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06 [라노벨외전] 창천의 데스디나스 2권 023
"자, 차 한잔 드시게."
20대 아가씨, 아니 미소녀, 아니 아줌마? 정체를 종잡을 수 없는 흑단발 여성은 테이블 위에 놓인 잔을 들어올리며 시안에게 건배를 제안했다. 시안은 그가 언급한 '차'의 상태를 보고 무릎이 절로 오므려졌다.
"이거 맥주 아닙니까?"
정체불명의 미소녀는 도끼눈을 뜨고 엄포를 놓았다.
"어허, 보리차일세."
"암만 봐도 거품이 한가득인데요."
"탄산수 모르는가? 에잉, 젊은이가 눈치는 개똥이구만."
그는 입맛을 다시며 홀로 잔을 들었다. 시안은 하는 수 없이 맥주잔을 들어 여성과 유리잔을 부딪혔다.
"그렇지, 첫 잔은 짠이라네. 허허!"
벌컥, 벌컥. 여성은 한 번에 보리차를 들이켰고, 시안도 고개를 돌려 쭉 들이켰다.
"...보리 맛이 나긴 하네요."
"보리차지. 그 누가 협회 본부에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말인가? 허허."
"알코올도 함유된 것 같습니다만."
"2천억을 쾌척한 것 치고는 자네, 참 잘도 따지고 드는 구만! 그렇게 그릇이 작아서야, 다른 쪽은 안 봐도 훤하겠고만! 흐흐."
여성은 낄낄대며 테이블 아래에 있던 캔을 꺼냈다. 아담한 손으로 교묘히 상표는 가렸지만, 시안은 그게 꼭 누리와 함께 마셨던 그 날의 맥주캔과 똑같은 디자인의 상표임을 상기했다.
"이제는 캔맥주까지?"
"아 글쎄 보리음료라니까! 엉?! 나 때는 말이야, 이 정도는 음료는 커녕 물이었어, 물!"
시안은 속으로 여성에 대한 호칭을 정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연령대를 파악하기조차 힘든 상대는 제로니모나 라스푸틴 이상 가는 '꼰대'의 기질이 역력했다.
그렇다면 대응 방법은 간단했다. 일단 적당히 맞춰주고 자리를 피하자. 시안은 빈 잔을 공손히 뻗었고, 음료의 캔뚜껑을 따던 꼰대는 반색하며 빈잔을 채웠다.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뭐든지 물어보시게. 총각에게라면 이 늙은이 3 사이즈도-"
"누구십니까?"
시안의 물음에 꼰대의 손이 굳었다. 알딸딸한 취기가 한번에 가시기라도 한 듯, 꼰대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쪼르르.
"으악?!"
꼰대의 손이 빈잔을 따르던 그대로 멈춰버린 바람에, 시안은 넘치기 시작한 유리잔을 황급히 내려놓았다.
"넘치잖아요!!"
"......어떻게 이 땅에서 나를 모를 수 있지?"
"모르니까 묻는 거 아닙니까?"
시안이 입술을 부루퉁 내밀며 되묻자, 꼰대는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건지 캔을 테이블 위에 바르게 올렸다. 그러면서도 쏟아진 보리차-알코올 함유-를 바라보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조금 더럽긴 하지만."
꼰대가 검지로 테이블에 쏟아진 보리차를 찍었다. 곧 그의 검지 끝에서 금색 마력이 피어오르더니, 테이블에 쏟아진 보리차가 두둥실 떠올라 그의 빈 잔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허."
시안은 그 대단하고도 몹쓸 광경에 코웃음을 쳤다.
"이 정도 마력 컨트롤은 S급이나 되어야 할 수 있는 건데."
"그야 내가 S급이니 그런 거 아닌가. 후후."
네가? 시안은 턱밑까지 차오른 말을 겨우 삼켰다. 한국에 '현재 S급'인 이능력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그 중 '여성'인 이능력자는 설화공주 석하랑과 더불어 단 둘 뿐이었다.
"설마 당신이 광ㄱ-"
"그 이상은 말하지 마시게."
꼰대는 검지를 뻗어 시안의 입술을 눌렀다. 보리차가 묻은 검지는 시안의 입술을 촉촉히 적셨고, 시안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뒤로 뺐다.
"...좋습니다. 그럼 뭐라고 불러드리면 되겠습니까?"
상대의 정체를 알아버린 이상 시안도 막무가내로 말을 놓을 수는 없었다. 꼰대는 달라진 시안의 태도에 키득거리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허윤화라고 부르시게. 이름 부르기 뭣하면 누님도 좋고! 허허!"
"별로 숨길 생각 없으신데 왜 그러셨습니까?"
"그야 나도 예쁜 이름 두고 이명으로 불리기 싫거든, 흐흐."
허윤화. 한국의 S급 히어로이자, 신서울의 수호자. 시안은 드디어 기억을 떠올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네. 광검(光劍) 님."
"......거 재미없는 친구구만. 좋네. 호칭 따위야 어떻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허윤화는 뚱한 얼굴로 넥타이를 슬쩍 풀었다.
"그러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세."
허윤화가 마도기어를 조작해 문을 잠궜다. 시안은 졸지에 허윤화의 방에 갇히게 된 상황에 눈을 좌우로 굴리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다.
"저, 저기? 갑자기 이러시면 저 곤란-"
"<연금술사>께서 이 먼 땅에는 무슨 일인가?"
정말로 본론으로 들어간 허윤화의 말에 시안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 * *
시안이 나잇값 못하는 미소녀(겉모습)에게 감금된 그 시각, 석하랑에 대한 면접은 이제 최종 국면을 맞이했다.
"......흐끅."
석하랑은 딸꾹질을 하며 눈물을 삼켰다. 원탁 히어로를 모집할 때의 면접도 이정도로 빡시지 않았는데, 유나-누리-라온의 삼각편대는 석하랑을 눈물 쏙 빼게 만들 정도로 거세게 압박했다.
- 왜 하필 다른 외국계 길드 놔두고 아저씨 길드를 선택한 거죠?
- 왜 한 번 까이고 번호 차단까지 당하고도 시안 님 길드를 들어오시려고 하시나요?
- 아무리 S급이라도 이렇게 다짜고짜 들어오겠다고 하시면 되는 겁니까?
- 혹시 설화공주 님 아저씨한테 첫눈에 반했거나 그런 건 아니죠?
- 의심되는데요. 굳이 신서울에 오셔서 저희 스튜디오 찾으신 이유도 설마....
- 그러고보니 시안이 그 때 얼굴 프로필도 같이 올렸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혹시...?
- 그런 거 아니라고요!!
차라리 적당적당히 넘어가주던 시안이 나았다. 석하랑은 눈가에 흐른 눈물이 티가나지 않게 기화시킨 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작전 회의에 들어간 셋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흠흠. 죄송합니다."
가운데 앉아있던 유나가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환기했다. 어느덧 세 면접관은 최종 결정을 내린 눈치였다.
"난 찬성."
누리가 가장 먼저 손을 들어 제 결정을 밝혔다. 그는 석하랑의 길드 가입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S급 한 명 이미 있는데 둘이라고 뭐 큰 문제 있음? 오히려 잘 됐지. 어차피 나중에 뒷감당 하느니, 지금 크게 홍역 치르고 넘어가는 게 낫지 않음? 난 그렇게 생각해."
찬성 1표. 누리는 석하랑의 영입에 따른 파장에 대해 그닥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제 최종 결론은 '반대'입니다."
맞은편의 라온이 확고히 의사를 밝혔다. 의외로 그는 석하랑의 영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갑자기 설화공주 님이 저희 길드-대외적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온다고 알려지면 가십이 끊이질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 어떤 길드도 선택하지 않은 설화공주 님께서 갑자기 어딘가에 소속된다고 하면, 분명 세간은 시안과 설화공주 님을 두고 '어떤 생각'을 하기 마련일 겁니다."
라온은 누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긴 '파장'을 과하게 걱정했다. 실제로 그로 인한 여파와 가십에 대해서는 누리도 어느정도 인정할 정도였다.
"그건 설화공주 님 본인도 잘 알고 계시잖습니까?"
"......네. 아마 한 달 이상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거예요. 무슨 관계냐, 돈으로 고용된 거냐 등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도 있을테죠."
석하랑 본인도 구설수가 생길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남들 모르게 조용히 움직이고자 했다.
"그래도 저는 지금 말한 것에 후회하지 않아요. 이번이 아니면 또 만날 기회는 없을 테니까."
부산에서 신서울로 올 이유가 없었기에 '일부러' 서울 수복 작전에 참여를 희망했고, 이제 목적을 다했으니 부산으로 다시 내려가기 하루 전에 승부를 보려고 급하게 움직였다. 그 절박함에 라온의 결심이 흔들렸다.
"...좋습니다. 그럼 저는 유나에게 판단을 맡기겠습니다."
찬성 1표, 반대 1표. 라온은 유나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럼 이제 언니 선택에 달렸네?"
"그러게."
유나는 무심한 눈빛으로 테이블위에 올려진 커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석하랑은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는 유나가 순간적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지 않겠어요? 나중에 어찌되든."
유나는 커피를 홀짝이며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어떻든 간에 S급 전력이 생기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유나는 굳은 석하랑을 향해 포근히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시안 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만약에 설화공주 님과 오해가 없었다면 그대로 영입했을 거라고. 이미 영입할 의사를 가지고 계신데, 그걸 두고 제가 왈가왈부하기는 그렇죠. 대신 이것만 명심해줘요."
유나는 따스한 봄날의 햇살 속에 핀 개나리꽃처럼 화사한 미소로 석하랑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시안 님의 첫번째는 저라는 걸."
"......."
무슨 의미일까. 유나를 제외한 셋의 속마음이 복잡해졌다. 유나는 허리를 반듯이 세우며 가슴을 쭉 앞으로 뻗었다.
"이건 양보할 수 없어요. 시안 님의 처음은 저라는 걸."
그러니까 무슨 의미냐고.
* * *
"......그렇다는 겁니다."
시안은 굳은 얼굴로 자신이 한국에 온 이유를 밝혔다. 그의 목덜미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검이 목젖을 찌를 것 처럼 겨눠져 있었다.
"진정으로 그런 이유인가?"
"네."
알코올 함유 보리차를 몇 캔이나 들이마셨던 허윤화는 취기 한 점 없는 얼굴로 시안을 추궁했다. 시안은 담담하도고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제 의사를 확고히 밝혔다.
"이유를 모르겠군. 그런 의도라면 굳이 이 나라가 아니라도 괜찮지 않은가?"
허윤화는 눈썹을 찌푸렸다.
"단지 자네의 말을 잘 들을만한 이능력자들을 모집하기만 하는 거라면, 자네가 활동하던 미국도 충분히 좋은 곳 아닌가?"
"맞는 말씀입니다. 어떤 나라-설령 중동이나 아프리카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나라를 선택한 이유는...."
시안은 마도기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눈을 깜빡였다. 고개는 차마 검 때문에 끄덕일 수 없었다. 허윤화는 허튼 이유가 나오는 즉시 시안의 목을 날려버리리라 다짐하며 검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조금만 거짓의 기미가 있어도, 베어버릴 것이다. 허윤화는 이미 처음부터 진실만을 말하라 으름장을 놓았다.
"네트워크 속도가 세계에서 제일 빠른 나라 아닙니까?"
"......?"
"제가 있던 미국도, '여왕'이 살고 있는 영국도 한국의 정보통신망 인프라를 따라가질 못하더군요. 그게 좁은 땅에 비해 높은 인구 밀집도 때문인지, 아니면 그 '빨리빨리 근성'이라고 하는 것 때문인지는 알수 없지만 저같은 연구자에게 있어서는-"
"아, 알겠네. 그만해면 됐네."
허윤화는 질색한 얼굴로 검을 소멸시켰다. 반딧불이 퍼지듯 사그라드는 검을 보며 감탄하던 시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왜 그러는가?"
"아, 아뇨. 그냥...."
착각인가. 대수롭지 않게 사용한 기술이기는 하지만, 분명 가웨인과 비슷한 낌새가 느껴졌다.
'착각이겠지.'
시안은 날카롭게 벼려져있던 분위기가 누그러짐과 동시에 긴장이 풀렸고, 동시에 자신이 복도를 돌아다니던 목적을 깨달았다.
"...실례지만 이제 좀 가봐도 되겠습니까?"
"응? 무슨 소리인가?"
문제는 상대도 긴장이 풀렸다는 것. 허윤화의 얼굴에 다시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마실 시간인데. 이야, 서울에서 있었던 소탕 작전을 그냥 귀동냥으로 들으니까 내 몸도 달아올라서 말이야. 제자 말로는 자네가 작전을 전부 설계했다고 하던데, 그 이야기를 본인에게 들어야 하지 않겠나?"
"제자?"
"하랑일세. 얘기하지 않던가?"
"안했는데요. ...혹시 협회에서 요청했다는 게?'
"날 세. 이야기 좀 나누자고 제자한테 좀 졸랐지. 후후."
제발 그 얼굴에 그 목소리로 나이든 티를 내지 말아달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시안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화장실 급합니다!"
"음? ......아하. 그렇군."
허윤화가 오묘한 얼굴로 실실 웃었다. 주변에는 빈 깡통이 널려있었다.
"그럼-"
* * *
잠시 뒤.
간신히 요의를 해결한 시안은 왼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하며 열을 내렸다. 허윤화는 어느새 긴장이 풀렸는지 껄껄 웃으며 캔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시안은 짜증어린 눈빛으로 허윤화가 넘기는 맥주를 노려봤다.
"아주 시원하게 넘기십니다?"
"자네도 아주 시원하게 하더구나. 역시 서양인이라 그런가?"
"성희롱으로 신고하겠습니다."
"신고하시게! 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네!"
허윤화는 귀를 쫑긋 세우며 까딱거렸다.
"...내가 괜히 여기 화장실 쓴다고 해가지고."
수치스러워진 시안은 홧김에 남은 보리차를 전부 입에 털어넣고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제 정체는 어떻게 아신 겁니까?"
"연금술사 말인가?"
"예. 현재 이 나라에 제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습니다."
시안의 말이 내포한 의미를 허윤화는 금방 눈치챘다.
"자네, 지금 그 한 명이 내게 알려주지 않았나 의심하는 거구만. 혹시 입이라도 막을려고 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걱정마시게. 나는 다른 루트로 자네의 정체를 알고 있으니."
시안을 더 고민에 빠지게 만든 설명이었다.
'그 다른 루트가 뭔데.'
시안은 당장에라도 추궁하고 싶었으나, 상대는 한국 최강의 영웅이자 S급 히어로. 차라리 원탁 관계자라면 적당히 구슬릴 수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허윤화는 시안과 일면부지의 관계였다.
그래서 더 헷갈렸다. 도대체 이 여자가 내 정체를 핀포인트로 알고 있는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한 가지 내기를 하도록 하지."
허윤화는 검지를 들며 공언했다.
"내 제자, 설화공주 석하랑을 SS급으로 만들어보시게. 그럼 내 자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지."
* * *
"왠지 마지막이 가장 큰 목적이었던 것 같은데."
시안은 구시렁거리며 복도를 걸었다. 화장실을 가려다가 갑자기 잡혀가 보리차-아무리 생각해도 술이었던 그것-을 나누었던 광검 허윤화는 '제자를 잘 부탁한다'며 시안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사제지간인가."
잊고 있었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석하랑에 대해 신경을 쓰기도 전에 이미 시안은 서울 수복 작전과 지하 소탕 작전으로 온 정신을 쏟고 있었고, 또 돌아왔더니 2천억의 기탁금과 석하랑의 영입 희망으로 골머리를 썩혔다.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시안은 생각해둔 변명거리 하나를 속으로 되뇌이며 일행이 기다리고 있을 문을 열었다.
"어떻게, 충분히 논의는 했어?"
"......."
유나를 위시한 일행은 멀찍이 떨어져 서로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시안이 가끔 자리를 비울 때마다 유나-라온-누리 트리오가 가끔 저러는 걸 보고는 했지만, 이제 거기에 석하랑까지 콰르텟으로 눈싸움을 할 줄은 몰랐다.
"어, 음, 유나야. 결과는?"
"......과반수 이상 찬성이요."
"그래? 축하해요, 석하랑 씨. 우리 길드원이 된 걸."
"......저기요."
석하랑은 가시돋친 목소리로 말했다.
"행여나 나 꼬시려고 들지 마요. 알겠어요?"
"......갑자기 뭔 소리래?"
"나, 나는 절대 당신한테 안 넘어갈 거니까!!"
"술 마셨나? 갑자기 왜 이래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들었죠! 이유나 씨! 난 이 남자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어요!"
"그건 그거대로 상처입는 말이기는 한데 갑자기 이 사람 왜 이러는 거야?"
시안이 트리오에게 답답한 얼굴로 물었다. 그는 석하랑이 왜 그런 말을 하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아저씨 알면 다침."
"...그냥 그런 게 있습니다."
누리와 라온은 얼버무렸고, 시선을 피하던 유나는 코를 킁킁대다가 눈을 크게 떴다.
"시안 님에게서 술이랑 여자 향수 냄새가 나는데요...?"
" "
오찬 식사를 위해 협회의 직원이 오기까지, 시안은 오해를 푸느라 갖은 애를 먹었다.
"오해다."
"그러니까 오해라고."
"그냥 지나가다가 왠 꼰대한테 잡혀서 보리차 마시면서 이야기만 나눴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