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95 [라노벨외전] 창천의 데스디나스 2권 012
새벽 사이 기습적으로 진행된 '지하 소탕 작전'.
자고 일어난 사이 서울에서 들려온 낭보에 신서울 주민들은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당히 의아해했다.
어떻게 서울에 지하도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어떤 이유로 발견하였는가? 또 어떻게 괴인들이 지금까지 서울 지하도에 숨어 살고 있었는가?
야밤에 펼쳐진 작전을 두고 온갖 음모론이 펼쳐졌지만, 언론에서는 체포된 괴인들이 저지른 범죄의 온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대중의 눈을 돌렸다.
연쇄살인, 납치, 장기밀매 등등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들의 신상이 매스컴을 타며, 대중의 시선은 자연스레 '누가 어떻게 지하도 속 괴인을 발견했는가'에 대해 멀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방면으로 관심이 더 쏠리기도 했다.
- 지하에 괴인이 사는 위험한 곳에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실습 보낼 수 있죠?! 당장 돌아오게 하세요!
...히어로 아카데미 실습생들의 학부모들은 당장이라도 서울로 올라갈 기세였고, 아카데미 측에서도 유감을 표명하며 학부생들의 조기 귀환을 추진했다.
아침부터 들끓는 여론에 기습 작전을 펼친 총책임자, 설화공주 석하랑은 서울에서 직접 생방송으로 기자회견을 자처하였다.
- 제 13차 서울 수복 작전을 더이상 진행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 금일 07시 00분을 기점으로 모든 인원이 신서울로 귀환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디 며칠을 머무르면서 괴수를 소탕한다는 서울 수복 작전은 하루에 그쳤으나, 석하랑을 필두로 한 히어로들은 그 이상의 쾌거를 이루었다.
졸지에 실습이 강제로 취소된 학부생들은 그대로 짐을 싸서 신서울로 귀환하여야 했고, 그 기나긴 행렬 가운데는 시안 일행도 있었다.
* * *
<3월 2일 오전 8시, 신서울행 고속도로.>
"학부생들 지금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네요."
유나는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기들이었던 이들의 반응을 살피며 우려했다. 운전대를 잡고 천천히 차를 몰던 시안은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고 있는지 의아해했다.
"뉴스에서는 그냥 침착하게 응답하던데? 막 아쉽다, 잘됐다 그러더니."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중요하니까 인터뷰는 착하게 하죠. 실제로는 좀 다르지만."
조수석에 앉아있던 유나가 운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스크린을 비췄다. 캡처된 대화방에 시안이 정황을 깨달았다.
"아하. 친구한테 전달받고 있구나?"
"얘가 일방적으로 전해주고 있기는 하지만요."
난감한 듯 웃으면서도 유나는 'ㅋㅋㅋㅋㅋ'과 사진밖에 없는 대화방에 하나하나 답문을 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시안은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은근슬쩍 상대에게 관심을 가졌다.
"동기 누구야? 남자?"
"......시안 님이 그걸 왜 물어보세요?"
살짝 차가운 유나의 말에 시안은 숨을 삼켰다. 시선을 차마 마주치지 못하겠다는 듯 앞차의 꽁무니만 노려보던 시안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아닌 변명을 했다.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혹시나 좋은 인재면 영입할까 싶어서...."
"여자애고, 이미 길드 등록되어있어요. 잠재력은 B급인데 현재 C급."
"아, 그래?"
가라앉아있던 시안의 목소리에 활기가 돌았다. 유나는 애써 시안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였지만, 창에 비친 시안의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을 보며 눈을 감았다.
"흐흠, 흠~"
시안이 이제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흥을 냈다. 혹시나 새로운 여자를 들이려는 것에 기뻐하는 게 아닐까 유나는 전전긍긍하며 화제를 돌렸다.
"또 어떤 거 궁금하세요? 더 찾아볼까요?"
"응. 작전 결과에 따른 히어로 협회와 헌터 길드의 동향에 대해 알려줘."
시안은 신서울로 내려가는 도중에도 정보를 모으고자 했고, 운전을 하는 시안 대신 유나가 네트워크의 정보를 취합해 그걸 요약하여 전달했다.
"헌터 길드에서 본격적으로 히어로 협회랑 척을 지려는 모양인 것 같아요. 설화공주가 히어로들끼리만 움직인 걸 두고 상당히 불쾌했나봐요."
"믿을만한 이들로 소수정예로 움직였다고는 하지만, 길드를 불신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래. 길드를 불신한다는 건데...."
시안이 탐탁찮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런 사람이 왜 외국인 길드는 들어올려고 그렇게 난리를 쳤을까?"
"...혹시 눈치채길 바라고 전화번호를 준 게 아닐까요?"
유나가 들어오기 전, 시안은 1월 경 자꾸만 본인이 S급이라 주장하며 길드 가입을 신청하던 여자가 있었음을 상기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S급이 신청한다는 건 영 못미더워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고, 유나에게까지 번호를 알려주며 차단하도록 했다.
그 번호더라. 석하랑이 준 번호가.
"비슷한 장난전화가 너무 많았어. 그래서 짜증나서 차단했지."
"시안 님."
유나가 도끼눈으로 시안을 노려보며 물었다.
"만약에 진짜 면접보고 S급, 설화공주였으면 길드원으로 받았을 거예요?"
"......아마도? 딱히 결격사유는 없으니까".
"...그러면 만약에, 정말 만약에 설화공주가 여기 들어온다고 하면 받아들이실 거예요? 지금이라도?"
"......."
시안은 아무말없이 차를 몰았다. 항상 유나의 말에 즉각 대답을 하던 시안이었지만, 이번에는 꽤나 장고를 거쳐 입을 열었다.
"응."
"네?"
시안의 대답은 유나에게 꽤나 의외였다.
속된 말로 석하랑에게 엿을 제대로 먹은 거나 다름없는데, 시안은 배알없이 석하랑을 영입할 수도 있다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를 왜 싫어하는지는 대충 감이 왔는데, 그 전에 무슨 의도로 들어오려고 한 건 지 당췌 모르겠단 말이지. 그래도 S급이잖아. 들어오면 좋지."
"......그러면 나중에 따로 한 번 만나보시는 게 어때요?"
"그럴까?"
유나의 긍정적인 답변에 시안이 들떴다가, 유나의 싱긋 웃는 표정을 보고는 그대로 굳었다.
"그 때 살짝 찔러보면 되잖아요. 어쩌면 저 이전에 첫 길드원이 됐을지도 모르는 분인데. 그렇지 않아요?"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시안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는 기계적인 손짓으로 손뼉을 쳤다.
"아. 그러면 제가 딱히 눈에 안 찼을 수도 있겠네요. 저 그 때는 E급이었으니까. 후후후. 인연이 또 이렇게 되나요?"
"......."
시안의 입안은 바싹 말라갔다.
"뭐 시안 님이 석하랑 씨 영입하고 싶으면 어쩔 수 없죠. 저야 지금 당장은 그만큼 능력이 안 되니까. 저는 괜찮아요. 들어오면 뭐 어때요? 시안 님 말마따나 좋은 전력이 하나 늘어나는 건데."
차가 신서울 외곽에 들어갈 때 까지, 유나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 * *
불편한 귀갓길도 잠시.
중앙으로부터 해산 명령을 전달받은 시안은 일행을 각자의 집으로 바래다 주고 사무실로 향했다.
- 아저씨 왜 렌트할 때마다 차를 개판으로 만들어와요? 이번에는 괴수 피로 완전 세차를 했네?
렌트카를 반환하면서 왜 이렇게 또 차를 망가뜨렸냐고 한 소리를 듣고, 그 와중에 남아있던 하유준이 눈에 빛을 내며 유성의 트럭을 판촉하는 낌새를 보이기도 했다.
- 사는 김에 승용차도 한 대 사는 게 어때? 유성 거 중고로도 좋아.
- 와 내가 렌트카 팔아먹어도 유성 꺼는 추천 안하는 데 저 형님 양심이 없네.
- 뭐 이 새끼야? 유성 차가 어때서?!
- 혹시 유성모터스 사장이라도 되나? 쓰레기를 쓰레기라고 하는데 뭐가 문제야?!
하유준과 렌트카 업체 직원 사이의 싸움에서 슬쩍 빠져나온 시안은 그대로 사무실로 직행했다.
모처럼 서울까지 올라가서 그래도 실적하나 크게 쌓아보려 했지만, 그 실적은 석하랑에 의해 전부 강탈되었다.
설령 그게 석하랑의 자의가 아니었다고는 해도, 마음이 절로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이름 안 알려지는 게 어디야."
시안은 뺨을 두 손으로 치며 자조했다.
나름 공적을 쌓았어도 또 모종의 이유로 '없는 일'이 되어버렸고, 시안은 이제 슬슬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한 시안은 오후에 팀원들이 재집결할 때 까지 사무실에서 정비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실적이야 또 쌓으면 되지. 그보다....'
이번 서울행의 수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생각해야할 게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고, 그래서 시안은 일부러라도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괴인 천봄이의 정체와 그 배경.
히어로 석하랑의 접근 의도와 앞으로의 관계.
농담으로 치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찝찝한 하유준의 실체.
"....에이, 됐어. 그런 사소한 일 신경 쓰지 말지 뭐."
애초에 가든 말든 그닥 중요치 않은 서울행이었다.
천봄이가 흘린 '그 분'이 복수를 위해 나선다거나, 석하랑이 시안을 싫어해서 수작을 부린다거나, 하유준의 정체가 진짜로 유성의 회장이었다거나 하는 것은 지금 시안에게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유나 제대로 화난 것 같던데."
시안은 편의점으로 걸어가며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자신의 언행을 고찰했다. 그리고는 가장 문제가 될 법한 언행을 깨달았다.
"하 씨. 괜히 석하랑 영입한다고 입을 털어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시안은 운전대에 앉아 나불대던 그 금발 양아치를 향해 제발 그 입 좀 닥치라고 총구를 겨눴을 것이다.
평소의 말실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이번에는 꼭 유나가 화를 내는 것 같아 제 실수를 자각하고 말았다.
"......다 내가 잘못한 거지 뭐."
엄밀히 따지자면 시안의 말이 큰 문제가 없었지만, 그걸 두고 유나와 싸운다는 건 시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무조건 시안 스스로의 잘못이리라.
라고, 시안은 스스로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며 편의점에서 아무렇게나 집어든 물건들을 봉지에 담아 사무실을 향했다. 아직 사람없는 사무실은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응?"
막 사무실 문을 열기 직전, 시안은 문앞에 기절한 듯 자고 있는 검은 털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고양이네?"
길고양이 치고는 털이 보드랍고 윤기가 흘러 관리받는 아이 같았지만 따로 목줄이나 방울은 없었다. 서울에 다녀온 동안 사무실 앞에 터줏대감처럼 자리잡은 고양이는 시안이 쪼그려앉아 쳐다보는 통에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다.
"안녕?"
"......."
시안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지만, 고양이는 미동도 없이 그대로 굳었다.
선명한 녹색의 눈동자에 시안은 아름답다고 느끼면서도, 자신의 등장에 깜짝 놀라 움직이지도 못하는 고양이에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꼬르륵.
고양이는 며칠 굶기라도 했는지 배를 곯는 소리를 냈다. 시안은 그게 썩 사람같다고 느껴 피식 웃으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
"추운데 잠깐 들어올래?"
내가 고양이한테 지금 뭘 하는지. 시안은 자조하며 탕비실의 일회용 접시를 꺼내 바닥에 놓았고, 비닐봉지를 책상에 올려 집어든 우유를 꺼냈-
"헐."
우유 팩에 포장된 문구에 시안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혹시나 다른 우유가 없나 싶어 확인했지만, 죄다 커피우유같이 카페인이 잔뜩 들어간 음료였다.
유나 생각에 제정신이 아니라 포장 색깔만 보고 무의식 중에 집어들었구나. 시안은 골머리를 썩히면서도 앞에 놓인 그릇을 빤히 노려보는 고양이에 우유팩을 뜯었다.
"......한 입만 먹고 맛 없으면 그냥 가도 돼. 이런 거 줘서 미안."
시안은 일회용 접시에 우유를 부었다. 연녹색 색소가 들어간 우유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아니 냄새에 시안은 코를 찌푸렸고, 고양이도 코를 킁킁거렸다.
냐아앙
고양이는 맑은 울음소리를 내며 우유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시안은 생각보다 우유를 잘 먹는 고양이를 보며 빈 우유팩을 구겼다.
"잘 먹네. 하나 더 살 걸 그랬나?"
냐아아아앙
"...와, 소름. 사람 말 알아듣는 줄. 진짜로 더 먹고싶어서 그러는 거야?"
냐아앙 냐아앙 냐아아아아아아앙
"......하나 더 사올테니까 어디 가지말고 기다려야한다?"
으름장을 놓듯 사무실을 나온 시안은 손에 구긴 우유팩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민초 좋아하는 고양이라니. 말세의 징조인가."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편의점에는 같은 종류의 우유 재고가 차고 넘쳤다. 시안은 유제품 음료가 있던 곳을 훑다가 기시감을 느꼈다.
"......딸기는 또 왜 하나도 없어?"
희안하게 딸기 제품군만 싹 사라져있다. 시안은 오한이 들어 고양이가 먹던 우유를 집어 황급히 계산을 마쳤다.
사무실로 달려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그 앞에는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며 격하게 시안을 반기고 있었다. 일회용 접시에 담긴 우유는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
"와."
시안은 감탄사까지 흘리며 우유팩을 뜯어 일회용 접시에 부었다.
우유를 다 따를 때까지 하악거리며 반기던 고양이는 시안이 손을 떼자마자 우유에 혀를 댔다. 시안은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 완전 고양이가 아니라 개새끼-"
냐아아아아아앙!
* * *
<오후 1시, 시안의 사무실.>
"아저씨는 또 왜 얼굴에 상처났어? 누가 긁음?"
"...맹수와 싸우다가 그만."
시안은 볼에 붙인 반창고를 손으로 가리며 헤실거렸다. 가장 먼저 사무실에 도착한 누리는 파르페에 올린 크림을 핥아먹으며 큭큭 비웃었다.
"그 맹수한테 이제 자리까지 빼앗긴 거임? 저 분이 이제 우리 대장이야?"
"묻지 마라."
"사진 찍어놔야징. 이제 우리 길드장은 고양이님이 신 거임. 히히히."
누리는 시안의 업무용 책상에 누워 햇볕을 쬐고 있는 검은 고양이에게 마도기어를 겨눠 사진을 찍었다.
찰칵. 셔터음에 한쪽눈을 뜬 고양이는 누리에게 일절 관심도 주지않고 길게 하품했다. 그러고는 다시 잠을 자기 시작해 누리는 살짝 열이 받았다.
"지금 얘 나 무시한 거 맞지?"
"세상이 다 우리 무시하는 데 고양이는 오죽하겠냐."
시안은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아 축 늘어졌다.
모처럼 서울을 다녀온 것 치고는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온 것에 시무룩해지기라도 한 건지, 시안은 빨랫줄에 널린 오징어처럼 영 기운이 없었다.
누리는 파르페를 먹다가 시안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위로했다.
"라온 언니 납치까지 당했잖아. 어쩔 수 없지. 안 그래?"
"네가 나를 위로도 하고 이게 무슨 일이냐. 것 참."
"...챙겨줘도 지랄. 아저씨답지 않게 왜 이렇게 늘어져있어? 진짜 실적 모자라서 그래?"
"이번에 서울에서 크게 한탕하고 정식으로 길드 등록하려고 했거든."
시안이 속내를 내비치자 누리가 귀를 쫑긋 세우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라온이도 슬슬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고, 유나는 지금 말할 것도 없잖아? 그래서 진짜 누구든 인정할 수 있는 실적 하나 만들어서 길드 등록 신청하려고 했지."
"...하긴 우리 아직 길드 등록도 안 했지."
누리는 눈을 깜빡거리며 딴청을 피웠다.
어디가서 내놓기 부끄러운 길드 이름이자 팀명, <데스디나스>는 아직까지도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그들만의 길드였다.
"누리야, 그냥 너 빼고 길드 만들면 안 되겠냐? 라온이랑 가온, 거기에 유준 형님 설득해서 셋으로."
"에바. 아저씨 그거 배신이야. 그럼 나 진짜 딴 길드 갈 거임. 한 번만 더 그 소리 해봐."
"......농담이야, 농담."
시안은 손사레를 치고는 피곤한 듯 눈을 감아버렸다. 누리는 뚱한 얼굴로 시안을 노려보다가 파르페를 먹으며 빈정거렸다.
"그렇게 실적을 찾으려면 이거라도 잡아보는게 어때?"
"이거? 뭔데?"
시안이 관심을 보이자 누리는 곧장 스크린을 띄워 시안에게 보였다. 반쯤 감겨있던 시안의 눈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본 누리가 씩 미소지었다.
"아저씨 두더지 잡기 해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