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835화 (835/1,497)

EP.835 3부 2장 17 사랑은

"도대체 저 사람은 뭘 하고 싶은 걸까요."

은유하는 크리슈나의 눈으로 피닉스의 행동을 모두 관찰하고 있었다.

애초에 피닉스의 행동을 상식으로 판단할 수 없기야 했지만, 지금 피닉스가 보이는 행동들은 그녀가 알고 있던 피닉스보다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중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역시 '여인들'에게 창염의 마력을 불어넣은 것.

"저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여자들이 저렇게 뿅 간 얼굴이 되었을 까요?"

"섹스?"

"야!"

히카리의 답에 은유하는 빽 소리를 질렀다.

"피닉스가 섹스를 할 리가 없잖아요!"

"과거의 피닉스니까 더 섹스를 하지 않았을까요?"

"아니라니까!"

"인정하세요. 지구에 남아있는 피닉스 님의 일부를 통해 이미 파악 끝나셨잖아요. 피닉스 님, 섹스마스터라는 걸."

은유하는 두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만, 알 수밖에 없었다.

X로이드를 만든 건 자신이고, 피닉스의 테크닉은 자료와 데이터가 되어 자신의 PC 서버에 들어오게 되었다.

"중국의 무신도, 영국의 여왕도 피닉스 님이 남긴 섹스로이드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잖아요. 그게 그냥 재능에서 오는 것 같아요? 아녜요. 피닉스 님은 선수예요. 엄청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요."

"그만…! 그 이상은 알고 싶지 않아…!"

"유하 회장 님을 비롯해서 사람들을 상대로 철벽을 치기는 했지만, 그 분의 섹스 실력이 어디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분명 저들에게도 섹스를 했을 거예요."

"......."

은유하는 리클라이너 의자에 주저앉았다.

"섹스…."

"은유하는 홀로 섹스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왜냐햐면 그가 자신과는 섹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사람 놀리지 말아줄래요? 심각하니까."

크리슈나는 새롭게 피닉스의 부하가 된 여인들의 공통점을 확인했다.

그것은 바로 '처녀'.

여인들은 마치 방금 처녀를 잃은 것처럼 다리를 절었고, 은유하와 히카리는 '아, 저 처녀들이 피닉스에게 섹스를 당하고 고분고분해졌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하 회장 님, 피닉스 님한테 강간당하는 거면 그것도 나름 좋다고 생각하고 계시죠?"

"조금...이 아니고."

은유하는 급히 손을 흔들었다.

"제 처녀는 저를 챙겨줄 남자만 가져갈 수 있어요. 흥."

"아내로 들인다면?"

"......흥."

은유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툴툴거렸다. 히카리는 그런 은유하의 모습에 안쓰러워하면서도, 은유하를 응원했다.

"힘내요. 석하랑 님도 이유나 님도 사라지셨으니까, 사실상 그분과 가장 가까운 건 회장님이라고요."

"...알고보니 뒤쳐진 거라면요?"

"네?"

"이미 둘은 피닉스를 찾아서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고 있는 거라면? 내가 보고 있는 피닉스가 당신 의견대로 과거의 피닉스고, 그들은 함께 경험을 나눈 피닉스와 사랑을 하고 있다면?"

은유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조바심을 냈다.

"으으, 나도 그냥 하랑이 처럼 가버릴 걸 그랬나…?"

"세계 경제를 반토막 내고 떠날 일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중요하지, 세계 경제가 중요해요?"

"그 소리, 어디 나가서 하지 마세요. 주가 지수가 일주일 내내 파랗게 물들 테니까."

"제 마음은 파랗게 물들고 싶은데요!"

"하, 정말."

히카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기 남자 피닉스 님을 봐서 그런가, 회장님이 더 솔직해지셨네."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걸요? 당신, 절대 저 사진들 유포하지 마요. 특히 숫자 성씨를 가진 사람들."

"어, 한, 십, 백, 천, 만…. 아하. 알겠어요. 누구를 말하는 지."

히카리는 엄지를 척 들었다.

"저는 회장님 지지해요. 얼빠 화이팅!"

"얼빠가 아니라!"

은유하는 두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여자라고 생각하고 진짜 큰 마음을 먹었는데, 저런 남자였다는 걸 알았으면…!"

"만나자마자 바로 암컷이 되었겠죠."

"이게!"

은유하는 히카리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만나자마자는 아니거든요!"

"아, 그러면 한 세 번 정도?"

"...다, 다섯 번 정도는."

은유하는 다시 의자에 몸을 눕혔다.

"으휴. 아무튼 빨리 찾아봐요. 크리슈나 말고 저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을. 당신이라면 분명 해낼 수 있다고요."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헐."

히카리는 크리슈나가 보여주는 광경에 헛웃음을 지었다.

"세상에."

"...아니, 당신."

은유하는 전차 위에 당당히 팔짱을 낀 소년 피닉스를 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 * *

"오늘 저녁은 딸기 파르페로 할까."

"네?"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혼잣말이야."

안쪽에서 듣고 있을 아내의 환호가 들린다. 나는 스스로 내 어깨를 두드린 뒤, 어느덧 탈의 작업이 모두 끝난 것을 확인했다.

"보기 흉하군."

4군단의 모든 병사들은 웃옷과 팬티만 입은 채 바닥에 쪼그려앉았다.

"으, 으아악! 그만둬! 이 변태들!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

"순순히 벗으면 벗기지 않겠다!"

"바지 아래 팬티밖에 없다고!"

"벗어!"

"으아악!!"

창염의 신도들은 4군단 병사들을 마구잡이로 벗겼다.

군복의 외투를, 군화를, 그리고 하의를.

이미 창염의 신도가 된 이들은 본인 몫의 군복이 있다고 해도, 다른 이들은 가이아나 왕국 정규군의 군복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정규군의 군복을 우리가 쓰기로 결정했다.

그들이 입고있던 제복은 현재 타르거트의 영지에 흐르는 물을 통해 깔끔하게 세탁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군복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남이 쓰던 군복을 그냥 입기에는 찝찝하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가이아나 왕국 사람들의 체구가 도움이 된단 말이야."

가이아나 왕국 정규군의 키도 140.

청화단 단원들과 아이들의 평균 키는 약 145.

이 정도면 큰 사이즈 차이 없이 입을 수 있다.

조금 타이트할 수 있겠지만, 가이아나의 군복은 외투가 사이즈보다 한 치수 크게 제작되어 충분히 청화단 단원들도 쉽게 입을 수 있는 사이즈였다.

"저기, 주인님. 저희 전부 군복을 입나요?"

"응. 너도 입을 거다."

"저는요?"

"......."

하리에게는 맞는 군복이 없었다.

그렇다고 메이드복을 입은 이대로 갈 수는 없는 법.

"하는 수 없지."

나는 결계를 펼쳤다.

"하리야. 지금 밖에서 우리 안 보이거든?"

"네."

"너도 벗어라."

"!!"

나는 하리에게 옷을 벗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내 양손을 가운데에 모은 뒤, 한 가지 작업을 시작했다.

마력을 모으고, 실처럼 뭉쳐, 그걸 다시 엮고 또 엮어서 어떤 물건으로 만들어낸다.

'완성.'

이미 20년의 지구에서 몇 번이고 해본 테크닉이라서 큰 무리는 없었다.

"하리야, 네 제복…."

"이, 이러면 되나요…?"

하리는 전라가 되어있었다.

"저, 저는 준비가 되어있어요!"

"속옷까지 벗으라는 얘기는 아니었는데."

"......."

"입어라."

"......네."

하리는 다시 속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만든 제복을 건넸고, 하리는 붉게 달아오른 채로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속옷까지 서비스할 거라고 생각한 지 잘못이지.'

아무리 나라도 속옷까지 마력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아내들이라면 모를까.

"다, 다 입었어요…."

"그래. 잘 어울리는군."

하리의 군복은 정말 맞춤제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딱 맞아떨어졌다.

'기이할 정도로 카르나랑 닮았단 말이야.'

혹시나 싶어서 카르나-개천광의 인간 육체 사이즈를 생각하여 옷을 만들었는데, 마침 딱 사이즈가 맞았다.

어쩌면 하리는 카르나의 모델이 된 여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말 무서울 정도로 사이즈가 딱 맞았다.

'편해서 좋네.'

하리를 상대로 옷을 만들어 줄 일이 있으면 대충 카르나 스킨 중에 하나 만들어서 주면 될 것 같다.

"너, 창염 조심해라."

"네?"

"그 옷, 마력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마력이 풀리면 해제가 된다."

"...그럼 알몸이 된다는 거잖아요."

"알몸은 아니지. 속옷은 입었으니까."

"으, 으으…!"

하리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신경쓰이면 그거 벗어서 속옷 위에 뭐 하나 덧입든가."

"메, 메이드복을 입고 이걸 밖에 입을 수는 없잖아요."

"그건 그렇네. 그럼 다음 도시에 가서 옷 하나 챙겨입으면 되겠군. 맞는 사이즈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도시요?"

"그래. 다음 도시."

굳이 4군단의 포로들을 묶어둔 채 그들의 옷을 빼앗은 이유는 하나 뿐.

"힘들이지 않고 점령해야지 않겠어?"

타르거트의 거처 광장에는 아이들이 신이 난 채 군복의 외투를 입기 시작했다.

"체격이 비슷해서 정말 다행이야."

* * *

그 시각.

4군단이 지나간 거점 도시, 트로이스의 장군 헥토르는 멀리서 다가오는 군대에 휘파람을 불었다.

"4군단의 군기군. 나갔던 병력 그대로...는 아니구나."

헥토르는 입맛을 다시며 나갔을 때보다 훨씬 적은 4군단의 병사들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거의 100? 아니, 그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군."

병사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태로 보아 최소한 승리를 하고 온 것 같았다.

"정지."

헥토르는 수정구에 대고 지시를 내렸다.

"보고."

[나 4군단장인데.]

"잘 못들었습니다?"

[나 4군단장이라니까. 피곤하다. 어서 문 열어라.]

"......."

4군단장.

기억하는 그의 목소리와 일치했다.

타이탄 안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심드렁하면서도 긴장된 듯 했다.

"그래도 보고를 해주십시오."

[뭐? 야, 요즘 군대 편해졌다. 너 몇 군단이야?]

"필요한 절차입니다. 군단장님, 제 입장을 이해해주십시오."

[하, 씨바….]

타이탄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깊은 짜증이 묻어있었다.

[보고. 4군단장 이스턴 브레드메이커. 신수 타르거트의 영지 앞에 있던 폭도들을 모두 사살. 끝.]

"나머지 병력은 어디로 갔습니까?"

[시발. 너 진짜 두고봐. 시체 수습하고 있다, 왜!!]

"......."

분명 특별히 문제될 건 없었다. 하지만 그의 감이 자꾸만 뭔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야! 너 군생활 편하지! 누구는 현장 나가서 좆뺑이치고 왔는데 문도 안 열어?]

"아, 아닙니다. 바로 열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확실히 아는 것이 있다면, 진상은 피해야 상책이라는 것.

구구구.

굳게 닫힌 철문이 열렸다. 타이탄을 비롯한 4군단의 병사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우였나?"

모든 병사들이 들어온 순간.

"그런데 군단장님, 안으로 들어오셨으면 무장은-"

[너도 이제 군생활 좆됐다. 씨발.]

4군단장, 이스턴의 깊은 한숨 소리와 함께.

[사랑은?]

기이한 목소리와 함께, 4군단의 병사들이 총구를 겨누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다당!!

푸른 마탄이 도시 곳곳에 뿌려지기 시작했다.

[열린 문.]

와장창!!

4군단장이 탄 타이탄의 조종석이 박살나며, 푸른 불꽃의 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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