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846화 (846/1,497)

EP.846부 [백합외전] 창염과 피닉스 #025

큐브는 대전에 있다.

대전의 지하, 히카리를 감금해둔 연구 단지에 있다.

나는 그곳의 좌표를 문신사로부터 얻어냈다.

하지만 좌표만 얻고 그냥 들어가기에는 '그'가 신경쓰인다.

광검.

신서울은 내가 있던 세계에서 '세종'이라고 불리우던 곳이다.

그곳에서 대전까지 거리는 차로 출퇴근이 가능할 정도로 지척이었다.

만약 내가 대전의 연구단지에서 나의 마력을 본격적으로, 아니 조금만 발현해도 금방 광검에게 내 위치가 특정당할 것이다.

그러면 바로 하늘에서 금빛의 대검이 떨어질 터.

광검과 싸우는 건 사양이다.

'아무리 쓰레기라도 장인어른을 건드릴 수는 없지.'

나는 이미 석하랑과 보볐다.

대외적으로 피닉스는 미국의 헌터이며, 석하랑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뼈에 사무친 유교인의 피가 나와 석하랑의 관계에 대해 '동성애 아웃'이라고 외치고 있지만, 나는 내 몸이 여성의 몸일지라도 내 정신은 남자니까 노-프라블럼이다.

육신은 백합 에로스일지라도, 정신이 남녀간의 플라토닉 러브라면 괜찮은 거 아닐까.

그러니 석하랑을 상처입히기 싫다.

그러니 광검에게 내 마력이 들키는 건 싫다.

그러니,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연구소의 지하까지 내려간다.

삑.

[열렸습니다.]

나는 문신사로부터 빼앗은 출입증으로 연구단지의 안으로 들어갔다.

비록 문신사의 정예 병사들이 연구단지 내부에 편성되어 있지만, 나는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쉽게 안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게, 정예라고 하는 수비병력이 아무도 없는 걸.

'목줄 풀린 바퀴벌레가 어디로 도망치겠어?'

소나무 부대는 목에 폭탄 목걸이가 달린 바퀴벌레들이다.

앞으로는 충성을 맹세하며 뒤로는 어떻게하면 조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백방으로 머리를 굴리는 놈들이다.

그런데 이제 폭탄목걸이에 신호가 가지 않는다는 걸 하나 둘 깨닫게될테고, 가장 먼저 깨달은 건 연구단지의 병사들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거의 프리패스에 가깝게 연구단지의 아래로, 또 아래로 내려갔다.

"푸흐흐, 누가 더러운 환기구로 들어가겠어요."

오물과 약품으로 가득한 환기구를 거꾸로 들어가는 건 바보같은 짓이다.

삑.

삑.

삑. 삑. 삑,

이렇게 쉽게 가장 깊숙한 지하까지, 문신사의 본거지로 내려올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쉬운 침입인가!

'이제 이 아래에 그것이 있다.'

나는 문신사로부터 빼앗은 마력의 기억을 바탕으로 지하를 향한 설비를 모두 가동시켰다.

위이잉.

문신사의 기계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컨트롤은 문신사의 출입증을 가지고 있는 내게 있어, 기계가 나를 상대로 손을 뻗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해체 개시."

내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코어를 기반으로 한 기계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어떤 신호도 빠져나가지 않게 콘크리트로 단단히 둘러싼 구체는 구체보다 단단한 금속의 칼날에 갈리기 시작했고, 나는 구체를 내려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큐브…."

아주 위험한 물건이다.

내가 괜히 이상한 소원을 빌었다가는 큐브가 내 정신을 좀 먹을 수 있다.

큐브는 이계신의 심장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더 정령을, 괴인을 더욱 파멸시키고 타락으로 이끌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무기다.

하지만 나는 큐브를 다루는 법을 안다.

큐브 하나로 수십 개의 큐브의 효과를 내는 방법을 안다.

이른바, 무한동력도 이론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정확한 방법을 알고 있다.

아직 시도도 하지 않았지만, 큐브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 큐브라면 충분히 나의 소원을 받아줄 것이다.

파지지직!!

콘크리트를 자르던 톱칼날이 원래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콘크리트 봉을 밖으로 빼내 그 끝에 있는 작은 큐브도 함께 빼냈다.

고고고고.

숨기고 있음에도 내 마력을 느낀 듯, 큐브는 서서히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계의 사이한 마력.

오염된 테라의 마력과 같은 뒤틀린 황천의 마력.

언제나 그곳에는 황색의 폭풍이 몰아치고, 모든 것을 파괴하고 휩쓸려는 폭풍이 부는 곳.

나는 그곳의 마력이 터져나오려는 큐브를 향해 손을 뻗었다.

큐브를 다스리는 방법.

그것은….

"큥큥."

[.......]

마력을 금방 방출하기 위해 달달거리던 큐브의 진동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처녀."

[.......]

이번에는 큐브의 빛이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큐브의 겉에 꿈틀거리는 기이한 형태의 무늬는 서서히 가지런하게 정렬되고 있었다.

"뷰빔."

[.......]

큐브는 이제 완전한 정육면체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검기만 했던 색이 점차 안에서 황색을 띄기 시작했다.

그 황색은 단순히 노란색을 넘어, '금'색.

이계신의 큐브는 단숨에 형태를 바꾸고 소원을 이루어주는 테라의 램프가 된 셈.

이제 이 큐브를 이용해 한 나라를 지배할 수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자신을 S급 이능력자로 한순간에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큐브를 사용하면 정신오염에 당하고 만다.

그러나 나는 큐브를 진정한 큐브로 만들었다.

이는 큐브의 법칙을 이용한 것.

큐브가 만족할만한, 이 세계가 만족할만한 대가를 치르면 된다.

"나는…."

고오오오!

금빛의 큐브에서 뽑혀나간 검은색 마력들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어떤 형상을 갖춘 듯 보이는 검은 것은 마치 로브를 뒤집어 쓴 유령과도 같았다.

[Berrrrrr….Karaaaaa…..B……]

뭔가를 말하고 있다.

처음 들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소리지만, 나는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 알고 있다.

"창염이랑 백합 보빔 큥큥."

[!!!]

망령은 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내게 뻗으려던 어두운 마수를 거두었다.

"거기에…."

그리고 나는 오히려 마수를 향해 다가가며 내 가슴을 두드렸다.

"석하랑 추가."

[Byurrrrrrrr…….Beeeeeeemmmm…….]

"받고 은유하 더."

[KiyooooooooooTTTT…..]

놈은, 마치 고민하는 듯한 얼굴로 거대한 손을 자신의 턱에 쓸기 시작했다.

로브 아래에는 그 어떤 형체도 없었으나, 실제로 턱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Ummmm……..]

망령은.

[처녀 백합에 쥬지 난입하면 죽여버리겠다.]

너무나 또렷한 저주와 함께, 두 손을 가위처럼 만들며 서로 마주보게 겹치기 시작했다.

[지켜보겠다. 피닉스여….]

"질문. 그냥 말하면 되지 뭐하러 그렇게 이상하게 말해?"

[CooooonnnnnnCeeeeeeeeep...T]

망령은 사라졌다.

이계신의 심장 조각에 남은 그의 흔적으로부터 나는 큐브의 소유권을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조건은 간단.

"앞으로 내 백합에는 쥬지 난입 따위는 없는 것이에요."

창염으로 맹세.

잠깐. 그런데….

"아, 아니. 내 하렘에는 쥬지 난입 따위 없어요."

백합이 아니다.

하렘이다.

창염을 비롯한 히로인들과 나는 뷰빌 것이며, 그리하여 나의 쥬지를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

이건 백합에 쥬지 난입이 아니다.

이계신의 망령은 내게 큐브의 소유권을 넘겨주면서 쥬지를 난입시키지 말라고 했지, 처음부터 쥬지를 달고 섹스를 하는 건 계약 위반이 아니다.

'그렇지?'

[16명의 히로인을 공략했으면 그 정도는 필요할 때 달아야죠. 푸흐흐.]

내 속의 창염은 너무나도 만족했다.

창염이 만족하고 이계신의 망령-이상성욕이라는 존재 또한 나와의 거래를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건 이 큐브로 소원을 빌 차례.

"......큥큥. 소원을 빕니다. 빌런 문신사가 부하로 부리던 소나무 부대원들을 다시 문신사가 조종할 수 있게 해주시길."

나는 큐브에 소원을 빌었다.

그러자 금빛의 큐브에서 금빛 로브를 입은 이형의 존재가 나타나 내게 손을 뻗었다.

[네 소원을 받아주마.]

환영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단, 소원의 대가를 바쳐라.]

하지만 큐브를 통한 소원은 대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법.

[타락하라, 높은 자여.]

이계신의 망령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 앞에 큐브의 금빛이 반짝이며, 양팔을 하늘을 향해 45도로 치켜 뜬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큥큥만세."

"이런 젠장."

큐브를 통해 등장할 수 있다.

그녀는 큐브에 잠식된 것 마냥 금발을 찰랑이며, 푸른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며 야릇하게 웃었다.

"완벽한 플랜이네요. 큐브는 당신의 것으로 만들고, 귀찮은 소나무 부대는 다시 문신사의 지배하에 들어가고. 당신의 희생만 빼면."

"......."

그렇다.

희생이다.

나는 큐브를 얻기 위해 내가 가진 무언가를 희생시키고자 한다.

"자, 와요. 창염."

나의…

"저를 범하는 것이에요…!"

정조를.

"...저 빠져나왔으니까 말투 원래대로 하셔도 되는데."

"......어?"

어라?

"큐브의 힘으로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저는 잠시 실체화 할 수 있답니다. 푸흐흐."

"그런데 왜 머리가 금발이지?"

"그야 지금은 이계신의 큐브를 태우고 정화하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이계신의 큐브를 이용해서 현신하는 거니까요."

창염은 나를 향해 바짝 달라붙으며 내 골반에 손을 올렸다.

"그럼 어떻게 따먹는다."

"...자, 잠깐. 너 설마 인공딜도로 나를 박으려는 건 아니겠지…?"

"......헤."

창염은 입술로 혀를 할짝이며 손가락을 튕겼다.

"?!"

그러자 나는 순식간에 전신에 탈력감이 들기 시작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마치 창염의 뜻대로 움직이는 관절 인형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소용없어요. 당신의 마력은 큐브의 소원을 빌고 현실을 조작하는데 사용되었으니까."

선의철의 소나무 부대가 폭주하여 민간인을 학살하는 걸 막기 위해, 나는 문신사와 소나무 부대를 다시 마력으로 이었다.

"이제 당신은 그냥 평범한 여자애에 불과해요."

"이, 이런…!"

"창염이랑 뷰빔? 푸흐흐, 당신이 내건 조건은 반드시 지켜야하는 거 알죠?"

창염은 마치 금빛이 첨병처럼, 내 엉덩이를 잡고 연구실 벽까지 밀쳤다.

"이계신도 인정하는 민달팽이 뷰빔큥큥."

쪽.

창염이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지금부터, 존나게 보벼줄게요. 피닉스."

뷰빔강간을 타락으로 인정해준 큐브의 망령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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