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887화 (887/1,497)

EP.887 [라노벨외전] 창천의 데스디나스 2권 004

서울수복작전.

2012년 평양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이른바 '평양 사태' 이후, 북쪽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괴수들의 물결에 결국 견디지 못한 한국은 수도를 이전하게 됐다.

그게 2014년에 이르러 '신서울'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기존 수도였던 서울은 괴수와 대치하는 최전선이 되었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영역은 조금씩 빼았겼고, 결국 2022년 '대격변'에서 지하던전이 생성되며 서울은 괴수의 땅이 되었다.

- 괴수에게 빼앗긴 서울을 되찾읍시다.

나라에서는 절치부심하여 이능력자들을 최대한 동원해 서울을 복구하려고 했으나, 수많은 한계와 문제로 인해 결국 최초의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 이후 정부와 협회는 거의 분기마다 서울을 되찾으려고 갖은 애를 썼다.

하지만 또 서울을 되찾지 못했고, 그게 현 2025년에 와서는 주기적인 괴수 소탕 작전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12번.

최초의 수복 작전이 무위로 돌아간 이후 이능력자들은 자발적인 참여를 꺼리게 되었고, 그게 현재에 이르러 이능력자를 강제로 동원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서울수복작전의 실패. 이능력자에 대한 강제 동원과 그 사후 처리. 거기에 2022년 전세계에 '던전'이 생긴 <대격변>이 맞물리게 되면서, 협회는 크게 힘을 잃게 되었어요. 다들 헌터, 길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죠."

"설명 고마워."

유나는 시안에게 서울수복작전과 연계된 나라의 정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마쳤다. 학생처럼 유나의 강의에 집중하던 시안이 대번에 현황을 파악했다.

"힘을 잃은 협회와 정부에서 길드에 억제력이 없어지니까 후보생이라도 동원하려 한 거구만."

"네. 더이상 자발적으로 나서는 이능력자들은 없죠. 길드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기에 법으로 찍어누르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작전에 참가하지 않았을 거예요."

"2주 동안 돈도 못 벌고 내 몸만 다치는 데 뭐하러 감?"

누리가 소파에 누워 빈정거렸다.

"2023년에 5차? 그 때 엄마가 처음 이능력 각성하고 아빠랑 같이 자원갔었거든? 코어는 하나도 못 벌고 장비는 다 손상됐는데, 지원금 한 푼도 안 나오더라."

"...아마 저 때문일 겁니다."

라온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행여나 저처럼 코어 깨지면 재활 비용만 한 명에 수 십억이 들테니까요."

"......확실히 2차부터 실제 상해 보조금이 확 줄기 시작했네."

시안은 난감한 얼굴로 볼을 긁적거렸다.

"그런데 그런 작전에 학생들 투입하는 건 뭐야?"

"지금은 초창기랑은 다릅니다. 처음에는 전쟁이었다면, 이제는 단순한 구제작업이 되었습니다."

라온이 유나의 자료 중 차수별 참가 이능력자들의 평균 등급을 찾아서 시안에게 보였다. 평균이 A등급에서 점점 회차가 낮아질수록 그래프는 우하향을 그리다가, 제 12차 작전 때는 평균 C- 등급까지 내려갔다.

"참가하는 이능력자들의 양질도 점점 줄어가는 추세입니다."

"12차에서는 완전히 아래로 꺾였는데?"

"네. 학부생이 꼈거든요. 일부."

유나가 자료를 꺼냈다. 12차에서 맹활약을 떨친 이들의 전공이 나열된 기사 중, 아카데미 학부생 옷을 입은 다섯 명의 히어로 지망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환하게 웃고있었다.

"12차에 극소수 학부생 팀을 운영해 큰 성과를 냈어요. 그게 이번 차수에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확장된 거죠."

"아, 나도 그거 들었음. C급들이 관악의 빌런 잡았다고 난리였잖아. B급 괴인이었나?"

"그게 올해 전 학생으로 확대됐군. 나참. 미치겠네.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서 저 수꼴 신서울 온 것 같은데?"

누리가 TV속에 나온 백발의 여인을 가리켰다. 시안은 정장 차림으로 무표정한 석하랑을 주시했다.

[...이번 13차 서울수복작전에는 특별히 설화공주께서 자원을 하셔서....]

"왠지 기분 더러운데."

"네?"

유나가 화들짝 놀랐다. 시안이 이렇게까지 타인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는 건, 그리고 일행이 있음에도 그러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아니, 뭐, 그냥. 갑갑해보여서. 나말고 쟤."

시안이 목을 긁적이며 말했다.

"'자원'이래잖아. 정말로 스스로 원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그럼 아님?"

"순진하구나, 누리야."

시안이 답답한 듯 목을 만지작거리며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설화공주를 가리켰다.

"저거 지금 목줄 채인 거야."

"목줄? 안 보이는데?"

"......내가 말을 말자."

시안은 더는 볼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TV를 꺼버리려는 행동에 유나가 시안을 제지했다.

"설화공주가 우리보고 여기 참가해서 실적 내라고 했잖아요. 끝까지 들어봐도 되지 않을까요?"

"뭘 굳이. 우리 참가 안 할 건데?"

"올, 아저씨 뻗대려고? S급 상대로?"

"내가 말을 말자. 어휴."

심드렁한 시안의 말에 누리가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잡았다. 시안은 TV를 끄려다 멈추고 잠시 밖에 나가려는 듯 옷걸이에 걸어둔 코트를 집어들었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오는 길에 뭣 좀-"

[덧붙여서 이번 수복 작전의 주 목적이 후진 양성에 있는 만큼, 아카데미 후보생 이외에도 잠재력 있는 인재도 작전에 참가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가장 먼저 암속성 S급 김누리, 풍속성 B급-]

"헐?"

시안은 TV에서 니오는 소리에 발길을 그대로 돌려 소파에 앉았다. 발표자의 아래를 지나가는 헤드라인은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주고 있었다.

- 괴수부, "오라클 스튜디오에 김누리 차출 요청"

- OS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뭔 개소리야 싯팔. 내가 언제 ."

시안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쌍욕을 내뱉었다. 라온과 누리도 같은 심정이라 시안의 과격한 언행을 제지하지 않았다.

"저거 설화공주 짓인가? 근데 나 어제 분명 까였는데?"

"설화공주는 아닐 거예요."

유나가 간신히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누구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당한 것 같아요."

"당해? 설마 막가파로?"

"네. 일단 지르고 언론에서 불을 붙여서 누리가 자발적으로 참가하게끔 여론을 만들 것 같아요. 나중에 거절하고 불참하면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겠죠."

"젠장."

시안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설화공주가 거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저들은 누리를 대대적으로 동원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라온이 고심하다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동시에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역시 외국계 자본이라 그런지 국가의 중대사에 불참한다고 말입니다."

"반대로 오라클의 스튜디오, 사실상 외국계 자본이 서울 수복에 거든다고 이용당할 수 있어요."

라온과 유나의 설명에 시안은 두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프레임에 제대로 걸려버렸네."

아직 일행이 서울수복작전에 참가한다 한 적도 없고 그럴 의향도 없으나, 반강제로 참여하게 되버렸다. 시안은 상황을 이렇게 만든 누군가가 몹시 미워졌다.

"누군진 몰라도 두고봐. 할 생각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옭아메면-"

"난 괜찮은데?"

누리는 누워있던 자세 그대로 답했다. 시안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잘못들었나 싶어 누리에게 되물었다.

"뭐라고? 방금 뭐라 그랬어?"

"나는 서울 수복 작전에 참가하는 거 찬성."

"너 설화공주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그건 그 녀...사람이 나랑 아저씨한테 그딴식으로 말해서 그런 거고. 나는 서울수복작전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이야."

누리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제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에 생성되는 괴수들 소탕하면 그만큼 남하하는 괴수들도 줄어들 것 아냐. 내가 자발적으로 간다고 하면 최소한 우리 각설이 취급은 안 받을 걸? 오히려 떠받들어주겠지. 으흐흐."

"야, 너 설마."

"그래. 이 기회에 아저씨랑 언니들 호강 제대로-"

"몸값 올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빠득. 누리가 이를 악물고 소파에서 뛰었다. 마력까지 사용하며 덮치려는 누리에 시안은 황급히 몸을 뒤로 빼며 공격을 피했다.

"씨이!"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누리가 답답함에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내가 언니들이랑 아저씨 무시 안당하게 하려고 그런다, 왜! 최소한 내가 거기서 돌아다니면서 활약하면 나 때문에라도 그런 놈들이 아저씨랑 언니들 개무시 안할 거 아냐!!"

"뭐야, 그런 거 신경쓰고 있었어?"

시안은 심드렁한 얼굴로 누리에게 다가가 시선을 맞췄다.

"신경쓰지마. 다 너보다 한계 성장치 50은 낮은 애들이 질투하는 거니까. 봐봐. 기껏해봐야 욕 정도 말고는-"

- 금발서양남한테 빌붙어서 미국으로 런할 각재는 거 보소ㅋㅋㅋ

- 쟤들 사무실에 남자 한 명밖에 없다고 하네요. 그 외국인. 낮에는

- 김누리한테 빌붙어사는 기생충밖에 없는 곳인데 김누리 떠나면 어쩌려고 저러나.

누리가 보여준 온갖 악플과 욕설에 시안은 한차례 숨을 크게 삼켰다.

"...생각보다 심하긴 하구나. 응, 괜찮아."

"뭔 개소리야. 이게 그나마 덜한 건데. 이능력자 등급으로 따지만 D급 될까말까 하거든?"

"그, 그래. 일단 알겠어. 너는 가고 싶다 그거지. 하지만...."

시안이 다른 둘의 눈치를 봤다. 표정이나 행동으로는 괜찮다고 말할 것 같지만, 둘다 켕기는 구석이 하나씩은 있다.

"저는-"

"찬성-"

"일단 둘 다 반대일테고."

둘이 입을 열려고 하자 시안이 말을 끊으며 선수를 쳤다.

"유나는 가면 아카데미 동기들이랑 마주칠테니 껄끄러울 거야. 라온이는 아무래도 서울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 있을 거고. 내 말 틀렸어?"

"......조금 그렇긴 해요."

유나가 고개를 숙였다.

"자퇴하고 스튜디오 하나 운좋게 들어가서 김누리 멘탈 코치나 하고 있더라. ...어제 아버지가 친구분이랑 술 드시다가 그걸고 싸웠죠."

"성과가 있으면 모를까 아직은 그렇지. 라온이는 서울에서 상처입고 한 번도 간 적 없잖아. 안 그래?"

"그렇습니다."

담담히 말하는 라온이 두 손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떨리기는 합니다. 하지만...."

라온이 유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반대할 이유는 아니에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것 뿐이니까."

"트라우마는 극복해야 하는 겁니다. 시안이 제게 슈트를 입히고 접근전에 대한 공포를 없애주려고 한 것 처럼."

"그래?"

시안은 창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유리창에 비친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 고민에 빠진 듯 했다.

"......만약에 진짜로 서울 간다면 나도 준비는 좀 해야하니까, 오늘은 이만 해산하자."

"예. 수고하셨습니다."

셋은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그 자리를 지켰다. 시안은 떠날 생각을 않고 오히려 자료를 다시 정리하는 셋의 행동에 당황했다.

"못 들었어? 해산한다니까?"

"어차피 그러고 혼자서 서울에서 있었던 일을 정리할 거잖아요."

"최초의 작전에는 저도 직접 참가했으니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그 이후로도 관심을 가지고 봐왔습니다."

"아저씨, 우리가 가는데 우리가 몰라서 되겠어? 같이 계획이나 짜자."

시안은 가슴이 뭉클해져서 감격했다. 계획이라고는 '돌격! 승리!'밖에 없던 고추밭 그 놈들과는 확연히 다른 셋의 마음씨에 절로 마도기어가 올라갔다.

"좋아, 오늘 점심은 거하게 먹는 거로 하자. 내가 살게."

시간은 대략 10시 반.

잠정 점심시간인 12시까지 그들은 점심 메뉴에 대한 회의만 주구장창 했고, 결국 히어로 협회 지부 근처의 유명 한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 * *

<오후 2시, 히어로 협회 신서울 지부.>

"반가워요. 히어로 협회 부지부장, 강소연이라고 합니다."

갈색 정장 차림의 여성, 강소연은 시안과 마주앉아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도 그에 마주 인사하고는 옆에 앉은 누리를 가리켰다.

"김누리 양의 매니저, 오라클 스튜디오의 한국 지사 현지 책임자 시안이라고 합니다."

"김누리입니다."

"말씀은 잘 들었어요. 이렇게 직접 와주셔서 감사해요. 안그래도 오전부터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할 지 저희도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누리가 탁자 아래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고, 시안이 슬쩍 누리의 손을 잡으며 사람 좋은 얼굴로 웃었다.

"나랏일인데 당연히 참여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누리에게도 좋은 성장의 발판이 될 겁니다. 물론...."

"아, 호위 말씀이시군요."

말을 흐린 시안의 눈치에 강소연은 대번에 그 의미를 파악했다. 시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저희 측에서 경호원을 들이고는 싶으나 아직 그럴만한 여유도 없는 실정입니다. 아무리 아카데미 학부생들도 간다고 해도, 서울이 아직 위험한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하하."

"어머, 그러면 협회 측에서 호위팀을 구성해드릴까요?"

강소연의 눈이 빛났고, 시안은 슬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누리가 아직 사람을 많이 가리는 처지라 괜히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에 여러모로 일이 많아서요."

"아, 저런...."

강소연은 안타까움에 동정어린 시선으로 누리를 바라봤다.

"이해합니다. 갑자기 S급, SS급도 노려볼 수 있는 인재가 되셨으니 당황스럽겠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리라 생각되지만, 아직 그 시간도 그리 많이 지나지 않은 처지라. 물론 작전에는 참가하고자 합니다."

"위기와 역경에 피하지 않고 부딪히려고 하시는 거군요. 감동적입니다."

강소연은 감격에 겨운 얼굴로 질끔 흘린 눈물을 닦았다. 누리는 얼굴이 붉어질대로 붉어져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서 저희 한국 오라클 스튜디오, K.O.S.에서는 몇 가지 조건을 가지고 참가를 하고자 합니다."

"......조건이요?"

강소연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 시안이 무슨 조건을 내밀까 긴장이 어린 눈치였다.

"예. 다른 게 아니고...."

시안이 엄지로 누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리랑 함께 할 파트너를 제가 초이스하고 싶습니다."

퍽! 강소연은 어디선가 들린 발길질 소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 방금 무슨 소리 못 들으셨어요?"

"......전혀요."

시안의 목소리는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누리는 여전히 불안한 증세를 보이면서도, 슬쩍 시안에게 짜증서린 눈치를 주고는 입을 열었다.

"저, 정말 죄송한데요...."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는 누리는 정말로 불안 증세를 느끼는 사람처럼 공황에 빠진 듯 했다.

"조건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보고 편한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제가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강소연은 고개 숙여 사과한 뒤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 1명씩 2:1면접 식으로 호위팀을 뽑으시는 건 어떻습니까?"

"네?"

시안이 멍청한 소리로 되물었다. 강소연은 난감한 얼굴로 창밖을 가리켰다.

"김누리 양이 오늘 협회에 온다는 소문을 어떻게 들었는지, 벌써 길드 사람들이 밖에 진을 치고 있거든요. 만약에 협회에서 호위팀을 꾸린다고 공지하면 밖에 있는 분들이...."

강소연은 말을 흘렸지만 시안은 그 속뜻을 깨달았다.

- 너희 때문에 개판이 될 것 같으니 책임져.

시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번호표라도 만들까요?"

"희망자를 모아 추첨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소연은 담담히 대답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연기를 마친 누리가 강소연이 문을 닫는 것을 확인하고 시안의 발목을 거세게 차버렸다.

"......크흡."

시안은 행여나 소리가 새어나갈까봐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았다. 누리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시안에게 말했다.

"이제 아저씨가 다 알아서 해요. 난 몰라요. 흥."

"......내가 또 무슨 실수를 한 거니?"

"무슨 실수를 한 지 모르는 실수요."

잠시 뒤, 협회 지부 한 켠에 김누리 호위팀에 대한 면접이 시작되었다. 왠지 남자 면접관인 시안의 얼굴은 시작부터 피곤해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