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838화 (838/1,497)

EP.838 3부 2장 20 창염의 빗치스

나치.

이들이 행한 짓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들이 행한 짓이 20년의 지구에 어떻게 스며들었느냐 하는 것.

20년의 지구 속 나치에 대해 알만한 사람이 있다.

"유나야. 히드라 좀 불러봐."

"저한테 얘기하셔도 돼요. 제가 다 알고 있으니까."

나는 유나를 우리 집으로 불렀다.

"히드라가 그 때 있었던 일은 떠올리고 싶지 않아해요."

"히드라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그런데 본인이 안 나오면 어떡해?"

"누가 트라우마를 심어준 덕분에 그 때 일 자체를 언급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시안 군."

"......."

갑자기 심장이 쿡쿡 쑤셔온다.

나를 향한 따가운 눈빛이 유나를 비롯해 겹쳐지기 시작했다.

"나는 잘못없어."

"잘못은 없죠. 정조를 지키기 위해 여자를 애무하고 넣기 직전에 창염개진을 날렸을 뿐이니까."

"오빠야, 악당에 너무 심취한 거 아이가?"

"가장 무방비하고 방심한 상태를 노렸을 뿐이야."

덕분에 나는 성공적으로 히드라를 공략할 수 있었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요만큼도.

"아무튼 당사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까, 유나 네가 대신 말 좀 해줘."

"알았어요. 그러니까 히드라는...."

본래.

유나의 안에 있는 히드라는 유럽에서 활동을 하던 빌런이었고, 그녀는 이탈리아-로마를 중심으로 활동을 했다.

히드라의 아래에 있는 빌런의 수는 엄청 많았다.

이들 빌런은 괴인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히드라가 주는 마력과 꼬임에 넘어가 인류를 배신하고 악의 편에 선 자들이었다.

25년의 지구까지 가면 타락하여 붕괴할 운명에 처한 원탁, 붕탁도 있을 정도.

20년의 지구는 25년의 지구보다 더했다.

"어느 분이 2000년 되기 직전에 돌아다니면서 스포일러를 하고 다닌 바람에, 간부들이 적은 마력으로도 2000년부터 활동하고 다녔었죠."

"그것도 내 잘못 아니다. 나는 간부들이 정령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일 거라고 믿었어."

"몸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건 아니고요?"

"......."

누군가 간부들을 자지 못하게 재잘거린 덕분에, 간부 대부분은 2000년 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20년의 시점에 자체 싱크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고, 그 중 히드라는 2000년 부터 빌런들을 규합하여 거대한 악의 조직 총수가 되었다.

말 그대로, 악의 조직 '히드라'.

어디서 이름을 가져왔는가에 대해서는 굳이 따지자면, 그리스 신화 속 괴물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모든 게이머들은 안다.

저 히드라라는 단어의 진정한 어원을.

마치 오래전 유럽 전역의 패권을 차지하려고 했던 이들처럼, 유럽 대륙 전역에 손을 뻗친 이 거대한 악의 조직은 유럽 중부 일대에 있는 모든 빌런들이 히드라 아래에 규합된 초거대 빌런 집단이었다.

예를 들어 강간마 제우스라거나.

예를 들어 흡혈귀 드라큘라라거나.

예를 들어 현대해적왕 바르바롯싸라거나.

사실상 북유럽와 영국 일대를 제외한 유럽 일대의 빌런들이 모두 히드라의 지배하에 있었다.

그리고 이들 중 '아돌프 빌헬름'이라는 이름과 가장 관련이 깊은 이들은....

"히드라가 지배하고 있던 유럽의 빌런들 중에 아돌프 빌헬름이라는 자가 있었어. 그 녀석들, '네오 나치' 맞지?"

"네."

네오 나치.

멸망하지 않고 아직 잔존하여 살아있는 자들.

이들은 이능력의 힘으로 다시 세력을 규합하여 재기하려고 했고, 나는 보스인 히드라를 제압함으로써 유럽의 빌런들을 한순간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들었다.

히드라 덕분에 힘을 가진 세력도 있었다.

하지만 간부 히드라가 지륜으로 정화됨에 따라 빌런들은 히드라의 비호를 잃었다.

...실제로 컨트롤 하기 힘든 지륜을 대신하여 히드라가 속죄의 의미로 유나와 싱크로를 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히드라는 20년의 지구에서 소멸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히드라의 조직을 건드리지 않았고, 유럽 등지에서 몸을 사리며 청화단의 눈치를 봤다.

성주와 이계신을 상대하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

히드라를 제압하면 아지다하카를 상대하느라 급급했고, 조금 숨 좀 돌린다 싶더니 명왕성이 날아오고 있었다.

-나는 명왕성을 파괴할테니, 영웅들은 나 대신 빌런들을 제압하는 것이에요.

내가 지구의 위협에 대응하는 동안, 세계 각지에서는 온갖 부정부패나 독재 빌런들과 히어로들이 대결 구도를 펼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선의철, 중국의 모택평 같은 이들은 숱하게 많았다.

다른 나라에도 과거의 학살자나 독재자가 다시 태어난 듯한 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이가 바로 '아돌프 빌헬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두 인물이 하나의 인물로 뒤섞인 케이스다.

아리엘 루트의 아치 에너미이자, 유럽 전역에 손을 뻗어놓은 네오-나치.

그리고 겉으로는 세계 히어로 협회의 원로원에 속한 다섯 별 중 한 명.

"하랑아, 너도 원탁에 있었으니까 알지? 아돌프 빌헬름. 원탁에 직접적인 영향은 끼치지 못하지만 틈만나면 뭐 해달라고 하던 양반."

"...자세히는 모르는데. 원로원이 나한테 뭐라고 할 만한 상황은 애초에 그 아저씨가 다 중간에서 커트해줬거든."

"집정관 말이죠?"

집정관.

'지휘관'의 재능은 없지만, 순수하게 지휘관이라고 부를만한 존재.

비록 문신사에 의해 암흑 집정관으로 재탄생하여 세계를 파멸로 이끌려고 하지만, 20년의 지구에서는 내가 그걸 사전에 차단하여 인류 파멸의 역사를 막았다.

어떤 파멸이냐.

이계로의 연결이다.

"집정관이 그랬어. 지구에서 다른 이세계로 침공하려고 하는 미친 놈들이 있다고."

"미친 놈들이긴 하죠. 지구를 버리고 다른 세계를 침공해서 거기를 새로운 지구로 만들려고 했으니까요. 말하자면...테라포밍?"

"과연. 테라를 테라포밍하는 건가."

"""......."""

"아니, 뭐, 왜."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나는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마치 내가 악질적인 농담이라도 한 것처럼 분위기가 굳었다.

'그 놈들 탓이야.'

내가 아내들에게 차가운 눈총을 받은 건 모두 테라를 향해 차원문을 만들려고 한 놈들의 탓이다.

"테라라는 세계를 지구의 식민행성으로 만들려는 건가."

"그냥 편하게 얘기하세요."

"아니, 안 편해졌어."

"불편해진 것도 안 편해진 건 또 뭐예요?"

"이제와서 그걸 또 이야기하는 건 지는 것 같아."

지구인들은 망해가는 지구에 두려움을 느껴 이계로 침공을 하려고 했다.

그 배경이 되는 기술적 기반은 '차원문'.

이계에서 지구로 차원문이 열리며 수많은 괴수들이 쏟아졌던 만큼, 차원문이라는 마력 현상 자체에 대한 데이터는 수도 없이 축적되고 쌓였다.

그것이 히카리라는 천재의 연구로 인해 역차원문 기술이 개발되었다. 어디까지나 엔딩 이후의 이야기지만.

"음...충분한 데이터가 없으면 차원을 넘어오는 기술도 잘 모를텐데. 어떻게 성공한 거지."

"왜 없어요?"

"...좋은 데이터가 네 건이나 있지 않나?"

"여기 다 모여있네요."

"......."

세계를 탈출한 데이터.

나.

하신라.

석하랑.

이유나.

"데이터 차고 넘치겠네."

히카리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럼 지금 테라에 차원문을 연결한 사람이 히카리라는 건가? 도대체 왜? 하랑아, 유나야. 혹시 짐작가는 거 있어? 그래도 너희는 마지막까지 20년의 지구에 있었잖아."

"그거는 모르는 일 아이가? 저 차원문이 열린 시점이 20년의 지구인지, 아니면 25년은 커녕 그 뒤의 세계일지도 모르고."

"맞아요. 완전히 다른 곳에서 열린 게 아닐까요? 20년의 지구에서 차원문을 열었으면 이쪽으로 열렸지, 그게 테라로 연결될 거라는 건 어폐가 있어요."

"그건 그렇네."

과거의 테라에 아돌프 빌헬름이라는 나치가 나올만한 건 분명 성주에 의해 오염된 세계인데, 그걸 연결할 수 있는 기술자는 과거의 테라로 이을 수 있는 계기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거, 누가 과거의 테라로 넘어가기라도 한 거 아니에요? 푸흐흐."

"신라야?"

"저도 일단 '하' 씨 성을 받았고, 그쪽 상황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거든요. 당신을 낚았던 '그 새끼'."

"......."

그들은 말했다.

그냥 한 명을 억지로 뽑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 대신 그에 준하는 위상의 존재를 맞교환 하는 식으로 뽑아오는 것이 가능하다고.

20년의 지구에서 지금 내가 있는 곳으로 온 위상은 이 자리에 있는 넷과 회사 쪽의 둘을 포함하면 총 여섯.

...어쩌면 한 명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고 치더라도, 많으면 다섯-최소한 무조건 하나는 20년의 지구에 갇혔다.

"그 새끼가 연결했네."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연결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가지 않던 것이 신라의 말에 단숨에 연결되었다.

"그 놈이 과거의 테라로 연결되는 차원문을 열었고."

"히카리가 그 차원문을 연구해서 이계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거나."

"...그도 아니면 큐브 하나 쓴거 아이가?"

"내가 정복할 수 있는 이세카이로! 그런 거겠죠."

"......그럼 뭐야. 지금 상황이 그거네."

아돌프 빌헬름의 갓세계 전생.

그것이 하필이면 테라였을 뿐.

"야, 석하랑. 이유나. 지구인으로서 사과해."

"우리가? 미친놈이 미친짓을 한 걸 가지고 왜 우리보고 사과하라고 하는데?"

"맞아요. 그 땅바닥을 기는 혼란이라는 녀석이 문제죠."

"그런가...."

분위기 타서 그냥 헛소리 해봤는데,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유감.

"그래도 테라가 지금 20년의 지구랑 연결되어 있다면 좋은 거 아니에요? 오랜만에 그 사람들 전부 다 볼 수 있겠는데요?"

"...그건 그런데, 거기에 내 X로이드도 남아있지 않나?"

"앗."

"어."

"같은 사람이 셋 이상 만나게 되면 동시에 터져서 죽는다던데, 그런 일은 없겠지."

그래, 그럴 것이다.

적어도 나는 '나'니까.

만약에 다른 '나'가 다시 나타나게 된다면....

"당신,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응."

"분양한 X로이드에 도대체 뭘 심어놓은 거예요?"

"분양이라니. 어허."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그렇긴 하죠."

"...분양까지는 아니고, 성주의 아이디어를 본따서 만든 거라고 해야하나."

여기서 성주가 왜 나와.

셋은 나를 그런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니, 그 뭐냐. X로이드 각각에 진심을 담았을 뿐이야."

굳이 한 명당 하나씩 보내준 이유.

그것은 그들이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에게 '진심'을 다할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뭘 넣었냐면...."

그저, 진심을 넣었다고 말할 수밖에.

"히로인 각 루트 공략하던 사람의 마음가짐?"

각각의 X로이드에게는 해당 루트를 공략하던 나의 진심이 담겨있다.

"걔들도 다 나야. 단지...사랑하는 사람이 다를 뿐."

그래, 창염의 피닉스를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전.

해당 히로인만을 창염의 피닉스만큼 사랑하고 아끼던 내가.

"나한테 신라가 걔들한테는 다른 애들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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