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853화 (853/1,497)

EP.853 3부 2장 27 낚지스컴

전투는 끝났다.

광역 무력화-라는 이름의 그라운드 제로를 통해 우리는 적을 모조리 끝장내어버렸고, 가이아나치의 모든 적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쓰러졌다.

치직.

"아아악!"

청화단은 가이아나치들의 머리에 화염방사기를 뿌렸다.

붉은 불꽃이 아닌 푸른 불꽃은 정확히 가이아나치들의 머리카락과 눈썹을, 그리고 마력을 불태웠다.

모근마저 불태우는 힘이 있으니, 이제 가이아나 왕국에서 가이아나치에 부역했던 자들은 모두 낚지마냥 머리가 맨들맨들한 모습으로 살아갈 터.

별도의 가발이라도 쓰지 않는 한, 이들은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잔인한 처사 같기도 하지만, 결코 잔인하지 않다.

가이아나치들은 대상이 유대인에서 어린 아이로 바뀌었을 뿐, 나치가 과거에 했던 행동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사실상 네오 나치의 재림이었다.

테라에서 나치가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이제 의문을 해결할 차례.

나는 청화단인 가이아나치의 일반병사들을 정리하는 사이, 가이아나치의 수장인 여신관을 불러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

신관으로서 가진 마력은 이미 전부 사라졌다. 대지모신과의 마력 패스가 끊긴 이상, 여신관은 그저 평범한 사제에 불과했다.

대지모신은 여신관과의 패스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더이상 힘을 주지는 않았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고 한들, 흐르는 관을 그대로 놔둬도 물을 흘려보내주지도 않는다면 아랫목은 물이 마르게 되는 법.

그러므로 지금의 여신관은 아무 힘조차 없는 존재다.

"이름."

"...호프 히드라."

"......."

어떻게 사람 이름이 호프 히드라.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생긴 모습이 내가 알고 있던 지륜의 히드라와 상당히 닮아있었고, 호프라는 이름은 딱히 특이하다고는 할 수 없었으니까.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아돌프를 뒤집으면 호프라고.

adolf       Hope

"왜 아이들을 전부 선의철로 만들려고 했지?"

"선의철?"

"왜 아이들을 전부 조그맣게 만들려고 했냐, 이 말이야."

"......그것이, 이 땅에서 인류가 살아갈 길이니까."

호프 히드라의 얼굴에는 광기가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인류는 변혁을 이루어야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 번 진보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우수한 형태만을 남겨두는 것이야말로 진보-"

"개소리군."

나는 호프 히드라를 향해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 커흑…?!"

팔만 괴인형으로 변화하여 움켜쥐고 있으니 짧은 목조차 간신히 잡을 정도.

하지만 건틀릿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에 호프 히드라는 행여나 머리카락이 닿을까봐 기겁을 하고 있었다.

"왜? 아이들은 그렇게 만들어놓고 자기는 대머리가 되는 것이 두렵나?"

"그, 그건…!"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자기가 평생 140cm로 살까봐 두려워했던 사람이 있었지. 그걸로 왕따를 당하기도 했고, 트라우마로 남기도 했어."

이것은, 김누리의 복수다.

"남의 인생에 멋대로 한계를 정해놓고 살게 하는 게 진보라면, 나는 이 왕국을 파괴하겠다."

"뭐? 그, 그만둬…!"

"그만두고 아니고를 판단하는 건 내가 아니야."

이미 혁명의 불꽃은 불이 붙었다.

"정규군이 무너진 이상, 분노한 민중의 불꽃이 어디로 향하는 가에 대해서는 불보듯 뻔하지."

나는 호프 히드라의 목을 붙잡고 반대편을 가리켰다.

청화단의 뒤로 수많은 군중들이 저마다 쟁기와 같은 무기를 손에 움켜쥔 채 멀리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키는 거의 대부분 140은 물론이거니와, 160에 이르는 자들도 있었다.

혼혈이다.

가이아나 왕국에서 그렇게 중요시하는 순혈이 아닌, 다른 속성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가이아나 왕국의 평균 키에 포함조차 되지 않는 자들이었다.

너무 크기 때문에.

"신관이 대지모신의 말씀을 잘 들었어야지. 안 그런가?"

"대지모신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 그걸 가지고 네 멋대로 생각하고 네 멋대로 판단하여 저지른 일이 아니냐. 신의 말씀이라는 이유로 혼혈을 차별하고, 순혈만 남기려고 했어."

나는 신관의 목을 다시 움켜쥐었다.

"누가 네게 이런 방법을 가르쳐준 거지?"

"뭐, 뭐…?"

"분명 이 방법을 가르쳐 준 자가 있을텐데. 말해라. 누구냐?"

"그, 그건…."

신관은 내 눈치를 보다가 내 배에 발길질을 했다.

카앙ㅡ!

"아악?!"

"소용없다."

발이 닿기도 전에 먼저 갑옷을 만들어 몸을 보호했다.

그녀의 발은 갑옷에 부딪혀 발가락 끝이 뒤틀리게 되었다.

그러길래 누가 함부로 사람을 때리라나.

"말 해. 누가 네게 이런 방법을 가르쳐줬지?"

"으, 으가아…!"

신관은 내 손목을 움켜쥔 채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나로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나는 지구인으로서 그녀에게서 배후를 들을 필요가 있었다.

"가스부터 혼혈 말살까지. 너 혼자서 생각한 건 아니잖나. 그렇지?"

"......."

호프 히드라는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도저히 입을 열 생각이 없어보였고, 나는 결국 그녀가 뭔가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

이것 만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쿵!

나는 땅을 짓밟았다.

진각을 밟자마자 아래에서 거대한 기둥 하나가 위로 솟구쳤다.

사람 하나가 안에 들어가기 좋은 기둥은 윗부분이 마치 뭉툭한 연필과도 같았다.

솔직히 말해서, 좆같이 생겼다.

"말하지 않으면 내가 알아내는 수밖에. 너는 이제 이곳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시, 싫어…!!"

나는 남근상의 덮개를 열었다.

그리고는 호프 히드라를 남근상의 안으로 밀어넣어 덮개를 닫았다.

"채우기."

꿀럭, 꿀럭.

나는 남근상 아래를 향해 지속성 마력을 불어넣었다.

안에서 마치 진흙이 차오르듯 흙더미가 남근상 위로 오르기 시작했고, 호프 히드라의 눈동자는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너, 너 지금 뭐하려는…!"

"화석을 만드는 중이다."

"뭐…?!"

"가이아나의 사람들에게 전해야지. 너희들을 3cm, AAA컵으로 만들려고 했던 여자가 이런 모습이라고.

꿀럭, 꿀럭.

남근상 안에서 계속 진흙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진흙이 아니다. 시멘트와 같은 재질을 한 석고다.

즉, 하얗고 끈적한 무언가가 아래에서부터 차올라 남근상을 가득 채우는 것…!

"아아, 이것은 박제라고 하는 것이다."

바깥은 화석으로 만드는 동시에, 안은 영원히 움직일 수 없게 박제로 만들 것이다.

"인간으로서 필요한 모든 활동이 필요하지 않은 몸으로 만들어주지. 그래, 정령으로."

"그, 그만둬…!"

삑.

나는 마석 하나를 꺼냈다.

안에는 내가 처음 가이아나 왕국에 진입했던 요새에서 겪었던 일들이 소리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어린 아이들이 제발 그만둬달라고 울부짖는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삑.

마석을 부수자마자 호프 히드라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어 마력을 방출했다.

"땅의 정령으로 다시 태어나서 가이아나 왕국을 위해 힘써라. 그게 대지모신이 너에게 베푸는 마지막 자비다."

신관의 직위는 유지한다.

남근상 속의 박제로 평생 광장에서 토마토와 계란을 맞으며 살아갈지언정, 이 여자가 인간이었던 흔적은 빼앗을지라도 신관의 직위는 내가 함부로 거둘 수 없는 노릇.

"민중이 스스로 너를 신관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이다."

분노한 대중들이 직접 나서서 신관의 자리를 박탈하려고 들 것이다.

모든 대중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호프 히드라를 규탄하고, 신을 향해 새로운 신관을 내려보내달라 외칠 것이다.

"순혈지상주의는 이제 더이상 없을 것이다. 순혈들은 여전히 순혈임을 유지하고 싶어하겠지만, 그걸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거나 키를 가지고 자격지심을 가질지언정 다른 이들의 머리와 발을 잘라 140cm를 맞추는 일은 없겠지."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대.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흐름이며, 그것이 곧 가이아나의 미래가 될 터.

"미래를 위해 죽어라."

"으, 흐흐, 흐흐흐…!"

하얗고 끈적한 석고가 드디어 허리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호프 히드라는 실성한 듯 남근상의 벽을 쾅쾅 두드리며 나를 향해 외쳤다.

"언제까지 그 여유가 가는지 지켜보겠어! 그분들이 있는 한, 이 테라는 끝이야!!"

드디어 뭔가 말하려고 하는 건가.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호프 히드라를 도발했다.

"그분들이고 뭐고, 나한테 걸리면 창염개진 한 방에 다 죽는다."

"하! 멍청한 놈! 세계가 전부 멸망하게 될텐데…! 우리는, 테라는 가만히 도태되는 게 나아! 모두가 미쳐서 괴물이 되고 괴인이 될 바에는, 지저의 지저로 뚫고 들어가서 살아가는 게 더 낫다고!!"

아아, 그랬던 것인가.

대지의 여신관은 테라에 드리운 어두운 손길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가이아나의 후손들이라도 지하에 처박아두고 원시 상태마냥 살게 하려고 했던 것인가.

그래야, 테라의 오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니.

"개소리."

그런 생각조차 안일할 뿐이다.

테라는 모든 생명이 하나도 빠짐없이 오염될 것이고, 그건 설령 맨틀까지 뚫고 내려간 생물에게도 포함되는 말이다.

"걱정마라. 내가 세상을 구할테니. 너는 안에서 평생 절정이나 느껴라."

"뭐...?"

인류가 지하 깊숙한 곳으로 숨는다고 한들, 대지모신을 비롯한 일곱 정령이 오염되는 순간 테라 전체가 오염되고 만다.

"저, 절정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큥큥."

그걸 모르는 여신관으로서는 자기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나를 그런 더러운-"

"더러운 페도충이 무슨 헛소리를."

쩌적.

오고곡.

석고가 기어이 남근상을 가득 채웠다.

호프 히드라의 전신은 하얗고 끈적한 석고에 갇혀 영영 빠져나올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끼이익.

"...큥큥."

이제, 나중에 교수대에 오를 때는 안에 갇힌 여신관은 정령이 되어 있을 터.

"...어지간하면 살려주려고 했는데."

유감이다.

나는 석고로 그녀의 몸을 가두며, 그녀의 진실을 깨달았다.

"애널 비처녀는 안 되지."

순혈의 남자들을 상대로 애널 유사 쇼타 섹스를 일삼던 가이아나치의 수장, 비처녀 호프는 박제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가이아나 왕국에 있는 지구의 잔재를 찾는 일 뿐.

괜찮다.

아직 가이아나치의 부역자들은 차고 넘치니까.

이 날.

남근상 공구리에 박제된 가이아나치의 부역자들은 무려 천 여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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