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833화 (833/1,497)

EP.833 3부 2장 15 피해욧

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드래곤도 마찬가지.

날개는 비록 없는 사족보행 드래곤이지만, 타르거트 또한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모두 우리 청화단에서 활용할 수 있게 재편되었다.

그의 집은 청화단의 아지트가 되었다.

그의 정원은 우리 청화단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의 과수원은 우리 청화단의 식량 창고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몸은 나의 탈 것이 되었다.

샌드래곤의 표피에 타르거트의 마력이 더해지니, 마치 드래곤스킨을 가진 파멸전차와 같아졌다.

다른 타이탄보다 세 배는 더 두껍고 세 배는 더 강해보이는 외형을 가진 이 탈 것은 이름하야, 전쟁을 부르는 자.

"우리의 승리를 가져올 최강의 병기."

말 그대로 가이아나 왕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기 위해 만들어진 탈 것으로, 지금은 코어-정령석만 남아 타이탄 골렘의 안에 깃들었다.

덕분에 다른 피버보다 세 배는 빠르...지는 않았다.

'세 배 더 강력하군.'

쾅ㅡㅡ!

전방의 포구를 통해 마탄을 뿜어내니, 그 위력이 건물 하나는 쉽게 폭파시킬만큼 강력한 화력이었다.

고층 건물 하나 정도는 쉽게 날려버릴 정도로 화력이 막강한데, 아직 엔진의 마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처럼 쌩쌩하다.

원래부터 S급 정령이었던만큼, 정령석 안에 깃든 마력은 충분히 차고 넘쳤다.

당분간 내가 마력을 쓸 필요없이 타르거트의 마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도 될 수준이었다.

더군다나 가장 좋은 점이 하나 있으니....

'나중에 또 써먹을 수 있어.'

창염의 힘이 깃들었기에 당연히 태양광으로 마력을 복구한다. 충전이라는 표현은 다소 어색하기는 하지만, 마력을 전기로 표현하면 태양열로 발전한다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식량도 충분.'

타르거트의 영지는 과일이 충만했다.

타르거트는 자신의 육중한 몸에도 불구하고 지하에 거대한 과수원을 만들었다.

청화단이 이곳에서 버티고 살 경우, 약 두 달 동안 버티고 살 수 있는 양의 과일이 잔뜩 깔려있었다.

육류야 타르거트의 육신을 잘 보관하여 육포로 만들어먹으면 되고, 타르거트가 가꾸어 놓은 과일과 채소는 우리 청화단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과수원이 풍부하다는 건 곧 수원도 있다는 것.

아이들은 이곳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었고,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계속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앞으로 조금만 기다려도 적은 우리를 향해 올 것이다.

바로 앞에서 싸우다가 혹시나 뒤로 폭탄 같은 게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아이들이 크게 다칠 것이다.

그러므로 타르거트가 우리를 마중나왔던 것처럼 우리도 적을 향해 마중나갈 필요가 있다.

"그레이, 준비는 되었나?"

"물론입니다!"

그레이를 비롯한 결사대는 타르거트의 영지로 들어오는 입구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누구든 오면 쏴버려라. 사절은 필요없다. 벌써 동맹군이 생길 리는 없으니, 일단 내가 말하는 즉시 쏴버려."

"예!"

모든 포구를 입구를 향해 겨누고, 언제든지 적이 올 수 있으니 그들을 태워버리겠다는 심정으로 피버의 조종석에 앉았다.

"창염탄을 쏜다고 해서 적들이 죽는 건 아니다. 창염탄은 마력을 모두 태워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고,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힘이지. 결코 적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결사대에게 분명한 경고를 남겼다.

"힘에 심취하지 마라. 이 힘은 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암흑의 존재를 상대하기 위한 힘이니, 너희들은 결코 이 힘을 삿되게 써서는 안 될 것이다."

"""예!"""

대답은 잘 한다.

나머지는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지만, 아마도 분명 창염의 압도적인 힘에 정신줄을 놓아버릴 수도 있을 터.

'그러라지.'

자신이 쏜 마탄의 힘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이미 타이탄을 운전하던 자들이 어떻게 제압당했는지 봤잖아.'

마력 고갈은 마치 주변의 산소가 차단되는 것 마냥 사람을 괴롭게 한다. 죽지는 않지만, 몸에 가득했던 활력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탈력감을 준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이 어떻게 발악을 하는지, 이들은 똑똑히 두 눈으로 봤다.

'상대를 죽일 화력이 있어도, 죽이지 않을 수 있다면 안 죽이는 게 최선이야.'

적을 무력화시키는 선에서 끝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설령 상대가 죽더라도 이들은 그 경험을 통해 힘의 가감이 필요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죽일만해서 죽였다.

그러니까 마구잡이로 더 죽인다.

이건 학살이다.

그런 건 원치 않는다.

가이아나 왕국의 순혈 집단을 상대로 쌓인 불만을 적을 무력화하는 수준에서 풀어야지, 적을 무참히 죽이는 것에서 풀면 그건 학살자나 다름 없는 짓이다.

'과연 어떻게 할 지.'

두고보고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만, 언제나 집단을 이끄는 것은 사소한 것도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지구에서도 잘 했으니까.'

20년의 지구, 초반에 서울의 빌런들을 규합했던 때도 상당히 힘들었다.

내 말을 잘 듣는 자들만 솎아내기 위해 일부러 어그로를 끌기도 했고, 그걸 위해 히어로들과 일부러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우리는 반란군이고, 상대는 가이아나 왕국의 정규군이다.

"마침 저기 오는군."

멀리서 병사들이 오는 게 느껴진다.

대규모 보병과 함께 또다른 타이탄이 포구를 이쪽으로 겨눈 채 걸어오고 있는 것이 한 눈에 보였다.

"진짜로 오는 겁니까? 레이더에는 안 나오는데."

"레이더에는 없지. 레이더 밖에 있는 적이니까. 전원, 위치로."

적들과 우리의 거리는 대략 4km.

나는 이미 미니피닉스를 통해 적들의 위치를 확인했지만, 적들은 아직 우리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다.

4km.

상당히 먼 거리고 직선 거리도 아니라 포격이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타고 있는 피버는 얘기가 다르다.

"갑충탄, 발사 준비."

적들에게 충격을.

아군에게 희망을.

"발사."

철컥, 철컥.

피버들의 입에서 푸른 마력이 거품처럼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푸른 마력은 작은 풍선처럼 뭉쳐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걸 앞으로 가볍게 밀었다.

데굴, 데굴, 데굴.

"잘 굴러가네."

가이아나 왕국의 지형지물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마탄을 새로운 형태로 바꿨다.

대 가이아나 왕국군 결전병기.

4km나 멀리 떨어진 적을 상대로도 무참히 폭발시킬 수 있는 궁극의 힘.

'불 굴러간다.'

갑충탄의 또다른 이름.

아이들은 갑충탄이라는 이름을 부르기 힘들어하더라.

그래서 몇몇 아이들이 붙인 이름으로 그대로 쓰기로 했다.

"데구리."

가지고 있는 기술은 하나.

"대폭발."

대폭발, 대폭발, 대폭발.

* * *

은유하는 국제적인 대기업, 유성의 진정한 총수다.

그녀가 밖으로 내세우는 X로이드의 한 마디에 코어의 시세가 폭등하고 떨어지며, 유성에서 만든 새로운 화폐 체계인 유하코인의 가치도 폭등했다 떨어진다.

그런 은유하의 지원을 받는 히카리는 현대 마도공학의 총아로 알려진 '프로페서'다.

마력의 속성론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세간에 이를 널리 알렸고, 마력과 코어에 대한 모든 이론과 지식은 그녀의 블로그에 정립되어 있다.

"맞다니까요!"

"그럴 리가 없어요."

그리고 현재, 이 둘은 어떤 이들의 '입모양'을 두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펼치고 있다.

"이 노래, 분명 두꺼비예요!"

"그건 회장님이 회귀자라는 걸 머릿속에 박아넣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니까 그런 거죠."

크리슈나의 눈을 통해 바라본 영상에는 아이들이 어떤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 리듬! 이 느낌! 가사는 우리가 비록 알 수 없지만 분명해요!"

"일본인인 저는 한쿡의 전래동요 잘 모르켓서요."

"야! 너 지금 국적 한국인이거든!"

"전래 동요라고 해도 잘 모르는 걸요."

히카리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론부터 내고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니까 오류가 생기는 거예요. 말이나 돼요? 여기 있던 피닉스 님이 테라에 가서 아이들에게 두꺼비 노래를 시킨다는 게?"

"저 남자는 S급 아이돌에게 개똥벌레를 부르게 했던 남자라고요!"

".......그건 뭐 차치하죠. 그거 아직도 괴로워하는 사람이 한 명 있으니까."

이 지구 어딘가에는 개똥벌레 노래가 들려오면 자괴감에 하루동안 앓아눕는 남자가 있다.

그의 영상은 아직도 전세계에 남아 억 단위 view를 돌파했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 채.

"앗, 저기...!"

분석을 하는 사이, 파멸전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리슈나는 바로 땅을 달려 파멸전차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그리고.

데구르르르.

"앗, 저건 서울에서 하랑이를 엿먹였던 그거!'

"관악산 남쪽으로 불덩어리를 굴려서 지휘부를 한 방에 날려버렸던 그거죠?"

"역시! 산에서 썼던 기술을 소형화한 게 틀림없어요!"

"아니죠. 원조가 저거인 거죠. 보세요, 땅을 굴러가잖아요."

데굴데굴데굴.

"회귀자 맞다니까요!"

"회장님. 회귀자 절대 아니에요."

둘의 의견은 오늘도 첨예하게 갈릴 뿐이었다.

* * *

"쳇,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반란군이나 토벌해야하는지."

제 4군의 수장, '이스턴 브레드메이커'는 자신의 신세를 깊게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해야 반란군이 아닌가. 휴가 중에 불려와서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냐."

"하하, 그래도 장군님. 이번 일이 끝나면 다시 휴가 가시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씁. 다행이야. 마누라가 처가에 가자고 했거든."

처가의 부름.

국가의 부름.

이스턴은 국가의 부름에 응했다.

"이참에 휴가를 그냥 관사에서 지낼까? 응? 너희랑 같이 있는 거지."

"하, 하하...."

"새끼, 농담이다. 내가 그 정도로 눈치없는 놈은 아니다."

이스턴은 레이더를 손으로 슥슥 문지르며 피식 웃었다.

"복귀는 하루 전 저녁에 할 거다. 빨리 이 폭도들을 밀어버리고 가야지. 이게 무슨 고생이냐."

쿵, 쿵, 쿵.

라이플을 든 병사들은 병사들대로 긴 행군에 피곤해했고, 타이탄을 모는 조종사들은 오와 열을 맞춰 움직이느라 심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전원 사살하라고 지시가 내려왔으니, 부담갖지 말고 전부 죽...잠깐. 이거 뭐야?"

삐비비빅.

레이더에 붉은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스턴은 빠르게 다가오는 붉은 점들에 급히 소리쳤다.

"적의 포격이다! 피해ㅡㅡㅡ!"

데구르르.

포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벽을 타고 미끄러지듯 굴러왔다.

"뭣."

그리고.

콰ㅡㅡㅡㅡㅡㅡㅡㅡ앙!!

4군은 전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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