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912화 (912/1,497)

EP.912 [라노벨외전] 창천의 데스디나스 2권 외전 03

<사건 5> 하지만 할인에는 어쩔 수 없었고

"그럼 침대는 유성 걸로 할 까요?"

"응. 희안하게 침대는 잘 하네."

"은유하 씨 산하 계열은 아닙니다."

"과연."

시안과 라온은 침대 위에서 격렬한 식후 운동을 할 정도로 매트리스 위에서 방방 뛰었고, '이 정도면 누리가 써도 문제 없겠지'싶은 수준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실례했습니다."

"저, 너무 시끄럽게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호호, 아니에요."

시안과 라온은 모델하우스 처럼 꾸며진 밀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직원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직원은 흐트러진 둘의 옷차림, 그리고 10분이나 지난 시각을 확인하고 다 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역시, 신혼부부라서 그런지 남다르시네요! 오호호!"

"...저, 신혼부부는 아닙니다만."

"어머! 그러면 동거?! 미리 살림을 준비하고 계신 건가요?!"

"그, 그런 건 아니....인 건 아닌가."

시안이 머리를 긁적였다. 동거는 아니지만 살림 살이를 새로 마련한다는 말은 분명 틀린 말은 아니었다. 라온이 침대를 가리키며 직원에게 물었다.

"저걸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적혀 있지 않아서...."

"카탈로그입니다!"

직원은 싱글벙글 웃으며 침대의 카탈로그가 담긴 데이터를 전송했다. 홀로그램으로 떠오른 디지털 쇼룸 속, 둘이서 방금 누웠던 침대의 가격을 확인한 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침대가 무슨...?"

"9가...몇 개...?"

"헤드부터 프레임, 매트리스까지 코어 공정에 의해 주문 제작되는 프리미엄 상품입니다!"

직원은 싱글벙글 웃으며 둘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치 '설마 거기서 그 짓을 해놓고 안 살 생각은 아니겠지?'하는 눈빛이었다.

"자, 잠시만요. 이거 지금 내 탄환 하나 값을 훌쩍 넘는데?"

"시안. 아무래도 저희가 고른 게 제일 비싼 침대인 것 같습니다...."

라온은 침대의 금액을 보고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2천원 짜리 컵라면도 사치은 라온에게, 수백만원에 호가하는 최고급 침대는 사치를 넘어 별 세계의 물건이었다.

"라온아."

"네."

"돈 신경 쓰지 말고, 누웠을 때 편했어?"

"......엄청 편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시안. 아무리 그래도 너무-"

"손님, 참고로 말씀드리자면요...?"

직원이 시안의 앞에 달라붙어 씩 웃었다. 삽시간에 결제를 누가 하는 지 파악한 직원은 공중에 띄운 숫자를 손으로 강하게 쳤다.

"저희가 새학기 행사 중이라, 가구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0% 할인 하거든요?"

"...."

"거기에 어머나! 유성멤버십에 가입하면 7% 청구 할인에, 12개월 무이자 할부! 그리고 이게 정말 중요한 건데요...."

직원이 누가 들을새라 소리를 낮췄다.

"지금 5월에 결혼할 예비 신혼 부부들을 위한 신혼 살림 할인 행사 중이라, 40% 특별 디스카운트가 들어간답니다? 선착순으로 50쌍인데...."

직원이 숫자를 조정했다.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아직 14쌍 예비 부부 분들께서 혜택을 받지 못하고 계시거든요. 혹시...?"

"잠시만요."

시안이 앞자리가 2로 바뀌는 순간, 눈을 빛냈다.

"들어가서 한 숨 자고 와도 되겠습니까?"

"어머...."

직원이 한손을 볼에 붙이며 쑥쓰러운 듯 웃었다. 난감한 듯 웃고 있지만 손은 밀실의 문을 열고 있었다.

"시, 시안?"

"따라와."

시안이 라온을 뒤에서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라온은 한팔 뿐인 시안에게 등을 떠밀려 다시 밀실로 들어왔고, 밖에 있던 직원은 호호 웃으며 문을 닫았다.

끼익, 철컥. 자동문이 닫히며 걸쇠가 걸렸다. 이제 밖에서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는 진정한 밀실이 되고 말았다.

"라온아."

시안이 헛기침을 하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우리 잠깐 여기서 쉬고 갈까?"

* * *

꿀맛같은 휴식 뒤, 약 한 시간 가량을 밀실에서 보낸 둘은 직원의 명함을 받고 도망치듯 침대 매장을 떠났다. 푸드 코트에서 간단히 요기를 해결하고, 사무실로 귀환하자는 라온의 소매를 잡아끌고 시안은 새로운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안. 여기는...?"

"집은 유준 형님이 알아서 구해올테니, 이제 옷 사야지."

의류 매장 앞. 시안은 제 코트를 벗어 라온에게 입히려 했다. 라온은 한사코 손을 흔들며 사양했다.

"시, 시안! 그랬다가는 당신의 팔이!"

"내 팔 흉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시안은 어떻게든 스스로의 힘으로 코트를 벗으려 했지만 낑낑거리며 힘겨워했고, 결국 라온이 옆에서 벗겨주고 나서야 제 목표를 달성했다.

"입어."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잖아."

시안은 얼굴을 붉히며 전신 거울을 가리켰다. 라온은 코트를 팔에 건 채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다.

몸에 착 달라붙은 하얀 긴팔 셔츠. 흉부에 의해 셔츠가 들려 배꼽 아래가 살짝 드러나고, 하반신의 청바지는 스키니 수준을 넘어 레깅스에 가까울 정도로 꽉 조였다.

"...아!"

라온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시안의 코트로 배를 가렸다. 라온의 얼굴이 벌겋게 익고,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단전을 가렸어야 했는데."

"......."

"불찰입니다. 끄으응!"

라온이 낑낑거리며 제 티셔츠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잡고 있을 때는 배꼽을 간신히 가렸지만, 그 상태도 남들 앞에서 차마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시안은 그저 코트를 입으라, 그리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시 뒤.

"따뜻합니다."

"오더메이드니까."

라온이 시안의 코트를 입고, 시안이 오른팔의 빈 니트를 묶었다. 주변 남자들과 여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제 코트로 봉인하는 데 성공한 시안은 속으로 안도하며 라온을 이끌었다.

"시안. 그러니까 옷은...."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좋은 거 입어야지."

시안은 단말을 꺼내 왼손으로 조작하며 프로필을 하나 꺼냈다. 라온이 눈을 반쯤 감으며 시안에게 의도를 물었다.

"이건?"

"예전에 바디슈트 착용했을 때 측정한 3 사이즈."

"......그걸 왜. 아니, 잠시 기다리십시오."

라온은 시안의 데이터베이스 속 제 프로필을 잡아당겨 수치를 조정했다. 시안은 그걸 눈으로 슬쩍 보고 경악했다.

"뭐...."

"제가 D등급으로 올랐잖습니까?"

라온이 시안의 옆에서 코트 앞을 슬쩍 들어올렸다. 명백히 '보여주는' 행위에 시안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원래는 C였는데...허리가 1인치 줄었습니다. 이게 다 시안 덕분입니다."

"뭐? 아니, 잠깐. 그게 가능해?"

"배에 있던 지방이 마력이 차오르면서 서서히 타기 시작한 겁니다. 덕분에 이렇게 선도 예전처럼 선명해졌습니다."

라온은 제 명치부터 배꼽까지 손가락을 그었다. 일자로 내려가지 않고 휘었다가 크게 요동치는 파장에 시안은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만약에 다음번에 슈트를 제작한다면 치수 조종이 필요할 것 같아서 미리 알려드린 겁니다만.... 시안? 시안?"

"......고마워."

정말 여러모로 고마웠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시안이 멎쩍은 듯 웃자, 라온은 제 아랫배에 손을 살포시 겹치며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이게 다 시안이 제 안을 가득 채워준 덕분입니다."

"......."

딱히 틀린 말은 아니어서, 시안은 뭐라 반박하지 못했다. 시안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의류 매장 안쪽을 가리켰다. 남성용 의류 매장은 가뿐히 지나친 시안은 라온과 여성복 전문점을 앞에 두고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단말을 꺼냈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봐. 아무래도 여자 옷은 여자가 고르는 게 낫겠지. 지금-"

"시안."

라온이 시안의 말을 끊었다.

"지금부터 제게 사주실 의류는 전부 시안이 사주시는 겁니까?"

"으, 응. 그런데?"

라온이 눈을 빛냈다.

"그럼 그건 시안이 사는 옷을 제가 빌려 입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 길드 경비로 지출되는 겁니까, 아니면 시안이 자비로 사시는 겁니까?"

"...아무래도 내 자비를 써야겠지?"

"그럼 굳이 다른 분들을 부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라온이 시안의 단말을 빼앗아 코트 안으로 집어넣었다. 라온은 상사의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듯, 시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똑부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길드 비용으로 지출하는 비품이라면 도의적으로 다른 분들의 의견을 구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저 시안의 개인 물품을 사는데 굳이 그들을 부를 것 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시안 당신의 개인 비품. 사비로 사는 것을 두고 다른 팀원들을 부를 것 까지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내...물건인가? 그게?"

"예. 당신의 물건입니다. 제가 '빌려 입는 것'일 뿐."

라온이 팔을 교차하며 코트 앞을 잡아당겼다. 키가 거의 비슷해 눈높이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라온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움츠린 자세로 눈만 시안을 향해 들어올렸다.

"시안은 여자 옷은 여자가 고르는 게 낫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리자면...."

라온이 시안의 지척까지 다가와 발꿈치를 들어, 그의 귀에 속삭였다.

"저도 여자랍니다?"

"아, 시안. 흰 와이셔츠는 어떻습니까? 반투명한 것으로."

"잠옷도 몇 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착해봐도 되겠습니까?"

"스타킹? 검은 것과 흰 것, 어느것으로 하면 좋을지.... 아, 둘 다? 역시 시안은 현명합니다."

"끄응, 시안. 방금 고른 속옷, 가슴이 좀 꽉 낍니다. 잠깐 들어오셔서 도와주시는 게...."

"시안? 시안? 예? 하유준 씨가 불렀...시안!"

탈의실 안으로 잡혀들어가기 직전, 그는 코트를 챙겨 도망쳤다.

* * *

<사건 6> 고문

후안의 카페에서 몰래 땡땡이를 치던 하유준은 그대로 다시 일을 하러 떠났고, 차를 몰아 적절한 길드 하우스 건물을 물색했다.

한창 길드 하우스를 찾아다니던 그에게 시안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고, 유성백화점에 주차한 그는 주차장에서 벌벌 떨며 기다리고 있던 시안을 조수석에 태웠다.

"너 라온이랑 같이 다니지 않았냐?"

"...카드 주고 옷 사라고 했어요. 으으으."

시안은 방금 전까지 있었던 자신의 고충을 토로했다. 라온과 옷을 사러 다니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라온은 시안이 고른 옷들을 챙겨 하나 하나 갈아입으며 의견을 물었다.

그 중에는 노출이 심한 것도 있었고, 졸지에 탈의실에서 있었던 패션쇼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더니, 끝에는 속옷 매장에서 시안에게 도움까지 요청하더라.

"응. 그런데 왜 떨어졌냐고."

"속옷만 입고 탈의실 안에 들어와서 벗는 것 좀 도와달라고 하는데 제가 어떻게...."

"아, 그래."

하유준은 코웃음을 치며 차를 외곽으로 몰았다. 시안은 라온에게 '하유준과 길드 하우스를 급히 보러가게 됐다'며 거짓말을 했고, 하유준은 시안을 불쌍히 여겨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 동참했다.

라온에게는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도 먹고 살아야 했다.

"괜히 백화점에서 성희롱 사고 나는 것보다는 낫지. 잘했다."

"역시 잘한 거겠죠...?"

삑. 시안의 단말이 울렸다. 라온의 메세지였다. 단말을 조작해 메세지를 눈앞에 띄운 시안은 걱정이 되어 연락을 받았다.

"혹시 무슨.... 힉."

[잘 어울립니까?]

시안은 메세지 속 사진을 보자마자 스크린을 손으로 흩뿌렸다. 하유준은 정면을 응시하며 곁눈질로 아직 사라지지 않은 사진을 확인했다.

"대체 무슨 사진을-

끼이이익! 하유준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다행히 뒤따라오는 차는 한 대도 없었지만, 하유준은 금방이라도 시안의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너, 너, 너 누님이랑 이런 관계였냐?!"

"...저도 당황스러우니까 진정 좀 해주시겠습니까?"

시안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단말을 만지작거렸다. 잘못 본건가. 시안은 침을 꿀꺽 삼키며 단말을 엎었다.

위잉-

새로운 메세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도 라온이었고, 둘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나, 난 안 볼 거야."

하유준이 핸들을 두 손으로 붙잡고 정면을 응시했다. 곁눈질로도 쳐다보지 않는 하유준의 단호한 태도에 시안은 속으로 안도했다.

'안도?'

내가 왜 안도를 하지. 시안은 잠시 속으로 고민하기는 했지만, 곧 합리적으로 스스로를 세뇌시킬 정답을 도출해냈다.

'나한테 의견을 물었으니까.... 남한테 보여주면 안 되는 거지.'

라온은 자신에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것에 대해 천연 속성이라거나.

꿀꺽.

시안은 군침을 삼키며 메세지를 열었고,

[이 디자인은 별로입니까?]

'진보라!'

시안이 스크린을 보자마자 바로 쳐냈다. 하유준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뭐냐, 라온 누님이랑 너랑 무슨 관계인지는 내가 끼어들 건 아닌데...."

하유준은 안쓰러운 얼굴로 시안에게 동정을 보냈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말이다, 하나하나 답장 보내주는 게 낫다고 본다."

"형님 미쳤어요?"

"...이래서 동정 새끼는 안 돼."

하유준은 시안을 멸시하며 뒷자석을 가리켰다.

"야, 뒷 자석으로 꺼져. 그리고 나한테 신경쓰지 말고, 라온 누님 사진에 코멘트 다는 거나 집중해."

"이, 이걸 뒤에서 하라고요?"

하유준이 손을 뻗어 조수석 문을 열었다. 당장 뒷 좌석으로 가지 않으면 발로 차버릴 기세에, 시안은 엉덩이에 불이 난듯 안전벨트를 풀고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 진짜로 답장을 해야합니까, 이거?"

"당연하지."

하유준은 차의 시동을 다시 걸었다. 목소리는 어딘가 살짝 날카로운 것 같았다.

"예쁘다, 잘 어울린다는 기본이고 사진 하나하나에 영혼을 가지고 답장 달아. 알겠어?"

"......?"

"알겠냐고오!"

왜 이 아저씨가 성질이지. 시안은 불똥이 튀기 전에 고개를 아래로 처박고 단말을 조심스럽게 켰다.

"......하아."

서서히,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이 시안의 단말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부럽게시리."

그래서 하유준이 핸들을 꾹 쥐고 부들부들 떨며 이를 가는 것을, 시안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잠시 뒤.

시안이 잠시 화장실을 가겠다 하여 인근 공원에 차를 세운 하유준은 곧장 라온에게 전화를 걸었다.

[...뭡니까? 시안 데려갔으면서.]

"그, 누님. 정말 죄송하지만...."

하유준은 변명을 했다. 자신이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라는 것. 조수석에 태우고 움직이다가 실수로 한 번 보게 되었다는 것. 열과 성을 다한 사과에 라온도 목소리가 살짝 풀렸다.

[당신이 왜 그렇게까지 미안해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괜찮습니다. 그보다 어울렸습니까?]

"예...부러울 정도로....."

[네? 그, 그러니까 그 말씀은 부러울 정도로 제가 시안과 어울, 아닙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꽈아악. 하유준은 라온의 눈에 띄지 않게 핸들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끝에 핏기가 가실 정도였다.

"...뭐, 좋습니다. 그보다 누님.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뭐, 뭡니까? 서, 설마 그런 오해는-]

"아무리 그래도 그런 사진을 보내는 거, 유출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조심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하유준의 걱정은 지극히 당연해보였다. 혹시나 시안이 엄한 마음을 먹을 경우, 라온은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후후, 괜찮습니다. 저는 시안을 믿습니다.]

"그게 단지 믿는다는 말로 끝내도 좋을지...."

[저는 시안에게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만약 시안이 그걸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유준은 침묵했다. 라온의 시안에 대한 믿음은 무서울 정도로 굳건했다.

[당신도 그렇지 않습니까? 유성에 충성하는 것.]

"아. 저는 말이죠."

하유준은 씁쓸하게 웃었다.

"돈에 충성하는 사람인지라."

"그래도 누님. 암만 그래도 사진까지 보내는 건...."

[후후, 유준 씨. 육탄 공격이 통하지 않는 타입이잖습니까.]

"그건 그렇죠."

[사진으로 보내면 언젠가는 저장해서 두고두고 볼 것 아닙니까?]

"......와."

하유준은 탄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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