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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828화 (828/1,497)

〈 828화 〉3부 2장 05 마룡킬러

"점마 빨리 안 잡고 뭐하는 건데?"

석하랑은 가만히 2페이즈를 기다리고 있는 피닉스의 모습에 탄식했다.

"빨리 터뜨려야 할 거 아이가. 왜 저게 진화하는 걸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들 위험해지게!"

[저기서 나오는 녀석은 코어라도 나오는 걸까요?]

유나의 말에 하랑은 잠시 침묵했다.

"생각해보니 금마 잡을 때도 그랬네."

[뉴트리온.]

평양에 있었던 SS급 괴수.

하필이면 SSS급 코어를 파밍하겠다는 이유로 굳이 SS급 네 명으로 지구 최강의 괴수를 상대했다.

하랑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자신도 나름 SS급으로 자신감이 가득차있었으나, 괴수에 의해 '최약체'판정을 받았던 그 날의 굴욕을.

지금이야 SS급으로 단독으로 싸워도 1:8로 이길 수 있지만, 그 때는 진짜로 자존심이 상해 많이 우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코어가 나오니까 괜찮은 거였고.

"점마 코어 나오나?"

[아닐 걸요. 마룡이라서.]

"그런데 왜 저렇게 가오 잡는 건데."

"그게, 가오니까요."

신라는 느긋하게 딸기 에이드를 마시며 웃었다.

"상대가 전력을 낼 수 있게 만들어서 싸운다. 정정당당히 승부한다. 큥큥전사라면 가져야 할 좋은 마음가짐이죠. 푸흐흐."

"큥큥전사는 또 뭔데?"

"멋있게 보여서 다른 여자를 큥큥하겠다는 생각?"

신라는 진화하는 지마룡을 향해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마냥 강한 적을 쓰러뜨리겠다고 기다리는 건 아니예요. 지마룡이 나타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니까, 저런 식으로 하면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알 거 아니에요. 우리야 2페이즈를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2페이즈의 존재를 모르니까."

[일부러 공개했다?]

"그래요. 원래 저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잖아요? 자기가 욕을 먹더라도 그게 모두에게 도움이 되면 그걸 서슴치 않고 저지른 남자."

신라는 싱글벙글 웃었다.

"테라의 모두가 이번 일을 통해 마룡들의 2페이즈를 알 거예요. 1페이즈에서 제대로 죽이지 않으면 진화 패턴이 나온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겠죠."

"그렇네. 나중에 1페이즈에서 적당히 처리하고 그런 말은 안 할 거 아이가. 해치웠나."

번뜩.

지마룡이 때마침 등껍질을 벗고 육중한 몸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내가 잘못한 거 없다?"

"알아요. 푸흐흐. 하지만 참 타이밍이 공교롭네요."

[킹치웠나하면 부활하는 게 국룰이죠. 아니면 진화체로 모습을 드러내거나.]

캬오오오오!!

지마룡의 2페이즈는 완전히 모습이 바뀌었다. 그리고 셋은 마룡의 형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룡 2페이즈치고는 형태가 제법…?"

"마룡이라기보다는 괴수?"

[아, 저거 뭔지 알아요. 북아프리카에 사는 샌드래곤 이예요.]

셋은 당황했다.

"저게 왜 저기서 나오는 거예요?"

20년의 지구, 원작 게임 속에서 악명이 자자하던 괴수가 테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 *

'역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는 생각해봤지만, 생각했던 최악의 수가 되어 다행이었다.

최악의 가정.

그것은 20년의 지구에서 마룡이 넘어온다는 것.

다행인 점.

그것은 넘어온 마룡의 2페이즈가 지구에서의 원래 모습으로 갖추게 된다는 점.

괴수로 변모하기 전의 형태가 아니다. 히드라를 닮고자 한 형태도 아니다.

저 마룡은 지구의 괴수를 흉내낸 것이다. 아니면 테라가 멸망하기 이전에 날뛰던 괴수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거나.

어느쪽이든 내가 상대하기 쉬운 건 변함이 없다.

설령 몸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양이 SS급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공략법을 알고 있는 적인 이상 승리는 내 것이다.

'땅 속은 위험해.'

지저왕국으로 내려간다면 내가 안에서 공격하기 난감하다. 그러므로 최대한 가이아나 왕국 안이 아닌, 국경으로 들어가는 이 협곡에서 상대해야한다.

다행히 놈은 마룡이었을 때 내게 얻어맞은 기억이 남아있는지, 나를 향해 이를 갈며 대가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역시 파이어 펀치야.'

어그로를 끄는데 있어서 너무나도 효과적이다. 이제 추가 도발을 할 차례.

까닥, 까닥.

손을 앞으로 뻗어 가볍게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마자 바로 샌드래곤은 나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며 아래에서 뛰어올랐다.

펄럭!

발 아래로 불꽃을 분사하며 로켓처럼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날개를 펄럭이며 더 높이 날아오르고, 샌드래곤은 애꿎은 허공만 깨물었다.

[약을 좀 올려야겠어.]

더 높은 곳으로 가야한다. 나는 놈의 머리를 향해 적당히 약한 마탄을 집중적으로 날렸다.

투두두두.

마치 탱크의 장갑판에 소총을 갈기는 듯, 나는 샌드래곤의 머리에 열이 오를 정도로 불꽃을 뿌리며 놈을 공격했다.

구구구구.

놈은 절벽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몸 아래에 있는 지네의 다리같은 것을 이용해 협곡을 기어올라오기 시작했고, 나는 날개를 펼치며 더욱 위로 날아올랐다.

쾅! 쾅! 쾅!

놈이 나를 노리며 몸을 날려 잡아먹으려하고, 나는 그걸 피해서 하늘로 계속 날고 날고 또 날며 놈을 약올렸다.

[파이어 펀치.]

중간에 크게 비어있는 대가리 윗부분을 향해 순간적으로 전력을 때려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해야 놈은 내가 위협적인 존재라는 걸 계속 인지하게 된다.

하지만 싸우다가 죽을 정도는 아니라고 느끼는 듯, 나를 반드시 죽여버리겠다는 분노가 행동에서 느껴졌다.

[지구에서 싸웠으면 제법 애를 먹었겠어.]

저런 놈이 인간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인명피해가 만 명 넘게 날 수 있을 초대형 괴수였다.

인간들은 아무 생각없이 몸 위에 미사일 폭격을 날리며 놈을 지하로 들어가게 만들테지만, 이미 놈의 원종인 녀석을 상대해본 나로서는 그런 악수는 당연히 두지 않는다.

더 높이.

더 높이.

깎아지른 협곡을 날아올라 넓은 평야에 다다르는 순간.

키아악!!

샌드래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나를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그리고 나는 타이밍에 맞춰 날개를 접고 놈의 아래로 들어갔다.

[막 SS급이 되었다고 너무 방심한 거 아닌가?]

창염 최대로.

나는 놈의 아가리 속으로 직접 몸을 던졌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도망치다가 결국 잡아먹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잡아먹혀 줌으로써 내부에서 새롭게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뇌 부분과 입안이 가장 가까이에 연결되어 있으니, 약한 부위를 공격하러 왔다 이 말이야.]

쿵!

나는 발을 크게 아래로 밟았다. 창염을 두른 발길질에 나를 휘감으려던 혀는 단숨에 매케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인두로 혀를 지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질 것이다. 더군다나 뛰어오른 상태로 까무라쳤으니, 벽을 제대로 붙잡을 수 있을 리가 만무.

[공중에서 불타 죽으면 옆으로 오염이 퍼지지도 않겠지?]

나는 고통에 발악하는 혀를 향해 손톱을 박아넣었다. 살점을 직접 날카로운 손톱으로 뜯어냄과 동시에, 안에다가 직접 창염을 박아넣으며 내부를 태웠다.

푸쉬이이이ㅡ

그 어떤 생명이라도 녹일 듯한 강력한 산성 물질이 목에서 넘어오기 시작했다. 창염을 뿌려 독액을 태웠으나, 탄 연기가 나를 향해 날아오며 내 갑옷의 마력에 닿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그걸로는 나를 죽일 수 없다.]

나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생명체.

마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못한다면, 이 독액의 수증기는 그냥 사우나의 열기나 마찬가지인 셈.

[그럼….]

자세를 잡는다.

육상 선수가 크라우칭 스타트를 하듯, 다리를 혀에 박아넣으며 몸을 낮춘다.

[예전부터 이걸 해보고 싶었거든.]

전생에서는 청화의 몸이라 해보지 못했고, 혹시나 중간에 잡아먹히면 그대로 내장 속에 있는 기생형 촉수 괴수들에게 잡혀서 어떻게 되나 싶었지만, 이제는 괜찮다.

'잡히면 로그아웃하면 돼.'

아바타는 새롭게 만들면 그만이다.

이미 '세이브 포인트'는 만들어놓았기에, 설령 이 아바타가 붕괴되거나 손상을 입더라도 정신만 빠져나오면 된다.

그리고 내 정신은 현재 세 여신의 백업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결코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하거나 정신지배를 받을 일도 없다.

고로, 내가 하고 싶은 걸 그대로 할 수 있다!

[창염질주.]

나는 두 발 끝에 모든 마력을 모아, 앞으로 내달렸다.

* * *

"어떡해?! 잡아먹혔어!"

은유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멋부리다가 지금 잡아먹힌 거잖아요! 내가 미쳐, 정말!"

"...왜 피닉스 님이 괴수들을 원거리에서 공격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아요."

히카리는 지마룡이 2페이즈로 변한 샌드래곤의 마력을 관찰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런 식으로 잡아먹혔다가 곤란에 처하셨던 게 아닐까요? 그래서 총을 배우고, 그래서 원거리에서 적을 태워죽이신 거예요. 편집증적으로."

"하지만 광검 님을 상대했을 때는 자기 몸을 날리면서 상대했었는데…."

"광검 님 이후로는 그런 거 잘 안했다고 했잖아요. 처음에는 몸이 기억했지만, 나중에 혹시 기억이 떠오른 게 아닐까요? 저기서 저렇게 하다가 낭패를 봤던 기억이."

"으으…."

은유하는 손톱을 깨물며 샌드래곤의 몸 속 마력에 집중했다.

"지금 안에 마력 반응 있죠?"

"아직까지는요. ...앗, 안에서 뭔가가."

구구구구.

샌드래곤의 입속에서 푸른 불꽃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이전부터 난동을 부리던 샌드래곤은 순간적으로 몸이 멈췄다.

그리고.

푸화아아악!!

입에서부터 내부가 터지듯 몸이 들끓기 시작했다. 마치 연쇄폭발에 의해 동굴이 무너지는 것처럼, 샌드래곤의 비늘 갈라진 틈 사이로 푸른 불꽃이 뿜어져나왔다.

그리고 그 불꽃이 꼬리 즈음에 이르른 순간.

휘리릭!

푸른 불꽃이 회전하며 검은 인영이 튀어나왔다. 마치 드릴처럼 회전하는 푸른 날개는 샌드래곤의 몸을 관통했고, 몸통을 전부 꼬챙이 꿰듯 뚫어버린 피닉스는 빙글빙글 회전하다가 날개를 딱 펼쳤다.

펄-럭.

피닉스는 너무나도 느긋하게 날개를 펼친 채 샌드래곤을 내려다봤다. 샌드래곤은 아가리를 쩍 벌리며 피닉스를 향해 몸을 날렸으나-

끼이익-

아주 짧은 거리. 불과 1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멈춰섰다. 몸 내부가 창염에 진탕이 되어있던 샌드래곤은 그대로 몸이 멈춰버렸다.

딱.

피닉스는 샌드래곤의 이빨을 향해 검지를 튕겼다. 딱밤을 때리는 것보다 더 가벼운 공격이었으나, 그에 샌드래곤은 천천히 뒤로 넘어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하, 하하…."

아무렇지 않게 태양을 등지고 괴수를 물리친 피닉스의 행동에는 여유가 철철 넘쳤다. 유하는 그걸 보면서 안도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계속 불안해졌다.

"멋있게 싸우기보다는 그냥 추해도 좋으니까 이기는 게 낫다는 말이 뭔지 알겠어…."

"2페이즈 안 기다리고 1페이즈에서 그렇게 죽이려고 했던 것도 이해하겠네요."

"이길 수 있을 때 이겨야 변수가 없다는 것도."

"...전부 과거의 자신이 했던 실수를 반성하는 의미였어요."

그것은, 경험담이었다.

* * *

"얘들아, 나 방금 완전 그거 같았지? 그 용의 콧물을 뚫고 들어가는...."

"빙시가. 안에서는 전력질주 해놓고 마지막에만 회전하듯 튀어나왔다 아이가."

[나중에는 양 팔을 좌우로 뻗으면서 착지하시겠어요?]

"뭐 어때요. 즐기게 냅둬요. 푸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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