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875화 (875/1,497)

EP.875 [라노벨외전] 창천의 데스디나스 1권 022

길드 생성 조건, D급 이상의 이능력자 3명. 공적은 추후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일단 필요 조건부터 갖춰야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다른 길드에 소속되어있지 않은 이들로 구성되어야 했기에, 시안은 굳이 2억이라는 거금을 들여 그 3명의 머릿수를 채우기로 마음 먹었다.

이유나, 제외. 아직까지 종합 평가는 E등급이다.

박라온, 가능. 작년의 종합평가는 D-로 낮지만 서브 코어 덕분에 D급 정도의 마력은 충분히 낼 수 있다.

김누리, 가능하지만 뒷감당이 어려움. 김누리를 등록했다가는 어떤 사단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길드를 등록한 이후에 김누리를 추가로 등록한다면 모를까, 적어도 처음 명부를 작성하는데는 누리를 등록하기가 사실상 힘들었다.

김가온, 불가능. 애초에 다른 길드에 소속된 사람일 뿐더러, 그 원래 소속이 원탁 산하 조직이다. 가온에게는 시안의 길드 등록을 위해 소속을 옮겼다가 다시 돌아갈만한 이유가 없었다

결국 남은 두 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시안은 밤새 고민을 한 결과, 돈으로 그 자를 채우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길드에서 쫓겨나버린 두 명의 무직 헌터, 김누리 부모의 이름을 빌리기로.

* * *

<2월 8일 토요일 오전 10시, 시안의 사무실.>

"긍정적으로 검토는 해보겠어요. 다만 그이는 어떻게 할 지는 모르겠네요."

서향은 맞은편에 앉은 누리의 눈치를 보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시안은 서향의 사인이 들어간 계약서를 보며 한 시름을 놓았다.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이름만 올리고 1억 받으면 감지덕지죠. 길드가 잘 되면 비율만큼 앉아서 돈을 받는 거고, 길드가 망해도 저희는 상관없죠. 은퇴한 이능력자들 라이센스 퇴직금이라고 생각하면 되니."

시안의 계약은 간단했다. 길드에 이름을 등록하는 대신 부부 각각 1억의 채무를 변제하는 대신에, 혹시나 이름을 계속 두게 될 경우 코어 정산금의 2%를 무조건 제공하기로 하였다.

'월세나 마찬가지야.'

서향 부부에게 있어서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 쫓겨나다시피 퇴출당한 이상 그들을 써줄만한 길드는 이제 더 없었고, 사실상 은퇴를 생각해야하는 상황에서 시안의 제안은 구미를 당기게 했다.

'남편이 존심만 안 세웠어도.'

자존심만 아니었으면 꽁돈 2억이 들어오게 생겼다. 서향은 그 전날 제 남편이 보인 행동이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장에 부족한 현금에 몹시 아쉬웠다.

'당장 돈이 없는 걸 어떡해?'

만약 시안이 다짜고짜 2억을 내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면, 서향 부부는 빚을 지거나 건물을 내어놓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당장의 현금이 없었고, 그건 딸인 가온도 마찬가지였다. 서향은 빈 계약서를 마도기어로 스캔하고 가방을 들었다.

"남편이랑은 제가 잘 이야기해볼게요."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아직 하겠다고 한 거 아닙니다."

"그래도 감사드립니다. 아, 혹시 시간 되시면 다같이 식사라도-"

"그건 괜찮아요. 그럼."

서향은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황급히 자리를 뜨려는 분위기에 시안은 엉거주춤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옆에 앉아있던 누리도 살포시 일어나 서향에게 손을 흔들었다.

"조심히 들어가."

"...넌 나중에 보자."

서향은 누리를 향해 으름장을 놓고는 죄지은 것 마냥 사무실을 떠났다. 시안과 누리는 자리에 앉아 서향이 입도 대지 않은 커피잔을 정리했다.

"너 도대체 어머님께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어머님이라니, 울 엄마가 왜 아저씨 엄마임?"

누리가 눈을 부라리자 시안이 잠시 숨을 고르며 답했다.

"서향 씨라고 부르면 그것도 이상하잖아."

"그건 그렇네. ...편한 대로 불러. 아저씨 계획대로 되면 울 엄빠도 다 길드원이니까."

누리는 히히덕거리며 잔을 깔끔히 씻었다.

"온가족이 다 이 길드에 소속되겠네. 아, 나는 지분 따로 요구할 거다? 괜히 엄빠 지분 내 몫에서 까기만 해봐. 계약서 찢어버릴 거야."

"그러니까 철저하게 'n분의 1' 한다니까."

테이블을 정리한 시안이 제 몫의 커피를 마시며 계약서를 보였다. 누리는 길드원 간에 가장 민감한 '금전' 문제가 적힌 계약서 조항을 유심히 읽다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잘 모르겠는데."

"길드 운영비나 장비에 사용할 자금 6할을 제외하고, 나머지 4할을 철저하게 나눈다는 거야. 1억을 벌면 나머지 3천만원으로 계약한 비율에 따라서 나눈다는 거지. 일단 너 1할."

"헐. 아저씨 완전 양아치 아님? 나는 딜량 1등 먹으면 좀 억울할 거 같은데. 사실상 아저씨가 더럽게 많이 챙겨가는 거잖아."

"...던전 공략을 한 팀원들 끼리 정산하는 거니까 걱정마라. 월급도 따로 나갈거야. 그리고 어디가서 이런 계약 하는 곳 없다? 내가 어디 내 부귀영화 누리려고 내 몫을 늘린 줄아냐? 더 너희들 장비 맞춰주려고 하는 거야. 그리고...."

시안은 고개를 쳐들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유나, 박라온, 김누리. 사실상 나한테는 첫 스쿼드 팀원들이니까 각각 1할씩 보장하는 거지, 다른 곳 가봐. 어디 초짜나 다름없는 너한테 몇 할이나 떼어주겠어?"

"100% 다 준다고 해도 데려가려 할 곳이 수두룩할텐데? 내가 SNS 만들어서 말만 하면 모셔갈 길드 한 트럭은 올 걸?"

김누리의 반박에 시안이 머쓱한 듯 뒷목을 잡았다. 누리는 계약서를 다시 정독하며 고개를 저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저씨, 이거 정말 나 떼돈 벌 수 있는 거 맞아?"

"초반에는 힘들지 몰라도, 나중에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돈이 돈을 벌게 되는 상황까지 갈 거다. 내 계획대로 된다면 아마...."

시안이 턱을 손으로 쓸며 계산을 마쳤다.

"너 올해 가기전에 네 계좌에 백억은 찍게 해줄게."

"지랄. ......아, 욕해서 미안."

누리는 멎쩍은 웃음을 지었다가 되려 소파를 팡팡 치며 화를 냈다.

"아니지, 내가 더 열받네?! 세계 최강의 SS급 암속성 헌터가 될 김누리님께 고작 백억밖에 못 준다고?!"

"정정. 한 오백억은 벌텐데 너 하는 거 봐서는 사백억 홀라당 날려먹을 것 같다."

누리가 기가찬 얼굴로 비꼬았다.

"아저씨. 나 아직 아저씨 어장안의 물고기 아니거덩요? 지금 나 노리는 길드가 얼마나 되는 지 알아? 아저씨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면 나 삐뚤어진다? 아저씨는 내가 아쉽지 않나봐?"

"......."

아무 대답이 없는 시안의 태도에 누리가 코웃음을 치며 소파를 발로찼다. 마력과 감정까지 실린 발길질에 소파 아랫부분이 터지고, 시안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뭐, 뭐야?!"

"흥! 됐어! 나 집에 갈 거야. 꺼져!"

누리는 쿵쾅대며 나가려다가 다시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며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시안은 누리가 사라진 빈자리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가 꺼져놓고는. ...벌써부터 S급병 도지면 안 되는데."

잠재력은 잠재력일뿐 현재 능력치는 엄연히 C급이다. 사무실에 홀로 남은 시안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겠어.'

시안은 마도기어에서 세 개의 스크린을 꺼냈다. 상황을 여러 가지 종합한 가운데 시안이 계획한 세 가지 안 중, 시안은 현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한 계획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그래. 여기로 하자.'

삑. 시안은 남아있는 자금을 확인하고는 숨을 골랐다.

약 2천만원. 길드의 보유 현금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금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시안은 갑자기 충동구매를 했던 히어로 슈트 두 개가 미워졌다.

"...두 달만 버티자. 두 달만."

길드만 정상적으로 등록되고 제 궤도에 오르면 투자금 정도야 얼마든지 회수할 수 있다. 시안은 네트워크를 뒤져가며 필요한 물품들을 찾아 나섰다.

"네, 네. 안녕하세요, '사냥꾼의 숲'이죠? 차 한 대 렌트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 * *

<오후 2시, 누리의 집.>

"안한다고 했다."

"여보, 생각 좀 바꿔봐. 그냥 이름만 올리는 거잖아."

서향의 설득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도윤은 서향이 가져온 계약서를 단 한 줄도 읽지 않고 그대로 찢어버렸고, 그에 서향이 더 오기가 생겨 도윤을 설득하려 애를 썼다.

"그냥 이름만 올리면 되잖아. 그러면 1억 안 갚아도 된다고."

"이 집 담보로 대출 받으면 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마. 여기서 더 어떻게 대출을 받아? 무슨 돈으로 갚을 건데? 막말로 당신이나 나나...."

서향이 입술을 깨물며 흐느꼈다. 헌터 길드에서 뼈빠지게 일하며 종잣돈을 모은 다음, 대출을 받아 다세대주택 건물을 매입하는데 성공했다. 신서울에 작은 건물하나 있다는 기쁨에 부부는 절로 팔자가 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임대 수익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고, 부부의 헌터 수입도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으며, 결국 도윤이 다친 것을 계기로 헌터 길드에서 퇴출당했다. 서향이 속이 탄다는 듯 바닥을 쳤다.

"당신 길드 나올때도 그 난리쳐서 손해배상까지 해줬잖아. 병원비에 장비 사용비까지 다 물어줬다고. 우리가 지금 돈이 어디있어? 당장 현금이 있기나 해?"

"......대출 낸다니까."

"이미 대출 끝까지 땡겼어. 더이상 대출 할 곳도 없어. 어디서 1억을 구해오겠다는 거야?"

"......."

도윤은 막막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현실적으로 상황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누리를 제 길드에 들이려는 금발 외국인에게 자격증을 팔기에는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가온 엄마. 그거 다 누리를 자기 길드로 넣으려는 수작이라니까. 당장 1억 돌려주고 와. 아니면 내가 가리?"

"그런 거 신경쓰지 말라고 했어. 누리가 다른 길드 간다고 하더라도 자기는 길드 등록만 하면 된다고. 응? 눈 딱 감고 등록만 해주면 돼. 고작 D급 던전 공략 한 번에 2억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차라리 내가 막공장 돌면서 벌고 말지."

"코어 깨진 당신이 무슨 수로 던전을 돈다고 그래?"

부부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전투의 여파로 하필이면 코어가 깨지는 바람에 도윤은 쫓겨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덩달아 서향도 길드를 나오게 되었다. 급한 치료비는 시안의 전세금 덕분에 메꿀 수 있었지만, 거의 2억 가까이 쓰는 바람에 남은 돈은 없었다.

"여보."

서향이 조심스럽게, 정말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온이 한테 손 벌리거나, 누리를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를 말어."

도윤이 서향의 말을 칼같이 끊어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이제 스물 갓 넘긴 딸들한테 손을 벌릴 수는 없잖아. 가온이야 지 앞가림 잘하니까 그렇다 쳐. 누리는? 이제 고등학교 졸업한 아이야. 재수를 하든 전문대를 가든 우리가 아직 보살펴줘야하는 아이라고. 지난 번에 그렇게 얘기했잖아?"

"......이제는 각성했잖아. 막말로 당장 우리보다도 더 마력이 많은 아이야."

"마력만 각성했지 정신이 불안하잖아. 아직 어린애-"

삐비빅. 도윤의 마도기어가 시끄럽게 울렸다. 도윤이 발신인을 보고 이를 갈면서도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김도윤 헌터님.]

"...오월에서 나한테 무슨 용무입니까? 아직도 갚아야 할 장비가 남았습니까?"

상대도 월급쟁이인 걸 알지만 도윤은 퉁명스러운 말투를 고칠 수 없었다. 상대방도 그걸 아는지 난감한 미소를 짓고는 제 소개를 했다.

[아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오히려 김도윤 님께 사죄를 하고자 연락드렸습니다.]

"......사죄?"

쌩뚱맞은 상대방의 말에 도윤이 고개를 갸웃하자, 변호사 김상아는 죄송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먼저 저희의 실수로 김도윤 헌터님께 큰 상처를 입히게 되어 죄송합니다. 길드 내에서 산재를 다루는 직원이 메뉴얼에서 실수를 일으키는 바람에....]

김상아는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놓았다. 코어가 깨진 도윤에 대해 길드 측에서는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했지만, 오월에서는 도윤을 가차없이 쫓아내버렸다. 도윤은 순순히 장비들을 물어주며 길드를 떠났지만, 부랴부랴 메뉴얼을 다시 확인하고 이렇게나마 연락했다는 것.

설명을 들은 도윤은 으르렁거리듯 따지고 들었다.

"내 딸이 SS급 가능해져서 지금 나 회유하려고 드는 거 아니오?"

만약 누리가 SS급이 되지 않았다면 오월에서 이렇게 도윤을 챙기려 들었을까. 도윤은 절대 아니라고 확신했다. 스크린 속 김상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병신같은 직원 때문에 김도윤 헌터님께 큰 실수를 하게됐죠. 그래서 오월은 해당 직원을 해고하기로로 했습니다.]

"네?"

[김도윤 헌터님께 진정성을 보이고자하는 저희 지사장님의 마음입니다. 물론 금전적인 배상은 몇 배로 쳐서 돌려드리고요.]

"자, 잠시만."

도윤이 당황하며 손사레를 쳤지만, 상대는 외려 도윤의 빈틈을 찌르기 위해 더욱 빠르게 몰아쳤다.

[만약 김도윤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저희는 오월 전체를 자녀분인 김누리 양을 위한 헌터 길드로 재구축할 계획도 있습니다. 오직 김누리양의 성장만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 '윗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도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서향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린 도윤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보시오, 지금 나를 회유하려는 건가!"

[예. 저희가 자금은 많거든요. 그만큼 누리양에 대한 저희의 관심이 많다고 생각해주십시오. 혹시 지금 시간 되십니까? 지사장님께서 김도윤 헌터님과 사모님이신 이서향 헌터님을 뵙기를 원하십니다.]

삑. 도윤이 길드에 있던 시절의 정산 계좌에서 알람이 울렸다. 압도적인 0의 갯수에 도윤은 입이 턱 막혔다. 그리고 김상아는 쐐기를 박았다.

[이건 지사장님의 성의입니다. 가급적이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뵈었으면 합니다만....]

"지, 지금 바로 가겠소!"

억소리나는 마음에 도윤과 상아는 곧장 옷을 챙겼다.

* * *

<그 시각, 인천항 근처 사무실.>

여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켰다. 사무실에 있던 남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월척이다!"

"거 봐. 괜히 당사자 낚는 것보다 주변부터 낚으면 성공한다니까?"

사나운 인상의 남자는 킬킬거리며 담배를 물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가 사무실 안을 가득 채우자, 도윤과 전화를 마친 김상아도 피로에 절어있는 얼굴로 맞담배를 피웠다.

"등신 새끼들이 지랄만 안 했어도...어휴."

"그래도 덕분에 이거만 성공하면 <중화> 들어가게 됐잖아. 큭큭."

남자는 여전히 겁에 질린 부하들을 보며 벽을 쾅 두드렸다.

"납치해서 바다만 넘어가면 우리 인생도 이제 상팔자라고. 그러니까 쫄지마, 이 놈들아."

"그, 그래도 대장. SS급 이렇게 남의 나라에 팔아넘겨도 돼?"

"남의 나라? 풉. 야. 석필아."

남자가 담뱃재를 재떨이에 털며 비웃었다.

"글로-벌 시대에 내 나라가 어딨어? 내 돈 벌어주는 곳이 내 나라인 거지."

마도기어를 향한 그의 눈동자에는 온갖 0의 향연이 비치고 있었다.

"모두들 준비해. 부부가 올라오는 즉시...."

사내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위에 올려둔 사진을 하나 집어들었다.

"딸도 납치해서 중국으로 튄다."

사진 속에는 강당에서 졸업자 대표 선서를 하는 김누리가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