
하지만 내가 백청화의 몸으로 돌아갔을 때, 주변인들은 눈을 손가락으로 찌를 것이다.
"사장님, 여장에 진심인 편이로군요."
"그래요. 지금 이렇게 구조 신호를 보낸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저는 진지하게 여장도 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고요."
히카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 사람을 우리 팀으로 영입하면, 분명 많은 것들이 달라질 거예요."
프로페서.
히카리가 합류하는 시점부터 우리 팀의 외적 능력이 크게 향상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덤터기를 쓰든 아니면 효율좋은 장비를 찾든 비싼 값을 치르고 장비를 사거나 개조해야 했지만, 히카리가 들어온 시점부터는 연구 투자만 이루어지면 새롭게 코어웨폰이라거나 배틀슈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그녀가 들어옴으로써, 우리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는 진정한 완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근데 사장님, 이 프로페서라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거임?"
누리의 질문에 모두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우리는 프로페서라는 자가 보낸 신호를 발견한 거지, 프로페서가 어디의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니 미끼를 던져야 한다는 거예요. 큥스부호, 어떻게 얻게 되었죠?"
"어, 그러니까. 유성이 가져온 성적 기구로부터…."
그렇다.
기구 자체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 그 기구를 만든 사람을 역추적하면 될 일.
"저는 유성의 회장님을 만나러 갈게요."
안타깝게도.
은유하는 밤에 만나야 한다.
은유하는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니까.
* * *
늦은 밤.
나는 유성의 자율주행차에 올라, 하유은이 이끄는대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으슥한 컨테이너 창고에 도착했다.
지글지글.
안에는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삼겹살 기름에 김치까지 올려서 굽고 있는지, 노릇노릇한 고기 냄새가 강하게 코를 자극했다.
"어서와, 스튜디오 오라클의 사장님."
거구의 남자는 소주 한 병을 옆에 놓은 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나를 맞이했다.
"내가 블랙 마켓의 회장님이야. 그래, 유성을 통해 얻은 성기구를 구매하고 싶다고?"
"은유하."
"뭐?"
블랙 마켓, 회장의 표정이 굳었다.
"나는 모든 걸 알고 있다. 뒤에서 괜히 비서인 척 하지 말고 앞으로 나와."
"칫…."
블랙마켓의 회장은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그는 안드로이드였고, 묵묵히 삼겹살과 구운 김치를 먹으며 이곳에 있었던 증거를 인멸하기 시작했다.
"슬슬 날씨가 많이 덥죠?"
내 뒤로 갈색의 정장을 입은 금발의 여인이 나타났다.
나는 몸을 돌려 그녀의 옆으로 다가섰다.
"본체로 오시다니, 의외인 걸."
"혹시나 해서 와봤어요. 당신을 상대로 뭔가를 숨기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은유하는 뚱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별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변태같은 말인데 답해도 좋아?"
"당신 변태인 건 다 알고 있거든요?"
"살내."
은유하가 소름끼친다는 듯 뒤로 물러났다.
"으으, 방금 진짜로 소름돋았어."
"안드로이드가 아무리 정교해도 사람 특유의 체향은 숨길 수 없지."
"진짜 변태에요?"
"농담이야. 체향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은 마력이야."
어떻게 마력으로 사람인지 아닌지 판별했는가.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
이건, 게임이니까.
"만나서 반가워, 유성의 회장님."
"우리, 이렇게 정말 자주 만나는 것 같네요."
"그러게. 세상 곳곳에서 너랑 만날 때마다 이렇게 인사를 나누지 않겠어?"
나는 은유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유은으로, 다른 은유하로 만나다가 이렇게 본체랑 직접 이야기를 나누니까 감회가 새롭네. 유성의 본가 밖으로 나오면서까지 나와 접촉하고 싶었어?"
"시끄러워요. 내가 당신과 만난 이유는 당신의 제안서를 면밀히 검토하고자 하는 바이니까."
은유하는 마도기어를 통해 꺼낸 화면을 손등으로 두드렸다.
"정말 이 사람이 유성테크의 주가를 30%이상 올릴 수 있는 사람이라 이거죠?"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상한가를 치게 만들어줄게."
"정말이죠? 저, 이거 당신에게 알려주면 정부랑 척지는 거예요."
"약속하지. 지휘관의 이름을 걸고."
은유하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손익 계산이 빠른 그녀가 이토록 망설이는 이유는 이 나라, 게임 속 헬조선의 정부 권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유하는 잘생긴 남자 편이지.'
"후우, 알았어요. 도울게요.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이 나라에는-"
"선의철, 소나무부대, 문신사."
"...다 알고 계시네요?"
"확인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네가 정말로 나와 한 배를 타려고 하는 건지."
나는 은유하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미 숱하게 내게 안겨본 그녀였지만, 본체가 이렇게 무방비하게 안기는 건 처음이었다.
"으읏…."
"3개월 내로 시총 150%로 올려줄게. 그리고 네가 걱정하는 선의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줄게."
"지, 진짜죠…?"
"물론. 그리고 기업 친화적 인물을 대통령으로 올리는 건 네 몫이고. 그쪽으로도 내가 최선을 다해 도울테니까, 나만 믿으라 이거야."
어차피 정부 쪽을 건드리려면 정치계의 히로인도 공략해야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사기 계약이 아니다. 어차피 지휘관이 유성의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유성의 기업 가치는 높아지고 있으니까.
"이럴 때 한국인들은 이런 말을 한다고 했어."
나는 은유하의 어깨를 붙잡았다.
"오빠 믿지?"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데요."
은유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으휴. 어쩌다 이런 남자랑…."
"유하야."
나지막하게, 점점 더 고개를 숙였다.
은유하는 끝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내게서 벗어나지 않았다.
츕.
처음은 가볍게.
어색해하던 은유하는 곧 자연스럽게 나와 혀를 섞기 시작했다.
이미 하유은을 통해 숱하게 살을 섞어왔지만, 그녀에게 있어 이 키스는 본체로 하는 첫키스였다.
이게 바로 경력있는 신입이라는 건가.
상황을 봐서 본격적으로 떡각을 잡으려면….
"그, 그만."
은유하는 나를 밀어냈다.
"그만해요. 손이 어디까지 가는 거야…?"
"가슴."
"아직 우리 그럴 사이 아니에요."
아직.
역시 허들이 높다. 나는 은유하의 볼에 키스를 한 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아?"
"겨, 결혼으로 책임질 거 아니면 생각하지마요. 입술은, 진짜 진짜 진-짜 많이 양보해준 거니까!"
역시, 비싼 여자다.
유성 기업을 위해 2천억이나 쓴 보람이 있다.
"그거라면 걱정마. 선의철 잡고 법을 바꿔버릴 거니까."
"법을…?"
"중혼 허용."
하렘에 진심인 편.
'나중에 허니문으로 모두와 보비는 그 날을 위해서.'
밤에는 쥬지로 박고, 낮이 되면 뷰지로 비비고.
그걸 위해서는 한 단계 과정이 필요하다.
"유성에서 지원 중인 청송특별교도소. 거기의 위치를 알려줘. 성기구 거기서 나온 거잖아?"
"거기는 범죄자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우리에게도 범죄자 하나 있잖아."
연기력 최고의 배우가 한 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