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51 3부 2장 25 지속성 최강 마법
테라에서 땅의 여신으로 추앙받은 존재는 충격에 빠졌다.이계에 자신의 신관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났다.
아니, 그녀는 신관이었던 몸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넘겨받았다.
신은 보았다.
테라의 멸망을.
자신의 신관은 몰려드는 적에 대처하지 못하고 어둠에 파묻혔고, 그 영향으로 신 마저도 멸망에 오염되어 하나의 '정령'이 되었다.
정령으로서의 신은 '지륜'이라고 불렸다.
자신의 원래 이름을 잊은 채, 지륜이라는 하나의 정령으로 쇠락하고,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져 '지륜의 히드라'라는 하나의 괴인이 되었다.
괴인은 만났다.
푸른 불꽃의 소년을.
그리고 소년으로부터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모든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확고해진 자아는 둘로 양립하게 되었으니, 지륜과 히드라로 되었다.
-저는 이유나라고 해요.
여인은 자신을 이유나라고 소개했다.
품에 지륜과 히드라를 모두 담은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신은 그녀가 신들로부터 파생된 조각을 모아 하나로 만들어낸 인공여신이라는 것을 단숨에 깨달았다.
-당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왔어요.
피닉스라는 자가 신관과 접촉한 시점.
피닉스의 뒤에 있던 이유나와 신관의 뒤에 있던 땅의 여신 사이에 마력이 연결되었다.
세계는 다르지만 서로 같은 위상의 존재라고 할 수 있기에, 둘은 실체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으나 대화는 가능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이유나는 대지모신에게 세계의 진실을 가르쳐줬다.
자신의 목적을 가르쳐줬다.
대지모신이 바라는 바를 가르쳐줬다.
-알아요. 대지의 수많은 것들을 관리하기에 상당히 귀찮다는 걸.
여인은 대지모신의 속내를 파헤쳤다.
-아무리 지상의, 지하의 존재들이 당신을 향해 찬양을 한다고 한들, 모든 이들의 요청을 들어주는 건 신이라도 귀찮고 따분한 일이죠. 땅의 '모든 생물'을 아우르셔야 하는데, 그들의 가장 공통적인 바람이 뭐겠어요?
-좆간을 죽여달라.
대지모신은 수많은 벌레, 짐승들의 말을 떠올렸다.
-인간에게 부모가 살해당했다. 인간에게 밟혀 죽었다. 인간 아이가 이유도 없이 우리 세력의 일꾼들을 손으로 눌러 죽였다. 그런 것들이 한둘이 아니지.
-맞아요. 당신은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품으려고 하셨죠. 그래서 인간을 도태시키려고 한 거예요. 인간의 가능성을 죽이는 방향으로.
대지모신은 신관을 통해 인간들을 제거하려고 했다.
다시는 여러 생명들이 인간의 좆같음에 대해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인간들이 다시는 자연에서 무턱대고 모든 것을 함부로 하지 않도록 신관의 행위를 방관했다.
신관이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음습한 행동을 해도, 대지모신은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신관의 그런 음습함이 미래의 자신-지륜과 히드라에게 영향을 준다면 그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나는 페도가 아니다.
-맞아요, 당신은 페도가 아니죠.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페도가 될 거예요. 쇼타의 물건이 큰 지 작은 지를 두고 싸우게 되겠죠.
유나의 말에 대지모신은 인간의 모습을 갖췄다.
눈앞의 존재, 유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그녀는 유나의 앞에 마주섰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 좆같은데?
-사람은 좆같은 게 맞아요. 하지만 사랑은 좋은 거죠.
-사랑?
-그래요. 당신에게 사랑을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또 뭐...좆은 좋다는 것도 알려드리고. 후후.
-음.
여신은 '성'에 흥미를 느꼈다.
성이 사랑의 한 방식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유나를 통해 본 그 남자, 피닉스와의 사랑은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부러운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말씀드렸다시피, 제 분신을 그쪽 세상에 보낼 게요. 그걸 테라의 정령으로 만들어주세요. 이왕이면 신관으로도.
-그건 불가능하다.
대지모신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행동을 했다고 한들 그녀는 내가 지명한 신관이다. 그녀가 죽지도 않았는데 함부로 죽여서 신관을 바꿀 수도 없고, 나와 같은 위상의 존재인 너를 신관으로 임명할 수도 없다.
-아.
유나는 난관에 봉착했다.
-그럼 안 되는데.
-어째서지?
-테라에 있는 신들의 힘을 그에게 부여하기로 했거든요. 이른바, 지륜의 피닉스.
-음.
대지모신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신관이 아닌, 신의 인정을 받은 '화신'은 어떠한가?
-힘만 넘겨주신다고요? 그렇게 하셔도 돼요?
-안 될 건 없지. 대신 그냥 힘을 넘겨줄 수는 없으니, 너를 경유하겠다.
대지모신은 유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네 일부를 정령으로 만들어, 네 분신을 창염의 피닉스에게 깃들게 하마. 의지도 없고 영향력도 없지만, 오직 피닉스에게 힘만을 부여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래도 되겠느냐?
-물론이죠. 제가 오빠에게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그리고 오빠랑은 현실에서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 걸요.
유나는 활짝 웃으며 손을 뻗었다.
-테라는 직장인 셈이고, 현실은 집인 거죠. 직장에서 애정행각 하면 꼴뵈기 싫거든요.
-너를 이해하고 나니 네 말이 이해가 되는 구나. 그러나 한 가지 부탁을 하자.
-뭔데요?
-나는 나의 신관을 이해하고 싶다.
대지모신은 유나로부터 받은 황색의 빛을 자신의 배에 품었다.
-그 아이가 어째서 저런 생각을 품었는지 알고 싶어. 인간을, 이해하고 싶다.
-인간에 대한 이해로 쇼타랑 하겠다고요?
-안 되나?
-그, 안 될 건 없는데. 감각을 공유하는 것 정도로 해도 돼요? 제 분신인 정령에 당신이 감각을 연동하는 거죠.
-...가능한가?
-당연히 가능하죠. 저희는 여신인데.
-잘 모르겠지만, 해볼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군.
대지모신은 두 팔을 벌리며 유나를 끌어안았다.
-환영한다. 이계의 나.
-만나서 반가워요. 테라의 나. 비록 위상만 같을 뿐 다른 존재지만....
-의미가 있...나요?
대지모신의 입꼬리가 방긋 올라갔다.
-이제 당신이 나고, 내가 당신인데.
그렇게.
-크림?
-파이.
대지모신은 이유나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유나에게 완전히 동화되었다.
* * *
나는 유나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내가 신관에게 접촉하는 순간, 나와 마력으로 연결된 유나가 내 몸을 타고 흘러가 신관의 뒤에 있는 대지모신과 접촉한다.
그것이 우리의 계획이었고, 아주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이제 볼 일은 끝났어."
나는 신관을 앞으로 밀쳤다.
불꽃의 결계는 위에서부터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나는 내 몸을 괴인의 형태로 바꿨다.
"이게, 무슨…?"
옷을 추스른 신관은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 몸에서 빛나는 황금의 마력을 보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어떻게…?!"
[신의 뜻을 참칭하는 자에게 단죄를.]
나는 두 팔을 좌우로 높이 치켜들었다.
태양만세, 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은 지륜만세다.
사아아.
땅속에 있으니 땅으로부터 막대한 마력이 몸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간신히 S급을 찍었던 기본 아바타 때와는 달리, 평균적인 S급 수준-93 정도로 늘어난 마력양 덕분에 나는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졌다.
어떻게 등장하면 좋을까.
어떻게 다시 나타나야 모두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
'그럴 필요 없지.'
요란한 등장씬은 필요없다.
그저 존재하는 것 만으로 모두를 감탄하게 만드는 것이 피닉스니까.
당연하게 멋진 것.
그게, '지륜의 피닉스'다.
"신관님!! 뭐, 뭐야?!"
"땅의 마력이…?"
가이아나치의 이능력자들이 나를 보며 하나둘 깜짝 놀라기 시작했다.
청화단의 멤버들 또한 변한 나의 색을 보며 기겁을 했다.
'혹시 변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지금의 나는 굳이 따지자면 땅의 능력을 흡수한 셈이다.
그런데 그걸 내가 가이아나치가 된 것으로 오해한다?
'그건 안 되지.'
우리 청화단이 혼동하기 전에 미리 움직여야한다.
그걸 위해서는 땅의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랜드 스피어.]
손을 아래로 뻗었다가 위로 튕긴다.
그러자 벽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며, 날카로운 기병창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새애애액!
엄청난 속도로 대지의 창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전쟁용 골렘들의 아래에서 뛰쳐나와 꼬챙이를 꿰기도 하며, 이능력자들을 기습하여 창으로 원뿔 모양의 감옥을 만들기도 했다.
'맨날 불만 쓰다가 지속성 마력 쓰니까 재미있네.'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플레이어였던 시절.
지속성은 주로 아리엘이나 유나와 연계가 많이 이루어졌다.
지륜을 받아들이는 건 주로 그 둘이었고, 나는 그들의 기술을 머릿속에서 하나 둘 떠올렸다.
"죽어!"
앞뒤로 쌍둥이들이 달려와 나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척 보기에도 위험해보이는 도끼는 앞뒤로 나를 공격했으나, 나는 그걸 아주 손쉽게 막아냈다.
[소용없다.]
창염의 피닉스가 공격력에 대부분의 능력치를 몰아넣은 타입이라면, 지륜의 피닉스는 방어력 올-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무리 S급 둘의 공격이라고 한들, 허공에 마력으로 빚어낸 거대한 방패를 뚫을 수는 없는 법.
[너희들의 신은 너희를 버렸다. 아이들의 미래를, 인류를 몰살시키려는 너희의 행동을 단죄하라고 하시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거짓말 하지 마라!"
[보라.]
나는 두 팔을 좌우로 뻗었다.
그러자 내 뒤로 황금빛의 날개가 반짝이기 시작했고, 한 여인의 흉상이 내 뒤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신…?"
내 뒤로 나타난 흉상은 유나였다.
그녀는 마치 드레스를 입은 것 같은 모습으로 홀로그램처럼 나타났으나,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신격은 분명 대지모신이었다.
"어, 어째서 저런 반란분자에게 당신의 신력을 나눠주시는 겁니까?!"
신관이 절규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모두가 나를 바라보며 경악했다.
누가 봐도, 대지모신-유나는 나를 보호하듯 손을 뻗고 있었다.
신관이 무슨 절규를 하듯, 나를 두 손으로 보호할 뿐이었다.
대지모신이 누구를 응원하고 지지하는가.
나다.
[그야 당연하지. 신께서는 너희의 행동에 탄식하셨다. 단지 파문하지 않은 건 너희들을 단죄할 존재를 찾고 계셨던 것일 뿐.]
나는 한쪽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유나는 내 아래에 손을 뻗으며 나를 받치려고 했고, 나는 유나의 손바닥 위에서 자세를 취했다.
[신의 힘으로.]
나는, 지륜의 피닉스로서 가진 궁극기를 시전했다.
[창염개진.]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합니다.
이번 챕터 끝나면
'창천의 데스디나스 2권 분량'을 투하하려고 합니다
원작 게임의 전연령 라노벨 판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큥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