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831화 (831/1,497)

EP.831 3부 2장 13

'평지였으면 탱크 뽑는 건데.'

나는 샌드래곤의 사체를 이용하여 새로운 '정령'을 만들어냈다.

정령을 태어나게 한 것과는 다르다.

괴수화의 응용이다.

과거 괴인들이 코어를 이용하여 괴인을 만들었던 것처럼, 나는 샌드래곤의 사체를 이용해 수많은 괴수를 만들었다.

코어의 역할을 하는 건 샌드래곤의 사체가 형태를 갖출 수 있게 만든 나의 마력이다.

마력이 또 뭉터기로 빠져나갔지만, 가만히 놔두면 당연히 마력이 연료마냥 자연히 소모되겠지만, 적어도 그냥 땅에 흩뿌려지지 않는 연료탱크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정령석.

요새에는 국경지대라도 일단 군수 시설이라서 그런지 약간의 정령석이 있었다.

그리고 이 정령석은 어떤 기계를 움직이는 동력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적의 군수물자를 마개조하는 건 반란군의 기본 소양이지."

사실 샌드래곤의 사체만 이용한 게 아니다.

샌드래곤의 사체는 표면의 몸체에만 사용했을 뿐, 그 내부의 실상은 다르다.

인간이 네 발로 짐승처럼 엎드리고, 겨울철 솜이불을 덮어쓰고 엉금엉금 기어가며 움직이는 격이다.

이불은 샌드래곤의 사체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인간의 역할을 할 존재는 사지가 뒤틀리고 마개조당한 골렘들이다.

그래, 석하랑의 설화접 응용 기술로 제압했던 그 학살 기계들.

우리는 적을 제압하면서 그들이 운용하던 골렘, '타이탄'을 노획하여 해체했다.

그리고 그걸 조종석만 따로 뽑아낸 뒤, 사지를 뜯고 형태를 바꾸어 이족보행에서 사족 보행으로 만들었다.

마치 용기병처럼.

'아니다. 드라군보다는 역시 탱크지.'

용기병이라기보다는 그냥 전차를 생각하고 만들었다.

아래에서 보면 4륜 자동차와 큰 차이가 없지만, 차체 위에 덮어쓴 샌드래곤의 표피장갑이 상당한 무게가 있어 기어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왜냐?

만약 이곳이 비슈니아 왕국처럼 평지가 넓게 펼쳐져있고 공중전을 생각해야만 했다면, 당연히 나는 타이탄을 공성전차처럼 운용했을 것이다.

아니, 이족보행의 형태를 그대로 두고 걸어다니는 공성전차처럼 운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 가이아나 왕국은 대부분의 지형이 직선 통로다.

공중전을 할 이유가 없다면, 당연히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병력들로 편성해야함이 옳다.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 적의 피해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

그것이 바로 내가 샌드래곤을 이용해 만들어낸 타이탄의 마개조 전차, 'Peaver'-피버다.

전방의 입처럼 보이는 부분으로 창염의 마력이 깃든 폭탄을 전방으로 발사하는 것이 영락없는 갑충탄이었지만, 아무튼 피버이자 파멸전차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 피버를 이용해 진격을 해야한다.

괜히 이 요새에 오랫동안 있으면 주민들에 의해 뭔가 엄한 짓을 당할 수 있는 법.

고로, 진격한다.

"전부 준비는 끝났나?"

"""예!!"""

테라의 청화단은 모두 새로운 복장을 갖췄다.

흰색의 사제복과 같은 로브에 푸른색의 선이 들어간 복장은 마치 대규모 순례단과 같은 모습이었다.

피버를 조종하는 군인들이 가장 먼저 앞장서고, 그 뒤로 아이들이 피버에 연결된 운반용 차량에 탑승했다.

마치 캠핑을 가는 듯 아이들은 기뻐하고 있지만, 실상은 반대다.

이들은 이대로 비슈니아 왕국으로 망명하는 길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직접 전장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한 이들이었다.

안전한 요새를 버리고 새로운 둥지를 향해 나아간다.

그 둥지는 어디인가?

"피닉스 님, 저희는 어디로 갑니까?"

"정령의 둥지."

이곳은 '괴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정령만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령은 어지간히 폭주하거나 사고를 치지 않으면 대부분 그 지역의 맹주처럼 자리잡은 짐승으로 이름을 날리거나, 인간에게 호의적인 이들은 '신수'처럼 군림하게 된다.

"우리는 가는 동안 정령들을 상대하며 우리의 지원군으로 만들 것이다."

* * *

그 시각.

크리슈나를 통해 이계를 보고 있던 은유하와 히카리는 기형의 전차 위에 앉아있는 피닉스의 모습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중이었다.

"회귀가 아닐까요?"

"그럴 리가 없죠. 꿈 깨셔요, 회장님."

은유하와 히카리, 둘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논의 중이었다.

"아니, 사람이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없어요? 여기서 성주를 쓰러뜨리고 난 뒤에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기 있는 피닉스 님이 회장님이랑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었던 분이다?"

사랑에 눈이 삐었어.

히카리는 몽롱한 눈으로 피닉스를 바라보는 은유하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섹스라도 했으면 진짜 직접 넘어가셨겠네요."

"윽...!"

은유하는 얼굴을 붉혔다.

"뭐, 뭐가요!"

"그렇잖아요. 샤오린 님에게서 들었죠? 피닉스로이드의 섹스 테크닉.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진짜'라고 할 정도로 잘하잖아요."

"......흥."

피닉스가 X로이드에 자신의 의식을 일부 남기고 떠난 이후.

누군가는 X로이드를 받자마자 바로 폐기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앞으로 영영 보고 싶지 않다며 창고에 가둬버리기도 했고,

누군가는 애착인형처럼 사용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자신이 직접 피닉스로이드의 안에 깃들어 피닉스가 되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결국 그 짓을 저질렀다.

샤오린.

무신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그녀는 결국 피닉스로이드와 통정하고 말았다.

"처녀는 이미 없지만 첫경험은 피닉스님에게라니. 나 참, 그 여자도 보통 여자가 아니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있어요. SR-6974라고. 칼집으로 자위하다가 오빠한테 걸리는 어떤 여자애 자위 영상이."

"...와우."

히카리는 질색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단하네요. 그런데 회장님, 샤오린 님에게 한 번 듣기는 했잖아요?"

"윽."

"샤오린 님의 섹스 영상, 몇 번이고 돌려보셨잖아요."

"보기야 봤죠. 하지만...."

은유하는 단호한 목소리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고객님은 그런 말 안 해요."

"와, 오타쿠."

"뭐요?!"

"피닉스 오타쿠가 있다면 그건 회장님일 거예요."

"다, 당신은 어떻구요! 당신, 저기 있는 피닉스의 괴인형을 보고 새로운 슈트 만들고 있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요?"

"회장님."

히카리는 정색하며 말했다.

"저건 괴인형이 아니에요. 정령'폼'이라는 거라고요. 제가 만약 크리슈나로 의사를 전할 수만 있다면 분명 그렇게 부탁했을 거예요."

히카리는 제자리에서 일어나며-

"변!"

"신!"

"창염, 개진!"

기이한 자세와 함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좌우로 뻗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자부심으로 가득차있었고, 은유하는 다시 크리슈나의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뭐예요? 특촬이 틀딱이라고 놀리는 건가요? 이능력의 시대에 슈트 액션하는 분들을 무능력자가 능력자 흉내낸다고 놀리는 건가요?! 많은 히어로들이 특촬 속 히어로들을 흉내내고 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예, 예."

은유하는 히카리의 분노를 건성으로 들으며 피닉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저 여자...."

아직 이름도 모르지만, 피닉스가 노예로 거두어 준 것처럼 보이는 주제에 피닉스에게 꼬리를 치는 저 여자.

기이할 정도로 '카르나'와 닮은 저 여자.

"건방져."

은유하는 입술을 깨물며, 크리슈나를 조종해 피닉스의 옆에서 아양을 떠는 하리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 * *

"아야...!"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정말 아무 전조도 없이 크리슈나가 하리를 들이받았다.

덕분에 하리는 앞으로 엎어졌고, 나는 그녀를 붙잡기 위해 다리를 붙잡았다.

피버의 위에서 앞으로 넘어질뻔 했으니 당연히 몸은 앞으로 기울었고, 덕분에 그녀의 치마 속이 보이고 말았다.

나는 담담히 하리를 당겨 진정시킨 뒤, 크리슈나를 안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내가 안자마자 온순한 양처럼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리가 다가가면 바로 하리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이를 갈았다.

"하리야, 너 뭐 잘못했냐?"

"그건 아닌데요...."

하리는 진심으로 억울해했다. 가슴을 두드리며, 허탈해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진심으로 드러냈다.

"당분간은 내가 크리슈나를 안고 있을테니까, 앞으로 다시 사이가 좋아지도록 노력해."

"노력으로 될까요?"

"그냥 노력이 아니라 노오오오력을 하란 말이지."

"뭔가 엄청 듣기에 거북한 말이네요."

"원래 거북하라고 하는 말이니까. 나 때는 말이야, 정령이랑 친해지려고 죽음을 불사르기까지 했어."

옛날 이야기다.

까탈스러운 여섯 정령도 그렇지만, 특히 더 까탈스러운 정령 하나와 말문을 트는데만 천 번을 넘게 살해당했다.

그런 걸 생각하면 크리슈나와 하리의 관계는 지극히 온순하다고 평할 수 있었다.

"알겠니? 정령을 상대로 친해지고자 하는 노력을 하렴."

"그, 그러면 지금 저희가 찾아가려는 녀석이랑도 친해지려고 가는 건가요?"

하리는 지도를 가리켰다.

가이아나의 왕도로 가는 길, 아직 10% 즈음 나아간 길은 식물의 뿌리마냥 길이 수도 없이 나있었다.

"그레이 씨, 여기에 있는 정령...."

"특급 정령입니다. 저희는 그를 '타르거트'라고 부릅니다."

타르거트.

지구에서 붙여진 이름과는 사뭇 다른 이름이다.

'한자 네이밍이랑 다르기는 하지.'

오랜만에 만나서 조금 반갑기도 하다.

"지파룡."

"네?"

"타르거트라고 했지? 우리는 녀석을 상대로 대화를 하러 가는 게 아니야."

나는 주먹을 말아쥐었다.

"수컷이면 패죽이고, 암컷이면 큥큥한다."

지파룡, 타르거트와 그의 땅을 점령하기 위해 찾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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