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892화 (892/1,497)

EP.892 [라노벨외전] 창천의 데스디나스 2권 009

쿵!

유나를 품에 안은 시안이 밧줄을 타고 엘레베이터 위에 무사히 착지했다. 이미 누리와 하유준은 천장을 뜯고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누리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아저씨 지금 연애하러 옴? 긴장감 1도 없는 거 실화?"

"...유나가 레펠 못 해서 그래. 다행히 내가 힘은 조금 있잖아."

시안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안의 코트 뒤에서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돈하는 유나의 모습에 누리는 욕지기가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겨우 참았다.

"할많하않."

"...일단 제대로 찾아온 것 같기는 한데."

하유준이 소리를 낮추며 어두운 철로를 가리켰다. 비상구 전등은 전부 부숴져 빛 한 점 없었고, 오직 그들이 횃불처럼 피어올린 마력의 빛만이 주변을 밝혔다.

딸칵, 딸칵. 시안이 벽에 붙은 스위치를 만지작거렸으나, 전기가 끊어진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흐음."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만약에 납치범이 우리를 발견하면 분명 수작을 벌일텐데."

"그쵸. 괜히 함정인지 살펴가면 위험에 빠지겠죠. 근데 괜찮아요."

시안이 유나의 뒤에서 어깨를 잡으며 안쪽을 가리켰다.

"유나야, 어느 쪽인 것 같아?"

"으음...이쪽에서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유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등에 메어두었던 지팡이를 들었다. 누리가 안색을 굳히며 칼을 뽑아들었고, 갑작스런 전투 태세에 하유준도 마력을 끌어올리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시안이 혀를 차며 총을 뽑아들었다.

"아무래도 납치범이 하나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유나야, 플래시 뱅!"

"모두 눈 조심해요!"

팟! 지팡이에 마력을 끌어모은 유나가 승강장에 빛을 터뜨렸다. 금빛의 태양이 떠오른 듯 승강장을 밝힌 불빛은 철로에서 기어올라온 정체 불명의 인영들을 밝혔다.

키에에엑!

캬아아악!

"아 시발! 눈뽕!"

"...전투 준비! 고작 D급 괴인 다섯이야! 요격!"

약 한 명. 아군측 피해가 있기는 했으나, 시안은 괴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곧 괴인들이 승강장 위로 뛰어 올랐다.

* * *

괴인.

오염된 마력에 의해 저주를 받아 인간의 존엄성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스스로 괴물이 된 자들.

간혹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괴인이 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했으나, 자의로 괴물이 되기를 선택한 이들이 열에 아홉이었다.

인간의 형태는 하고 있으나 이미 인간이 아닌 자.

괴인의 처우를 두고 계도를 주장하는 이들과 처형을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라 악명이 자자한 <에펠탑 테러 사건> 이후 시류는 한 쪽으로 쏠렸다.

즉결 처형. 괴인은 보는 즉시 사살하되, 코어는 깨지 말 것.

죽으면 육체가 소멸하고 코어만 남는-이른바 전설속 언데드-와 같은 성질이라도 외형은 인간과 하등 다를게 없다.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 괴인인지 아닌지 구분하느냐 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눈. 괴인이 된 자들은 마력을 사용할 때, 콘택트렌즈나 선글라스로도 가릴 수 없는 보라색의 마력-귀기를 흘린다.

바로 시안의 일행을 습격한 네 명의 괴인 처럼.

"어딜!"

시안이 오른손에 든 총을 칼처럼 휘두르며 괴인이 휘두른 야구배트를 튕겨냈다. 무능력자에 불과한 시안에게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것에 괴인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더욱 마력을 끌어올리며 야구배트를 휘둘렀다.

카앙! 카아앙!

시안은 계속 총구의 끝으로 야구배트를 빗겨치며 공격을 흘렸다. 그 충격은 고스란히 시안의 팔을 타고 몸으로 흘러, 시안이 왼손으로 껴안고 있는 유나에게 전해졌다.

"시안 님!"

"괜찮아!"

총을 쏘지도 않고, 공세도 일절 취하지 않는다. 시안은 철저히 '유나를 노리는 각도의 공격'을 쳐내며 이를 갈았다. 괴인은 뱀처럼 길어진 혀를 축 늘어뜰이며 음심 가득한 얼굴로 유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 발정난 개새끼들이!"

천봄이를 납치한 순간부터 설마설마했지만, 시안의 역겨운 예상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오월 때와 같은 빌런이었다면 인질로서 더 가치가 있을 누리를 납치했을 터.

"크흐, 쿠흐흐!"

그러나 괴인들은 누리를 배제하고 더 성숙한 육체를 가진 천봄이를 납치했다. 시안은 괴인들의 역겨운 욕구가 유나에게 털 끝 하나 닿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했다.

"크후후!"

"사람처럼 말도 못하나!"

시안이 유나를 보호할수록 괴인은 유나를 더욱 집요하게 노렸다. 시안은 어떻게든 왼손으로 유나의 팔을 꽉 누르며 괴인의 공격을 막았다.

"누리야!"

"엉!"

괴인의 우악스러운 손길을 피한 누리가 검을 휘둘러 괴인을 베었다. 푸른 마력으로 배가 반으로 갈린 괴인은 단말마와 함께 보라색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데구르르.

괴인이 흩어진 곳에 코어 하나가 바닥을 굴렀다. 다른 괴인이 그 코어를 챙기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하유준이 어깨로 밀쳐내 선로에 떨어뜨렸다.

"키이익!"

유나를 공격하던 괴인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크게 뒤로 물러서며 누리에게 달려들었다. 전방의 괴인들을 견제하며 코어를 수습하려던 누리가 뒤에서 달려드는 괴인에 깜짝 놀라 거리를 벌렸다.

"키히힛!"

괴인은 바닥을 구르며 코어를 손에 쥐었다. 그대로 선로로 도망칠 기세에 누리가 황급히 검을 휘둘렀지만 미처 닿지 못했다.

"젠장!"

하유준이 앞을 가로막는 괴인 둘을 최대한 쫓아내려했지만 그들도 동료애가 있는지, 코어를 수습하고자 결사의 각오로 움직였다.

파바밧!

유나가 터뜨린 섬광의 빛이 사그라들자, 괴인들은 빠르게 선로 너머로 도망쳤다. 누리와 하유준은 전투의 긴장 때문인지 씩씩거리고 있었다.

"아저씨!"

"응, 쫓는다."

유나에게서 손을 뗀 시안이 가장 먼저 선로로 뛰어들었다. 누리와 유나도 안을 따라 살포시 뛰었고, 하유준은 속으로 '시발 시발'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랐다.

"이러다 던전 들어가면 어쩌려고...?!"

"쉿."

시안이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며 주의를 줬다. 그리고는 두어번 발을 굴려 일부러 소리를 내었다.

자그락, 자그락.

"...소리 다 들리네. 사실상 기습은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시간도 부족하다. 시안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유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유나는 하유준의 눈치를 보다가 안주머니에 넣어둔 탄환을 하나 꺼내 시안에게 건넸다.

"모두 집중."

타다닥! 시안은 가상 키보드를 꺼내 타자를 치며 작전을 전달했다.

[바로 근처에서 아까 그 괴인들이 대기하고 있어. 최대한 요란스럽게 돌입할 거야. 숫자는 아마...일곱-아니 여덟.]

하유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따로 탐지기를 돌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 숫자를 파악한 걸까.

[괴인이다 싶으면 망설임없이 죽여서 코어화 하고, 인간이다 싶으면 그냥 제압만 해. ...다행히 여기에는 B급 이상은 없어.]

시안이 앞으로 뛰어나가려고 몸을 낮췄다. 누리는 칼등을 손가락으로 슥 쓸며 시안의 옆에 섰고, 하유준은 그 반대편에서 전방을 주시했다.

[유나가 후방을 맡아.]

절그럭. 셋을 등지고 선 유나는 지팡이를 앞으로 내민채 혹시 후방에서 기습할 이들을 대비하고 나섰다.

['돌격'이라고 말하면 진입한다.]

시안이 아주 조심스럽게 앞으로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언제든지 뛰쳐나갈 자세를 갖추고 있어, 누리와 하유준도 함께 자세를 잡았다.

"셋."

긴 동굴과도 같은 지하도에 시안의 목소리가 울렸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시안은 씩 웃으며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렸다.

"돌격!"

"내 그럴 줄 알았지!"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

최대한 요란스럽게, 그리고 빠르게.

시안의 양옆으로 푸른색과 녹색의 마력이 빛처럼 튀어나갔고, 후방에 있던 유나가 광탄을 쏘아 어둠을 밝혔다.

"크윽?!"

"키에엑?!"

천장, 철길 바닥, 비상대피소의 문틈. 곳곳에 숨어있던 괴인들이 저마다 당혹감의 비명을 질렀다. 시안은 유나를 집요하게 노리던 괴인을 발견하고 곧장 총구를 겨누며 뛰었다.

"찾았다!"

"셋이라며?!"

"셋이서 돌격한다고 이 변태 새끼들아!"

철컥! 시안이 총을 겨누자, 괴인은 눈을 찌푸리면서도 총구의 방향을 주시하며 몸을 피하려했다. 시안이 괴인을 쫓아 손을 움직였으나, 마력까지 실어 최대한 몸을 숙인 덕분에 괴인은 총구가 돌아가는 속도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

괴인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멍청이! 처음 봤을 때 쐈-"

퍼--억!

"엿 드시고."

시안이 축구공을 차듯 구두앞굽으로 괴인의 얼굴을 뻥 차버렸다. 마력이 조금도 실리지 않아 괴인을 죽일 수는 없었지만, 그 충격은 고스란히 괴인에게 전해졌다. 시안은 통쾌한 얼굴로 괴인을 바닥에 처박았다.

"어디서 남의 여자를 그딴 눈깔로 쳐다봐!"

"......!"

하유준과 누리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유나에게 향했다. 지팡이로 마력을 끌어올리던 유나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돌아섰다.

"남의 '스튜디오 직원' 여자니까 별 신경쓰지 마요. 시안 님 저러는 가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런가?"

누리는 안도의 한숨을 삼키며 정신을 못차린 괴인들을 사선으로 베었다. 하유준도 긴가민가한 얼굴로 발작하는 괴인의 손목을 붙잡고 주먹을 내리쳤다.

"......."

퍽! 퍽! 괴인을 죽어라 걷어차는 시안의 발길질에는 분명 감정이 격하게 실려있었다.

* * *

<그 시각, 대림역 근처 베이스 캠프.>

"뭐한 겁니까! 같은 구역의 팀이 지하철 역에 들어가는데 멀뚱멀뚱 보고있었어요?!"

석하랑은 졸리면서도 짜증 가득한 얼굴로 두 남녀를 질책했다.

<메그레즈>의 대표이자 길드장인 B급 이능력자  서예성. 그리고 <청송>에서 파견한 팀의 팀장인 B급 이능력자 <피바다> 장제희.

둘 다 거대 길드의 산하 조직에서 각각 책임자를 맡아 이곳 구로에 파견을 온 입장으로서 누군가에게 질타를 받는 것에 익숙하지는 않았으나, 상대는 자신들의 배경을 충분히 무시하고도 남을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사라졌다고 연락한 지 고작 10분도 안 돼서 역으로 들어간다고 연락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희 측 연락은 계속 무시하던 걸요."

둘은 백발의 마녀 앞에서 변명만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시안은 천봄이의 실종 소식, 발견 시 연락 요청 이외에는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안은 그들에게 연락했다.

'천봄이가 납치당한 것 같으니 대림역으로 진입하겠다.'

둘의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김누리의 보호를 위해 굳이 돈도 안 되는 구로로 따라왔는데, 온 첫 날부터 이런 대형사고가 터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건 총책임자인 석하랑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같은 팀원이 실종됐다고 해도 무턱대고 던전으로 가면 어떡해?!"

"그건...."

"됐어요! 일단 구조팀을 파견하겠습니다! 대림역이라고 했죠?!"

석하랑이 하늘로 손을 뻗어 마력을 방사했다.

"전 히어로들은 대림역으로 집결! 당장 '던전'으로 들어간 오라클 스튜디오 팀원들을 구출합니다!"

3월 2일 새벽 2시 30분.

석하랑의 긴급 소집 하에 서울수복작전에 참가한 히어로들이 대림역, 던전의 입구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 * *

콰득!

하유준이 괴인을 승강장 위로 집어던지고, 누리가 그 괴인을 검으로 베어갈랐다. 일격에 사망한 괴인의 육신은 그대로 보라색 연기가 되어 흩어졌고, 심장 부근에 있던 코어만 남아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이걸로 총 일곱."

시안이 발꿈치에 닿은 코어를 주워 비닐팩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이미 시안의 손에는 제각각 비닐팩에 담긴 괴인들의 코어가 담겨있었고, 비닐팩에 달린 지퍼는 코어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를 조금도 새어나오지 않도록 차단했다.

"고생했어, 다들. 형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시안이 전투의 종료를 알렸다. 유나와 누리가 긴장감을 풀고 숨을 골랐지만, 하유준은 여전히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시안은 여덟개의 팩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형님, 이제 없어요. 다 잡았습니다."

"혹시나 모르잖냐."

"아뇨. 진짜 다 잡았어요. 여기 있는 괴인들은."

시안이 비닐팩을 바닥에 두며 가방에 든 매직을 꺼내 알파벳을 적기 시작했다. D 다섯 개와 C 세 개.

"C등급 세 마리나 잡았고, D등급은 다섯 마리네요."

"...그래도 괴인인데 마리는 조금 그렇지 않나?"

하유준이 조금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유나나 누리도 내색하지는 않지만 조금 불편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시안은 단호한 목소리로 선을 그었다.

"아뇨. 금수만도 못한 것들입니다. ...개인적으로 괴인은 사람 취급 하기도 싫어하는 입장인지라."

"아저씨 괴인포비아구나?"

"응. 나 괴인 혐오해."

당당하기까지한 시안의 선언에 셋은 멎쩍은 미소를 지었다. 괴인에 대한 혐오는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중이었고, 특히 괴인에 의해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그 경향이 심했다. 그래서 셋은 굳이 이유를 묻지 않은 채, 이번 전투의 결실을 살폈다.

"지하도에 숨어든 괴인들의 발견, 괴인 8명의 코어 확보. 천봄이 씨는 아직 어디있는지 몰라요."

"안에 다른 놈들이 있는 거 아님? 아저씨가 B급이 있을 수도 있다며."

"그건 그렇지."

시안이 총기에 묻은 핏자국을 털어내고는 유나에게 물었다.

"유나야, 천봄이 씨 어디에 있는 것 같아?"

"......음, 여기에는 없는 것 같아요."

"뭐?"

승강장에서 내려가려고 안달이 나있던 누리가 당황했다.

"그럼 이제 어쩌지? 흔적은 이쪽으로 나있었잖아. 괴인만 잡고 끝이야, 그러면?"

"...괴인 여덟을 잡은 전과가 사람 한 명 실종된 실책을 덮지는 못할 거다. 오히려 욕을 먹을 수도 있어."

하유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근데 누리 너는 봄이 누님 사라져서 호들갑을 떨더니, 막상 여기 내려오니까 엄청 차분해지네? ...다른 사람들도 좀 그렇고."

"어? ......아아?! 아저씨! 빨리 좀 찾아봐!"

"......어휴, 됐다. 애가 눈치는 있는데 이래서야 원."

시안은 볼을 긁적이며 마도기어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곧 지도가 떠오르고 녹색의 점 세 개가 나타났다. 두 개는 시안의 주변에 있고, 하나는 다른 곳에 있는 것에 하유준이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이게 뭔데?"

"위치추적기요. 누리 그 일 있고나서 새로 마련해둔 건데-"

"시안!"

엘레베이터 문에서 누군가가 시안을 부르며 급히 내려왔다. 헐레벌떡 달려와 숨을 격하게 내쉬는 라온에 시안이 시계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10분 훨씬 지났네. 위에 아무도 안왔어?"

"...네. 불행히도 아무도 안 왔습니다. 시안이 아무런 소식도 없어서 먼저 내려왔고요."

"흠, 그래."

하유준은 자꾸만 어색한 기분이 들어 무언가 지적하고 싶었지만, 심드렁한 시안의 태도에 조용히 사태를 관망했다. 시안은 라온에게 철길 안쪽을 가리켰다.

"일단 저 안쪽에 천봄이 씨 있는것 같으니까 구하러 가자. 라온이 네가 앞장 서."

"예? ...알겠습니다."

라온은 떨리는 손으로 창대를 쥐면서도 조심스레 승강장에서 뛰어내렸다. 누리가 옆에서 보좌하듯 따라붙고, 하유준도 소리를 죽이며 그 뒤를 따랐다.

"너무 느리잖아. 답답하게, 비켜."

시안은 방아쇠를 만지작거리며 라온의 뒤에 바싹 붙었다. 라온이 팔을 들어 시안을 제지했다.

"함정이 있을 수 있어요. 위험-"

새애액! 멀리서 화살같은 물체가 시안을 향해 날아왔다. 누리와 하유준이 손쓸틈도 없이 화살은 시안을 향했고, 시안은 두 눈을 부릅떴다.

"시안!"

푹! 라온이 몸을 날려 시안을 등지고 섰다. 조잡한 화살은 시안의 심장을 찌르는 궤적이었으나, 라온이 몸을 날려 보호한 덕분에 시안은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으윽."

라온이 침음성을 흘렸다. 화살은 마력을 머금었는지 바디 슈트를 꿰뚫어 라온의 등에 박혔다.

"젠장!"

"유준 오빠! 요격!"

누리가 화살이 날아온 곳을 향해 마력을 두르고 뛰었다. 하유준은 라온을 눈으로 흘겼다가 곧장 유나가 쏜 광탄의 인도에 따라 주먹을 휘둘렀다. 시안이 흠칫 뒷걸음질 치자, 라온은 숨을 크게 헐떡이면서도 손을 들어올렸다.

"괜찮습, 니다."

"아니.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

시안은 뜬금없는 소리를 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시안의 옆에 선 유나가 시안을 지키듯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다.

라온을 향해.

"......지금, 뭐하는-"

"우리팀 탱커는 말이야, 회피탱이야. 그것 때문에 누리랑 엄청 싸웠었거든?"

"??"

시안은 멍청한 얼굴로 묻는 라온을 향해 입꼬리를 비틀었다.

"절대 자기 몸 던져가면서 남 구할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무서워서."

"?!"

철컥. 시안이 오른손으로 들어올린 총구가 라온의 심장을 향했다.

□□□□□□□----!

요란한 천둥 소리가 지하도를 울리며, 탄환이 라온의 심장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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